정리 좀 하고나서 집을 구석구석 살펴보다가 정말 감동받았다. 벽 목서리 그 어떤 곳도 틈이 없고 배수구도 완벽하다. 여기서 바퀴벌레나 각종 곤충류가 집안에 돌아다니는걸 보는건 하늘에서 별따기 만큼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창문의 단열 능력에 또 감탄.. 내가 살던 원룸은 모서리에 틈이 여기저기 있고 창문은 그냥 여닫이였는데 한기가 그대로 다 들어왔다. 그런데 여긴 손잡이에 버튼으로 된 잠금장치까지 있어서 정말 틈이 없다. 


 현관도 원룸에선 방음공사를 내가 직접 했는데 이곳은 오오... 집안에 우퍼볼륨을 최대로 올려놓고 있어서 문 밖에선 웅얼웅얼거리는 정도로 들린다. 첫날에 밖에 복도에서 이야기하는 이사온 다른 학생들 목소리가 그대로 들려서 실망했는데 알고보니 내가 문을 제대로 안닫았던 것이었다. 




 내가 살던 원룸은 그래도 꽤 괜찮았다고 생각했는데 여기 기준으로 보면 영 아닌 곳이었나 보다. 1학기 DB시간에 들은것도 있고 그 전에 책이나 인터넷에서 접한 것처럼 건설회사 업무 과정이 얼마나 엉망인지 알고 있으니 막장 날림공사가 흔한것도 그러려니하고 넘기게 되어 버렸는데, 갑자기 뭔가 계몽된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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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션에 가입하기 위해서 외출을 했다. 날씨를 보니 맑음이란다. 밖을 보니 정말 말 그대로 맑은 날씨였다. 여기에 올 땐 온 세상이 눈으로 뒤덮혀 있었는데 어느새 거의 다 녹았다. 게다가 오늘은 해까지 떴다. 수많은 네이션 중 blekingska 네이션을 선택한 이유는 일단 규모가 작아서였고 홈페이지 들어가보니 거칠어보여서였다. -_-; 
 
 시내 중심부로 갔다가 기차역을 건너 서쪽으로 가는 루트를 택했는데 잘 가다가 반대편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던 아저씨가 나보고 뭐라뭐라 하고 지나간다. 제스쳐를 보니 인도위에서 자전거 타지 말라는거 같았다. 근데 여기 분명히 인도에 자전거 도로도 같이 있었는데. 다시 살펴보니까 인도 첫 부분에 표지판이 있었는데 자전거와 사람이 같이 표시되어있으면 자전거가 같이 다닐 수 있고 어른과 아이가 손잡고 걸어가는 것만 있으면 걸을 수만 있는 곳이었던 것이다. 

 기차역을 건너 서쪽으로 가야되는데 이상하게 건널목이 안나와서 계속 북쪽으로 가니 슬슬 사람이 없어지고 한참 공사를 하고 있는 지역이 나왔다. 다행이 건널목이 있어서 건넜는데 고가도로(?) 위로 건너게 되어 있었다. 위에서 잠시 멈춰서서 건설 현장을 봤는데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좀 신기했던게 공사장 겉에 붙여져있는 조감도 모습이 우리나라는 세련되고 현대적인 모습의 건축물이 그려져있는데 일반적인데 여긴 근대나 근대 이전의 건축물이 그려져 있었다. 처음에는 이 나라 사람들은 그냥 기존에 있던 건물들은 그대로 쓰고 새로 짓는건 좀 현대식으로 짓는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신축건물도 건축양식을 통일해서 짓는 것이었다. 


 도시 서쪽으로 오자 아파트가 거의 없고 전원주택들이 많이 있고 사람들도 거의 다니지 않았다. 앞에 자전거 타고 가는 여자를 쭉 따라가다보니 네이션 건물이 나왔다. 나의 추측(보다는 망상)으론 음산한 분위기에 블랙메탈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염소 피를 뿌리고 십자가를 불태우고 있을줄 알았는데 그냥 멀쩡했다. 1층에서 만난 로빈의 안내를 받아 2층에서 가입절차를 밟았다. 지하엔 댄스클럽이고 윗층은 락클럽인데 락클럽 크기가 홍대에서 공연하던 곳들이랑 크기가 비슷했다. 라이브 앤 라우드나 재머스정도? 스컹크헬보다는 좀 더 크고. 댄스클럽은 그것보다 크기가 더 작아서 30명정도 수용할 수 있을거 같았다. 역시 선택을 잘했어! 난 소규모가 좋다. 로빈은 혀에 피어싱을 하지도 않았고 이마에 적십자가를 박지도 않았다. 오오.. 블랙메탈은 어디로 갔는가. 여기서도 그건 마이너인가 보다. 뭐 내일 가서 무슨 장르의 노래를 하나 봐야겠지만. -_-; 포스터만 봐선 나같은 브릿게이들이 좋아하는 브릿팝을 할거같진 않고 뭔가 메탈쪽으로 할거 같다. 

 아! 지금 생각났는데 공대 도서관 앞에서 진짜 이상한놈을 봤다. 스피커 한 조(두개가 한 조를 이루던가 조가 스피커 하나를 지칭하는건가; 아무튼;; 스피커 한 쌍?) 를 가방끈을 만들어서 등에 매고 다니는 녀석이 있었다. 무게가 얼추 20kg는 되어보였다. 내가 한국에서 쓰던 스피커보다 더 컸으니가.. -_-; Deep purple의 Smoke on the water 리프가 흘러 나왔다. 역시 유럽놈들은 뭔가 다르군;; 80년대 미국 흑형들이 어깨에 라디오 짊어지고 다니는게 생각났다. 

 등록 다 마치고 집에 오는데 햇살이 내리쬐는데 정말 따뜻했다. 여기 사람들이 왜 일광욕같은거 좋아하는지 이해가 갔다. 근데 해가 분명히 정오인데 곧 노을로 바뀔만한 위치에 있는게 아닌가. 역시나 오후 3시쯤 되니 노을이 지더니 해가 바로 떨어져버렸다. 


 돌아와선 스파게티로 점심을 대충 먹고 영화 '하얀 리본'을 봤다. 별 긴장감없이 조용히 쭉 진행되길래 이거 뭔가 해석이 필요한 영화구나 싶었는데 후반부에 1차대전 발발 소식을 전해듣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곤 영화는 정말 별 갈등구조없이 끝났는데 이거 뭐 전체주의 그런거랑 관련있나? 뭐지? 싶어서 찾아보니 전체주의가 독일을 삼키기 시작할 때의 독일인들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란다. 어른은 전체주의를 하얀 리본을 단 아이는 순수를 상징한다고 한다. 아, 그냥 어물쩍 찍어서 짐작만 하고 제대로 그 속내를 파악하지 못했으니 아직 내공이 덜 쌓였나 보다. 

 

 복도가 이렇게 밝은 곳이었다니. 처음 알았다.


 아파트엔 눈도 다 녹았다. 시내 중심부나 도시 외곽의 집들을 보다가 여길 오니 아파트가 참 없어보인다.

 밤엔 보름달도 떴다. 심지어 별도 보인다. 서울에서는 별 본 기억이 거의 없었는데 여기선 달이 떴는데도 잘 보였다. 무슨 별자리가 보일까 싶어 멍하니 쳐다보니 오리온 자리였다. 한국에서나 여기서나 별자리 뜨는건 거의 엇비슷한거 같다. 다른 점은 좀 높게 떠 있어서 시리우스가 쉽게 보인다는 점? 

 건너편 동 집안은 정말 잘 보인다. tv보는 모습, 식사하는 모습. 이야기하는 모습. 그런데 오늘 아침엔 못 볼걸 봤다. 건너편 3층사는 남자가 샤워하곤 벗은 몸 그대로 창가에 있었다. -_-; 도대체 왜; 

 여긴 정말 은은하게 산다. 가정도,은행도,학교도 모두 노란빛의 은은한 조명을 쓴다. 우리나라에선 그런 조명을 쓰는 분위기 있는 카페가 인기를 끄는데 여긴 모든 집들이 다 그렇다. 그 중에서도 별모양 조명이 정말 이쁜데 날 잡아서 하나 사서 나도 창문에 걸어놔야겠다. 



 빨래 좀 하려했더니 첫 주에는 예약이 별로 없었는데 이제 나를 포함해서 사람들이 슬슬 적응을 했는지 세탁실 예약이 꽉 찼다. 결국 아침시간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세탁실은 두개가 있고 하나의 세탁실에는 세탁기가 세대, 건조기 한대, 손빨래 할 수 있는 공간, 다리미가 있는데 혼자서 세탁기 세 대를 쓰니 기분이 이상했다. 게다가 뜨거운물이 바로바로 나온다.. 내가 살던 원룸은 아무리 뜨거운물 틀어도 찬물세탁이었는데;; 세탁기 돌려놓고 방에 와서 딴 짓 좀 하다가 다시 내려가서 세탁기가 멈추기 까지 기다리는데 창문 밖을 보니 반대편 동 2층에 남자 하나가 이리저리 밖을 쳐다봤다. 그러다가 나랑 눈이 마주쳤는데 이상하게 왠지 내가 그 사람을 몰래 훔쳐보고 있는 상황이 된거 같아 뻘쭘했다. 


 몇일간 눈이 안오고 비가 잠깐 내린 덕택에 눈이 많이 녹아있었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눈 밭 위에 자전거가 올려져있었는데 지금 보니 나름의 구역 경계도 있었다. 소공 수업 개강이 오늘이라 일찍 길을 나섰다. 

 
 이젠 학교로 가는 최적의 루트를 알아내서 멍청하게 길을 잃거나 헤매지 않게 되었다. 게다가 직선루트만 뽑아서 그냥 무작정 페달을 밟기만 하면 된다. 눈도 녹아서 미끄러지지 않는다.

 내가 사는 클로스터가튼 바로 옆에는 핸드볼 경기장이 있는데 지금 한참 남자핸드볼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를 보니 한국 대표팀은 2연패 중이라고 한다. 룬드에선 어느 나라 경기가 열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아침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썰렁했다.


 경기장 뒤쪽을 가다가 왠지 전형적인 유럽의 숲이랄까.. 뭐 그런 느낌이 나서 찍었다. 영국이 그렇게 안개가 많이 낀다는데 안개는 여기도 그에 지지않을 것이다. 가는길은 이상하게 미약한 내리막이 계속되서 정말 신났다. 하지만 조금 더 가니까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서 정말 다리에 쥐나도록 밟았다. 학교엔 이미 많은 수의 학생들이 와있었는데 과도 -_-;에서 출입증 발급받고 강의실로 갔다. 아, 여기도 이공계는 첫날부터 풀 수업이구나. 블랙박스니 화이트박스니 하는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소공스런 단어들이 넘쳐나는 Software Testing 수업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소공에서 약간 더 심화된 수업인거 같기도 하고. 나중에 확신이 든게 내가 이 수업을 듣기위한 요건을 만족하지 못해서 수강을 할 수 없다는 메일을 코디네이터에게서 받았다. 아. -_-; 가뜩이나 수강신청이 꼬였는데.. 이러다가 한국가면 한학기 더 다녀야될지도.. 

 늦은 점심은 좀 비싸게 먹었다. 다른게 아니라 빵과 스테이크 유통기한이 다 되서 그랬다.  시간감각이 부족한건지 겉면을 항상 조금씩 태워먹는다. 처음에 이곳에 와서도 하루 식비를 만원정도로 제한했는데 그러려면 하루에 약 70 SEK정도로 살아야 한다. 여기 물가를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소리.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니까 사실 한국에서도 학식에서나 3천원이하의 가격에 한 끼를 먹을 수 있지 밖에서 사먹으면 기본이 5천원은 넘어갔다. 그래서 여기서 하루 만원은 좀 어불성설인 듯 했다. 조금은 관대하게 하루에 15000원으로 늘려봤는데 ICA가서 장을 보고 난뒤 영수증을 살펴보니 주식을 유통기한때문에 좀 빨리 먹게되는 빵 대신 파스타나 스파게티로 하면 충분히 절약하며 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곳엔 정말 별의별 소스를 다 판다. 양파맛 청어 소스도 있을 정도 -_-; 그런데 이건 좀 너무 짜고, 타이 칠리소스가 그나마 가장 무난한 듯 하다. 


 후식으로 먹은 블러드 오렌지. 속이 빨간 오렌지다. 이 오렌지의 존재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했는데 처음에 먹을 때 맛이 이상해서, 여긴 설익은걸 파나.. 싶었다. 왜냐면 사과도 네덜란드산 홍옥만 좀 멀쩡하고 나머지는 완전 조그마한 걸 팔고 있었기 때문에 과일의 질이 좀 떨어지는걸 먹는가 싶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블러드 오렌지란다. 무슨 고급 마트였던가 백화점 식품코너에서 판촉행사하는 기사도 나왔는데.. 음.. 이 블러드 오렌지의 맛은 첫맛은 시고 끝맛은 쓰다. 맛없는게 특징이다. 껍질도 일반 오렌지에 비해서 안까진다. 다시는 안사먹을거다. 

 돌아오는 길에 도서관에서 책 좀 빌려올껄.. 하고 후회를 했다. 아직 개강을 안하니 이렇다하게 할 게 없다. 일하던 것도 잠시 정체중이고. 온갖 파티 초대장이 날아드는데 주말에 락클럽 파티가 있어서 가볼까 고민중인데 여기 락클럽은 어떤 곳일까. 히트맨 -_-; 에서 나오는 곳처럼 생겼을까. 한국에서 내가 공연하거나 구경하러 가던 곳이랑은 다르겠지. 왠지 블랙메탈 밴드들이 나와서 십자가 때려부수고 그럴거 같다. 생각해보니 여기가 바로 음침한 블랙메탈의 고향 아니던가. 기타 가지고 올껄! 기타 치고 싶다. 여긴 왜 동아리가 이렇게 적지. 밴드는 아예 없는거 같고. 베를린이나 런던까지 비행기로 단독 5만원에 한시간이면 가는데 주말에 정말 할거 없으면 여행을 가야겠다. 집에 박혀있는거보단 낫겠지. 개강해서 사람들 좀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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