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올라가려고 했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 아니면 해결이 안될거 같아 아침기차로 서울에 왔다. 급하게 오는바람에 놔두고 온게 한 두개가 아니라는걸 알게되었다. 아.. 이어폰을 놔두고 오다니. 옆자리에는 충주가는 내 또래 남자가 타고 있었는데 별 말 없이 열심히 자다가 내렸다. 남자가 내리고 나서 그 자리는 아리따운 여성의 것 되었다. 잠결에 자꾸 뭔가 서성이는거 같아서 눈을 떠보니 내가 통로쪽이라서 창가쪽 자신의 자리에 못들어가 헤매고 있는 것이었다. 자리를 비켜주고 다시 잠에 빠졌다가 객실 내부가 너무 더워서 깼다. 열차카페에서 바나나 우유 하나를 사오면서 그 여자를 다시 봤는데, 음! 아리따운 여성이란 말은 취소; 잠결에 헛것을 봤군; 어쨋든.. 비몽사몽 열차는 청량리를 향해 달려갔다.
 방에 도착하니 예상대로 길고긴 짐정리 작업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몇시간동안 끈 묶고 테이프로 붙이고 짐들을 한 구석에 몰아 놓으니 그 좁았던 방이 참 커보인다. 
 지난 겨울에 앞집은 2,3일 정도 집을 비웠는데 수도관이 동파되서 방에 홍수가 났었다. 그 기억때문에 내 방도 동파되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보일러를 꺼둔지 너무 오래되었고, 창문을 열고 방을 비웠기 때문에 방 온도가 처음에는 9도였는데 아직도 13도다. 
 경동화물택배가 가구를 가져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3시나 4시에 온다더니 연락이 없다. 이러다가 못보내고 가는건가. 토,일 집하를 안한다고 해서 부랴부랴 온건데. 텅 빈 방에서 어정쩡한 자세로 인터넷을 하고 있으니 또 다시 서울에 집에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정말 귀찮고 번거롭다. 짧게는 1년, 길게는 2~3년 마다 이사하는건 참 우울한 현실이다.  침대를 분해해보니 침대 프레임이 여러조각으로 나뉘는데 이걸 요금을 따로 받을지 같이 받을지 모르겠다. 근데 배송비는 얼마 줘야되는거지.
 이민가방에 컴퓨터를 넣으니 어찌어찌 들어가긴 들어갔다. 한 두달 있을것도 아니라서 가져가는건데 뭐.. 본체 케이스를 안가져가니 부피가 참 작다. 모니터만 안가져가면 그냥 손에 들고갈 정도. 머나먼 이국에서도 야상곡과 스윙을 틀어놓고 겨울추위를 피하고 싶다. 으.. 
 가방 하나에 모든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어쩔 수 없이 (뭐, 사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박스 하나는 EMS로 보내야 할 듯 하다. 음, 근데 EMS로 보내긴 참 애매한 양과 무게다. 
 앞 집인지 옆 집인지 사람들이 오가는 소리가 들리는거 보니 그 집도 이번에 방을 빼나 보다. 뭐, 나름의 세대 교체인가. 
 아, 택배 왜 안와.. ㅡㅡ; 택배 보내놓고 다시 짐정리 일을 해야한다. 오.. 방금 전화가 왔다. 드디어 오는구나. 
 기차에서 가이포크스의 불장난이 생각났다. 왜 생각났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니, 2주 전쯤에 브이 포 벤데타(아마도..)를 봤기 때문이고, 어제는 빌려놨던 조르주 르페브르의 1789년의 대공포를 마저 다 읽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아.. 내일은 아침부터 서류 처리하러 여기저기 방문해야 한다. 바쁘다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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