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넘어 잤지만 컴퓨터 알람은 6시에 맞췄다. 꿈을 꾸다가 알람소리에 깨서 휴대폰 시계를 보니 오전 6시. 여유로운 1교시 등교를 위한 완벽한 기상시간이다. 흐뭇해하며 다시 잤다. 'ㅅ'

 만약을 대비해서 맞춰놓은 휴대폰 알람 덕에 7시 20분 경에 깨서 재빨리 학교로 출발. 수업은 8시 15분 시작이지만 이미 집에서 나갈땐 7시 50분이었다. 학교 도착하니 8시 5분. 수업 들어온 사람은 나 포함 4명. 30분 있다가 한 명 더 왔다. 쉬는 시간되니까 몇 명이 집에 갔다. 나한테 프린트 주기로한 스웨덴어수업부터 전공까지, 같은 수업듣는 애도 안왔다. 사실 수업들어가는게 별로 의미가 없는게, 열심히 ppt를 읽으셔서 전혀 도움이 안된다. 

 좋은 학자와 좋은 교수님은 별개라는 생각이 여기서도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MATLAB은 지난 학기 SPM 건드린다고 깔았던거 전부인데 MATLAB 프로젝트가, 별도의 시간 할당없이 그냥 던져져서 매우 당황스런 가운데 프로젝트 설명을 간략하게 5분 정도 들었다. 매우 쉬우니까 알아서 해와..라는 간단명료한 정리.

 08년 2학기 웹 스터디 할 때가 생각난다. SQL같은거 하나도 모르는데 "만들어와!"라는 말에 어떻게든 만들긴 만들어갔다. 사실, 실력은 그 때 가장 많이 늘었는데. 이것도 듣고나면 CS나 DB처럼 MATLAB의 신이 될까.

 이공계 애들은 모두 스터디센터로 모이니까 아는 사람들을 종종 보는데, 오늘 내 뒷자리 스터디테이블에 앉은, 아는애가 섞인 그룹은 책은 펴두고 노느라 정신이 없다. 노트북으로 코미디 프로그램같은걸 보더니 급기야는 lonely island의 i just had sex까지 흘러나왔다. 올 ㅋ 

 이어폰을 집에 놔두고 와서 그냥 무시하고 공부하는데 연습 문제 좀 많이 풀다보니까 엔트로피 문제들은 손쉽게 풀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진도는 AEP를 넘어서 다음주부턴 5장 들어간다. 올 ㅋ 내일 연습시간에는 멍때리고 있겠군.

 Ehuset 2,3층은 전전전이랑 컴과가 쓰는데 성적 공시가 걸려있어서 유심히 봤다. C++랑 DB 두 과목 모두 U(미국이나 우리나라 식으론 F) 비율이 35~40%. 올 ㅋ

 우리학교가 70%까지 B고 하위 30%가 C+ 밑이니까 비율이 뭔가 엇비슷해서 재수강 대신 F를 때리는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여긴 '진짜' 절대평가[각주:1]인데 저런 결과가 나온건 참 신기했다. 그러고보니 1학년때 들은 지학1의 그레이프 교수님도 '진짜'절대평가였는데, 노느라 정신없는 새내기들은 재수강 폭격을 맞았다.

 7시까지 있으려고 했는데 5시 되면 학생들도 직장인마냥 집으로 죄다 가버리기 시작해서 너무 썰렁해 공부할 맛이 안났다. 주말에 프랑스 갔다오고난 다음부터는 7시까지 있어보도록 '노력'해봐야지. 'ㅅ' =3



 
  1. 우리학교는 절대평가라도 상대절대평가를 한다. 가령 평균이 20점이고 최고점이 30점 이런식이라면 우리나라에선 30점이 A+이지만 여기선 30점이 B 끄트머리고 나머진 죄다 F..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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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TH 건물들은 대개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양옥' 형식의 건물이 많다. 그러니까 빨간 벽돌로 쌓아올린 건물. 열람실에서 공부하다가 알게된 중대한 차이점은, 우리나라에선 건물 외벽은 빨간 벽돌이지만 내부에는 시멘트를 덧대고 벽지를 바르던가 페인트칠을 해서 벽돌이 전혀 안보이지만, 여기선 그냥 벽돌이 끝이다. 만약 해머같은 걸로 열심히[각주:1] 벽을 내려찍는다면 건물에 구멍이 쉽게 뚫릴 것이다. 


 열람실에서 공부하고 있으니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정말 장난 아니구나. 엔트로피[각주:2] 씹어먹고 AEP까지 넘어가다가 연습문제 한 번 풀어봤는데 막막하다. 정보이론이나 미디어처리나 제목이랑 전혀 상관없이 그냥 수학 과목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래, 난 각종 엔트로피 정리들 증명을 할 수 있어. 그런데 이거 뭐 어쩌라고.. 

 미디어처리는 더 답답하다. 교재가 아직 안와서 ppt를 계속 보는데 보면 볼수록 추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matlab 실습만 계속 하는게 편하겠다. 텀은 3개로 1차 텀은 다음주 마감. matlab으로 bmp 파일을 yuy?였나.. 이름은 들어봤지만 사용해본 적 없는 포맷으로 변환하는건데 처음엔 cs시간에 배운 비트맵 레이어[각주:3]가 도움이 될거 같아서 좋아했는데 그닥 상관이 없었다. 

 
 2학년 2학기 공학수학 시간이 생각났다. 1계 제차 선형 미분 방정식 배울때는 괜찮았는데 뒤에 코시-오일러 방정식으로 기계공학 응용 문제를 푸는 부분에서 머리가 텅 비었었다. 수학적인 부분만 배울땐 "이거 그래서 어디다가 사용하는데?" 라고 했는데 막상 실제 응용 문제가 나오니  손도 못대고 말았다. 그렇게 수학에 약한 내가 여기서 한 학기에 수학 비중이 큰 과목을 두 개나 수강하다니. 

 그나마 다행인건 정보이론이나 미디어처리나 결국 엔트로피나 양자화는 함께 쓰는지라 내용이 조금 겹친다는거 정도. 한국에 있었으면 정보이론은 들었어도 미디어처리는 절대 수강 안했을텐데. 이런 복잡한 생각이 얽혀있는 동안 주위를 살펴보니 여기 애들도 공부를 참 열심히 한다. 난 1시간마다 10분정도 쉬었는데 내 옆자리 애는 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는다. 

 지난 학기 밀린 학습심리학 진도 따라잡느라 기말고사 때 생물심리학 학점이 장렬히 전사[각주:4]한 걸 떠올리며 다시 집중해서 공부했다. 내일은 스웨덴어 필기시험인데 애들한테 시험장소를 물어보니 아무도 모른단다. M hus라는거 밖에.교수님은 총괄 책임자가 메일로 알려줄거라는데 메일은 오지도 않고. 뭐.. 내일 어떤 식으로든 해결이 되겠지.

 


 
  1. 좀 많이 열심히.. 손으로는 불가능할듯 [본문으로]
  2. 역학에서의 엔트로피와 정보이론에서의 엔트로피는 조금은 다른 의미인듯. 여기선 후자. [본문으로]
  3. 이제는 경험해 볼 수 없는 박명순 교수님의 CS 텀 [본문으로]
  4. 학습심리학은 기말범위가 11개챕터였나? (중간고사는 3개 챕터 -_-; 교수님이 진도조절을 실패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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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처리 연습시간이랑 스칸디나비아사회문화가 겹치는데 스칸디사문이 금요일만 수업하므로 스칸디사문을 들어갔다. 오늘 강의는 영화학 수업 세 번째 시간. 수강생은 나 포함 4명[각주:1] 위엄 ㅋㅋㅋㅋㅋ 전 ㅋ 멸 ㅋ 근데 오늘 내용은 상업영화 이야기라서 꽤 재미있게 들었다. 

 노르웨이 저 북쪽 머나먼 땅에 있는 아주 작은 마을 사람들의 삶을 다룬 다큐가 흥행에 성공했는데, 성공 이유로는 도시사람들이 누릴 수 없는 공동체적 삶의 모습이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란다. 

 역사를 소재로한 영화를 이야기하면서, 2차대전 영화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아카데미를 휩쓸은 '킹스 스피치'를 예로 들었다. 영화의 소재로 과거의 역사가 쓰이는 이유는 가치의 재생산함으로써 과거의 일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라 한다. 특히 연합군이었던 나라에서 만든 2차대전 소재 영화에선 더더욱 더 그러하고. 그래서 킹스 스피치도 언어치료라는 과정을 통해 제3제국에 맞설 수 있는 용기를 국민들에게 불어넣은 조지6세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영국이 '선'의 입장이었고 전쟁이 정당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가 흥행한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고.

 이때 영국에 온 여자애가 속된 말로 '빡쳐서' 교수님에게 태클을 걸었다. 영화가 성공한 이유는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이 바탕이 되서 불라불라 오오 어쩌고 저쩌고 나으 소중한 조지6세쨩을 모욕하지 말라능 궁시렁궁시렁

 당황한 교수님은 좋은 의견이다라는 식으로 그냥 넘겼는데, 생각해보면 조지6세가 딱히 위인으로, 영웅의 모습으로 재생산될 이유가 있나 싶다. 조지5세~조지6세 통치시기가 옆나라 아일랜드에 대한 탄압이 가장 심하던 시기였는데 레벨하트,보리밭을 흔드는 바람같은[각주:2] 영화들 보고 아일랜드사 책도 읽어본 사람이 킹스 스피치 보면 굉장히 기분이 이상할거 같다. 정작 아일랜드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한텐 그랬다. 이쪽에선 악당, 저쪽에선 영웅. 난해하다. 그 어느쪽의 당사자도 아니라서 그냥 좀 묘한 감정이 든다. 그 전날 성 패트릭 데이 파티를 즐기다 허겁지겁 온 극렬한 공화주의자 아일랜드 애가 있었다면 맥도날드 먹으면서[각주:3] 그 여자애 멱살잡았을듯; 

 쉬는시간에 일본 방사능유출 이야기를 하다가 체르노빌 이야기가 나왔는데 정작 러시아에 온 애가 체르노빌 사건을 모른다. 'ㅅ' 체르노빌 정도면 나름 유명한 사건 아니던가; 중국애가 매우매우 걱정된다고 하는데, 지금 중국에선 상점에서 물건을 사재기하고 약탈하고 난리란다. 물론 일부라곤 하지만, 아무튼 자기도 엄청 걱정된다고 하는데 적어도 나한텐 기우라고 느껴졌다. 신체에 위험이 될 정도의 피폭을 입힐 수 있는 양이 과연 중국까지 갈까? 

 스웨덴의 유명한 범죄소설을 영국에서 드라마로 만들었는데 wallender 가 바로 그것이다. 얼굴없는 살인자 편을 봤는데 CSI보단 긴장감은 떨어지지만 그림은 좀 이뻤다. 시간나면 다운받아봐야지.

 

 



 


 
  1. 총 수강생은 30명정도. [본문으로]
  2. 마이클 콜린스,아버지의 이름으로, 블러디 선데이 그 외 여러 아일랜드 근현대사 관련 영화들 이런 영화에선 영국은 악당으로 나오는데(사실 실제로 하는 짓이 악당 뺨치는 수준) 특히 1차대전 참전용사들 집단인 블랙 앤 탄스는 거의 동네 양아치만도 못한 얼간이들로 나온다. [본문으로]
  3. 맥도날드는 도날드의 아들이라는 뜻.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킨지의 아들이라는 뜻이고 오코넬이나 오도일, 오닐,오브라이언은 '이름'의 손자라는 뜻이다. 오브라이언 = 브라이언의 손자. 결론은 맥도날드는 아일랜드사람이 만든 회사.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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