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언제나 겨울일줄 알았는데 오늘 보니 잔디(?)와 꽃이 쑥쑥 자라나 개화까지 했다. 이스터 즈음부턴 스웨덴에서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겠군. 바람은 아직까진 약간은 쌀쌀한데[각주:1] 벌써 야외에서 커피 홀짝이거나 멍하니 있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도서관에서 전공과 씨름하고 있었는데, 정말 진도 안나간다. 추상적인 개념이 실제로 다가오지가 않았다. 그와중에 시간을 흐르고 흘러 오후 5시가 되니 사람들이 정말 칼같이 집에 간다. 예전엔 여기선 밤에 공부못하는 줄 알았는데, 인문계만 그렇고 공대가면 24시간 개방 지하 컴퓨터실이 있어서 하루종일 공부할 수 있다는걸 최근에 알게되었다. 역시 고..공대.

 이스터에 뭘할지 고민했는데, isle of skye를 갈지, 오스트리아를 갈지, 스톡홀름을 갈지 결정을 못했다. 그런데 isle of skye가 있는 스코틀랜드는 이스터에도 여전히 겨울일거 같은 느낌이고, 스톡홀름은 아직도 눈이 온다.. 오스트리아는 완벽한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선 여름이 다 되서 가야되는데. 아아아 어렵구나.

 어제 밤엔 영화 한편보고나서 뭔가 영화때문인지, 그냥 일이 잔뜩 뒤틀려있다는 느낌이었는데 봄 기운을 받으니 마냥 기분이 좋아졌다. 돌아오는 길에 카페 메뉴판을 살펴보니 단돈 10크로나, 우리나라 돈으로 1700원이다. 올 ㅋ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파는거랑 똑같네. 우리나라 커피값은 참 비싸긴 비싸구나. 
  1. 비도 왔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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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팅하느라 밤을 지새우고 잤음에도 불구하고 9시에 칼같이 눈을 떴지만 오후 1시 수업까지 좀 애매하다 싶어 다시 잤다.  점심 즈음엔 중도 지하 카페테리아에서 커피를 마셨다.

 LTH에서 'en kaffe[각주:1]' 하면 'fem krona[각주:2]'라는 답을 받으면서 깔끔하게 계산을 하는걸 보고 그대로 따라했었는데, 여기선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en kaffe 했더니 뭐라고 되묻는다. 하긴 전에 샐러드 달라고 하니 vad salad[각주:3]? 라고 되묻더라. 샐러드가 샐러드지 뭐 -_-; 뭔가 더 있나보네. 아무튼, 정신차리고 vad sa du[각주:4]해서 들어보니 lite eller ???[각주:5]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하.. lite는 little인데 수업시간에 참 많이도 들었던 단어다. 그럼 eller 뒤에는 큰거라는 뜻이겠네. 살펴보니 커피 잔이 작은게 있고 큰게 있었다. LTH에선 카운터에서 바로 잔을 볼 수 있지만 여기선 앞의 미묘한 장애물덕에 무슨 컵을 들고 있는지 볼 수 가 없기때문에 저런 질문을 한 것이다. liten이라고 말하고 계산을 하는데 10 크로나란다. 뭐야 이 날강도들은; LTH에선 단돈 5 크로나인데. 여기 커피는 아라비카산 고급원두를 스웨덴 장인이 한방울 한방울 한약달이듯이 만들었나;; 하지만 영어 한마디 안쓰고 스웨덴어로만 계산을 끝낸다는 점은 뿌듯했다. 하아 불법체류하다가 시민권이라도 받은 기분이야. 레인펠트도 나를 쫓아내진 못할 것이다.[각주:6] 

 수업들어가니 20명 정도의 애들이 있었다. 2주전엔 시작이 4명이었는데! 오늘은 즐거운 문학시간. 문학 교수님 수업은 토론으로 시작해서 토론으로 끝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서구식 토론수업의 결정체. 정말 끊임없이 물어보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게 만든다. 하아 -_- 이런게 인문학 수업이지. 09년 2학기 들었던 고전강독 수업 이후로 다시금 맛보는 괜찮은 수업이다. 이런 것과 달리 LTH 수업은 지루하기 짝이 없은 일방적인 강의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수업이 쭉 겹쳐서 같이 다니는 애 말로는 끔찍하단다. 퀘백에선 공대 수업도 학생들이 책을 읽어보고나서 궁금한 점을 수업시간에 끊임없이 질문하고, 이에 대해 답변하고 토론하는 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는데. 나는 러시아 억양 영어로 열심히 PPT를 읽는 노교수님의 강의나 신병교육대 교관처럼 몰아붙이는 강의를 하는 교수님이 질렸다. 차라리 연습시간 조교한테 배우는게 더 낫다. 

  문학은 그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한다는 누구나 다 아는 명제로 시작된 수업은, 노동계급 문학이 스웨덴에서 중요한 이유, 왜 영향력이 강한가로 이어지고나서 각국의 다양한 작가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만약 자신이 외국인에게 자신의 나라 사회상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작가를 소개한다면 누굴 소개하겠는가? 였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일상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는 故 박완서 작가가 가장 우리나라 사회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작가가 정답이라 느꼈다.
 
 나는 책으로 문학을 거의 읽지 않는다. 고등학교때까진 읽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스토리가 있는 한편의 이야기들은 영화나 드라마, 게임으로 접하고 책은 사회과학,역사,철학같은 딱딱한 것만 읽게 되었다. 왜 그렇게 됐는지 생각해보니까 그냥 저쪽 분야가 더 끌려서 많이 읽다보니 상대적으로 안읽게 된거 같다.

 교수님은 애들에게 질문을 던졌는데 제대로 아는 애들이 없었다. 자기나라 작가를 모르는 이유(라고 쓰고 변명)으론 '나는 문학을 전공하지 않아서 모른다'같은 궤변부터 시작해서 '우리 천조국[각주:7]은 작가의 국적따윈 보지 않습니다.'같은 미부심 돋는 것까지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수업이 잠시 진행이 안됐다. 책을 안읽나 보다. 아니, 책을 안읽어도 중고등학교 때 교과서에 나오는 몇몇 유명 작가들이 있지 않던가. 흠..

 절정은 지난 영화학 시간에 교수님께 태클을 걸었던 우락부락한[각주:8] 잉글랜드 여자애였는데 교수님이 콕 찝어서 영국의 대표작가는 누가 있니? 라고 하자 "조앤 롤링"이라고 답했다. 아... 해리포터. 맞는 말이다. 해리포터만큼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교수님은 좀 당황한듯. 아마 찰스 디킨스[각주:9]같은 답변을 원했겠지. 근데 따지고보면 해리포터가 영국의 사회상을 반영하는가? 영국은 마법이 난무하는 세계군.ㅋㅋㅋ 

 잠시 침체기 'ㅅ' 에 빠져든 수업은 수업을 절대 빠지지 않는 미국애가 샐린저[각주:10]를 언급하면서 다시 물꼬를 트게 되었다. 오, 샐린저. 내가 샐린저의 저작들을 읽은 이유는 순전히 미국의 각종 음모론에 이 사람의 소설이 연루되어있다는 것이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완전히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각주:11]

 스칸디나비아에는 범죄 소설이 발달했는데, 또 다시 wallander이야기가 나왔다. 그러고보니 얼마전 경향신문이었나? 북유럽 특집으로 북유럽 범죄 소설 소개 기사가 있었는데, 한국에도 번역판이 많이있다 한다.

 수업은 게이인지 뭔지 알 수 없는 게이같은 패션을 하고 있는 애가 자신은 외국인에게 미국 게이를 주제로 소설을 쓰는 작가들을 소개시켜주겠다고 해서 교수님과 마찰을 빗는둥[각주:12] 이래저래 요란하게 끝났다. 그와중에 나는 주위 애들이랑 곰돌이 푸우에 나오는 로빈이 게이인가 아닌가로 토론하고 있었다. -_-;

 토론식 수업이나, 어학 수업같은건 수강하는 사람이 뭔가 직접 하는게 있으니까 지루하지 않고 좋은데, 일반적인 강의식 수업은 확실히 지루하다. 얼간이 호머라면 boring을 외치고 뛰쳐나갔을텐데. 뭐, 과목 특성상 어쩔 수 없이 그런 부분이 있는거 같기도 하고.

 집에와선 어쌔신크리드 브라더후드 엔딩을 봤는데 아.. 또 떡밥만 던지고 끝났다. 다음 편이 나오는건 좋은데, 좀 확실하게 끝내줬으면 했는데.  다음주부턴 이스터까지 다시 2차 텀을 달려야한다. 그전엔 좀 쉬어둬야지. 

 


 
  1. 커피 한 잔 [본문으로]
  2. 5 크로나 [본문으로]
  3. 무슨 샐러드? [본문으로]
  4. 한국어로 그대로 직역하면 너는 뭐라 말했는가. [본문으로]
  5. 작은것 혹은 ?? [본문으로]
  6. 레인펠트는 현재 스웨덴 총리.이민제한 정책을 추진했다. [본문으로]
  7. 은 미국. [본문으로]
  8. 겉보기에도 쎄보인다. -_- [본문으로]
  9. 19세기 영국 작가. 올리버 트위스트 하면 다 알듯. 스크루지 이야기도 이 작가 작품이다. [본문으로]
  10. <호밀밭의 파수꾼> 작가. 사족으로 난 이 책을 원서로 읽었는데 욕이 매우 많이많이많이 나오는 관계로 영어로 된 욕을 많이 배우게 되었다. -_-;;;;; [본문으로]
  11. 애초에 뭔가 기대하고 읽은건 아니다. [본문으로]
  12. 교수님이 원한건 각 나라의 노동계급 소설,사회상을 반영하는 소설. 뭐 이런거였는듯.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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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에서 돌아온 후 화요일에 다시 행동과학 교수님을 만나러 갔다. 발표된 페이퍼는 뜨거운 관심속에 accepted 되었다는데, 한국이 듣보중의 듣보 취급을 받고 있는 이 머나먼 북유럽에서 한국어가 연구 주제로 쓰였다니 뿌듯했다. 외국에 나와선 사람의 정체성을 민족과 국가로 기준삼고 있었기에 그 즐거움은 더했다. 사실 교수님은 교수가 아니라 연구원이었는데, 같은 수업 듣고 프로젝트도 함께한 나이 지긋한 여성분도 연구원이었다. 포닥으로 연구원을 한다는데, 원래 포닥들도 수업을 들어야 되나? 강의 첫 주에 등록서류까지 작성하는거 봐선 정말 '수강'을 하는거 같은데. 그러고보니 시험도 쳤고 과제도 다 했다.

 아무튼 연구실은 SOL 센터 4층의 한적한 곳에 있었는데 언어학과라서 당연히 L 구역에 있을 줄 알았는데 H 구역에 있었다. 헤매면서 알게된 놀라운 사실은 여기선 포닥들에게 개인 연구실을 하나씩 제공하고 있었는데 우리학교는 교수연구실 공간도 부족한 마당이니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 아닐까 싶다. 연구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보면서 알게된건데 교수님이 스웨덴 사람이 아니라 네덜란드 사람이었다. 어쩐지 가운데 이름이 van[각주:1]이더라.

 빨래를 해야되는데 아침 7시~10분 시간만 비어있어서 예약을 했는데 오늘 포함해서 이틀 연속 실패했다. 젠장! 다행히 토요일 저녁엔 예약이 비어있어서 잽싸게 예약했다. 

 오늘은 학교가서 공부했지만 어제는 그냥 쉬었다. 밖을 보는데 놀이터에 애들이 직접 목재를 톱으로 썰어서 나무에 오두막을 만들어 논다. 처음에 왔을때 목재들이 무슨 공사하다가 놔뒀다던가, 폭설로 파괴된 건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아이들이 만들다 만 오두막이었던 것이다. 막연히 열심히 뛰어노는줄만 알았는데 스케일도 크게 노는구나.

 학교가는데 도서관 근처에서도, 집 근처에서도 아는 애들을 만났다. 반가웠다. 새내기 시절, 지하철타고 집에 가는 길이나 열람실 근처에서 우연찮게 만나는 동기들과 잠깐이나마 이야기하는게 작은 즐거움 중 하나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때 만났던 사람들 모두 내 부류는 아니었다. 결과적으론 지금은 연락도 안하지만. 그런식으로 잠깐 잠깐 보던 사람들 말고, 자주보고 공감대가 형성되어있는 친구들과는 아직도 연락하니 뭐, 아쉬움은 없다.

 끙끙대면서 연습문제를 풀었는데, 풀고나서 성취감을 느끼는거 보니 공부하는게 내 적성에 맞는거 같다. 텀 성공해도 즐겁고. 책읽어서 지식을 얻어도 즐겁고. 나쁘진 않은 특성인듯. 

 맛있는 샐러드를 만들어 먹으려고 채소를 여럿 샀는데, 처음 보니 신기한 것을 하나 샀는데 생것으로 먹기엔 향이 너무 강해서 삶아 먹었다. 구글 번역기에 검색해보니 파슬리였다. -_-; 우리나라에선 장식용으로나 쓰이는게 여기선 대량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뭐, 여기서도 가루로 만든다던가 하는 식으로 '주 재료'로 쓰이지는 않는 모양인데, 그렇게 정성들여 요리할 생각은 없어서 그냥 양배추랑 같이 열심히 먹어야겠다.

 

  

  

 
  1. 반,드,폰 같은 것은 전통적으로 귀족들에게 붙는 미들네임으로 '~의'라는 뜻이다. 지난학기 우리학교에 교환학생 온 학생 이름이 요하네스 디트리히 군터 폰 스토컴이었는데 스토컴의 요하네스라는 뜻. 물로 지금은 귀족이란게 거의 다 없어져서 그냥 형식적인 이름일 뿐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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