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와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숙소가 대영박물관 바로 옆이라서 박물관까지 2분은 걸렸나? ㅋㅋ 하지만 아침 8시 40분쯤 가니 너무 이른 시간이라서 출입도 금지되어있었다. 직원들이 이제 슬슬 출근하고 있는 시점. 9시 쯤 되니 출입이 허가됐는데 그나마도 대부분의 관이 10시부터 입장허용... 그래서 음료수 하나 뽑아들고 박물관 로비에서 수다를 떨고 10시에 다시 출발.
 


 전시품목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일일이 하나하나 보고 가는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보면서 관심가는 것들만 설명을 쭉 읽어보는 식으로 관람했다. (물론 다들 그렇게 관람하겠지만;) 여기에서 제일 인기있는 곳은 고대 이집트관,고대 그리스 로마관인데 고대 이집트관에 가면 대영박물관이 자랑하는 최고의 전시품이 있다. 바로 로제타석, 로제타 스톤이다. 로제타석은 나폴레옹 군대가 이집트 원정중이던 1790년대에 발견하였는데 십여년 뒤 알렉산드리아 조약으로 영국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 이 후 이 로제타석의 내용은 프랑스인 샹폴리옹이 해독하는데 성공했다. 내용은 대개 고대 비석들이 그렇듯이 "우리왕은 대단한 사람이다." 뭐 이런 내용. 결국에는 약탈문화재인데, 이 로제타석 전시관 바로 밖을 나가면 로제타석 미니모형을 파는 기념품 가게가 나온다. 
 "잘 보셨나요? 이것이 바로 우리 영국의 자랑 로제타석입니다. 서둘러 미니어처를 구입하세요!" 뭐 이런 느낌. 대영박물관에 있는 대다수의 문화재는 대영제국시절 장인의 손길로 한땀한땀 전세계에서 약탈해온 것이다. 결과적으론 전세계 모든 문명을 모두 한자리에 모아놓게 되었으니 관강객 입장에서 보면 좋은건지 나쁜건지 약간 애매하다.
 
 한국사람이기에 당연히 한국관을 방문했는데, 아아.. 아무도 없었다. 역시 한국은 아직 안알려진 국가. 게다가 전시중인 것도 별로 없었는데 전시관 내에 붙여진 내용에 따르면 수집가인 한국인 한 분의 기증을 통해 전시관이 마련되었다고 한다.  아니, 다른 나라에 우리나라 유물들이 많으면 안되지.. -_-; 아쉬워할 일이 아니었다. 다행이었다. 동영상이나 사진으로만 접하던 연예인은 실제로 보면 신기하듯이, 교과서에서 보던 유물들을 직접 볼때면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영국은 모든 박물관이 무료이므로 입장료는 없다. 폐관은 아마도 오후 5시.
 


 미미가 차링 크로스 가는 길 어디쯤엔가 차이나타운이 있다고 해서 같이 가보았다.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차이나타운. 의외로 규모가 작고 딱히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진 않는다. 건물자체가 유럽풍이다보니 그런듯 하다.
 


 곳곳에 중국 마사지 가게가 있는데 젊은 아가씨들이 쇼윈도우에 앉아있고 조명이 홍등인걸 봐서 도대체 이게 진짜 마사지 가게인지 매춘업소인지 확신이 안섰다. -_-; 중국 마사지 가게는 원래 등이 빨갛나. 

 그리고 재미있는건 이 차이나 타운에 한국 가게에 껴있었다는 것이다. 한국음식과 한국물품(과자나 음료수같은..)을 파는 곳인데 점심시간이었는데도 조용했다. 이왕 온김에 점심을 여기서 먹기로 했다. 가격이 무려 만원이 넘어간다. 제육덮밥을 시켰는데 맛이 짜면서도 매콤하다. 여기 가게 맛이 이상한건지 내가 한국 음식을 안먹은지 반년이 다되가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어찌됐던 간에 배는 채웠고 돈은 나갔다. 나도 미미처럼 자장면 먹을껄.
 
 미미는 전세계 대도시 어디나 차이나타운이 있다면서 자기가 살고있는 캐나다에도 차이나타운이 있다 했다. 내가 우리나라에선 인천 근처 빼고는 차이나타운이라고 할만한 곳이 없다고 하니 놀란다. 흠, 그러고보니 서울에는 왜 차이나 타운이 없을까.  덧붙여서 중국인들은 보통 영어에 성조가 들어가는데, 미미는 세련된 북미 영어를 구사해서 신기했다. 서양인들이 중국인들 영어는 칭챙총 -_-; 이라고 놀리는게 싫어서 열심히 공부했단다. 나는 내 억양을 도저히 모르겠는데 영국,미국,한국 억양이 짬뽕된 이상한 억양인듯. 
 



 런던에도 인물화 갤러리가 있다. 내셔널 포트레이트 갤러리. 에딘버러의 포트레이트 갤러리가 스코틀랜드 인물들을 다룬다면 이곳엔 당연히 잉글랜드 인물들을 다룬다. 올리버 크롬웰의 초상화는 갑옷을 입고 무장해있는 모습인데, 크롬웰이 강력한 독재자라 그렇게 표현된 줄 알았더니 그 당시 패션이었다. 그 유명한 튜더 왕가의 대표주자 헨리 8세와 여인들 그림도 있었는데 괜히 눈망울이 슬퍼보였다. 
 


 드디어 도착한 트라팔가 광장. 여기서 미미와 헤어졌다. 미미는 옥스포드로 떠났다. 왜 런던 구경을 이상한 루트로 하는지 모르겠지만,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각자의 갈 길을 갔다. 트라팔가 광장이 상상 이상으로 커서 도저히 사진 한 폭에 담을 수가 없었다. 저 너머 보이는 건물은 내셔널 갤러리인데, 미술에 조예가 없는 관계로 스킵. 내일이 윌리엄 왕자 결혼식이라 방송국에서 생중계를 하고 있었고, 곳곳에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있었다. 
 


 넬슨 기념비는 기절할 정도로 높은데, 사진은 올려다보고 찍어서 어떻게 보면 작아보인다. 하지만 무지막지하게 크다. 이순신 장군상정도겠거니 했는데 넬슨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 크기가 파르테논 신전 기둥 하나 떼놓은 듯 했다. 넬슨 제독은 트라팔가 해전에서 나폴레옹 군대를 물리치고 전사한 잉글랜드 구국의 영웅이다. 전쟁을 끝장 낸 아서 웨슬리보다 전쟁의 전환점을 만든 넬슨이 더 높게 평가받고 있는 듯 했다. 
 

 
 거대 방송국 세트. 어쩌면 나도 뉴스에 잠깐 나왔을지 모르겠다.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버킹검 궁전으로 가는 길은 이렇게 유니언잭으로 뒤덮혀 있었다. 평소에는 어떤 모습인지 모르겠지만 추측으론 결혼식이라서 장식한 듯 했다.
 


 전세계에서 결혼식을 구경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영국 연방 소속 국가 국민들로 많이 와 있었는데 스스로를 "정신나간 캐나다인"이라 지칭한 텐트로 없이 노숙하고 있는 캐나다인 일행이 인상깊었다. 밤에 추워서 어떻게 잤으려나. 호텔 가서 잤나;;
 


 곳곳에는 방송사들의 인터뷰 경쟁이 치열했다. 잠깐 구경해본 결과 인터뷰 내용은 "어떤 이유로 밖에서 이렇게 몇일 씩 기다리고 있나요?" 라는 질문에 "내일 결혼식은 아주 특별한 날이고 연합왕국의 역사와 전통이 어쩌고 저쩌고 god save the queen~" 뭐 이런 답변이 이어졌다. 나도 사진 찍었지만 저 인터뷰 하는 모습을 찍으려고 사람들이 주위에 우르르 몰려있는 것도 꽤 재미있었다.
 


 영국은 파리보다 더 정갈하고, 깨끗하고, 안정하고, 평화롭다는 인상을 주었는데, 그 이유는  유럽의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무슬림 이민자들 숫자가 적어서 그런 듯 하다. 프랑스는 약 500만명의 무슬림 이민자, 영국은 약 10만명이다. 프랑스 파리를 가보면 느끼겠지만 대다수 이민자들이 사회 하류층을 담당하고 있고, 불법체류중인 경우도 매우 많아서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현재 유럽의 우경화도 이런 원인 때문이다. 
 무슬림을 비롯한 이민자 숫자 외에도, 런던은 녹지 비율이 기가 막히게 높다. 거의 모든 구획에 스퀘어 가든이 하나씩 있고 곳곳에 거대한 파크가 있다.. 자연이 언제나 함께 하는 것이다. 넓은 공원안에 있으면 여기가 유럽에서 가장 붐빈다는 대도시 런던인지 한적한 시골 어디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다.  
 


 버킹검 궁전은 생각외로 초라했는데, 화려하지도 않고 거대하지도 않고, 뭔가 임팩트가 없어서 조금은 밍숭맹숭했다. 내일 결혼식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이곳에는 이미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몰려있어서 도저히 저 앞 성문까지 갈 수가 없어서 겨우겨우 왼쪽으로 빠져나왔다. 
 


 좀 밍숭맹숭하다. 오히려 런던 구시가지가 더 화려해 보일정도.
 


 
 버킹검 궁전 옆에는 가드(근위대) 막사가 있는데 막사에선 끊임없이 훈련이 진행되고 있었다. 처음에는 무슨 행사라도 하는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드릴 서전트가 동작이 굼뜬 병사에게 빽빽 고함을 지르는 소리였다. 

 막사 옆에는 가드 뮤지움(근위대 박물관)이 있는데 고전시대 근위대 창설 이후부터 현대까지 근위대의 모든 역사와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출입료는 학생 2 파운드. 일반인은 모르겠다. 들어가는 길에 보이는 늙은 노병의 티셔츠 뒤 문구 "우리는 연합왕국 군인들과 그 미망인들을 지지한다." 근위대 전우회 뭐 이런 단체 소속이겠지.

 영화 7월 4일생이었나 디어헌터였나.. 청춘을 바친 후에 불구가 된 몸으로 돌아온 고국에서 비겁한 전쟁에서 싸웠단 이유로 손가락질 받는 주인공을 감싸며 "우리가 국채 판매를 하지 않으면 내 전우들과 전우들 가족들은 모두 굶어죽는다."며 분노를 숨기지 못하던 어느 상이군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 박물관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모두 전사한 전우들의 가족들을 위해, 각종 기념사업 등을 위해 사용되는데, 유료 박물관치곤 매우 만족스러웠다. 처음 알게된 사실인데, 근위대는 그냥 빨간 옷 입고 왕궁만 지키던 부대가 아니라 16세기~17세기 창설당시에는 각종 전장을 누비는 전투부대였다. 자코바이트 반란,나폴레옹 전쟁,남아프리카 전쟁 등을 거쳐 이라크 전쟁까지, 전세계 전장을 모두 다 누빈 엘리트 부대였다. 또 하나 놀란 사실은 영국은 정말이지 전세계 모든 곳에서 전쟁을 벌였다는 것이다. 

 전시관 끝에는 박물관에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방명록이 있는데 여러 여행자들의 편지가 전시되어 있었다. "우리는 당신들이 자랑스럽다." 와 같은 응원의 메시지가 대부분인데 8살 꼬마아이가 쓴 편지는 꽤 귀여웠다.
 나오는 길에 금발 여자애들 세명이 2파운드 입장료 소리를 듣고 경악을 하며 나갔는데 '니들이 돈내고 들어가봐야 볼 게 없단다.'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 유명한 웨스트민스터 애비.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이다. 성당 내부는 결혼식 관계로 몇일전부터 문을 닫았고 주위는 엄청난 인파로 북적대고 있었다.
 


 도로 어느곳도 점거되지 않은 곳이 없었다. 
 


 ㅋㅋㅋ 이 사람 TV에서 생중계하는걸 봤는데 기분이 참 묘했다.
 



 웨스트민스터 근처에 있는 빅밴. 


 가까이서 보면 그렇게 정교하고 화려할 수 가 없다. 다리 위에서 한참이나 빅밴과 런던 아이를 바라보았다.  
 


 런던 아이는 정말 몇년 되지 않은 신 랜드마크인데 한 번에 천 명이 넘는 인원이 탑승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돈이 없는 관계로 당연히 패스. 
 


 런던타워 브릿지를 보기 위해서 이동했는데 여기서부터 꼬였다. 방향을 반대방향으로 간 것이다. 이때부터 전혀 계획에 없던 현대 런던의 참모습 탐방 -_-; 이 시작되었는데 처음에는 지하철 타고 가려고 반대방향으로 끝없이 갔다. 하지만 티켓 가격이 4파운드(7~8천원)이나 한다는 사실을 알곤 걸어가기로 결심. 이미 남쪽으로 엄청 내려와 있어서 숙소인 러셀스퀘어로 가려면 한참을 걸어야했다. 가는 길은 가는데만 집중하느라 사진을 찍지 않았는데, 그 많던 인파와 관광객들이 사라지고 실제 런던 시민들이 사는 공간에 들어서자 기분이 묘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같아보였다. 재래 시장이 가장 인상 깊었는데 주위의 빅토리아풍 건물들과 달리 우리나라 재래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형형색색의 천막이 조금은 향수를 자극했다. 러셀 스퀘어로 가는길은 멀고도 험해서 헤매고 또 헤맸다. 

 저녁시간이라 런던 곳곳의 PUB에서는 즉석 파티가 열리고 있었는데, 시원한 맥주 한잔 들고 pub의 사람들과 유쾌하게 수다를 떠는 런던의 직장인들이 멋져보였다. 스웨덴에서 살면서도 느끼는거지만 서양사람들은 모르는 사람과 잠깐 이야기하고 헤어지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듯 하다.
  


 뮤지컬 극장. 빌리 엘리엇은 영화로만 있는줄 알았는데 뮤지컬로도 상영되고 있었다. 돈이 없으니 역시 스킵!(계속 적으니까 왠지 슬프다.. 아아..) 가는 길에 테스코를 발견해서 허겁지겁 바게뜨를 샀다. 두개에 단돈 1파운드 할인행사! 오오오.. 교통비,숙박비를 빼고 돈을 거의지고 오지 않았기 때문에 식비를 최대한 줄여야 했다. 스코틀랜드에서 기념품 산 탓에 돈이 많이 지출된 탓도 있고, 미미랑 한인 식당가서 피같은 만원을 날린 탓도 있고. ㅠ_ㅠ 
 그냥 먹으면 심심하니까 체다 슬라이스 치즈도 하나 샀다.  

 분명 유명한 명소인데 이름을 까먹어버린 곳.
 

 스코틀랜드도 그랬고 이곳에도 그렇고, 전쟁을 많이 치룬 나라답게 곳곳에 추모비가 세워져있다. 


 현대 런던의 최첨단(?) 모습을 느낄 수 있는 옥스포드 서커스. 매우 길고 넓은 상업지구로 없는 가게가 없다. 쇼핑을 좋아한다면 절대 빼놓으면 안되는 곳이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숙소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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