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H[각주:1]에서 듣는 첫 수업을 갔다. information theory. 우리학교에선 대학원 수업인데 여기선 학부수업으로 개설되어 있다. LTH는 1월에 가보고 처음인데, 갑자기 분위기가 확 바뀌면서 남자들밖에 안보인다. 이공계 남녀성비가 엉망인건 어디나 똑같구나.

 강의실이 지하 구석에 있었는데 지하가 미로 구조라서 한참이나 헤매다가 겨우 찾아들어갔다. 들어가니 보이는 삭막한 남자들. 인원수는 50명은 넘어보여서 정말 강의 듣는 기분이었다. 인도나 파키스탄 혹은 방글라데시 출신으로 보이는 펀자브스러운 학생들이 많았다. 아 그 말로만 듣던 인도의 IT 천재들인가. 'ㅅ'  중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한 열명 가까이 있었다. 중국인이라 확신하는 이유는 일본인은 본 적이 없고 한국인은 우리학교랑만 교류를 체결했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입구에서부터 시끌시끌 떠들고 있었기 때문에. 

 내 자리 앞과 뒤 모두 중국학생들 무리가 있었는데 쉬는시간에도 얼마나 시끄러운지, 수업시간에도 소근소근거리고 중국사람 특성이 확실한 듯 싶다. '소란스럽다' 라는 느낌. 지난 학기 컴퓨터구조 시간의 중국 학생들이 '또'[각주:2] 생각났다. 남한테 피해를 줄 정도로 소리가 커서 그리 보기 좋진 않았다.

 쿼터제[각주:3]는 정말 선택과 집중의 시스템인거 같다. 게다가 LTH에선 더더욱. 7.5학점짜리 문과대 대학원수업이 주당 4시간,6시간해서 평균 5시간정도였는데 여긴 주당 8시간이다. 게다가 아침8시부터 수업한다. 이번 쿼터에 컴과 수업 두개를 듣는데 암담했다. 일찍 일어날 자신도 없는데. 고3때 생활리듬으로 돌아가야하나.

 교수님 말투가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각주:4] 미군 신병훈련소 교관같다. "어쩌고 저쩌고~~ 알겠나?!" 이런 억양. 주위를 살펴보니 자는 사람도 있고 넋 놓고 있는 사람도 있고, 열심히 필기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열심히 했는데 수업 종료 15분전 쯤 되니 집중력에 한계가 와서 그냥 시간 가기만을 기다렸다. 

 끝나곤 문과대 건물에서 친구들이랑 스웨덴어 시험준비를 했는데 일본지진 후원 모금행사가 한참 준비중이었다. 옆자리에 일본애들이 앉아서 열심히 뭔가 만들고 있는데, 일본 사람은 여기와서 처음 봤다. 그래도 있기는 있구나. 

 일본 지진은 처음에는 별거 아닌거 같았다가 점점 피해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걸보고 예사 일이 아니라는걸 깨달았다. 1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한 순간에 죽은 마을 기사를 보니 뭐라 할 말이 없어졌다. 그 와중에 우리나라 인터넷에선 열심히 키배가 한창인데 일본을 걱정하면 반민족주의자,친일파,위선자라 말하는 사람들은 참 어떤 의미에선 대단한거 같다. 인터넷 없었으면 저런 사람 볼 일도 없었을텐데. 항상 느끼지만 인터넷 덕택에 별의별 사람들을 다 보는거 같다.

 스웨덴어 시험준비는 애들이랑 열심히 하다보니,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걸 느꼈다. 특히 듣기가 참 안되는거 같다. 노래나 영화같은 매체를 통해 익숙해져야되는데, 그러지 못해서 그런거 같다. 세 시간동안 하고나니 피곤해서 해산했다. 집에와선 너무 피곤해서 쉬다가 귀국하기 전까지 어느 곳을 방문할지 확실시 해야될거 같다고 느껴서 이것저것 생각을 해보았다. 굳이 안끌리는 곳은 아예 안가는 편이 나은거 같다. 그러므로 파리라던가 프라하같은 곳은 제외. 시험 끝나고 천천히 생각해봐야겠다. 음.. 결과적으론 집에 와서 공부를 안했다.. 'ㅅ';
  1. Lunds tekniska högskola, 룬드대학교 공과대학. [본문으로]
  2. 분명히 예전 블로그 포스트에서 한 번 언급한거 같다. [본문으로]
  3. 한 학기를 두개의 쿼터로 쪼개서 한 쿼터에 2~3개 정도 수업을 몰아듣는다. 두 쿼터 수업 합치면 한 학기에 6과목해서 18학점 뭐 이런식. [본문으로]
  4. 실제로 그런지는 모름 [본문으로]

'스웨덴 유학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1년 3월 16일 수요일  (0) 2011.03.17
2011년 3월 15일 화요일  (0) 2011.03.16
2011년 3월 13일 일요일  (0) 2011.03.14
20110301 ~ 20110304  (0) 2011.03.05
2월 마지막날 일기  (0) 2011.03.0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