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간의 방학 마지막날. 뭐, 방학이나 학기중이나 딱히 다른건 없는거 같다. 어제 오늘은 요리하다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베이컨이 스웨덴어로 sid fläsk? 아닌데.. 플래스크는 탄산음료던가 -_-아무튼 직역하면 옆구리 살이다.. 돼지의 옆구리 살? 삼겹살도 그쯤 아니던가. COOP 가보니 정말 삼겹살처럼 잘라서 파는게 있었다.

 돼지고기는 기름이 흘러서 기름이 빠지는 그릴이나 판에 구워야되는데 후라이팬을 이용하면 돼지기름에 돼지고기가 튀겨지는 상황이 발생해서 한국에 있을 때 집에서는 고기먹기가 참 힘들었다. 그런데 스웨덴 내 집에는 오븐이 있다. 오븐에 그릴도 있다. OH! OH! OH!

 온도를 210도로 맞추고 삼겹살을 올리고 같이 먹을 파스타를 삶기 시작했다. 삼겹살에 파스타라.. 하아 'ㅅ' =3

 시간이 15분정도 흘렀을까? 오븐을 보니 연기가 가득하다. 문을 여는 순간 엄청난 양의 연기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울리는 화재 경보.. 아.. 망했다. 불현듯 건너집 아줌마가 테라스에서 고기굽던 장면과, 건너집 3층 아가씨 -_-; 가 현관에 쪼그리고 앉아 고기를 구워먹던 장면이 생각났다. "고기를 왜 아파트 현관앞에서 먹지 ㅋㅋ" 이랬는데.. 갑자기 스웨덴 멘토가 주최한 바베큐 파티 장면도 떠오르고... 그래! 이놈들 고기를 밖에서 구워먹었었어.. 

 화재경보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내 집에만 울리는게 아니라 전 아파트, 전 가구에 경보가 울린다는 것이다. 한국사람들처럼 스웨덴 사람들이 화재경보가 울려도 "또 고장났군 ㅋ"하면서 콧방귀나 뀌는 안전의식이 떨어지는 사람들이길 기도했다. 그런데 하나 둘 건물밖으로 튀어나가고 복도로 나오는게 아닌가.. 젠장! 남의 세탁시간에 세탁실 들어와서 무개념으로 이용하면서! 전기로 빼쓰면서! 신호등도 안지키는주제에! 왜 안전 의식은 투철한거야! ㅠ_ㅠ

 아파트 밖에 뛰어나간 사람들한테 Calm down man~ 해주고 -_-; 옆 집 무슬림애들한테 관리실 전화번호 물어서 전화번호가 있는 1층 현관까지 가려는데 같은 층 사는 애들이 우르르 튀어나와서 서로 자기가 범인인거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요리하고 있었단다. 범인이 나라고 이실직고했고 다행히 번호를 알고 있는 여자애가 관리아저씨한테 전화를 했다.

 내 옆집에는 블랙메탈에 빠져있는 중국 여자애가 살고 건너집에는 그래도 훈남(?)축에 속하는 중국남자애가 산다. 이 혼란속에서 같은 동양인을 발견한 그 남자는 나보고 "Where are you from?"이라고 물었다.  한국에서 왔다니 의외라는 듯한 반응. 
 "사실 스코틀랜드에서는 중국인이었답니다." 라고 슬쩍 귀뜸해주고 싶었다.

 한 5분 쯤 기다리니 경보가 꺼졌다. 집 안에서 그렇게 힘들게 구운 삼겹살을 먹고 있는데 관리인 아저씨가 찾아왔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좋은 저녁 보내라며 쿨하게 가신다. 경찰서 체험이라도 하게 될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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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덴 온 이후로 피부가 점점 건조해져서 처음에는 여드름이 없어져서 좋아했는데 더욱 더 건조해지더니 급기야 갑자기 각질이 많이 생기기 시작했다. 얼굴까진 아침에 로션 바르면 되니까 괜찮았는데 목으로 번지자 불안해져서 스웨덴 병원에 가기로 결심했다. 유학생 보험을 들어놨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그 유명한 북유럽 스웨덴 무상의료복지 체험을 하는 위대한 순간. 오후 4시 50분에 전화를 해보니 내일 아침 8시에 전화하란다. 꼭 '8시'라고 하는게 이상했다. 다음날 아침 8시 20분에 기상해서 전화를 하니 대기자가 20명. 스카이프 틀어두고 1시간 30분을 기다렸다. 담당자가 받아서 접수를 했는데 오늘은 환자가 많으니 내일 보잔다. 내일 오후 1시에 의사가 전화를 줄거란다.

 그리고 다음날. 1시 30분쯤 의사한테서 전화가 왔다. 스웨덴에선 1차 진료를 간호사가 한다는데, 목소리가 여자인걸 봐선 진짜 의사일가? 간호사일까? 어쨋든 통화를 했는데 3일 뒤에 오후 1시 30분에 오란다.

 스웨덴에선 1년에 총 진료비가 900크로나(15~18만원정도)를 초과할 수 없다. 그 이상 진료비는 무조건 공짜다. 근데 죽을 병이 아니면 의사보기가 힘들다. "환자가 많아서" 라는 이유로 몇일을 기다려야 되는거면 병원을 늘려야되는거 아닌가? -_-; 

 병원 방문이나 입원등으로 출근을 못하게 되도 돈은 그대로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학생은? 수업 빠지면 그 수업을 다시 해주나?; 학생은 수업 빠지는건 완전히 손해다. 근데 의사 만나는 시간도 못정한다.

 나는 내 돈 내고 내가 가고 싶은 공강시간에 동네 병원가서 빠르게 진료받고 약타서 돌아오고 싶다. 뭐, 암 걸리면 무료라는 사실이 행복하겠지만, 이런 자잘한 병은.. 글쎄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몇일 지나니 목 각질자국이 사라졌다. -_-; 스테로이드성 약물을 처방하기보다는 자연치유의 시간을 주는 천연치료방법!! 이것이 바로 스웨덴 선진 의료복지의 실체란 말인가!!. 그럴리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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