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로 헤어질때 하는 인사는 auf Wiedersehen이라고 알고 있어서 독일애한테 이야기해보니 매우 예의바른 표현이라 한다. 일상적으로 헤어질때 쓰는 말은 Tschüs. 츄스! 오 짧고 좋은데. 일본에선 짧게 쪽 하는 뽀뽀나 키스의 의성어로 츄Chu를 쓰던데. 일본 애들이 들으면 좀 웃기겠군.

 심슨의 이민자 추방 에피소드[각주:1]를 보면 호머가 스프링필드에서 이민자를 쫓아내야되는 이유로 "이민자놈들은 우리말도 제대로 못한다."라고 하는데 내가 딱 그 꼴이다. 굳이 여기선 스웨덴어 안써도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는데[각주:2] 이 나라 말 안쓰면 뭔가 미안한 맘도 들고 플로리다의 쿠바인이나 텍사스의 멕시코인[각주:3]이 된거 같은 느낌이라 되도록이면 스웨덴어로 일을 보려 한다. 이민 온건 아니지만 사는건 사는거니까. 그래도 레벨1 코스가 끝나가니 장족의 발전을 이뤄서 이제 스웨덴어로 물건사는덴 별로 문제가 없다. 사실 마트에서 장보면 말 한마디 안해도 되지만 간간히 말많은 종업원 걸리면 뭔가 질문에 답을 해야된다. 봉투 필요하냐, 영수증 필요하냐 등등. 분명히 못알아듣는 말도 섞여있지만 눈치빵으로 넘어간 것도 여러번 있었다.

 coop konsum 주말 남자알바는 심슨에 나오는 플랜더스도 아니고 인사가 헤이솜부터 이상한 주문까지 다양한데 말도 많아서 이것저것 자꾸 묻는다. 동전기계 사용할꺼냐[각주:4] 안할꺼냐 묻는데 못알아들었다가 기계 가르키면서 말하는거 보고 바로 nej 라고 해서 지폐로 계산성공. 'ㅅ' 그냥 계산해서 잔돈이나 줄것이지. 

 coop과 netto는 붙어있는데 netto의 물건가격은 정말 싸다. 오기전에 봤던 경험보고서에는 몇 크로나 차이안난다고 했는데, 1크로나가 200원정도니까 5크로나 차이나도 1000원 차이다. 엄청난 차이다. 고작 몇 크로나가 아닌 셈. 그래서 되도록이면 netto를 가려고 하는데 netto는 주말엔 열지도 않고 평일에도 오후 8시는 문을 닫아버린다. 덕분에 계란 못먹은지 몇 일 됐다. 



 마트나 버거킹, 맥도날드 같은 상점들의 야간 알바, 주말 알바, 그리고 케밥이나 피자가게 주인들은 거의 다 이민자들이다. 스웨덴에는 정치적 망명을 아낌없이 받아들이고 있어서 이민자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각주:5] 공장은 안가봤지만, 뭔가 상대적으로 힘든 일은 이민자들의 몫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뭉크의 유명한 그림 Workers on their way home의 약간은 얼빠진 느낌의 어두운 북유럽 사람은 이제 찾아보기 힘든거 같다. 

 이민자들은 주로 스웨덴의 잘 발달된 복지에 매료되어 온다. 게다가 여긴 중립국이라 전쟁위험도 없고, 범죄도 그리 많이 일어나지 않는다. 새 삶을 시작하기엔 꽤 괜찮은 곳인데 스웨덴 사람들이 이민자들을 그리 좋아하는건 아닌다. 최근에 이민자들에 의한 범죄같은 여러 사회 문제들이 생겨서 이민자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아진게 사실이라 한다. 얼마전엔 스웨덴에서 처음으로 자살폭탄테러가 일어났고 이민자 사이에서 총격전이 발생해 사람이 죽기도 했다. 이민자 범죄는 뭐.. 우리나라 외국인 노동자 범죄랑 비슷하게 생각하면 될까.

 아, 그러고보니 19세기 중엽~20세기까지 미국에서 아일랜드,이탈리아 사람들[각주:6]이 하던 역할을 요즘은 동양계나 히스패닉 사람들이 주로 하고 있는거 같다. 슈퍼,세탁소,식당 운영부터 성매매 포주[각주:7],각종 범죄 활동까지. 


 
 학교 도서관에 가보니 룬드의 역사를 담은 책이 있어 살펴보니 내가 살고있는 곳은 60~70년대 개발된 대규모 주거단지였다. 룬드 인구는 8만명을 안넘는데 스웨덴에서 10위 안에 드는 비교적 큰 도시다. 사진엔 아직 내가 사는 Nordanvag 아파트는 없다. 사람들 사진을 보니 헐.. 잉베이 맘스틴[각주:8]이 -_-; 그 당시 유행하는 머리였나 보다. 히피같진 않은데 뭐라고 해야되지.. 아.... ABBA 음반 표지 보는거 같애 'ㅅ'; 라고 했더니 ABBA가 스웨덴 그룹이었네.

 

 19세기에 출간된 책.  이렇게나 멀쩡하게 서고에 있다니. 우리 학교 도서관에 너덜너덜 곧 썩어서 사라질거 같은 책들은 80년대 책이었는데. 보관 방법의 차이 때문일까? 모르겠다.

 일본 지진으로 시끄러운 와중에 여긴 아무일이 없다. 참 평화롭다. 정말 아무 일 없다. 감싸고 도는 분위기가 그렇다. 정말 아무 일 없어 '보인다'.

 방글라데시도 한국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였고 여기 스웨덴도 전혀 다른 세계다. 그냥 다른 것이지, 우열을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방글라데시에서 짧지만 한 달간 힘들게 살아보고, 여기서도 몇 달 지내보니 그냥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고 환경이 다를 뿐이었다.
 그래서 서구세계에 사는 것에 환상을 가진 허영심 많은 일부 사람들이 우습다. 정작 뉴욕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데 드라마 영향으로 맨날 선글라스끼고 놀러다니고, 어디에서의 일상이라는 제목으로 찍은 커피빨면서 다니는 사진 올리는 그런 허영을 비웃어 주고 싶다. 여기도, 방글라데시도, 한국도 그냥 아침에 일어나면 아침먹고 회사가서 일하고 퇴근해서 자고 하는 일상의 반복인데, 한 번 주입된 편견이 가득한 이미지[각주:9]를 끝없이 재생산해내는 요즘 일부 사람들이 이상하기만 하다. 유럽에서의 삶은 모두, 항상 낭만적인가?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모두 죽어가는가[각주:10]? 뉴요커들은 죄다 브런치와 커피를 즐기며 저녁엔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데이트를 즐기나? 모두 허상이고 편견이다.

 군대가기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군필들이 "군대도 사람 사는 곳이다."라고 위로를 하곤 하는데, 나도 그냥 이야기해주고 싶다. 전세계 어디나, 사람 사는곳은 다 똑같다고. 머리 속 편견을 버리라고.

 

 

 

  1. 아마도.. 시즌8의 에피소드중 하나. [본문으로]
  2. 대다수의 스웨덴인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떠듬떠듬하는게 아니라 정말 유창하게. 이 말은 영어를 잘 못해도 기본적인 회화는 다 한다는 소리. [본문으로]
  3. 미국에 거주하면서 영어를 전혀 사용안하고 사는 이민자들. 이건 LA 한인타운에 사는 영어 못하는 한국인 이민자들도 마찬가지. [본문으로]
  4. 여기서 동전은 동전기계에 직접 넣어야한다. 지폐를 그냥 점원 주면 됨. [본문으로]
  5. 옆 도시 말뫼는 60만명이 사는데 1/3이 이민자들이다. [본문으로]
  6. 대표적인 하류층 이민자들.동부에서 범죄조직 양대산맥은 아일랜드계와 이탈리아계였다. 이탈리아는 흔히 알다시피 마피아. [본문으로]
  7. 2004년 쯤 실시된 성매매와의 전쟁의 부작용으로 성매매업소들이 미국,일본,호주 등으로 건너가 악명을 떨치고 있다. 호주에서 일본인 콜걸 부르면 한국인이 일본인인척 하면서 온다는 우스갯 소리도 있다. [본문으로]
  8.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80년대 최고 인기였다. [본문으로]
  9. 시트콤의 대학생들은 공부를 안하고 드라마 속 직장인들은 일을 안한다. 미드 속 주인공들도 주제가 직업이 아닌 이상 일을 안한다. 덕분에 뉴요커들이 나오는 여성취향 드라마를 본 사람들은 뉴요커들이 모두 그렇다고 생각하는 환상에 빠진다. 유럽같은 경우는 관광 사진만 보고 그 삶은 생각해보지 않아서 환상를 가지는게 태반. 혹은 스웨덴처럼 미디어에서 꿈의 복지국가!라고 선전하니 지상낙원이라 생각하기도 하고. [본문으로]
  10. 방글라데시 노동환경이 열악한건 사실이지만 '말도 안되게' 잘사는 사람들도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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