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일기가 아니라 주기..

 스웨덴어 수업 한 번 빠졌더니 못따라가서 애먹었다. 역시 수업은 전출하는 것이 옳은 것 같다. 한달 넘게 수업을 들으니 역시 여기서도 고정석 비슷한게 생겼는데 이상한게 내가 앉는 왼쪽 열만 사람들이 로테이션이 된다. 뭐 그래봤자 몇명 안되지만. 처음에는 유럽애들이랑 앉았는데 요즘은 계속 캐나다 미국 캐나다 미국 이런순. 


[ 여기선 수돗물,화장실 물 다 마신다. 사진은 화장실에 있는 컵. 물이 깨끗하기 때문. 우리나라 아리수도 신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대다수 사람들에게 한국은 듣보잡 나라인데 이번이 교환학생 세번째라는 양키는 한국에 대해서 조금은 알고 있었다. 심슨 이야기를 했더니 자기가 싱가폴 있었을 때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도 심슨 팬이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곤 소녀시대,브아걸,지드래곤 이야기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KPOP nerd같이 생겨먹지 않아서 어떻게 아냐고 하니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들이 어느날 자기를 부르더니 동영상을 틀어줬단다. 별로 흥미는 없는데 굿굿 이러길래 예~ 프리티~ 굿굿 이랬다는데 자기 눈에는 암만봐도 지드래곤은 ㅈ같단다. 계속 이야기를 듣자니 싱가폴 기숙사에서 문화고문이라도 당한거 같
다. 으, 그래도 싱가폴 국립대의 한국 학생들은 한국문화 알리기엔 성공은 한 듯. 긍정,부정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지만. 'ㅅ' =3
 자기 생각에는 미국에서 제일 유명한 가수는 원더걸스라고 생각한다며 노바디 노래도 안다고 했다. 뭐 누구 투어 쪼르르 따라다닌다는 기사를 봣다고 하는데 아마 조나스 브라더스 -_- 였나? 그랬던거 같은데 얘도 모르는듯. 조나스 이야기가 나와서 자연스럽게 저스틴 비버이야기를 했는데 이 게이같은 생겨먹은 녀석은 MCR만큼이나 어린애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모양이다. 


 금요일엔 이번 쿼터에 듣는 대학원 강의 실험를 위한 녹음을 했다. 내가 만든 한국어 문장 60개를 같이 교환학생 온 타 과 선배가 녹음했다. SOL 센터 지하에 있는 녹음실은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의 시설이었다. 10평 가량의 공간에 정말 무지막지하게 큰 방음재,차음재가 설치되어있어서 그 어떤 소리의 반사도 일어나지 않고, 잡음도 하나 없는 無의 세계라고 해야되나. 고급 마이크를 통해 흘러나오는 목소리의 퀄리티는 얼마나 좋은지. 
으.. 저런 곳에서 공부하면 집중도 잘되고, 기타 녹음하면 얼마나 끝내줄까. 
 스칸디나비아 사회문화 수업을 가니 섬세한 터치와 우아한 목소리의 영화학 교수님 수업의 영향인지 절반 이상이 결석했다. 뭐.. 나머지 1/4정도는 지각이었지만. 이번 수업은 극(Drama) 분야 강의의 첫 시간으로 입슨과 호..홀즈버그? 'ㅅ'; 모르겠다.. 두 사람에 대해서 배웠는데 역시나 유럽,영미권 애들은 한 번쯤은 들어봤고 그 외 출신들은 저게 누구? 이런 상황. 교수님은 아주 x 100 열의가 넘치고 학생들에게 관심이 많아서 한시간 가량은 일일이 학생들 이름을 묻고 왜 스웨덴에 오게 되었는가, 저 작가들에 대해 알고 있는가를 물어봤는데 처음에는 진지한 태도로 인터뷰에 응했길래 나도 진지하게 임했다. 스웨덴에 왜 왔냐길래 솔직히 인터넷 속도가 빨라서 왔다고 하긴 뭐해서 복지모델이 한국에서 큰 논쟁거리라고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뻔한 이야기를 했
는데 뒤에 애들부터 '실수로 왔다', '코펜하겐이랑 가까워서', '서류 하루 남기고 그냥 찍음', '블랙메탈이 좋아서'(룬드 대성당 데려가면 비명지르면서 심장마비로 사망할듯) 등등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 나도 사실 되게 어이없는 이유로 왔어.. 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교환학생을 온 이유는 다분히 우연적으로 새벽에 과 후배랑 이야기하다보니 다음학기 교환학생을 간단다.. 공부도 잘하니까 교환학생도 가네.. 와 부럽다.. 난 학점 낮으니 안될꺼야 하면서 그냥 국제처를 뒤져보니 생각외로 가기가 쉬웠다. 학점도 그냥 기준컷이고 영어점수도 기준컷이고. 학점,영어점수 순으로 줄세워서 가는줄 알았기 때문에 상당히 흥분되는 일이어서 그 날 새벽 4시 IELTS 시험을 접수했다. 교환을 가기 위해 칠 수 있는 마지막 영어시험. 이미 원서 접수 날짜가 촉박했기 때문에 토플은 선택할 수도 없었고 그나마 IELTS가 성적이 빨리 나오길래 접수했다. 시험까진 단 일주일. 그리곤 잤다.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엄청난 후회를 했다. 젠장, 교환학생 생각도 없었는데. 환불하려고 사이트 들어가보니 시험이 7일 남아서 환불불가. 그래서 돈 아까워서 시험을 쳤는데 점수가 잘나와서 기준컷을 넘기고 교환 갈때 뭘 따져야 할까 하다가 그래! 인터넷이 느리면 안되지 해서 검색해보니 스웨덴이 인터넷이 빠르다길래 스웨덴을 썼다.. 면접연습은 뭐 질문하는지 알아보니 인터넷봉사단 때처럼 안나대는게 최선인듯 해서 준비안하고 가서 그냥 이것저것 질문받고 답하고 5분만에 끝. 그리곤 1지망 합격해서 스웨덴으로.

 그래, 이자식들 다 비슷한 이유로 교환학생 온거군! 실수로! 우연찮게 말이야. 혼자서 속으로 킥킥대다가 갑자기 학교 홍보처에서 고대 홍보용 물품을 받아갔다던 학생의 이야기가 생각났는데 좀 우스웠다. 이곳에선 그 누구도 어느 학교에서 왔는지 안묻고, 관심도 없다. 그냥 어느 나라 사람인가가 중요할 뿐. 


 그러고보니 방글라데시 카파시아 사람들도 고대가 좋아서 휴대폰고리를 달라고 한 게 아니었지. 교환학생 면접 볼때는 '나대는' 사람이 없었는데 봉사단 면접땐 나대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복입고, 태권도복 입고, 가야금 들고오고 -_-; 심사위원도 부탁받아 하는거고, 심사 빨리 하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고, 길어지면 피곤한게 사람인지라 저런식의 눈에 튀려는 행동은 마이너스임이 분명한데 왜 저리 호들갑을 떨어댔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면접관들 앞에서 장구치고 상모돌리는 사람은 없었던거 같다.

 작가 소개 내용에서 졸라가 나왔는데 에밀 졸라가 아니라 그냥 졸라라길래 저게 그 졸라가 맞는지 확신이 안든 가운데 (게다가 여긴 프랑스가 아니라 북유럽이니까) 교수님이 드레퓌스 언급을 하길래 그 졸라가 그 졸라가 맞다는걸 알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졸라가 흔한 이름은 아니구나. 

 북유럽 국가의 여권신장은 오래되지 않은 이야기로 18세기 극에는 사회,가정,관습,종교가 강요하는 여성의 '바람직한 역할'에 저항하는 여성 이야기도 나왔다. 교수님 말씀이 스웨덴이 남녀평등사회라고 흔히 알려져있는데 아직도 불평등한 요소가 곳곳에 있다고 한다. 홉스봄이 집단적 정체성이 환상이라 했듯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북유럽의 모습도 상당히 환상과 거품이 섞여있는거 같다. 

 그날 밤엔 노트북이 고장났다는걸 알게 되었다. ICA에서 노트북 가방을 떨어뜨렸는데 메인보드의 배터리 담당 부분이 어떻게 되었는지 안켜졌다. 이리저리 분해해봐도 허사라서 한동안 절망했는데, 네덜란드에 lg서비스 대행업체가 있다고 한다. 아.. 니덜란데.. 그곳에 여행가면 약국에 꼭 들러야겠다.


 자기 전에 문득 든 생각이 다른 나라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잘 모르고 관심도 없듯이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다른 나라에 관심도 없고 잘 모르는건 아닌가 싶었다. 우리가 잘 안다고 자부하는 나라는 미국이나 동아시아 일부 국가정도고 그 외 국가들에 대해선 스트레오타입정도의 생각만 가지거나 아니면 아예 이름만 들어본 정도에 불과한건 아닐까.

 벨기에에서 온 애랑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둘 다 할 말이 별로 없었다. 왜냐면 나는 벨기에에 대해서 잘 모르고 걔는 한국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유럽에 jpop nerd는 많았고 kpop nerd는 거의 없으니 더더욱 더. 내가 벨기에에 대해서 아는건 뭐지? 브뤼셀? 예전에 네덜란드랑 하나였다가 분리되었다, 블리츠크릭? 또 뭐 있지. 벨기에 혁명? 나폴레옹 평전에 뭐 본거 같은데 뮈라? 네이? 네덜란드 독립전쟁? 딱히 없다. 아는거 없다고 내가 걔한테 "야 내가 게임을 하는데 니네 플랑드르 애들은 매날 반란을 일으켜. 같은 가톨릭국가인데도 말이야. 니들 16세기엔 피혁이랑 유리 세공품 팔아먹지 않았냐? 거기 지분 얻기 힘들더랑 'ㅅ' =3" 이럴순 없고. 시리아에서 이민 온 케밥가게 주인은 더 심했던게 내가 시리아에 대해서 아는 지식이 중세시대에 한정되어 있다는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미미한 역사 이야기 빼곤 문화적인 면은 하나도 몰랐다.그러고보면 남한과 북한을 구분하는 애들은 그나마 우리나라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편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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