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째 윤하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들으면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방송이 정말 재미있다. 예능 병풍이라 방송에서 방청객처럼 앉아있다가 출연료만 받고 사라지는 윤하가 라디오 진행이라니. 

 역시나 예상대로 첫방부터 막장진행 ㅋㅋ 완전 어색하고 실수하고 방송사고 계속 나고. 공중파 라디오에서 이런 방송이 흘러나온다는게 참 재미있다. 하지만 계속되면 방송에서 언급한것처럼 곧 짤릴듯.. -_-;

 작업의 마무리는 다름아닌 자료이전이다. 구 홈페이지 게시물을 신 홈페이지로 해야되는데 이전 작업자가 정말 귀신같이 소스를 망쳐놔서 크롤러[각주:1]가 안먹힌다. 아니, 게시판마다 각기 크롤러를 따로 만들어야 되는데, 저짓을 할바엔 일일이 하나하나 옮기는 편이 더 빠른거 같아 하루에 한시간~두시간씩 열심히 옮기고 있다. 글 하나 옮기는데 30초~1분정도? 옮겨야되는 글은 약 600개. 정말 무식한 방법이지만 10일정도면 끝날듯.  

 자료 옮기는데 기사 스크랩이 매우 많다. 70년대부터 현재까지 기사를 계속 쉴새없이 옮기다보니 이 화가의 성장과정이 알고싶지도 않아도 알게 된다. 화가, 특히 한국화가에 대해서 아는 바가 거의 없으니 이제 나한테 한국 최고의 화가는 이분일듯; 커리어가 70년에 시작해서 80년에 온갖 국전은 죄다 휩쓸었으니 10년만에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특정 주제로 밀고나가서 하나의 작품세계를 구축하여 이젠 전설적인 원로 화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하지만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잘 알지 못하는게 현실 아닐까. 사람들이 알만한 화가라면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올 정도의 명성은 되야 될 듯 하다. 흠.. 하긴 컴퓨터 전공이 아니라면 컴퓨터과학의 아버지 앨런 튜링이 게이[각주:2]라는걸 알긴 힘들지;;

 화가와 그 작품에 대한 평문(Critique)들도 옮기면서 살짝 봤는데, 미술은 참 어렵다. 뭐라뭐라 온갖 화려한 미사어구와 수식어는 총 동원하여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찬사는 다 모아놓은 듯한 글들이 이어지는데 그런 표현들을 쓸 만큼 이 작품들이 아름다운가? 난 모르겠다. 그 참다운 아름다움을 알기가 힘들수록 고급 쾌락이라는 그 옛날 저 멀리 섬나라 어느 철학자 선생은 그래서 셰익스피어를 열심히 읽었나 보다. 

 이에 관련된 약간 비슷한 이야기로, 예전에 사고와표현(교양국어) 시간에 배웠던 내용 중 하나가 "좋은 글이란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다." 였다. 그리고나서 어떤 글을 주고 거기에 대해 비평을 해오라는 과제를 받았는데, 그 글이 교수님에게 가장 감명을 준 작가의 글이었다. 하지만 글 내용이 어렵고 난해하여, 도대체 글의 요지도 파악할 수 없는 수준이라 어떻게 평을 써야 될지 난감했었다. 마치 저 화가의 평문에 쉽게 공감을 못하는 것처럼. 그래서 수업시간에 배운대로 '이 글은 읽는 이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글이니 좋지 않은 글이다.' 라는 논조로 장문의 글을 써내려갔는데 사실, 모든 예술이 그렇듯이 그 주 타겟이란게 있다. 따라서 내가 어리숙하여 이해하지 못한 것을 그 예술가 탓으로 돌리는 것은 좀 어리석은 짓이다. 하지만 과제는 과제니까 -_-; 시간은 없으니 그냥 그런식으로 밀어부쳐서 제출을 했다. 예상대로 수업시간에 내 이름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좋은 글의 정의에 대한 오해가 있었던거 같다면서 어쩌고 저쩌고 부연 설명이 이어졌다.[각주:3] 

 다시 작업이야기로 돌아가서,  내일부턴 작품 사진들을 옮기는데 이거 다 하고나면 전혀 의도치 않게 미술에 대한 조예가 조금은 넓어질거 같다. 아니.. 같은거 계속 보다보니 이뤄지는 그냥 세뇌일듯 -_-;


 


  
  1. cURL 이야기. [본문으로]
  2. 앨런 튜링이 살던 시대에 동성애는 불법이었기 때문에 강제로 호르몬 치료를 받아야했다. 튜링은 이를 못견디고 자살했는데 애플의 한입 배어문 사과 로고는 앨런 튜링이 자살할 때 사용한 독사과에서 따온 것이다. [본문으로]
  3. 사고와표현은 1,2 모두 A학점을 받았는데 과제를 얼마나 부실하게 했는지 특히 1학기때는 수업시간 1시간전에 해가기도 했었다. 도대체 채점기준이 뭐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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