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집중해서 공부하는 습관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는걸 인정했다. 정말 최악이다. 가장 큰 원인이 뭔지 생각해보니 마음이 조급해서 그렇다. 남은 시간은 2주도 안되고 시험범위는 많고, 한 과목은 다 잊어버린 공학수학 내용이 난무하고 있으니 자꾸 책보면서도 시계만 쳐다보게 됐다.
 근 4일째 비가 내리고 날씨가 흐렸는데 창밖을 바라보면서 사람은 왜 죽는가 -_-; 라는 참 부질없는 고민부터 성적공시란에 'U'가 딱! 하고 붙어있는걸 보게되면 어떻게 하지 하는 현실적인 고민까지 하며 시간을 보냈다. 젠장! 내 커리어는 여기서 끝이라고.

 건너편 동 6층집 개는 어김없이 테라스에 나와서 날 보는건지 어딜 보는건지 모르겠지만 심드렁한 표정으로 인생을 즐기고 있었다. 여러번 언급했지만 거의 2m는 되는 대형견들이 이 도시엔 넘쳐난다. 저걸 집 안에서 키우다니. 대단하다.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이야기를 떠올려보며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서 마음을 비우고, 진도를 계획대로 못나가더라도 그냥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생각외로 시간은 느리게 가서, 집중만 잘하면 여유있게 공부할 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느덧 이스터 브레이크 전까지 한 내용을 싹 다 봤다. 우와 -_-; 이대로 하다가  미디어처리 1점 차이로 pass 받으면 눈시울이 붉어질거라 확신한다. 
 프린트 안한 파트를 뽑으러 밤 9시에 학교에 갔다. 해가 안지기 때문에 이게 9시인지 5시인지 구분이 안갔는데, 유일한 차이점은 기온인거 같다. 해는 떠있는데 날씨가 딱 밤날씨. 쌀쌀하다. 돌아오는 길에 처음 룬드에 왔던 날들을 회상해봤다. 거의 한달간 길을 헤매고 헤매던 그 때. 얼마나 멍청한지. 이 조그마한 도시에서 길을 잃다니! 으이구 한심! 이랬는데 길을 잃었다..;; 분명히 매번 다니던 길로 갔는데. 지나가는 사람 붙잡아서 길을 물어 집으로 돌아왔다. 


 낮에는 별로 관심을 안줬던 가게 간판들이 밤에 간판 조명탓에 눈에 띄었는데 앱등이들 성지인 애플 서비스센터가 여기에도 있었다. 
 


 이건 약국. 시내 중심에 하나, 도시 남부 st lars 지역에 하나 있다. 


 제일 놀란거! 게임방.. 인터넷 까페가 아니라 대놓고 가게 이름이 'Game center'다. 들여다보니 게임에 빠져있는 사람들과 알바 -_-;도 있었다. 이건 가히 혁명적인데.
 


 치과간판. 우리나라의 그 더러운 -_- 간판 생각해보니 정말 센스 한번 인정해줘야한다. 이건 좀 사족인데, 여기 와서 우리나라 도시미관 저해 제1요소는 간판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찾아보니 다행히 서울시에서 디자인 서울 사업하면서 간판 정비에 들어가서 그나마 좀 나아졌다고 한다. 물론 아직 정화안된 동네가 더 많지만.

 이나라 문화는 오후 5시 되면 칼퇴근하는 문화[각주:1]라서 밤에 길거리를 돌아다니는건 스웨덴인 절반 이민자 절반으로 보인다. 이민자들도 스웨덴의 칼퇴근 문화가 이해가 안가는걸까.

 문화하니까 생각나는데 우리나라에 폐지줍는 노인들과, 밤마다 자전거 찾아 돌아다니는 도둑들이 여기오면 속옷 몇 벌 갈아입어야 할거다. 학교만 가도 한캔에 200원가량 돌려받을 수 있는 빈 캔들이 널려있고, 도시 전체가 자전거 밭이기 때문이다.

 난 우리나라만 유독 자전거 도둑이 설치는줄 알았는데 데이빗에게 들어본 바 캐나다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자기 삼촌이 가게 앞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물건을 사서 계산을 하고 있는데 유리 넘어 보니 도둑이 그 사이에 자전거 안장을 뽑아서 도망가고 있더란다. -_-; 

 은행에 들러 잔고를 확인해봤다. 내 관세 50만원이 돌아왔다. 하하하하하하... 심슨 시즌 13인가 14인가 마지막화가 the secret war of Lisa Simpson인데 이건 나의 secret war였다. 지난 2달간 얼마나 가슴졸이며 살아왔던가. 스웨덴은 행정업무가 얼마나 개판인지, 거기에 물류시스템은 어떻고. 따로 글을 쓰겠지만, 부당한 관세를 환급받으려면 전화 민원,방문 민원, 인터넷 민원 다 안된다. 직접 자필로 손편지를 써서 부쳐야한다. 건물이 18~19세기니까 행정 제도도 그 시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걸까. -_-;



 
 

  





 
  1. 정말 '퇴근'이 아니라 '집으로 가는것'을 의미한다. 정말 집으로 간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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