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씨실은 한국이나 여기나 공부뿐만 아니라 참 다양한 활동-_-;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E 빌딩 지하의, 지상 공간보다는 조금은 퀴퀴한 이곳에서 2차 텀을 하려 했으나, 1차 텀에 약간의 문제가 있어서 그거 고치느라 시간을 다 잡아먹고 있었다. 데이빗과 한참이나 헤매다가 결국 손을 놔버렸는데, 정말 이유를 모르겠다. 분명히 수학식을 이용해서 값을 변환하는데 -_-; 교수님 말로는 MATLAB에서 이미지 읽어들일 때 문제라는데.. imread랑 fread가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다. imread로 읽어도 이미지가 RGB 세개로 쪼개지는건 똑같은데..

 이러다간 2차도 못하고 이스터를 맞겠다는 생각에 그냥 교수님 방을 찾아갔다. 교수님 방문교수님 관계로 다른 교수님과 같은 방을 쓰고 있었는데, 정말 여긴 학교가 가정적인거 같다. 층마다 부엌과 식당이 있고 휴게실도 아주 크게 하나 씩 있다. 연수관에도 식당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ㅋㅋㅋ 저녁식사 시간만 되면 모든 연구실에서 우르르 몰려나와 요리대회를 열었을거 같다.

 아무튼, 여쭤보니 교수님도 정확히 왜 그런지는 모르는거 같고 그냥 아주 덤덤하게 자기 소스를 보여주면서[각주:1] 이렇게 해보라고 해서, 교수님 소스대로 하니 됐다. -_-; 확실히 파일 읽는 문제인거 같기도 한데, RGB YUV 변환함수 또한 교수님껄 써서 도저히 뭐가 문제였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정확히 어디가 문제였냐는 질문에 프로젝트의 교훈은 코딩실력을 향상시키는게 아니라 이미지가 인코딩,디코딩되는 과정을 직접 살펴보면서 교과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 있다는 따끔한 일침을 들었다. 으.. 이것이 선진 유럽의 교육 방식인가. 데이빗과 나는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다.[각주:2]

 잠깐 사족을 달아보자면, 여기 공대 시험은 모두다 오픈북인데, 과목에 나오는 내용들을 단순히 암기의 대상으로 꾸역꾸역 머리에 쑤셔넣는것이 아니라 새로운 창의적 사고를 위한 하나의 레퍼런스로서 바라본다는 점이 신선했다. 그런 의미에서 공학수학 시험때 공식 달달 외워야 했던건 정말.. -_-; 지금 생각해도 하하하;; 그저 웃음만 나온다.

 집으로 가는길에 애 엄마가 아이 손을 잡고 무단횡단을 감행하는 모습을 봤는데, 저렇게 어릴때부터 부모가 태연하게 무단횡단을 해대니 스웨덴 온 국민들 대다수가 신호를 무시할 수 밖에.. 부모가 모범을 보여야되는데. 뭐, 다른 유럽국가들도 신호 안지키긴 마찬가지인데 여긴 정말 심한거 같다.

 더 이상한건, 보행자는 신호를 안지키는데 자동차들은 기가막히게 신호를 잘지켜서 보행자가 양보하려고 하면 차가 오히려 당황해서 이상하게 바라본다. 예전에 96년인가 97년 쯤에 '이경규가 간다'에서 독일에 가서 횡단보도가 빨간불일때 도로에 살짝 뛰어드는 실험을 했는데 모든 차들이 칼같이 멈췄었다. 여기도 비슷한듯? 무단횡단이 흔한 이유가 차량 운전자들이 법규를 정말 잘지키니까 무서울게 없다.. 뭐 이런건가 싶기도 하고. 근데 차량 운전자들은 곧 보행자가 될 수도 있는데.. 아아.. 참 복잡한 나라다.



 뉴스를 보니 동국대랑 룬드대학교랑 교류협정을 체결해서 다음학기부터 교환학생들이 온단다. 올 ㅋ  


 조금 덧붙이자면, 이 건물은 철학과 건물인데 중간에 성 망루처럼 생긴 원형 타워가 특징이다. 여긴 저 동그란 타워 전체가 계단인데, 계속 돌아가며 돌아가는 원형계단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왜 이렇게 지었는지, 현대 건축치고는[각주:3] 너무 오래된 느낌이다.. 싶었는데 찾아보니 1500년대에 지어진 건물이란다....그러고보니 여기 대성당은 지어진지 천년이 다 되어갔었지.. 생각이 짧았다.

 
  1. 치트키;; [본문으로]
  2. 라기보다는 교수님이 코딩을 잘 못해서 그냥 연막작전 펴신듯;; [본문으로]
  3. 유럽의 건축물들은 요즘 짓는 건물들도 18~19세기 풍으로 짓는 곳이 매우 많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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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교시 수업때문에 알람을 6시에 맞춰놨다. 자기전에 분명히 끄고 다시 자겠지..라고 생각하며 누웠다. 잠이 안와서 시간을 보니 새벽3시. 그냥 포기하면서 아마 이대로 잠들었다간 늦잠잘테니, 비몽사몽으로 있는편이 낫겠다 라고 생각하며 있는데 갑자기 알림이 울렸다. -_-; 그 사이에 잠든것이다. 하지만 반사적으로 끄곤 다시 잠을 잤다.

 꿈에선 누군가와 이야기를 했는데 "지금 이 시간에?" 라는 말을 하면서 꿈에서 깼다. 시간은 7시 30분. 10시 수업일때 9시 30분에 깨면 거의 포기를 했는데 이번엔 달랐다. 식사하고 씻고 외출하기까지 20분. 7시50분에 출발해서 LTH에 도착하니 8시 5분이었다. 역시 사람은 다급해지면 큰 힘을 발휘하게 되는거 같다. 

 룬드의 지형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갈수록 높아지는데 언덕도 아니고 평지도 아니고 참 이상한 지형이다. 오늘같은 경우  중간에 쉬지도 않고 페달을 밟았는데, 천문학과 건물 지날때 쯤엔 다리가 부서지는줄 알았다.

 수업은 미디어처리. 상트 페테르부르크 대학교에서 온 방문교수님이 가르치시는데 렁글리시 작렬.. 게다가 푸리에 변환이 불꽃처럼 뿜어내는데 공수1만 들은 나는 멍하게 있었다. 쉬는시간에 같이 수업듣는 애랑 이런저런 이야기하는데 칼마른 네이션에서 일한다고 한다. 나도 블레킹스카[각주:1]에 무비나이트 워킹 조인을 했는데 연락이 없다. 'ㅅ' 수업끝나고 집에 같이 가자는데 도서관가야된다고 쿨하게 "vi ses"를 외쳐주고 도서관 직행.
 


 문돌문돌열매 먹는 중도나 SOL 센터와는 다르게 LTH 학습센터는 참 이공계스럽다. 1인 열람실보다는 그룹스터디(주로 텀을 하니까..)위주의 자리 구성과 식사, 회의,공부,잡담 모든 것이 한 곳에서 이뤄지는게 참 낯설면서도 이공계스러웠다. 노트북도 요란하게 치장하고 있고. 노트북 치장하면 나도 뒤지지 않는데.[각주:2]

 
 책값이 너무 비싸서 pdf파일 인터넷에 구해 인쇄했다. 여기선 자동으로 양면인쇄를 해주기 때문에 프린트비가 한국의 절반이다. 하지만 환율을 생각해보면 장당 30원~40워정도? 여기 카페에서 점심을 먹어야될거 같은 기분이 들어서 메뉴판을 보고 전혀 모르는 음식을 주문했더니 전혀 모르는 음식이 나왔다. 고기다진거에 치즈를 올린 음식인데 맛은 토핑이 과한 피자맛이라고 해야되나. 


 점심먹고 천문학과 구경을 갔는데 들어가니 세미나인지 컨퍼런스인지 무슨 행사를 하고 있었다. 왠지 뻘쭘해서 건물 한바퀴 돌고 나왔다. 바람이 얼마나 부는지, 온도는 괜찮은데 바람이 분다. 한국은 눈이 온단다. 오스트리아 애가 한국엔 3월에도 눈온다는 이야기에 눈이 휘둥그레지던데, 말하고나서 좀 잘못말했나 싶었는데 오늘 한국에 눈이 왔으니 다행(?)이었다.
 

 공부를 해보고, 기출 문제를 보니 이거 진짜 매일매일 공부안하다간 F 띄우고 장렬히 전사할 거 같다는 느낌이 왔다. 문과 과목 들었으면 룰루랄라 여유부렸겠지만 이공계니까 그저 다른 나라 이야기. 스웨덴어 수업 들을때 애들한테 주말에 뭐했냐고 물으면 죄다 "과제했다","프로젝트 했다."라고 답하던게 떠오른다.[각주:3]
 저녁에 집에오려는데 내일이 성 패트릭 데이라는걸 깨달았다. 미국애들이 녹색옷 입고 술마시는것도 좀 이상한데 왜 여기서 축일행사를 하지. 아는 애가 조인하랬는데 녹색의상이 없고 'ㅅ' 별로 안 땡겨서 그냥 집에 왔다. 오랜만에 네톤으로 다중채팅 좀 하고 라스도 보고 프랑스 여행계획도 짰다.  과감히 파리를 버렸다. 프랑스 여행의 컨셉은 에밀리오 알바레스되기. 내일 퀘벡애한테 불어 좀 물어봐야지. 



  1. 였나 벨킨스카였나 [본문으로]
  2. 여러가지 의미에서 'ㅅ' =3 [본문으로]
  3. 분반이 이공계 분반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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