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교환학생 생활 심판의 날은 28일이었는데 미디어처리 교수님의 따스한 배려로 6월 1일로 연기됐다. 그래서 내일 정보이론 시험보고 1일날 미디어처리 시험보면 시험 끝. 

 우리학교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다수 학교들이 절대평가를 해도 절대평가가 진짜 절대평가가 아니라 절대상대평가를 한다. 그러니까 대충 점수 분포를 보고 어느선에서 성적 컷을 임의로 정하는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스웨덴에선 그렇지 않고 진짜 절대 평가를 실시한다.

 내가 들었던 인지과학 대학원 수업은 25점 만점에 12점 이상부터 G(Pass)고 20점이었던가.. 아마 그쯤 넘으면 VG(Pass with distinction)였다. 12점 미만은 U(Fail). 이공계 학부시험은 50점 만점에 20~29점 3, 30~39점 4, 40~50점 5 이렇게 성적을 매기는데 3이 G고 4,5는 VG를 세분화 한거라고 보면 될거 같다. 공대 시험은 한 문제 10점 배점으로 총 5문제가 나오니까 2문제만 맞춰도 Pass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기출문제가 제공되고, 연습문제나 예제랑 거의 똑같이 나온다. 게다가 오픈북이다!! 그럼 전부다 패스겠네.. 라고 생각하는게 일반적이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왜냐면 연습문제 자체가 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도저히 솔루션을 봐도 "이게 뭔 소리야.." 라고 멍때리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곳 학생들의 평균 Pass율이 70%정도 되는데 절대평가인데 이정도면 정말 환상적인 비율이다. 우리나라 상대평가에서 B이상이 70%니까 뭐 엇비슷한듯.

 기출 문제까지 쫙 풀고나니 뭔가 10%가량 부족한거 같은데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공부가 안됐다. 미디어처리도 해야되는데 결국 GG.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니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유투브에서 뭐 링크따라 가다가 영드 레벨하트가 업로드되어 있다는걸 알게 됐다. 그토록 찾았는데 여기 있었구나. 레벨하트는 아일랜드 독립전쟁을 다룬 BBC 드라마인데 중학교때 케이블에서 봤었다. 

 고등학교땐 무슨 계기였는지 모르겠는데 아일랜드 공화주의와 민족주의에 빠져있었다. 학교 도서관에 아일랜드 근현대사 책 비치시키려고 얼마나 로비를 했는데.. ㅋㅋ 결국 '슬픈 아일랜드'라는 책을 학교 도서관에 비치시키는데 성공했는데 책이 좀 낚시성이 강해서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유투브에서 각종 정치,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영상을 보면 항상 사람들이 댓글 전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러 그리스-터키 라던가, 아일랜드나 ETA, PLO같은걸 찾아보는데 재미있다. '브레이브하트'[각주:1] 관련 영상 밑엔 스코티쉬랑 잉글리쉬가 죽어라고 싸우고 있고 '패트리어트'[각주:2] 영상을 보면 영국애들이랑 미국애들이랑 치고박고 난리다. 멜 깁슨은 분쟁영화 전문인가[각주:3];; 스웨덴이랑 덴마크가 치고박던 시절 자료 찾아보면 또 서로 물어뜯고 난리. 역시 이웃끼리 한 번도 안싸워본 나라는 거의 없는거 같다. 

 결국 오전에 공부 잠깐 하고 아무것도 안했다. 야호. 오픈북에 시험시간이 5시간이니까 부족한건 시험시간에 공부해볼까. ㅋㅋㅋ 거의 2주동안 시험공부한다고 죽어나가고 있는데 교양만 수강하는 다른 교환학생들이 뭔가 부럽기도 하다. 여기서 만난 애들한테 주말에 뭐했냐고 물어보면 항상 돌아오는 대답이 텀프로젝트 했단다. 아 이공계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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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부턴 일기가 아닌 그냥 잡담

 돌아간다니까 뭔가 불안하면서(좀 많이;;) 홀가분한데, 이 맛있는 스웨덴 godis(초콜릿이나 사탕같은 단것) 들을 못먹는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돌아갈 때 좀 많이 사가야지. 아이스크림도 진짜 맛있는데. 하나씩 사면 비싸기 때문에 대량으로 판매하는것만 사서 먹는데 한국에선 맛볼 수 없는 오묘한 맛을 가진 것들이 많다. 

 요새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 모집하는 시즌인데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우리학교에서 설명회를 열심히 하고 있다. 경쟁률 올라가는 소리가 이억만리 떨어진 이곳까지 들려오는거 같다. 봉사단 되기가 지금 생각하면 생각보다는 쉬운거 같기도 하다. 왜냐면 '이상한' 지원자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지원동기란에 '방학에 집에서 놀지말라고 엄마가 가래서 지원하게 됐다.' 라고 쓴 사람이 한둘이 아니란다. 그래서 서류는 적당히 90년대식 한국 민족주의 냄새나는 문구들을 섞어가며 애국심에 뜨거운 눈물을 콸콸 흐르게 쓰면되지 않을까.(물론 '적절히' 써야된다.)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 면접 팁이라면 '나대지마라' 라는 한마디로 축약할 수 있을거 같다. 면접보러오는데 태권도복입고 한복입고 가야금들고 꽹과리 북치고 면접관 앞에서 상모돌리는 사람들 진짜 빵 터진다. ㅋㅋㅋ 정장입고 가는것도 좀 웃긴거 같고. 그냥 단정하게만 입고가서 조리있게 말만 잘하면 되는데 말이다. 그 외 요소는 그냥 눈요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거 같다. 


  
  1. 스코틀랜드 독립전쟁을 다룬 영화 [본문으로]
  2. 미국 독립전쟁을 다룬 영화. [본문으로]
  3. 브레이브하트, 패트리어트 모두 멜 깁슨이 만들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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