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가장한 5월 28일 토요일 이야기. 아침에 정보이론 시험을 치러 갔다. 마음을 비우고 전날 저녁에 공부를 안했는데, 뭔가 초조해서 그런것도 있고 기출문제 풀어보니까 할만한거 같아서[각주:1] 그냥 놀았다.

 거의 모든 공대 시험은 MA 빌딩에서 치뤄지는데 건물 전체가 시험장이다. 그러니까 들어가면 시험용 책상이 끝없이 펼쳐진 거대한 광장이다. 이곳에서 동시에 여러과목의 시험이 진행된다. MA 빌딩은 M huset Appendix였나? 부속 건물같은건데, M huset 옆에 붙어있다. 별관정도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미군 신병훈련소 교관같은 교수님의 얼굴을 보곤 다가가서 시험보러 왔다고 해서 자리에 앉았다. 이름을 쓰고 출석부를 기입하고 ID검사를 한 후 시험을 치루기 시작했다. 
 시험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총 5시간이다. 스웨덴어 배울 때 친하게 지내던 양키랑 시험시간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미국도 5시간이나 되는 시험시간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경우인거 같다. 걔 말로는 스웨덴 시험제도는 Amazing하다고 했는데, 그 '놀라운' 경우를 드디어 맞이하게 된 것이다.

 계산기가 허용되는데 계산기가 없는 관계로 손계산을 했다. 바이너리 로그를 외우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로그표를 보고 log2~log10까지 적어갔다. 그리고 문제 풀이 시작.
 1번을 보는데 숨이 턱 막혔다. 원래 1번 문제는 그냥 점수 주려고 엔트로피 구하는 문제가 나오는데 갑자기 미지수 K가 등장하면서 문제가 꼬여있었다. 
 방정식을 이용하면 K를 쉽게 구할 수 있어서 그 다음부턴 수월하게 풀 수 있었다. 하지만 계산기가 없어서 계산 실수를 할까봐 너무 걱정이 됐다. 고등학교 때 수능공부할 때 항상 계산 실수가 문제였는데 결국 수능에서도 계산 실수로 4점짜리를 날려버렸다. 
 이번엔 분수꼴과 로그를 모두 0.xx 꼴로 표현해야되서 끝없는 곱셈의 연속이 이어졌고, 그 덕에 더욱 더 긴장될 수 밖에 없었다. 

 1번 문제를 헤치우고 2번으로 넘어가니 허프만코드문제였다. 역시나 이것도 꼬아놔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1번은 안그랬는데 2번문제부터 답안지를 많이 사용하게 됐는데 결과적으론 4문제 푸는데 13장을 썼다. 3번 문제는 channel capacity, 4번 문제는 가우시안 함수를 이용한 typical sequence 증명 문제였다. 아, differential entropy도 섞여있고. 5번 문제는 문제의 사이즈만 보고 그냥 포기했다. 만약에 내가 푼 4문제가 모두 정답이면 40점을 얻고, optional home exercise로 얻은 1점을 얻어서 41점. 그럼 내 학점은 5(VG,A+)가 된다. 

 시험이 끝날 때 보니, 나도 몰랐는데 3시간 30분이나 지나있었다. 괜히 5시간 준게 아니구나 싶었다. 답안지를 제출하고 나오는데 햇살이 얼마나 따사로운지. 토요일 오전의 나른한 봄기운이 가슴을 설레게 했다..면 좋았겠지만 햇살은 따사로운데 바람이 너무 불어서 좀 추웠다. 

 아무튼, 집에 오는 길에 마을 광장에 보니 지난주에 했던 스웨덴 룬드 문화 한마당 -_-; 행사가 아직도 끝이 안났는지, 각국 요리 부스가 아직도 있었다. 내려서 살펴보니 신기한걸 많이 판다. 

 


 독일 부스는 소시지 구이같은 걸 팔았는데 그냥 스킵하고 이탈리아 부스로 갔다. 여기에는 술인지 기름인지, 저 사진 속 병에 들어있는 액체의 원료가 되는 과일(일까?)을 진열해놨는데, 도대체 뭔지 모르니까 애석하기만 했다. 
 


 이탈리아 치즈도 같이 팔고 있었는데, 마트에서 파는 치즈와 비교하면 뭔가 외관이 거무티티하면서 더 발효가 된게 뭔가 더 비리면서 쫀득할거 같았다. 치즈 가격은 한덩이에 1만원이 넘어가기 때문에 거의 사먹질 못했고, 이번에도 역시 스킵.
 


 영국 과자 부스. 멀리서 지나갈때 영국 유니어잭을 봤을 때 영국 음식이란게 없는데 도대체 뭘 판다는건가 궁금했는데 역시나 음식이 아니라 과자였다. 과자라기 보다는 초콜릿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한데, 먹어보면 또 초콜릿은 아니다. 그냥 영어 단어 그대로 Sweets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거의 30종류가 되는 Sweets들이 진열되어있어서 도저히 안살 수가 없었다. 

 주워담으면서 저 위쪽 동네 어딘가에서 교환학생 생활하고 있는 다른 한국 여자애가 이걸 봤으면 블로그에 뭐라 썼을 지를 상상해보니 그 요란함에 몸서리가 쳐졌다.
 


 집에 가져와서 찍은 Sweets들. 맛있다! 정말 맛있다! 단점은 좀 흐물흐물해서 식감이 별로라는점.


 뭔가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가 있는데 어찌 학부모로 보이는 사람들만 우글거리길래 무대에 쓰여있는 글씨를 읽어보니 뒤에 skolan이라 적혀있었다. 학교라는 뜻. 그렇다면 학예회 발표겠구나! 라고 추측하고 광장을 돌아보니 역시나 악기를 들고 있는 초등학생들이 여기저기 있었다. 



 나중에 지역신문 기사를 찾아보니 학예회(?)가 맞았다. 악기도 연주하고 춤도 추고 그랬단다. 사진은 신문사에서 퍼온 그 날 축제 이미지. 제대로 엘프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듯.
 여담으로, 영국을 가보고 느낀건데 북유럽인들은 인종적 특성인지 식문화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참 말랐다. 비만인구를 찾아보기가 정말 힘들다. 남자나 여자나 모두 키가 크고 늘씬해서 스키니진을 입고 가는걸 보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영국에 가면 남자고 여자고 갑자기 덩치가 불어나더니 비만인구가 급증하는데, 정말 서양사람 비만은 스케일이 다른거 같다. 몸무게가 거의 200kg는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돌아다니는데, 영국에 유독 그런 사람들이 많았다. 왜 그렇지? 왜일까? 도대체 왜. 

  


  1. 어차피 우리학교에서 교환학생 학점 인정받으면 평점계산에는 안들어가기 때문에 Pass만 받으면 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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