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에 있던 돈도 모두 한국으로 송금하고 집 청소도 했다. 주방 청소하는데만 몇 시간이 걸렸다. 여름이라 그런지 슬슬 덥다는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 3일. 아니, 7일 아침에 떠나니까 이틀 남았다. 오후엔 자전거로 룬드를 목적지 없이 떠돌아 다녔다. 사람들이 모두 휴가를 가서 대광장(Stortorget)을 벗어나면 아무도 없었다. 특히 학교에는 그 누구도 없었다. 돌아가게되면 한동안 멍하게 있을거 같아서 미리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웨덴에 살면서 보고,듣고,느낀 것들 중 기록할만하다고 판단되는 것들을 적는다.
이 글에서는 교환학생 생활을 배재한 오직 스웨덴 그 자체에 대해서만 적는다.

 당연한게 당연한 나라

  한국에서 살면서 당연한게 당연하지 않은 경우를 종종 본다. 대표적인게 집이다. 내가 살고있는 스웨덴의 이 아파트는 방음이 정말 잘된다. 문이나 창문을 닫으면 문과 벽이 '흡착'된다는 느낌이다. 이 공간 안에 있으면 밖에서 아무리 큰 소리가 나도 웅얼웅얼거리는 정도다. 게다가 샤워기에서 뜨거운 물이 나온다. 그리고 배수구로 물이 빠지고 화장실에 물이 고이지 않는다. 집 벽면 어느 곳을 둘러봐도 자로 잰듯이 정확하게 시공되어있고 마감도 철저하게 되어있다. 그 어떤 틈도 없다.  

 내가 살던 원룸들에선 방음이 안됐다. 처음 살았던 집은 음악을 틀고 1층에 내려가면 3층 내 방의 음악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모든 창문을 닫았는데 어디서 들어오는건지 모기들이 끊임없이 나타났다. 그래서 집 안에 방충망을 치고 잠을 잤다. 
 두번째 집은 방음이 안되서 아예 내가 방음재료를 사서 공사를 했다. 하지만 이집은 뜨거운 물이 안나왔다. 겨울이 되면 보일러가 데운 물이 겨울의 혹독한 추위 때문인지 미지근한 물로 바꿔나왔다. 그리고 보일러의 열때문에 방 벽지와 천장 벽지가 부풀어올라 떨어지고 화장실엔 배수구쪽으로 높이 낮아져야되는데 역으로 오히려 높아져서 물이 항상 고여있었고 그곳에서 파리유충이 기생했다. 밖에선 바퀴벌레가 들어왔다.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건 분명히 뭔가 잘못됐다. 주거환경에서 기본적으로 당연하게 지켜져야할 것들이 안지켜지고 있다. 

 두 번째로 세금 문제다. 증세없는 무상복지를 실현하고 북유럽 복지를 한국에 도입하겠다는 모 정당 대표의 기사를 보면서 참으로 가슴이 답답했다. 어쩜 이리도 현실을 모르고 있을까. 
 복지를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돈은 여러 경로로 벌 수 있지만 국가가 가장 크게 기대는건 세금이다. 스웨덴 사람들은 번 돈의 절반이상을 세금으로 낸다. 세금을 낸 대가를 각종 복지 혜택으로 돌려받기 때문이다. 스웨덴어 교과서의 가장 충격적인 예문은 이것이었다.

"당신의 직업은 무엇인가요?"
"제 직업은 연금수혜자입니다." 

 직업이 연금수혜자란다. 연금수혜자가 직업이 될 수도 있는 나라가 스웨덴이다. 이 나라 사람들은 번 돈을 정직하게 신고해서 세금을 납부한다. 그 돈으로 국가는 살림을 꾸려간다.
 초등학교 2학년때 읽었던 만화일기 시리즈 중 하나의 내용이 생각난다. 아줌마들끼리 대화하는 내용이었는데 "어머~ 요즘은 소득의 20%정도는 신고안하는게 보통이라고요. 의사나 변호사들 다 그렇게 해요. 호호. 괜히 나만 손해보고 살 순 없잖아요." 라고 말이다. 9살이었던 나는 이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에서야 깨닫게 되었다.

 동대문의 옷가게나 용산의 전자제품 판매장엔 현금가/카드가가 따로 있다. 재미있는 현상이다. 상인들은 고객들에게 "나는 탈세해서 좋고, 너는 싸게 구매해서 좋고. 어때? 거래하지 않겠나?" 라고 유혹한다. 장기적으로 나라를 병들게한다는건 개의치 않고 누이좋고 매부좋다는 논리로 거래가 이뤄진다. 그리고 탈세를 감행한다.
 월급쟁이들은 탈세를 할 수 없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소득신고를 누락시켜서 얼마든지 탈세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정직하게 소득신고를 하면 바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너도나도 탈세를 하려하고, 학교 근처 식당에선 카드를 거부하는 상인과 학생이 실랑이를 벌인다. 이 현실을 알게됐을 때 참 많이 낙담했다.

 얼마전에 모 연예인이 트위터에 '바보같은' 질문을 하나 올렸다.
"회사 수입도 제 이름으로 잡혀서 소득신고가 되고 있는데 따로 신고해야되는거 아닌가요?" 라고. 이 회사 사장은 천재다. 법인세를 탈세하려고 소속 연예인의 개인소득세로 회사 수입을 돌려버린 것이다. 그런데 소속 연예인이 "우리회사 법인세 탈세해요!"라고 트윗을 해버렸으니 사장 얼굴색은 안봐도 뻔하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선 번 만큼 정직하게 신고를 하고 세금을 납부하는 '당연한' 일이 당연하지 않게 되어있다. 

 스웨덴에도 당연히 세금을 내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돈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 10억을 버는데 5억을 세금으로 내라니! 누가 그러고 싶겠는가. 게다가 2007년에 폐지되었지만 그 전까지 있었던 부유세(Wealth tax)[각주:1]도 큰 부담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외국으로 떠났다. 꿀맛같은 미국식 자본주의를 찾아 떠났다. 스위스 취리히는 유럽을 무대로 하는 그들에게 가장 적합한 장소였다. 이들의 행동에 포인트는, 그들은 법인세를 어떻게 하면 안낼까, 어떻게 하면 소득신고를 덜 할까..하고 머리를 굴리지 않고, 그냥 나라를 떠났다는 것이다.[각주:2]

 수평적 문화

 
문과대 연구원(포닥), 박사과정 학생들과 점심식사를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곳의 연구 여건에 감탄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에게 개인 연구실을 제공하고 박사 과정 학생들도 2인 1실을 사용한다. [각주:3]게다가 자녀가 있는 학생들을 위해 건물 지하엔 모유수유실과 아기놀이방도 있다. 연구원들은 포닥임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런 연봉을 받고 일한다. 이런 '물질적' 여건보다 나를 가장 놀라게 한건 수평적 문화였다. 우리나라, 미국, 그리고 유럽 몇몇 나라들.. 아니 그냥 전세계 대다수 나라라고 하자. 대다수 나라에선 교수의 권위가 하늘을 찌른다[각주:4]. 하지만 여기선 그렇지 않다.
 대다수 나라들에서 대학원이 장인-도제식 문화[각주:5]가 자리잡고 있다면 이곳에선 서로를 '동료'로 의식한다. 그 누구도 우리나라처럼 지도학생의 논문을 훔쳐서 학회에 먼저 발표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연구비를 사적으로 횡령하지 않는다.[각주:6] 이곳에서 수업을 듣고 공부하면서 교수님께 궁금한걸 질문하러 서슴없이 찾아갔다. 교수님들은 언제나 친절하게 답해주셨고 열람실에서 공부하다가 하루에 5,6번씩 찾아가도 싫은 내색 하나 하지 않았다. 그게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남녀관계도 수평적이다. 예전에 네이션 까페[각주:7]에서 만난 여자애와 데이트 비용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한국에선 남자가 데이트 비용을 여자보다 더 많이 내야된다거나, 결혼할 때 집은 남자가 해와야된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라고 했더니[각주:8]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서로가 서로의 몫을 내는건 당연한건데 그러지 않으면서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모순은 선뜻 이해하기 힘든가 보다. 

 이곳 여자들은 씩씩하다. 나는 여자니까 이런건 못해, 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파티에서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이 되려고 노력은 하지만, 여성이 가지고 있는 전통적 정체성을 거부한다. 남자나 여자나 다 같은 사람이라는 사고방식이다. 

 경쟁보다는 협력

 
수평적 문화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이곳의 교육제도를 빼놓을 수 없다. 이곳 대학에선같이 수강하는 학생들이 내 경쟁상대가 아니다. 협력하고 함께 토의해야할 동료들이다. 왜냐하면 절대평가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절대평가는 상대절대평가인데, 이곳에선 그렇지 않고 모두가 A+을 받을수도, 모두가 F를 받을 수도 있다. 

 
학점체계가 P/F이다. 실패한 자에게 다시 기회를 주지 않는 우리나라와 달리 이곳에선 낙제하면 한 달이나 두 달 후 재시험의 기회를 준다. 
 
 학점이 P/F이므로 당연히 텀 프로젝트나 팀플, 과제도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이곳에선 프로젝트나 과제를 반드시 해내야한다. 못하면 F이다. 우리는 과제나 프로젝트가 어렵다 싶으면 그냥 포기하거나 미완성인채로 제출하지만 이곳에선 그렇게 하면 낙제를 면할 수 가 없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조교나 교수님이 정말 끊임없이, 될 때까지 조언해주고 피드백을 해주기 때문이다[각주:9]. 단순히 학점을 주고 마는 것이 아니라, 실제 과제나 프로젝트를 통해 해당 교과목의 지식을 머리속에 제대로 집어넣을 수 있도록 멘토링을 해주는 것이다. 
 
 이는 초중고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런 교육환경속에 성장한 사람이 나중에 사회에 나갔을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주어진 시간과 여가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

 일기에서도 여러번 언급했지만 이곳 사람들은 시간에 철저하다. 하루 근로시간 8시간의 원칙. 노동 여건이 좋은 나라니까 뭐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이걸 학생들도 지킨다. 오후 5시가 되면 학생들은 칼같이 집으로 간다. 오후 5시까지 페이스북을 하고 놀았던 공부에 열중했던, 어쨋든 5시가 되면 짐싸고 집에 간다. 물론 다 그런건 아니다. 밤늦게 까페나 집에서 공부하는 사람도 있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나는 표본의 대표값이라 할 수 있는 평균, 최빈값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주말에는 친구들과 가족들과 밖으로 간다. 캠핑트레일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밖에서 고기도 구워먹고 낚시도 하고 트래킹도 한다. 파티를 열어 이웃들과 담소를 나누고, 젊은이들은 클럽에 가서 그들만의 파티를 즐기기도 한다. 그리고 주말이 끝나면 다시 칼같이 일에 복귀한다. 

 직장과 가정, 평일과 주말이 혼재되어있는 우리와는 다른 생활이다.

 스웨덴의 고민

 
겉보기엔 문제없는 지상낙원으로 보인다. 노숙자,거지도 없고[각주:10] 사람들은 돈 욕심을 크게 내는것도 아니고 사회가 경쟁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대학 진학률은 절반도 안되고[각주:11] 국가는 국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국민들은 성실히 일한다. 정치적 의사표현도 확실히 한다. 

 하지만 뉴스를 보면 스웨덴의 고민이 한 눈에 보인다. 현재 스웨덴의 가장 큰 고민은 유럽 통합이후의 자리잡기다. 유럽이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통합된 이후 어느 한 나라가 문제를 일으키면 그 영향을 피할 수가 없게 됐다. 유럽 경제가 불황을 맞이하자 스웨덴도 불황에 빠지게 되었고 복지 정책을 손질하게 됐다. 실업문제로 정부는 고민이 많다.

 국제 정치, 경제 문제를 배재한 스웨덴 국내의 문제로는 이민자 문제를 손꼽을 수 있다. 이민자 문제 역시 사실 스웨덴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유럽의 문제이다. 중동,북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이 유럽에 들어와서 유럽의 가치에 순응하고 동화되는 것이 아니라 유럽 내에 무슬림 공동체를 만들어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각종 사회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다. 대다수 나라들은 다문화 정책이 실패했음을 시인하고 노선을 선회했다. 스웨덴도 예외가 아닌다. 스웨덴은 작년 말 처음으로 자살폭탄테러가 일어났다. 

 다른 유럽 국가는 모르겠는데, 스웨덴에선 반인종차별주의를 주장하는 무슬림 단체와 이들의 추방을 원하는 보수단체간의 충돌이 잦다. 지난 4월에도 보수정당의 청년당원들과 무슬림 단체간의 격렬한 충돌이 일어났다. 

 무슬림으로 대표되는 이민자들이 이 사회에 동화되지 못했다는 것은 이곳에서 일주일만 지내도 알 수 있다. 그들은 그들끼리 생활한다. 학교에서도 이민자들은 이민자들끼리 어울리고 스웨덴인들은 스웨덴인들끼리 어울린다. 대놓고 인종차별하는 경우는 없지만 암묵적으로 서로의 선을 그어놓고 있다.

 스웨덴인들 다수는 공교육을 통해 일정 수준의 교양을 가진 사람으로 양성되기 때문에 그냥 길가다가 지나가는 이민자를 두들겨 팬다던가 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고, 그들 스스로가 그런것을 부끄러워 한다. 그래서 이들은 그들의 의사를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투표로 이야기하거나 정치 단체 시위를 통해 표출한다. 

 나는 이도 저도 아닌 제3자로서 이 문제에 대해 딱히 이야기할 거리가 없다. 다만, 우리나라는 현재 다문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이는 유럽과 정 반대의 노선이다. 확실히 우리나라의 과잉 민족주의 물은 빼야되지만 나중에 일어날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대비를 해야되지 않을까.

종합적으로, 스웨덴의 국가적 고민이란건 사실 유럽 모두의 고민이기도 한거 같다.

 스웨덴의 배부른 고민

스웨덴 뉴스를 통해서, 스웨덴사회문화 수업을 통해서 알게된 재미있는 사실은, 스웨덴의 지식인층이 고민하는건 상실된 공동체의 가치,평등,자유 같은 것이라는 점이다. 

 내 눈에는 스웨덴은 공동체의 가치를 잘 보존하고 있고 가족적인 분위기이며, 그 어느 나라보다도 평등한 사회이며 자유가 보장된 곳이다.[각주:12] 스웨덴 지식인들[각주:13]도 이런 것을 안다. 하지만 그들은 이 '배부른 고민'을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의 눈에는 여전히 스웨덴의 평등과 자유는 완전하지 않고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회가 병들었다고 본다. 그래서 유난히 Gender studies같은 인문학적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젠더학(?)을 번역할 만한 적당한 어휘가 없는거 같은데, 여성학이나 페미니즘 연구라고 하기엔 꼭 이게 여성에 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의 페미니즘과는 좀 거리가 멀기도 하고.[각주:14]

 북유럽 국가들은 비슷한 가치들을 공유하는데,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밀접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수업시간에 본 다큐멘터리는 노르웨이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작품인데 내용이 뭔고 하니 인구가 500명도 안되는 조그마한 어촌 마을 사람들의 생활을 다룬 것이다. 교수님의 말에 의하면 근래의 북유럽 사람들은 도시화가 가지고 오는 쓸쓸함과 차가움에 저런 옛 공동체의 삶을 그리워한다는 것이다. 

 또한 스웨덴의 극문학이나 영화들도 평등의 가치를 다루고 있는 내용들이 많았다. 특히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을 타파하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미국적 가치를 넘어서 

 우리나라에서 흔히 외국이라 칭하면, 그 중에서도 서양이라고 칭하면 사람들은 미국을 떠올리고, 미국을 이야기한다. 유럽도 미국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게 보통이다. 하지만 유럽은 분명히 다른 세계다. 유럽 내에서도 북유럽은 서유럽이나 동유럽과 정말 다른 곳이고, 북유럽중 국가들,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는 모두 다른 문화와 제도,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외국인들은 한국이 중국어를 사용한다던가, 중국이나 일본과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화낼게 아니라, 바꿔생각하면 우리가 북유럽 국가들은 다 비슷비슷하다고 믿고 있는것과 똑같은 이치다. 

 넓게는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과 유럽을 동일시하는건데, 분명히 미국과 유럽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고 다른 고민을 하고 있다. 미국을 바라보는 잣대와 미국인의 가치를 유럽에 적용시키는건 상당한 무리라고 할 수 있다. 스웨덴의 가치라는 것은 미국적 가치와는 180도 다른 그 무언가다. 

 이 사회에 살면서 나는 우리나라가 얼마나 미국문화 영향 아래에 있고, 미국의 정치 경제 모든 것들이 사회 곳곳을 지배하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무조건 미국 것이 좋다, 미국이 최고다[각주:15]라는 식의 사고는 버려야할 악습이라고 본다. 

 학교에서 글로벌 리더를 양성한답시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것저것 많은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난 그게 글로벌 리더인지 아메리칸 리더인지 모르겠다. 진정한 글로벌 리더를 원한다면 세계에는 미국식 논리뿐만 아닌 유럽식 논리도 존재한다는 것을 깨우쳐줘야 하지 않을까.

 잘사는 스베리예[각주:16] 왕국

 
룬드는 도시 인구 7만, 교외 인구를 다 합쳐서 10만을 약간 웃도는 작은 곳이다. 이곳은 대도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가 돌아간다. 회사가 있고 상업시설이 있고 공장도 있다.  각종 문화행사가 끊임없이 열리고 지역 신문에는 끊임없이 흥미로운 소식이 흘러나온다. 스웨덴 속의 작은 소국이라고 봐도 무관할 정도다. 그냥 막연히 생각해보면 외부 세계와는 관련없이도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중세시대 도시처럼 말이다.[각주:17] 

 
뉴스,신문을 통해서, 이 곳에서 살면서 본 스웨덴은 참 '건강한 나라'다. 그 누구의 얼굴에도 생존의 문제로 인한 걱정이 드리워지지 않아 보였다. 매슬로의 인간욕구 5단계라는게 있다. 1단계는 생존의 욕구고 5단계는 자아실현이다. 4단계는 사회적 소통,상호 존중의 단계. 적어도 나의 눈에는 이 곳 사람들은 4,5단계에 몰려있는거 같다.

 건강한 사회의 기원은 제도도 한 몫도 하지만 결국에는 정치인이고 일반 시민이고, 그 사람들의 의식 수준에서 나온다. 스웨덴인들의 시민의식 수준이 높다는건 인정해야 된다. 영국인이나 프랑스들과도 비교가 안될 정도다.[각주:18] 도덕적 해이가 거의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이상적인 제도들도 잘 정착이 될 수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도 우리나라 뉴스엔 끊임없는 사건사고 소식이 터져나온다. 지리산 둘레길에 방문자 수가 늘면서 쓰레기도 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민의식 수준은 예전보다는 좋아졌지만 아직까진 경제수준에 비해선 낮다고 생각한다. 롬마 여행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고등학교 사회문화 교과서에도 나오듯이 산업화는 빨랐는데 의식수준은 그를 따라잡지 못한 문화지체 현상[각주:19]이 오랜 시간 나타나고 있다. 오래전부터 난 의식수준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교육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그게 최선이라고 믿고있다.

그래서 결론은.. 

 
스웨덴은 듣던대로 잘살고, 이상적인 나라였다. 다만 그 부강함의 기원이나, 현 실태가 우리나라에 약간은 변형되고 왜곡되서 알려지고 있는게 안타까울 뿐이다.[각주:20] 스웨덴에서 보고 느낀 모든것들은 내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하는 촉매가 되었다. 장래에 어떤 식으로 이곳의 경험이 나타날지는 모르겠으나, 어찌되었던 분명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다음 글에선  교환학생 생활에 대해 적겠다.

 
 



 
  1. 이걸 우리나라에 도입하겠다고 빵빵 소리 치는 모 정당이 있다. 바보같은 소리다. [본문으로]
  2. 이게 스웨덴 자본유출 문제의 핵심이다. 스웨덴이 최근 경제 문제에 봉착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본문으로]
  3. 내가 들은 문과대가 그랬고, 공대도 연구실 찾아가니 박사과정 학생이 2인1실을 쓰고 있었다. 뭐 아닌 과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보고 들은건 그랬다. [본문으로]
  4. 프랑스에선 교수의 권위가 그렇게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본문으로]
  5. 옛날 중세시대 대장장이 길드문화에서 유래 [본문으로]
  6. 물론 모두가 그런 사람이란게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우리나라 학계에선 엄연히 일어나고 있다. 논문 훔치는건 인문학 쪽에서, 후자는 이공계쪽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 [본문으로]
  7. 학생 조합 일일까페정도라고 생각하면 될까? -_-; [본문으로]
  8. "난 안그런데?" 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내가 믿고있는 '평균'의 이야기를 한 것이다. [본문으로]
  9. 그 피드백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도 있지만..;; [본문으로]
  10. 중동 출신 이민자들 중엔 더러 있다. 하지만 룬드에는 없다. [본문으로]
  11. 우리나라는 80년대가 넘어가는데 옆 나라 일본만 해도 50%가 안된다. [본문으로]
  12. 이는 객관적인 지표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평등지수,자유지수,행복지수 모두에서 3위안에 드는 나라가 스웨덴이다. [본문으로]
  13. 지식인이라 명시하는 이유는, 대개의 평범한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딱히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살아간다. 단지 그 뿐이다. 어느나라나 똑같다. [본문으로]
  14. 무슨 의미인지는 추측해보길.. [본문으로]
  15. 사실 미국이 최고인 분야가 많기 많다. 특히 군사력은.. ㄷㄷ [본문으로]
  16. 스웨덴의 스웨덴어 표현.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는 Korea라고 안하고 대한민국이나 한국이라고 하는거랑 같은거다. [본문으로]
  17. 물론 그때도 교역이 있었지만. [본문으로]
  18. 하지만 스웨덴인들은 교통신호를 잘 안지킨다. -_-; [본문으로]
  19. 갑자기 뜬금없이 고등학교 때 추억이 생각난다. 하아.. [본문으로]
  20. 특히 뜨거운 논쟁인 복지정책에 대해서.. 여야 정당 모두 바보들같다. 그리고 행복의 기원을 돈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안타깝다. 이들의 행복의 기원은 돈이 아니라 만족할 줄 아는 마음가짐이다. 욕심없는 태도말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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