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스웨덴을 배재한, 오직 교환학생 생활에 대해서만 적는다.
스웨덴에 관한 이야기는 http://skycrawlers.tistory.com/71
 


 교환학생되기

  나는 조국 근대화와 민족중흥이라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2억만리 떨어진 이국땅으로 떠나 밤마다 동쪽을 바라보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당연히 말도 안되는 소리고. 무슨 6,70년대도 아니고. 'ㅅ';
 일전에 짧게 언급했지만, 교환학생은 IELTS[각주:1] 시험 응시비[각주:2]가 아까워서 갔다. 새벽에 학점 4.5의 전유물인줄 알았던 교환학생이 사실 2.8만 넘으면 제로베이스라길래 충동적으로 시험 원서를 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엄청 후회를 하고[각주:3] 환불을 하려 했는데 시험이 일주일남아서 환불이 안됐다. 그래서 다급히 토렌트로 아이엘츠 시험문제 몇개 받아서 풀어보고[각주:4] 시험쳤더니 점수가 괜찮게 나왔고 면접을 봤는데,  늦잠자서 빨다가 덜 마른 옷 대충 걸쳐입고 땀에 푹 젖은 상태로 면접을 봤다. 그런데 면접이 3분만에 끝났고[각주:5] 어쨋든 1지망이었던 스웨덴에 합격했다. 교환학생 선발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 그 3분의 짧은 시간내에 합/불자를 가릴만한 뭔가를 캐치해낼 수 있나?;

 3쿼터에 들었던 대학원 수업의 스웨덴인 몇이 "왜 스웨덴을 선택했나요?" 라고 물었을 때 나는 솔직하게 유럽에서 인터넷이 제일 빨라서라고 대답했다. 얼마나 어이없었을까.. 근데 그게 사실이었다. 나라 지원할때 미국은 인터넷 느리다길래 없애고 유럽은 구글에서 인터넷속도 검색해서 스웨덴이 빠르다길래 선택했다. 하지만 스웨덴 인터넷 속도는 1mb/s이 최대속도고 총 수용량도 그게 전부라서 정말 답답했다. 아무튼, 그래서 스웨덴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됐다.

교환학생 = 어학연수?

 내가 찾아본 바에 의하면 많은 교환학생들은 영미권을 선호하는데, 그 주된 이유는 영어실력향상이었다. 예전에 한 번 언급했지만 교환학생 생활은 영어실력향상에 별로 도움이 안되는거 같다. 공부와 생활은 실전이다. 교환학생은 어학연수가 아니기 때문에 곧바로 실전에 부딪혀야 한다.

 회화실력이 안되서 친구를 못사귀어서 외롭다, 한국가기싶다며 징징거리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고, 심지어 중도귀국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미국으로 가면 한인들이 정말 많은데, 외국인들과 못어울려서 결국 애국심과 한국어 실력을 키우고 돌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교환학생은 실전이고 외국인 학생들은 영어선생님이 아니다.


 교환학생 천태만상

 새내기때 한참 과행사를 불려다니던 어느 순간 깨닫게 된게 있었는데, 과행사에 나오는 선배라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분명히 신입생 숫자는 100명이 넘는데 왜 이정도밖에 없는걸까. 그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에 있지? 라는 의문의 해답은 교환학생에서도 통했다.

 외국인도 그냥 사람일뿐이고, 우리가 성격이 제각각이듯이 그들도 제각각이며 모두 사는 모습이 다르다. 그래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는 모습도 다르다. 모든 파티를 섭렵하는 파티광이 있고, 스웨덴 관련 교양으로 모든 것을 가득채운 스웨덴광, 전공과 프로젝트에 열중하는 공부광(?), 그리고 스웨덴에 머문 시간과 유럽여행을 한 시간이 거의 비등해보이는 동양인 그룹이 있다.  

 
서양 파티문화에 대해 잠깐 소개하자면, 파티는 별 게 아니다. 그냥 3인 이상이 모이면 파티다. "야 오늘 우리집에서 밥먹자." 해서 같이 밥먹어도 파티고, 같이 어디 놀러가도 파티고 고기 구워먹어도 파티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파티문화는 파티 문화라기 보다는 대도시 클럽 문화고, 좀 많이 퇴폐적으로, 영어식 표현으로 nasty한 부분만 들어왔다. [각주:6] 학생들이 여는 파티는 맥주 한 캔들고 돌아다니면서 수다떨고 음악에 가벼운 춤을 춘다던가 각종 게임을 즐기던가 하는 식이고, 그 누구도 야한 화장과 의상을 입고 서로의 엉덩이를 부벼대지 않는다.[각주:7] 그저 재미를 위해 컨셉을 잡아서 화와이언 파티면 하와이식 휴양지 복장을 입는다던가 하는 식이다. 

 파티를 가보면 파티에 오는 교환학생 구성이 거의 다 똑같은다는걸 알 수 있는데 오는 사람만 온다. 나는 4월 초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파티에 가지 않았는데, 전공 공부가 빡센 것도 있지만 잠깐 대화하고 사라지는 인연의 연속인 파티 문화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었다. 간단히 이야기해서, 깊은 이야기도 하고 좀 더 많이 친해지고 싶은데 파티 문화는 조금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에게 가는식이라서 수박 겉핡기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파티광이 아닌 다른 부류의 교환학생들은 얼굴 보기가 힘들다. 자기 수업만 듣고 아는 사람이랑 자주 만나기 때문인데 난 내가 여기에 교환학생을 왔으니, 정말 이곳에서 공부하고 생활하는 평범한 학생이 되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랬더니 자연스레 수업시간에 만났던 애들이랑 놀게되고 베프도 생기고, 동네 친구들도 있어서 주말에 자주 같이 놀았다. 학점도 잘나왔고 여행도 몇 군데 갔으니 뭐 그리 나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스웨덴어 수업을 같이 들었던 애들중에 몇몇은 그 이후로 영 보이지 않길래 뭐하고 있나했더니 나처럼 같은 전공수업 듣는 애들끼리 놀고 있었다.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싶어서 왠지 모를 반가움도 들었다.

 마지막으론 좀 특이하다고 생각했던게 중국인과 싱가폴인들인데, 우리학교에서도 중국애들은 중국애들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노는데, 여기서도 그랬다. 딱히 외부세계와 교류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먹고 놀고 여행을 가는데 여행을 거의 두달넘게 갔으니 교환학생을 온건지 스웨덴을 베이스삼아 유럽여행을 온건지 모르겠다. 

교환학생 정체성 찾기

 교환학생 갔다와서 뭐가 기억에 남았냐고 물었을 때, 노르웨이 여행기에서 언급했던 초등학생 시절 같은 반 아이처럼 "스웨덴 사람들은 생김새가 달랐고 음식도 조금 다르게 먹었습니다." 라고 이야기하긴 싫었다. 어차피 교환학생 온 계기가 뭐였건 간에 컨셉-_-;을 '평범한 스웨덴의 학생' 으로 잡은 이상 스웨덴에 대해 모르고 돌아가는건 예의가 아닌거 같았다. 그래서 스웨덴어도 배우고 스웨덴 사회문화 과목도 듣고 도서관에서 스웨덴에 관련된 책도 읽었다. 스웨덴에 대한 TV뉴스도 보고 YouTube에서 관련 영상들도 찾아봤다. 정규 재학생이 아닌 스쳐가는 나그네인 교환학생이 할 수 있는것들 중에서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귀국하기 몇일전에 스웨덴 기념품을 사러 대성당 근처 기념품가게에 들어갔는데, 날 관광온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아저씨를 유창한 스웨덴어로 물건을 구입해서 멋지게 한방 먹인 -_-; 기억은 꽤 유쾌했다. 이 사회에 동화된 느낌이랄까.

 다른 나라 친구들과의 교류도 중요한데, 위에서 언급한 중국인들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사람들도 만만치 않다. 스웨덴에야 어차피 한국 사람이 거의 없기때문에 그러고 싶어도 그러기 힘들겠지만, 미국으로 가면 한국사람들이 많아서 한국인들끼리 우르르 몰려다니는 경우가 많다. 잉글랜드 여행할때 만났던 노팅험대학교의 교환학생 여자애는 1년동안 있었는데 한국인들이랑만 놀게됐다고, 이제 한국에 돌아가는데 너무 아쉽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먼저 다가가는데 마다할 사람은 없다.[각주:8] 

 나에겐 캐나다에서 온 단짝이 있었는데 3,4쿼터 모두 수업을 같이 들어서 자연스레 친해졌다. 맨날 밥도 같이 먹으면서 별의별 이야기를 다했는데 서로의 문화부터 시작해서 역사이야기, 삶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 같은 무거운 이야기도 했었다. 그러면서 자라온 환경과 문화가 사고방식에 미치는 영향이 정말 크다고 느꼈다. 정서적 교감만큼 따뜻한 일은 없다.

 다른 학교로 잠시 전학간 학생처럼, 새 친구를 사귀고, 새 환경에 적응하고, 공부하고, 놀고, 여행하고 돌아왔다.[각주:9]  거창한 그 무언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교환학생을 갈 때 무언가를 얻으려고 하려는데, 그냥 끝무렵이 되면 어떤것이든지 무언가 얻는게 있다. 그게 진짜 별 거 아닌지, 대단한 교훈인지는 교환학생가서 뭘 하냐에 달린거고 결국에는 자기 하기 나름이다. 그 뻔한 말 '케바케'말이다. 
 
환상세계에서 나오기

 스웨덴에서 생활하는동안 걱정도 없고 행복하고 즐거웠다. 귀국해서 생활해보니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은 내가 한국에 놔두고 온 '현실'의 문제였고 그게 없는 스웨덴은 환상의 세계였다. 해가 길어지면서 내가 돌아가야할 자리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결국 막바지에는 내가 있어야할 곳은 여기가 아니라 한국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극장에서 영화보다가  잠시 화장실 갔다왔듯이, 내가 나의 인생극장에서 어디 쯤 자리에 앉아있었는지를 좌석 하나하나 살펴보며 되돌아볼 순간이 온 것이다. 나는 가운데에 있었나? 뒷자리에 있었나? 아니면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나?

 뭔가 기대하고 간것도 아니고, 이왕 가니까 학교다니면서 좀 쉬자라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내가 잠시 접어둔 현실을 더 상기시키는 일이 되었다. 눈을 감으면 온 세상이 하얗게 빛나던 스웨덴의 첫모습과 하루종일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가 쓰러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과 날씨를 가진 여름이 생각나지만 돌아온 지금의 생활이 괴롭거나 그러진 않다. 오히려 한국이 더 좋아졌다. 반년가까이 한국음식도 먹지 않아서 그런지 음식도 더 맛있다.

아름다운 경험이었다.
 
  


 




  1. 영국영어시험. 토플은 미국영어시험. [본문으로]
  2. 30만원정도 한다. [본문으로]
  3. 새벽엔 사람이 뭔가 감성적으로 변한다. [본문으로]
  4. 작문이랑 스피킹 책은 따로 샀는데 하나도 안봐서 돈만 날렸다. -_-; [본문으로]
  5. 질문 요지는 이거다. "왜 가고 싶나?" [본문으로]
  6. 우린 정말 음악을 사랑해서 간다! 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한 번 우리네 클럽이 어떤 모습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권유한다. [본문으로]
  7. 끈적한 파티는 대도시가면 볼 수 있다. 런던이나 파리나.. [본문으로]
  8. 아 물론 몇몇 있긴 하다. -_-; [본문으로]
  9. 외국 학생이나 우리나라 학생이나 학생은 학생일뿐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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