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하러 내려갔는데 이전 시간 예약한 사람[각주:1]이 세탁 돌려놓고 찾아가질 않았다. 이미 내 시간이 1시간 가량 흘렀데도 안찾아갔길래 깜빡했나 싶어 일단 세탁물을 꺼내고 내 껄 돌리는데 어디서 라디오 소리가 들려 살펴보니 세탁실 창문을 열어서 세탁실 전기를 끌어다가 바로 옆 잔디에서 라디오를 듣고 노는 애들이 있었다. 어떻게 세탁실 전기를 끌어갈 생각을 하지;; 

 한 시간동안 산책 좀 하고오니까 그 세탁물 안찾아 갔던 사람이 열심히 건조기에 자기 세탁물을 넣는 정말 황당한 상황이 연출됐는데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었다. 내가 들어와서 hej 하는데도 당당하게 건조기를 쓰고있다. 건조기 안써서 필요없다고 하곤 올라왔는데 SDU 성님들[각주:2]이 아닌게 다행;; 아직 두 달 정도 남았지만, 이미 결론내린게 스웨덴 사람들 의식은 몇몇 부분에서 좀 꽝인듯..

 

  
 
  1. 세탁 예약시간은 세시간씩이다. [본문으로]
  2. 스웨덴 민주당 청년모임? 청년연합회? 청년동맹? 민주당 Youth 그룹인데, 스웨덴 민주당은 스웨덴 극우정당 중 하나. 일부 스웨덴 언론에선 나치즘 정당이라고까지 표현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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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일부터 다시 날씨는 흐려져서 해보는 일이 없어졌다. 게다가 매일같이 쏟아지는 부슬비덕에 기온은 내려가고 바람은 '강풍'이 아니라 '광풍'수준. E 빌딩 지하는 지하와 지상의 애매한 경계[각주:1] 사이에 있어 라디에이터가 있어도 춥기만 했다.

 한 공간에 오랫동안 있으면 주위 사람들의 행동도 어렴풋이하나 보게되는데, 여러날이 흐르니 일종의 문화랄까, 관습이 보였다. 대표적인것이 PC실[각주:2]이 시장바닥수준으로 시끄럽다는 것인데, 잡담을 하는건지 과제 토론을 하는건지 모르겠는데 정말 시끄럽게 떠든다. 아마 락밴드가 난입해서 콘서트해도 아무렇지 않을 듯. 

...라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보니까 다른 스웨덴인들 중에도 떠드는 사람들에게 안좋은 눈길을 보내는 치들이 여럿 있음을 알게되었다. 그러므로 이건 일부 스웨덴 애들이 그냥 개념이 없는거였다.

 지하 카페테리아에 가보면 점심먹고 안치운 쓰레기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는데 버거킹에서도 그러는걸 예전에 봤으니, 종합해보면 여기 나라 사람들 도덕 의식은 꽝인거 같다. 여러번 언급한 무단횡단도 그렇고. 

 카페테리아 자판기는 정말 이상했는데, 친구가 10크로나를 넣고 5크로나짜리 음료수를 뽑았다. 그러더니 잔돈으로 10크로나가 나왔다. 그래서 공돈이다 싶어 5크로나를 넣고 음료수 버튼을 누르자, 음료수는 안나오고 동전이 반환되서 나왔다. 그래서 다시 동전을 넣고 음료수를 선택하니 음료수가 안나오고 동전은 그대로 기계가 먹었다. -_-;

 근 몇일간 아침부터 저녁까지 텀을하고 집에 간다. 집에 도착해서 밥을 먹으면 몰려오는 피로감에 허덕이다 잠든다. 일어나면 다시 텀하러 학교로. 한국 있을 때도 공부하는건 비슷했는데 왜 더 피로하지.

 아무 일이 없을 때는 비참함을 느꼈다. 특히 방학 끝날 무렵에. 새학기가 빨리 시작되서 하루라도 어서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또 했다. 하지만 정작 학기가 시작되고 과제와 시험에 치여살게되면 빨리 방학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순환이 졸업무렵까지 반복되더니 여기서도 마찬가지라서, 지금은 숨이 턱턱 막히는 순간이지만 이게 끝나면 또 일을 갈구하게 될거란 걸 알고 있다. 얼마나 아이러니한 상황인가. 따지고보면 극단적인 쏠림에서 오는 불균형이 문제인데, 스웨덴 학생들은 꽤 영리한 해답을 찾은 듯 하다.

 예전에도 적었던거 같은데, pc실에 있다보니 확실히 알게되었다. 그렇게 시끄럽던 장사꾼같은 학생들도 오후 5시가 되면 모두다 후다닥 사라진다. 24시간 오픈 pc실인데도. 정말 단 한 명도 안남는다. 물론 남는 일부 학생들도 있지만 거의 다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아침 8시 1교시를 가면 이미 학교앞의 자전거정류소는 만원인데, 이를 통해 추론해보면 여기 학생들은 아침 8시~오후 5시까지 집중해서 학교생활을 하고 집에 가서 여가를 즐기고 있는 듯 하다. 뭐 아닐 수도 있겠지만. 직장인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각주:3] 학생들이 저런 칼같은 생활을 즐기는걸 보니 참 신기하면서도 부럽기도 하다. 사실 한국에서도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데, 아니, 따져보니 이곳은 쿼터제고 한국은 학기제라서 하루에 듣는 강의 시간 차이 때문에 저녁공부는 어쩔 수 없는 필연인듯. 

 내일은 고스트 투어[각주:4]가 있는 날인데 2차텀 마감이 내일인 관계로 투어갔다와서 다시 텀을 하는 좀 황당한 스케쥴이 되버렸다. 투어를 투어로 즐기지 못하고 머리 속엔 계속 허프만 코딩과 DPCM 인코더가 돌아가고 있을거 같다.


  1. 경사면에 세워진 듯 하다. [본문으로]
  2. 건물 지하 전체가 PC실인데 PC실 숫자만 10여개가 넘는다. 그룹스터디룸도 '매우' 많다. [본문으로]
  3. 사실 직장인들도 야근덕에 5시 퇴근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본문으로]
  4. 룬드에 숨겨져있는 괴기하고 으시시한 이야기를 도시를 돌아다니며 들려준다는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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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곳 사람들은 어린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것에 거침이 없다. 어린 아이라 하면 이제 막 걸음마를 하는 아이정도? 2~3살 아이를 정말 많이, 자주 데리고 나온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개 감기걸릴까봐 실내에서 키우는데 이곳은 정 반대다. 특이한건 자전거 뒷자리에 아예 유아용 시트를 장착해서 태우고 다니기도 하고 유모차 비슷한 수레를 자전거 앞에 연결해서 다니기도 한다. 이건 스웨덴 뿐만 아니라 덴마크도 마찬가지였다. 유모차를 끌고 나오는 사람들도 많은데, 버스에는 접이식 의자가 있어서 유모차를 아무런 불편없이 가지고 탈 수 있다. 여기 사람들은 그래서 추위에 강한가?

2. 아이들이 참 열심히 논다. 동네 놀이터에 아이들이 정말 바글바글하고 눈오면 언덕에서 눈썰매타고 논다. 초등학생들도 열심히 논다. 우리나라는 요즘 초등학생들도 대입준비에 죽어나간다던데; 뭐.. 나 초등학교 다닐때는 논 기억밖에 없어서 이 시대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을 잘 안다고 할 순 없지만 안쓰러운건 사실이다. 애들은 놀아야지. 열심히 뛰노는 스웨덴 애들을 보니 우리나라 애들 생각이 나서 좀 씁쓸했다.

3. 의외로 도덕적이지 않다. 이건 나만의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 복지국가라니까 사람들도 모두 예의범절이 있고 도덕적인 삶을 살거라 생각했는데 이게 왠걸; 여기 도덕 수준은 솔직히 좀 깬다. 일단 자전거도둑이 활개를 치는데 바퀴랑 달랑 남은걸 본적도 있고 여기 집에 오니까 어떤 자전거는 뜯다가 실패해서 그런지 아주 바퀴부터 시작해서 난도질을 해놨더라.. -_-; 그리고 담배꽁초를 길거리에 그냥 막 버린다. 그리고 길빵도 서슴없이 하고 가장 충격적인건 아파트 계단에서 담배를 피운다. 그래서 복도를 벗어나 엘리베이트-계단 구역으로 가면 담배냄새에 머리가 아프다.  꽁초를 계단에 그대로 버리는건 기본. 덧붙여 버거킹에 갔는데 패스트푸드점은 다 먹고 나서 치우는게 셀프임을 모두가 안다. 그런데 이곳엔 그냥 먹고 자기 접시를 안치우고 그냥 가는 사람이 한 두명이 아니었다. 또한 비단 스웨덴 뿐만 아니라 덴마크도 그랬는데 그래피티 낙서가 너무 심하다. 인적이 드문 공장지대나 외곽에 가면 벽 전체가 그래피티로 뒤덮혀있는데, 그 수준이 초등학생 낙서수준부터 예술의 경지에까지 오른 것까지 다양하다. 아름다운 건물 외관을 훼손시키는건 정말 보기 좋지 않다. 그래피티는 옆나라 덴마크도 마찬가지였는데 코펜하겐에 갔을땐 상점 입구 유리문에 Kones라고 낙서를 해놔서 주인 아저씨가 혼잣말로 욕을 하면서 열심히 낙서를 지우고 있는것을 보았다. 아마 북유럽 나라들의 공통적인 문제점이 아닐까? 나중에 찾아봤는데 kones는 '아내, 아내의' 라는 뜻이다. 

4. 들은거보단 영어를 잘하지 않는다. 가기전에 들은바로는 거지들도 네이티브수준으로 영어를 한다고 했는데 여러 사람들과 대화해본 결과 네이티브 수준까진 아니었고, 대다수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는게 티가 난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은 영어로 거의 하지 못했다. 뭐 그 사람이 스웨덴인이 아니라 다른 나라 이민자였을 수도 있지만; 결론을 말하자면, 다른 나라에 비하면 영어를 잘하지만 널리 알려진대로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거 까진 아니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블로그 등에 좀 과장되게 서술한거 같다.

5. 커피를 즐긴다. FIKA라고 해서 일종의 커프브레이크가 있다. 학교나 직장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수다도 떨고 그러는데 여기 사람들은 수업 중간에 10분 쉬는시간에도 밖에 나가서 커피를 뽑아 온다. 아! 그리고 항상 화장실을 가던 커피를 뽑으러 가던간에 자기 가방도 통째로 다 들고 다니는게 인상적; 누군가가 도둑질이라도 할거라 생각하는건가.. 걍 몸만 슥 나갔다가 오는 우리나라와는 다른듯? 참고로 피카의 기원은 스웨덴어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스웨덴어로 커피는 카피 -_-; 인데 이걸 계속 빨리 말하면 카피카피카피카피카피카 해서 피카;; 뭐 다른데서 보니 공장인가 굴뚝청소하는 사람들이 쓰던 은어라고도 하고.

6. 위에서 아이들도 잘 뛰논다고 했는데. 이곳엔 노인들도 자전거를 타고 폭풍질주까진 아니지만 여기저기 잘도 돌아다닌다. 신체가 건강한 사회라고 해야되나. 아, 그러고보니 꼬부랑 할머니가 별로 없는 이유는 우리나라와 다른 부엌문화 때문인가.

7. 국민 스포츠가 딱히 없다.. 축구야 모든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건데 스웨덴 1부리그 인기도 그닥인고, 여기 올때 세계 핸드볼 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그것도 역시나 비인기 종목이란다. 야구는 전세계적으로 몇 안되는 나라끼리 노는 스포츠라서 여기선 야구모자 쓴 사람 딱 한 명봤고.. 내가 만난 사람들 중 축구 좋아하는 애들은 거의 다 바르샤 팬이었다. -_-; 

8. 시험에 경쟁이 없다. 중고교도 아마도 똑같겠지만 대학의 경우 학점이 P/F다. 게다가 한달 뒤에 재시험도 있어서 떨어져도 또 시험치면 된다. 여기선 공부의 목적이 남들 짓밟고 좋은 학점 따내려고 하는게 아니라 수업시간에 서로 토의하고 의견을 나눈다. 과제도 함께하고 모르는것도 서로 물어보고.. 과제는 나오지만 점수랑 아무 상관 없다. 대신 교수님이 꼼꼼하게 피드백을 해줘서 이해를 잘 하고 있는지,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지적해준다. 

9. 가정적이다. 이건 유럽 공통일거 같다고 추측하는데..(왜냐면 tv에서 몇번 유럽의 밤에 대해 봤기 때문에) 저녁 6시정도만 되도 거리에 사람이 없다. 차도 없고 정말 썰렁. 주말에 클럽이나 펍에서 노는 사람들 외엔 모두 집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다. 학교도 오후 7시정도면 문을 다 닫아버려서 우리나라처럼 24시간 열리는 열람실도 없기 때문에 공부는 집에서 하던가 아니면 낮에 도서관에서 해야된다. .

10. 자전거 교통수칙이 엄격하다. 이곳엔 자전거 전용 도로도 있고 밤엔 자전거에 헤드라이트를 반드시 켜야한다. 앞에는 하얀색 뒤에는 빨간색; 그리고 우회전이나 좌회전 할때는 반드시 손으로 방향을 가르켜야한다. 교통법규 위반시 벌금이 몇십만원에 달하는데 이런 엄격한 법규와 벌금이 있는 이유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기 때문이다. 

11. 애완견 사이즈가 크다 -_-; 우리나라엔 보통 작은 강아지를 키우지만 여긴 강아지가 아니라 '개'를 키운다. 가끔씩은 크기에 굉장히 놀라는데 시베리안 허스키같은 개들을 한 번에 두세마리씩 끌고 산책하는 분들 보면 위압감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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