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가장한 4월 14일 목요일 이야기.

 역시나 날씨는 흐렸고, 해야할 일은 많았다. 비극적인 14일은 블랙데이[각주:1], 고스트투어날,미디어처리 2차텀 마감날, 웹개발알바 중간마감날,학교 후배 여친 생일날-_-; 등등.. 여러가지로 뒤범벅되어있었는데, 가장 중요한건 텀인지라 아침부터 텀을 시작했다.

 텀 제안서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는 교수님 표현에 따르면 제안서는 정말 clear하다는데, 이렇게 unclear한 제안서는 처음봤다. 심지어 무슨 결과물을 만들어내야되는지도 파악이 안되는 수준. 점심을 pc실 밖에서 대충 쳐묵쳐묵하고 교수님 방에 가서 또 질문하고 다시 텀을 했다. 코드는 점점 더러워지고 더이상 뭐가 뭔지 모를 지경에 이르렀는데 시간은 어느새 흘러 4시 30분. 고스트 투어를 가야할 시간이었다.

 고스트 투어는 룬드에 숨겨진 기괴하고 끔찍한 비화들을 들려주는 투어인데, 성당에 밤에 있으면 오르간이 저절로 연주된다던가, 누구 발소리가 들린다던가 하는 6살짜리 꼬마나 믿을 멍멍이 소리부터 룬드의 중세시대에 있었던 피의 사건들까지 아우르는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투어였다.

 출발하기전에 서성이다가 알게됐는데 같이 투어관람하게된 여자애가 사실 파티에서 만났던 사람이자 우리 아파트 사는 사람이고, 심지어 같은 수업도 듣는 사람이었다. 근데 왜 난 모두 다른 사람이라고 인식하고 있었지. 안면인식장애인가;;

 


 투어할 즈음엔 날짜가 괜찮아져서 사진도 이쁘게 나왔다. 룬드 대성당은 11세기에 지어졌는데 전설에 의하면 트롤이 지었다고 한다. 실제로 안에 가면 트롤상도 있다. 이 성당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는 여러가지 있는데, 그 중에 기억에 남는게 성당 뒤편 벽이 전면부와 다르게 그을려있는 이유다. 그 이유는 대화재가 예전에 발생해 벽 일부가 불에 탔기 때문. 성당의 가장 오래된 부분을 자세히 보면 사용된 돌 종류가 다르다는걸 알 수 있다. 초기 성당은 사암으로 지었기 때문이라는데, 정말 약간은 셰일느낌의 사암으로 되어있다는걸 알 수 있었다. 망치와 정으로 열심히 두드리면 금방 구멍이 뚫릴듯.

 그리고 가장 충격적인건 시간표에 얽힌 이야기였다. 룬드 대학교 수업 시간표는 10시~12시같이 2시간 단위로 되어있는데 사실 수업시작시간은 10시 15분이다. 왜 시간표엔 10시라고 해놓고 시작은 15분에 하냐면, 옛날 학생들은 시계가 없었기 때문에, 학교가는 길에 반드시 지나쳐야하는 성당 종소리가 자신이 집에서 떠난지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있는 시계였다고 한다. 이 종소리를 듣고 수업 시작이 15분 남았으니 좀 서둘러야겠구나.. 뭐 이랬다는 이야기. 나같은 경우엔 자전거타고 지나가면서 휴대폰시계를 꺼내볼 수 없어서 성당 종소리에 많이 의지했었다. 
 

 난 왜 저것도 못봤을까 ㅋㅋ 매일 지나다닌 길인데. 저 뒤 돌에 새겨진 남자. 돌을 뚫는 남자? 돌을 부수는 남자? 뭐 그런 이름이었는데, 저런게 있을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게다가 이 옆엔 고대 바이킹 무덤도 있는데 무덤 주위에 룬스톤이 여러개 있다. 판타지게임에서나 보던 룬스톤이 학생회관 바로 앞에 있다니. 근데 가이드 말로는 사실은 바이킹 무덤이 아니라 쥐무덤이란다. 학생들이 때려잡은 쥐 시체를 넣어놨다나 뭐라나.
 


 저 집 앞쪽 골목에서 학생이 다른 학생을 죽인 사건이 있었는데 그 당시엔 학교내에 법정도 있고 교도소도 있고 사형장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생긴 문제가 시체가 학교와 도시의 경계에 있어서 어느 관할인지를 두고 한참 시끄러웠는데, 결국 범인은 잡혔고 어찌어찌해서 학교 법원 관할로 사건이 넘어가서 학교 사형장에서 사형당했다. 학교 자체 법정이 있을정도면 1700년대 쯤 일이려나. 이 살인사건으로 저 집은 The house of sin으로 불렸는데 가장 윗쪽 꼭대기 방에 사는 학생은 The highest sinner라고 불렸단다. 
 


 몇 번 언급했던 철학과 건물. 실제 이름은 kungshuset으로 왕의 집이라는 뜻. 덴마크 국왕와 룬드 대주교와 관련된 일화와 있었는데 잊어버렸다. 아.. 역시 일기는 그날 바로바로 써야되는듯.
 

 룬드는 알고보니 피의 역사로 가득찬 곳이었는데, 두 창문 사이 벽이 다른 부분과 달리 부서진 곳을 보수했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중세시대에 전투를 하다가 박살이 나서 그렇단다. 룬드 대주교는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군대도 보유했단다. 룬드 대성당 주위는 일종의 요새였다. 그래서 룬드 성당 뒤쪽 뜰에선 수많은 유골이 발견되기도 했고, 효수[각주:2]가 행해지던 곳이기도 했다. 이 도시엔 아직도 중세시대의 흔적이 너무나도 많이 남아있다. 다른 예로 룬드 중앙광장은 광장(Square)이 아니다. 사각형이 아닌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건 11세기 스타일의 광장이라 한다. 다른 유럽 도시들도 그렇겠지만, 이곳도 그렇고, 꽤나 부러운 점 하나는 오래된 건물들이 참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게 부러운 이유는 그렇게 오래된 건물들이 관광지나, 보존을 위해 출입이 금지된게 아니라 아직도 상업공간,주거공간으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11세기면 십자군 전쟁도 일어나기 전인데 이 때 지어진 건물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스웨덴 꼬마애들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마지막으로 인상깊었던건 성당과 마찬가지로 매일 지겹게 지나다니던 성당 뒷골목 가구가게 옆집이 룬드 대주교(아크비숍) 집무실이었다는 사실. 아무렇지 않게 그냥 지나가던 곳이 수많은 이야기로 가득찬 곳이었다니. 그저 놀랍기만 하다.
 

 투어가 끝나고 텀을 마감하기 위해 다시 학교로 가야했다. 집에 갈 수 없어서 케밥가게에서 식사를 했다. 오래산 프로페셔널 -_-; 룬드 시민인양 뜻 모를 케밥 요리를 스웨덴어로 자연스럽게 달라했더니 키클링(닭)이냐 ??? 냐 묻는데 뒷 단어를 몰라서 온지 얼마안된 외국인인게 들통났다;;[각주:3] 케밥하면 소고기나 양고기로 통일인줄 알았는데 닭고기도 있었다. 맛은 뭐.. 갈릭소스빨; 집에서도 쉽게 요리 할 수 있을거 같다.

 아무도 남지 않은 학교로 다시 가서 텀을 했다. 텀이 끝난건 새벽 두시. 데이빗이 보고서를 끝내고 교수님에게 메일까지 보내고나자 온 몸에 힘이 쫙 풀리면서 피로가 밀려왔다. 지상으로 올라와 문을 나서니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엄청난'[각주:4] 안개가 나를 맞이했다. 이 신비로운 자연 현상 보려고 그렇게 고생을 했나. 

 역시 교환학생은 어디까지나 관광객이 아니라 학생이다보니 공부하면서 재미를 느껴야 제맛인듯.. 

 
  1. 이런 데이 시리즈 참 어거지같은데, 짜장면이 맛있으니 블랙데이만큼은 봐준다;;; 하아.. [본문으로]
  2. 목을 잘라서 창이나 기둥에 걸어두어 형벌. 일벌백계의 의미로 많이 이용됐다. "니들도 나중에 이렇게 되는 수가 있다. 조심해라~" 이런 이런 의미? ㅋㅋ [본문으로]
  3. 은 그냥 농담. 'ㅅ' =3 겉모습부터 외국인인데 뭘;; 머리속으론 데이빗에게 "run for your life!"하고 그대로 도주하면 심슨같은 장면이 연출될거 같단 생각에 킥킥댔다. [본문으로]
  4. 사진 찍어둘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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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일부터 다시 날씨는 흐려져서 해보는 일이 없어졌다. 게다가 매일같이 쏟아지는 부슬비덕에 기온은 내려가고 바람은 '강풍'이 아니라 '광풍'수준. E 빌딩 지하는 지하와 지상의 애매한 경계[각주:1] 사이에 있어 라디에이터가 있어도 춥기만 했다.

 한 공간에 오랫동안 있으면 주위 사람들의 행동도 어렴풋이하나 보게되는데, 여러날이 흐르니 일종의 문화랄까, 관습이 보였다. 대표적인것이 PC실[각주:2]이 시장바닥수준으로 시끄럽다는 것인데, 잡담을 하는건지 과제 토론을 하는건지 모르겠는데 정말 시끄럽게 떠든다. 아마 락밴드가 난입해서 콘서트해도 아무렇지 않을 듯. 

...라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보니까 다른 스웨덴인들 중에도 떠드는 사람들에게 안좋은 눈길을 보내는 치들이 여럿 있음을 알게되었다. 그러므로 이건 일부 스웨덴 애들이 그냥 개념이 없는거였다.

 지하 카페테리아에 가보면 점심먹고 안치운 쓰레기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는데 버거킹에서도 그러는걸 예전에 봤으니, 종합해보면 여기 나라 사람들 도덕 의식은 꽝인거 같다. 여러번 언급한 무단횡단도 그렇고. 

 카페테리아 자판기는 정말 이상했는데, 친구가 10크로나를 넣고 5크로나짜리 음료수를 뽑았다. 그러더니 잔돈으로 10크로나가 나왔다. 그래서 공돈이다 싶어 5크로나를 넣고 음료수 버튼을 누르자, 음료수는 안나오고 동전이 반환되서 나왔다. 그래서 다시 동전을 넣고 음료수를 선택하니 음료수가 안나오고 동전은 그대로 기계가 먹었다. -_-;

 근 몇일간 아침부터 저녁까지 텀을하고 집에 간다. 집에 도착해서 밥을 먹으면 몰려오는 피로감에 허덕이다 잠든다. 일어나면 다시 텀하러 학교로. 한국 있을 때도 공부하는건 비슷했는데 왜 더 피로하지.

 아무 일이 없을 때는 비참함을 느꼈다. 특히 방학 끝날 무렵에. 새학기가 빨리 시작되서 하루라도 어서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또 했다. 하지만 정작 학기가 시작되고 과제와 시험에 치여살게되면 빨리 방학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순환이 졸업무렵까지 반복되더니 여기서도 마찬가지라서, 지금은 숨이 턱턱 막히는 순간이지만 이게 끝나면 또 일을 갈구하게 될거란 걸 알고 있다. 얼마나 아이러니한 상황인가. 따지고보면 극단적인 쏠림에서 오는 불균형이 문제인데, 스웨덴 학생들은 꽤 영리한 해답을 찾은 듯 하다.

 예전에도 적었던거 같은데, pc실에 있다보니 확실히 알게되었다. 그렇게 시끄럽던 장사꾼같은 학생들도 오후 5시가 되면 모두다 후다닥 사라진다. 24시간 오픈 pc실인데도. 정말 단 한 명도 안남는다. 물론 남는 일부 학생들도 있지만 거의 다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아침 8시 1교시를 가면 이미 학교앞의 자전거정류소는 만원인데, 이를 통해 추론해보면 여기 학생들은 아침 8시~오후 5시까지 집중해서 학교생활을 하고 집에 가서 여가를 즐기고 있는 듯 하다. 뭐 아닐 수도 있겠지만. 직장인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각주:3] 학생들이 저런 칼같은 생활을 즐기는걸 보니 참 신기하면서도 부럽기도 하다. 사실 한국에서도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데, 아니, 따져보니 이곳은 쿼터제고 한국은 학기제라서 하루에 듣는 강의 시간 차이 때문에 저녁공부는 어쩔 수 없는 필연인듯. 

 내일은 고스트 투어[각주:4]가 있는 날인데 2차텀 마감이 내일인 관계로 투어갔다와서 다시 텀을 하는 좀 황당한 스케쥴이 되버렸다. 투어를 투어로 즐기지 못하고 머리 속엔 계속 허프만 코딩과 DPCM 인코더가 돌아가고 있을거 같다.


  1. 경사면에 세워진 듯 하다. [본문으로]
  2. 건물 지하 전체가 PC실인데 PC실 숫자만 10여개가 넘는다. 그룹스터디룸도 '매우' 많다. [본문으로]
  3. 사실 직장인들도 야근덕에 5시 퇴근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본문으로]
  4. 룬드에 숨겨져있는 괴기하고 으시시한 이야기를 도시를 돌아다니며 들려준다는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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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시에 텀을 시작했다. 근 5일만에 해가 떴는데 정말 기분이 좋았다. 아침에 창문 안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얼마나 좋은지. 여기 사람들은 햇빛만 나오면 '환장'을 하는데, 요즘 정말 공감한다. 오랫동안 해를 못보다니 갑자기 해를 보니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음침한 블랙메탈이 북유럽에서 탄생한 이유도 이해가 가고. 

 거리엔 아침부터 노천카페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바글바글거리고 거리엔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음악가도 등장했다. 게다가 드디어 나무에서 잎사귀가 나올 조짐이 보인다.. 이 말인 즉슨.. 스코틀랜드에도 슬슬 잎사귀가 나온다는 말이지. 하하하. 어서 예약해야겠다.

 1차텀의 문제는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알고리즘 과정 하나한를 다 분리해서 돌려보니 몇가지로 축약이 되긴 하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점심먹고 나서도 해결이 안되다가 기적적으로 문제가 자료형이 unsigned integer라서 negative값이 저장되지 않기 때문이란걸 깨달았다. 그래서 고치고 테스트하길 몇번째.. 드디어 decimation하기 전 이미지가 완벽하게 나왔다. 이 승리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 잠시 과자를 사러갔는데 정말 특이한 자판기를 봤다.

 이 자판기는 돈을 넣고 버튼을 누른 뒤에 오른쪽에 문을 열고 손을 집어넣으면 왼쪽의 타원이 돌면서 물건이 나온다. -_-; 처음엔 문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해서 도대체 어디로 물건이 나오는가를 두고 데이빗과 한참이나 고민했다. 


 글로 적으면 정말 순식간인데, 과정은 7시간 가까이 걸렸다. 저거 띄우려고.. 아.. 결과적으로 교수님 소스는 하나도 도움이 안됐다. 끝내고 나서 얼마나 후련한지 모른다. 09년에 CS텀  끝냈을 때 만큼[각주:1]은 아니지만, 날씨 덕인가.. 굉장히 기뻤다.

 돌아오는 길에 스웨덴인들이 무단횡단을 얼마나 아무렇지 않게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아침에는 라뱅쓰리런도 아니고 교차로에 있는 세개의 횡단보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무단횡단이 일어나는 것을 구경하는 경이로운 체험도 했다. 참 신기한 나라.

 또 재미있는건 얼추 1m50은 되보이는 거대 불독을 애완견으로 데리고 다니는 사람을 봤는데, 여기 사람들이 '거대 사이즈'의 개를 많이 키우긴 하지만 불독을 저 크기로 키우고 있는 사람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저 사람 집에 도둑이 들어갔다간 팔 한짝 잃고 인생마감할거 같았다. 


 동네 빵집에 이스터라고 온갖 상품이 다 등장했다.
 


 ㅋㅋ 귀요미 병아리 인형. 



 
  1. 거기까진 좋았는데 텀하느라 교양 공부를 못해서 러시아문화 시험을 망쳤다. 러시아-한일 교류에 힘쓰는 교수님 수업 시험에 푸틴의 정치행보를 비판하는 멍청한 짓을 해버렸다. -_-;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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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씨실은 한국이나 여기나 공부뿐만 아니라 참 다양한 활동-_-;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E 빌딩 지하의, 지상 공간보다는 조금은 퀴퀴한 이곳에서 2차 텀을 하려 했으나, 1차 텀에 약간의 문제가 있어서 그거 고치느라 시간을 다 잡아먹고 있었다. 데이빗과 한참이나 헤매다가 결국 손을 놔버렸는데, 정말 이유를 모르겠다. 분명히 수학식을 이용해서 값을 변환하는데 -_-; 교수님 말로는 MATLAB에서 이미지 읽어들일 때 문제라는데.. imread랑 fread가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다. imread로 읽어도 이미지가 RGB 세개로 쪼개지는건 똑같은데..

 이러다간 2차도 못하고 이스터를 맞겠다는 생각에 그냥 교수님 방을 찾아갔다. 교수님 방문교수님 관계로 다른 교수님과 같은 방을 쓰고 있었는데, 정말 여긴 학교가 가정적인거 같다. 층마다 부엌과 식당이 있고 휴게실도 아주 크게 하나 씩 있다. 연수관에도 식당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ㅋㅋㅋ 저녁식사 시간만 되면 모든 연구실에서 우르르 몰려나와 요리대회를 열었을거 같다.

 아무튼, 여쭤보니 교수님도 정확히 왜 그런지는 모르는거 같고 그냥 아주 덤덤하게 자기 소스를 보여주면서[각주:1] 이렇게 해보라고 해서, 교수님 소스대로 하니 됐다. -_-; 확실히 파일 읽는 문제인거 같기도 한데, RGB YUV 변환함수 또한 교수님껄 써서 도저히 뭐가 문제였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정확히 어디가 문제였냐는 질문에 프로젝트의 교훈은 코딩실력을 향상시키는게 아니라 이미지가 인코딩,디코딩되는 과정을 직접 살펴보면서 교과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 있다는 따끔한 일침을 들었다. 으.. 이것이 선진 유럽의 교육 방식인가. 데이빗과 나는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다.[각주:2]

 잠깐 사족을 달아보자면, 여기 공대 시험은 모두다 오픈북인데, 과목에 나오는 내용들을 단순히 암기의 대상으로 꾸역꾸역 머리에 쑤셔넣는것이 아니라 새로운 창의적 사고를 위한 하나의 레퍼런스로서 바라본다는 점이 신선했다. 그런 의미에서 공학수학 시험때 공식 달달 외워야 했던건 정말.. -_-; 지금 생각해도 하하하;; 그저 웃음만 나온다.

 집으로 가는길에 애 엄마가 아이 손을 잡고 무단횡단을 감행하는 모습을 봤는데, 저렇게 어릴때부터 부모가 태연하게 무단횡단을 해대니 스웨덴 온 국민들 대다수가 신호를 무시할 수 밖에.. 부모가 모범을 보여야되는데. 뭐, 다른 유럽국가들도 신호 안지키긴 마찬가지인데 여긴 정말 심한거 같다.

 더 이상한건, 보행자는 신호를 안지키는데 자동차들은 기가막히게 신호를 잘지켜서 보행자가 양보하려고 하면 차가 오히려 당황해서 이상하게 바라본다. 예전에 96년인가 97년 쯤에 '이경규가 간다'에서 독일에 가서 횡단보도가 빨간불일때 도로에 살짝 뛰어드는 실험을 했는데 모든 차들이 칼같이 멈췄었다. 여기도 비슷한듯? 무단횡단이 흔한 이유가 차량 운전자들이 법규를 정말 잘지키니까 무서울게 없다.. 뭐 이런건가 싶기도 하고. 근데 차량 운전자들은 곧 보행자가 될 수도 있는데.. 아아.. 참 복잡한 나라다.



 뉴스를 보니 동국대랑 룬드대학교랑 교류협정을 체결해서 다음학기부터 교환학생들이 온단다. 올 ㅋ  


 조금 덧붙이자면, 이 건물은 철학과 건물인데 중간에 성 망루처럼 생긴 원형 타워가 특징이다. 여긴 저 동그란 타워 전체가 계단인데, 계속 돌아가며 돌아가는 원형계단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왜 이렇게 지었는지, 현대 건축치고는[각주:3] 너무 오래된 느낌이다.. 싶었는데 찾아보니 1500년대에 지어진 건물이란다....그러고보니 여기 대성당은 지어진지 천년이 다 되어갔었지.. 생각이 짧았다.

 
  1. 치트키;; [본문으로]
  2. 라기보다는 교수님이 코딩을 잘 못해서 그냥 연막작전 펴신듯;; [본문으로]
  3. 유럽의 건축물들은 요즘 짓는 건물들도 18~19세기 풍으로 짓는 곳이 매우 많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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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여행 갔을 때 구글맵 GPS로 아까운 돈[각주:1]을 날려버릴 수가 없어서 나침반을 사기로
결심했다. 나침반은 1학년때 지질학 시간[각주:2]에 쓰던게 서울에 있는데.. 필요하단걸 예상하지 못해서 못가져온게 아쉽다. 

 한국에선 학교 근처에 문구점에서 참 많은 것들을 판다.  하지만 이곳 교내 서점[각주:3]이나 문구점은 정말 문구점으로, 이 나라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문구점은 상상 이상의 것을 파는 신기한 곳이 아닐까 한다. 나침반을 어디서 취급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문구점밖에 답이 없었는데, 마치 판타지 게임 속 마을처럼 필요한 가게 하나씩만 구역별로 있는 이곳에서 철물점이라던가.. 뭐 그런 가게가 있을리가 없다. 페북으로 스웨덴애한테 SOS를 날려보니 NOVA Lund 어딘가에 있을거란다. 알아보니 노바 룬드는 룬드 서쪽에 있는 대형 쇼핑몰로 수십개의 브랜드 매장이 입점해있으니까.. 음.. 백화점이라고 생각해도 될듯 하다.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아서 구글맵을 몇번이고 봤다. 가는길에 이전에 보지 못했던 수 많은 전원주택들이 보였는데, 어찌나 이쁜지, 이미 야생화는 잔뜩 폈고, 시간이 좀 더 흘러 나무가 옷을 입는 순간이 되면 룬드 관광을 제대로 다시 해야될 정도로 아름다울 것이다.

 말뫼[각주:4]는 해안도시라 갈매기가 날아다니는데 이상하지 않은데 여기서도 갈매기가 날아다니는 지역이 나왔다. 고개를 서쪽으로 돌리니 풍력 발전소도 있다. 바다랑 그렇게 가까웠나..
페달을 열심히 밟으니 저 멀리 NOVA LUND라고 적힌 거대한 표지판이 나왔다. 드디어 도착!

  



 문은 건물 사방으로 나있어서 4개가 있다. 입점해있는 매장 수는 음.. 40개는 되는거 같은데 ㅋ 재미있는건 1층짜리 건물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아주 넓은 광장안을 돌아다닌다는 느낌도 든다.


 봄-여름 옷을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는 있었는데 여기 와서 수 많은 의류매장을 보니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잘 모르는 매장말고 그나마 검증되고 유명하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H&M[각주:5]을 갔다. 바지별로 허리핏,다리핏이 어떤지 일일이 다 나와있어서 쇼핑하기 편했다. 그리고 놀란것은 옷들에 적힌 '메이드 인 방글라데시'. 방글라데시에선 인건비가 매우 저렴[각주:6]해서 수 많은 의류공장들이 수도 다카에 있는데, 거기서 만들어진 옷을 여기서 보게될 줄이야. 방글라데시에 있었을 때[각주:7] 만난 의류공장 사장 따님, 작년에 있었던 의류공장 노동자 파업사태 등등 여러가지가 생각났다. 아틱[각주:8]은 잘 있으려나. ㅋㅋㅋ
 


 티셔츠,청바지,난방을 샀는데 할인 품목 위주로 골라 매우 저렴하게 사오고 나서 본격적으로 나침반을 구하러 다녔는데 도저히 나침반 팔거 같은 가게가 없다. 서점 체인인 AK(이하 기억안남;)에 가보니 문구류도 같이 팔길래 살펴보니 볼펜 하나가 가격이 8천원,1만원씩 한다. -_-; 하이테크팬 심 부러지면 그렇게 아까웠는데 여기서 산 볼펜 하나 부러지기라도 하면 땅을 치고 통곡할 거 같다. 

 주인한테 나침반 있냐니까 없단다. 대신 건너편에 스포츠의류 매장이 있는데 거기 알아보란다. 아하! 왜 내가 스포츠 매장을 생각못했을까.. 등산,하이킹...스포츠의류하면 노스페이스;;
중고딩들 교복.. 음, 아무튼  intersport에 들어가 물어보니 없단다. 제길. 결국 나는 이곳에서옷만 사고 돌아가게 될 것인가. 포기하고 나와보니 쇼핑몰에 입점을 못한 다른 매장들이 다른 건물에 여럿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맘에 살펴보니 스포츠 의류 매장이 하나 더 있었는데, 가보니 나침반이 있었다. 야호 'ㅅ' =3 이제 돈은 굳었다.

  1. 한참 길 잃고 다니던 1월달엔 10만원이 나왔다. [본문으로]
  2. 지구환경과학인데 사실상 지질학. 교수님도 퇴적암 전공. [본문으로]
  3. 전공서적 구비도 좀 많이 빈약한편. 여기를 우리학교와 비교해보면 하나스퀘어 영풍문고와 중앙광장 유니스토어는 책 '창고'처럼 느껴질듯.. [본문으로]
  4. 약간 사족으로 Malmö를 말모라고 읽으면 스웨덴어 모르는 사람이고 말뫼라고 읽으면 스웨덴어 배운 사람이다. 정확한 발음은 말 므워어에 를 빨리 말하는 느낌? [본문으로]
  5. 스웨덴 대표 의류브랜드. 우리나라엔 명동인가? 거기에 오프라인 매장 하나만 있고 온라인 몰같은건 없다. [본문으로]
  6. 평균 월급이 5만원이다. [본문으로]
  7. 2010년 여름 해외인터넷봉사단 [본문으로]
  8. 방글라데시에서 만난 동네 일진 짱 ㅋㅋ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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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긴 언제나 겨울일줄 알았는데 오늘 보니 잔디(?)와 꽃이 쑥쑥 자라나 개화까지 했다. 이스터 즈음부턴 스웨덴에서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겠군. 바람은 아직까진 약간은 쌀쌀한데[각주:1] 벌써 야외에서 커피 홀짝이거나 멍하니 있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도서관에서 전공과 씨름하고 있었는데, 정말 진도 안나간다. 추상적인 개념이 실제로 다가오지가 않았다. 그와중에 시간을 흐르고 흘러 오후 5시가 되니 사람들이 정말 칼같이 집에 간다. 예전엔 여기선 밤에 공부못하는 줄 알았는데, 인문계만 그렇고 공대가면 24시간 개방 지하 컴퓨터실이 있어서 하루종일 공부할 수 있다는걸 최근에 알게되었다. 역시 고..공대.

 이스터에 뭘할지 고민했는데, isle of skye를 갈지, 오스트리아를 갈지, 스톡홀름을 갈지 결정을 못했다. 그런데 isle of skye가 있는 스코틀랜드는 이스터에도 여전히 겨울일거 같은 느낌이고, 스톡홀름은 아직도 눈이 온다.. 오스트리아는 완벽한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선 여름이 다 되서 가야되는데. 아아아 어렵구나.

 어제 밤엔 영화 한편보고나서 뭔가 영화때문인지, 그냥 일이 잔뜩 뒤틀려있다는 느낌이었는데 봄 기운을 받으니 마냥 기분이 좋아졌다. 돌아오는 길에 카페 메뉴판을 살펴보니 단돈 10크로나, 우리나라 돈으로 1700원이다. 올 ㅋ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파는거랑 똑같네. 우리나라 커피값은 참 비싸긴 비싸구나. 
  1. 비도 왔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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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팅하느라 밤을 지새우고 잤음에도 불구하고 9시에 칼같이 눈을 떴지만 오후 1시 수업까지 좀 애매하다 싶어 다시 잤다.  점심 즈음엔 중도 지하 카페테리아에서 커피를 마셨다.

 LTH에서 'en kaffe[각주:1]' 하면 'fem krona[각주:2]'라는 답을 받으면서 깔끔하게 계산을 하는걸 보고 그대로 따라했었는데, 여기선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en kaffe 했더니 뭐라고 되묻는다. 하긴 전에 샐러드 달라고 하니 vad salad[각주:3]? 라고 되묻더라. 샐러드가 샐러드지 뭐 -_-; 뭔가 더 있나보네. 아무튼, 정신차리고 vad sa du[각주:4]해서 들어보니 lite eller ???[각주:5]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하.. lite는 little인데 수업시간에 참 많이도 들었던 단어다. 그럼 eller 뒤에는 큰거라는 뜻이겠네. 살펴보니 커피 잔이 작은게 있고 큰게 있었다. LTH에선 카운터에서 바로 잔을 볼 수 있지만 여기선 앞의 미묘한 장애물덕에 무슨 컵을 들고 있는지 볼 수 가 없기때문에 저런 질문을 한 것이다. liten이라고 말하고 계산을 하는데 10 크로나란다. 뭐야 이 날강도들은; LTH에선 단돈 5 크로나인데. 여기 커피는 아라비카산 고급원두를 스웨덴 장인이 한방울 한방울 한약달이듯이 만들었나;; 하지만 영어 한마디 안쓰고 스웨덴어로만 계산을 끝낸다는 점은 뿌듯했다. 하아 불법체류하다가 시민권이라도 받은 기분이야. 레인펠트도 나를 쫓아내진 못할 것이다.[각주:6] 

 수업들어가니 20명 정도의 애들이 있었다. 2주전엔 시작이 4명이었는데! 오늘은 즐거운 문학시간. 문학 교수님 수업은 토론으로 시작해서 토론으로 끝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서구식 토론수업의 결정체. 정말 끊임없이 물어보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게 만든다. 하아 -_- 이런게 인문학 수업이지. 09년 2학기 들었던 고전강독 수업 이후로 다시금 맛보는 괜찮은 수업이다. 이런 것과 달리 LTH 수업은 지루하기 짝이 없은 일방적인 강의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수업이 쭉 겹쳐서 같이 다니는 애 말로는 끔찍하단다. 퀘백에선 공대 수업도 학생들이 책을 읽어보고나서 궁금한 점을 수업시간에 끊임없이 질문하고, 이에 대해 답변하고 토론하는 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는데. 나는 러시아 억양 영어로 열심히 PPT를 읽는 노교수님의 강의나 신병교육대 교관처럼 몰아붙이는 강의를 하는 교수님이 질렸다. 차라리 연습시간 조교한테 배우는게 더 낫다. 

  문학은 그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한다는 누구나 다 아는 명제로 시작된 수업은, 노동계급 문학이 스웨덴에서 중요한 이유, 왜 영향력이 강한가로 이어지고나서 각국의 다양한 작가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만약 자신이 외국인에게 자신의 나라 사회상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작가를 소개한다면 누굴 소개하겠는가? 였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일상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는 故 박완서 작가가 가장 우리나라 사회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작가가 정답이라 느꼈다.
 
 나는 책으로 문학을 거의 읽지 않는다. 고등학교때까진 읽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스토리가 있는 한편의 이야기들은 영화나 드라마, 게임으로 접하고 책은 사회과학,역사,철학같은 딱딱한 것만 읽게 되었다. 왜 그렇게 됐는지 생각해보니까 그냥 저쪽 분야가 더 끌려서 많이 읽다보니 상대적으로 안읽게 된거 같다.

 교수님은 애들에게 질문을 던졌는데 제대로 아는 애들이 없었다. 자기나라 작가를 모르는 이유(라고 쓰고 변명)으론 '나는 문학을 전공하지 않아서 모른다'같은 궤변부터 시작해서 '우리 천조국[각주:7]은 작가의 국적따윈 보지 않습니다.'같은 미부심 돋는 것까지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수업이 잠시 진행이 안됐다. 책을 안읽나 보다. 아니, 책을 안읽어도 중고등학교 때 교과서에 나오는 몇몇 유명 작가들이 있지 않던가. 흠..

 절정은 지난 영화학 시간에 교수님께 태클을 걸었던 우락부락한[각주:8] 잉글랜드 여자애였는데 교수님이 콕 찝어서 영국의 대표작가는 누가 있니? 라고 하자 "조앤 롤링"이라고 답했다. 아... 해리포터. 맞는 말이다. 해리포터만큼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교수님은 좀 당황한듯. 아마 찰스 디킨스[각주:9]같은 답변을 원했겠지. 근데 따지고보면 해리포터가 영국의 사회상을 반영하는가? 영국은 마법이 난무하는 세계군.ㅋㅋㅋ 

 잠시 침체기 'ㅅ' 에 빠져든 수업은 수업을 절대 빠지지 않는 미국애가 샐린저[각주:10]를 언급하면서 다시 물꼬를 트게 되었다. 오, 샐린저. 내가 샐린저의 저작들을 읽은 이유는 순전히 미국의 각종 음모론에 이 사람의 소설이 연루되어있다는 것이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완전히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각주:11]

 스칸디나비아에는 범죄 소설이 발달했는데, 또 다시 wallander이야기가 나왔다. 그러고보니 얼마전 경향신문이었나? 북유럽 특집으로 북유럽 범죄 소설 소개 기사가 있었는데, 한국에도 번역판이 많이있다 한다.

 수업은 게이인지 뭔지 알 수 없는 게이같은 패션을 하고 있는 애가 자신은 외국인에게 미국 게이를 주제로 소설을 쓰는 작가들을 소개시켜주겠다고 해서 교수님과 마찰을 빗는둥[각주:12] 이래저래 요란하게 끝났다. 그와중에 나는 주위 애들이랑 곰돌이 푸우에 나오는 로빈이 게이인가 아닌가로 토론하고 있었다. -_-;

 토론식 수업이나, 어학 수업같은건 수강하는 사람이 뭔가 직접 하는게 있으니까 지루하지 않고 좋은데, 일반적인 강의식 수업은 확실히 지루하다. 얼간이 호머라면 boring을 외치고 뛰쳐나갔을텐데. 뭐, 과목 특성상 어쩔 수 없이 그런 부분이 있는거 같기도 하고.

 집에와선 어쌔신크리드 브라더후드 엔딩을 봤는데 아.. 또 떡밥만 던지고 끝났다. 다음 편이 나오는건 좋은데, 좀 확실하게 끝내줬으면 했는데.  다음주부턴 이스터까지 다시 2차 텀을 달려야한다. 그전엔 좀 쉬어둬야지. 

 


 
  1. 커피 한 잔 [본문으로]
  2. 5 크로나 [본문으로]
  3. 무슨 샐러드? [본문으로]
  4. 한국어로 그대로 직역하면 너는 뭐라 말했는가. [본문으로]
  5. 작은것 혹은 ?? [본문으로]
  6. 레인펠트는 현재 스웨덴 총리.이민제한 정책을 추진했다. [본문으로]
  7. 은 미국. [본문으로]
  8. 겉보기에도 쎄보인다. -_- [본문으로]
  9. 19세기 영국 작가. 올리버 트위스트 하면 다 알듯. 스크루지 이야기도 이 작가 작품이다. [본문으로]
  10. <호밀밭의 파수꾼> 작가. 사족으로 난 이 책을 원서로 읽었는데 욕이 매우 많이많이많이 나오는 관계로 영어로 된 욕을 많이 배우게 되었다. -_-;;;;; [본문으로]
  11. 애초에 뭔가 기대하고 읽은건 아니다. [본문으로]
  12. 교수님이 원한건 각 나라의 노동계급 소설,사회상을 반영하는 소설. 뭐 이런거였는듯.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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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에서 돌아온 후 화요일에 다시 행동과학 교수님을 만나러 갔다. 발표된 페이퍼는 뜨거운 관심속에 accepted 되었다는데, 한국이 듣보중의 듣보 취급을 받고 있는 이 머나먼 북유럽에서 한국어가 연구 주제로 쓰였다니 뿌듯했다. 외국에 나와선 사람의 정체성을 민족과 국가로 기준삼고 있었기에 그 즐거움은 더했다. 사실 교수님은 교수가 아니라 연구원이었는데, 같은 수업 듣고 프로젝트도 함께한 나이 지긋한 여성분도 연구원이었다. 포닥으로 연구원을 한다는데, 원래 포닥들도 수업을 들어야 되나? 강의 첫 주에 등록서류까지 작성하는거 봐선 정말 '수강'을 하는거 같은데. 그러고보니 시험도 쳤고 과제도 다 했다.

 아무튼 연구실은 SOL 센터 4층의 한적한 곳에 있었는데 언어학과라서 당연히 L 구역에 있을 줄 알았는데 H 구역에 있었다. 헤매면서 알게된 놀라운 사실은 여기선 포닥들에게 개인 연구실을 하나씩 제공하고 있었는데 우리학교는 교수연구실 공간도 부족한 마당이니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 아닐까 싶다. 연구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보면서 알게된건데 교수님이 스웨덴 사람이 아니라 네덜란드 사람이었다. 어쩐지 가운데 이름이 van[각주:1]이더라.

 빨래를 해야되는데 아침 7시~10분 시간만 비어있어서 예약을 했는데 오늘 포함해서 이틀 연속 실패했다. 젠장! 다행히 토요일 저녁엔 예약이 비어있어서 잽싸게 예약했다. 

 오늘은 학교가서 공부했지만 어제는 그냥 쉬었다. 밖을 보는데 놀이터에 애들이 직접 목재를 톱으로 썰어서 나무에 오두막을 만들어 논다. 처음에 왔을때 목재들이 무슨 공사하다가 놔뒀다던가, 폭설로 파괴된 건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아이들이 만들다 만 오두막이었던 것이다. 막연히 열심히 뛰어노는줄만 알았는데 스케일도 크게 노는구나.

 학교가는데 도서관 근처에서도, 집 근처에서도 아는 애들을 만났다. 반가웠다. 새내기 시절, 지하철타고 집에 가는 길이나 열람실 근처에서 우연찮게 만나는 동기들과 잠깐이나마 이야기하는게 작은 즐거움 중 하나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때 만났던 사람들 모두 내 부류는 아니었다. 결과적으론 지금은 연락도 안하지만. 그런식으로 잠깐 잠깐 보던 사람들 말고, 자주보고 공감대가 형성되어있는 친구들과는 아직도 연락하니 뭐, 아쉬움은 없다.

 끙끙대면서 연습문제를 풀었는데, 풀고나서 성취감을 느끼는거 보니 공부하는게 내 적성에 맞는거 같다. 텀 성공해도 즐겁고. 책읽어서 지식을 얻어도 즐겁고. 나쁘진 않은 특성인듯. 

 맛있는 샐러드를 만들어 먹으려고 채소를 여럿 샀는데, 처음 보니 신기한 것을 하나 샀는데 생것으로 먹기엔 향이 너무 강해서 삶아 먹었다. 구글 번역기에 검색해보니 파슬리였다. -_-; 우리나라에선 장식용으로나 쓰이는게 여기선 대량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뭐, 여기서도 가루로 만든다던가 하는 식으로 '주 재료'로 쓰이지는 않는 모양인데, 그렇게 정성들여 요리할 생각은 없어서 그냥 양배추랑 같이 열심히 먹어야겠다.

 

  

  

 
  1. 반,드,폰 같은 것은 전통적으로 귀족들에게 붙는 미들네임으로 '~의'라는 뜻이다. 지난학기 우리학교에 교환학생 온 학생 이름이 요하네스 디트리히 군터 폰 스토컴이었는데 스토컴의 요하네스라는 뜻. 물로 지금은 귀족이란게 거의 다 없어져서 그냥 형식적인 이름일 뿐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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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3시넘어 잤지만 컴퓨터 알람은 6시에 맞췄다. 꿈을 꾸다가 알람소리에 깨서 휴대폰 시계를 보니 오전 6시. 여유로운 1교시 등교를 위한 완벽한 기상시간이다. 흐뭇해하며 다시 잤다. 'ㅅ'

 만약을 대비해서 맞춰놓은 휴대폰 알람 덕에 7시 20분 경에 깨서 재빨리 학교로 출발. 수업은 8시 15분 시작이지만 이미 집에서 나갈땐 7시 50분이었다. 학교 도착하니 8시 5분. 수업 들어온 사람은 나 포함 4명. 30분 있다가 한 명 더 왔다. 쉬는 시간되니까 몇 명이 집에 갔다. 나한테 프린트 주기로한 스웨덴어수업부터 전공까지, 같은 수업듣는 애도 안왔다. 사실 수업들어가는게 별로 의미가 없는게, 열심히 ppt를 읽으셔서 전혀 도움이 안된다. 

 좋은 학자와 좋은 교수님은 별개라는 생각이 여기서도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MATLAB은 지난 학기 SPM 건드린다고 깔았던거 전부인데 MATLAB 프로젝트가, 별도의 시간 할당없이 그냥 던져져서 매우 당황스런 가운데 프로젝트 설명을 간략하게 5분 정도 들었다. 매우 쉬우니까 알아서 해와..라는 간단명료한 정리.

 08년 2학기 웹 스터디 할 때가 생각난다. SQL같은거 하나도 모르는데 "만들어와!"라는 말에 어떻게든 만들긴 만들어갔다. 사실, 실력은 그 때 가장 많이 늘었는데. 이것도 듣고나면 CS나 DB처럼 MATLAB의 신이 될까.

 이공계 애들은 모두 스터디센터로 모이니까 아는 사람들을 종종 보는데, 오늘 내 뒷자리 스터디테이블에 앉은, 아는애가 섞인 그룹은 책은 펴두고 노느라 정신이 없다. 노트북으로 코미디 프로그램같은걸 보더니 급기야는 lonely island의 i just had sex까지 흘러나왔다. 올 ㅋ 

 이어폰을 집에 놔두고 와서 그냥 무시하고 공부하는데 연습 문제 좀 많이 풀다보니까 엔트로피 문제들은 손쉽게 풀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진도는 AEP를 넘어서 다음주부턴 5장 들어간다. 올 ㅋ 내일 연습시간에는 멍때리고 있겠군.

 Ehuset 2,3층은 전전전이랑 컴과가 쓰는데 성적 공시가 걸려있어서 유심히 봤다. C++랑 DB 두 과목 모두 U(미국이나 우리나라 식으론 F) 비율이 35~40%. 올 ㅋ

 우리학교가 70%까지 B고 하위 30%가 C+ 밑이니까 비율이 뭔가 엇비슷해서 재수강 대신 F를 때리는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여긴 '진짜' 절대평가[각주:1]인데 저런 결과가 나온건 참 신기했다. 그러고보니 1학년때 들은 지학1의 그레이프 교수님도 '진짜'절대평가였는데, 노느라 정신없는 새내기들은 재수강 폭격을 맞았다.

 7시까지 있으려고 했는데 5시 되면 학생들도 직장인마냥 집으로 죄다 가버리기 시작해서 너무 썰렁해 공부할 맛이 안났다. 주말에 프랑스 갔다오고난 다음부터는 7시까지 있어보도록 '노력'해봐야지. 'ㅅ' =3



 
  1. 우리학교는 절대평가라도 상대절대평가를 한다. 가령 평균이 20점이고 최고점이 30점 이런식이라면 우리나라에선 30점이 A+이지만 여기선 30점이 B 끄트머리고 나머진 죄다 F..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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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TH 건물들은 대개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양옥' 형식의 건물이 많다. 그러니까 빨간 벽돌로 쌓아올린 건물. 열람실에서 공부하다가 알게된 중대한 차이점은, 우리나라에선 건물 외벽은 빨간 벽돌이지만 내부에는 시멘트를 덧대고 벽지를 바르던가 페인트칠을 해서 벽돌이 전혀 안보이지만, 여기선 그냥 벽돌이 끝이다. 만약 해머같은 걸로 열심히[각주:1] 벽을 내려찍는다면 건물에 구멍이 쉽게 뚫릴 것이다. 


 열람실에서 공부하고 있으니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정말 장난 아니구나. 엔트로피[각주:2] 씹어먹고 AEP까지 넘어가다가 연습문제 한 번 풀어봤는데 막막하다. 정보이론이나 미디어처리나 제목이랑 전혀 상관없이 그냥 수학 과목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래, 난 각종 엔트로피 정리들 증명을 할 수 있어. 그런데 이거 뭐 어쩌라고.. 

 미디어처리는 더 답답하다. 교재가 아직 안와서 ppt를 계속 보는데 보면 볼수록 추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matlab 실습만 계속 하는게 편하겠다. 텀은 3개로 1차 텀은 다음주 마감. matlab으로 bmp 파일을 yuy?였나.. 이름은 들어봤지만 사용해본 적 없는 포맷으로 변환하는건데 처음엔 cs시간에 배운 비트맵 레이어[각주:3]가 도움이 될거 같아서 좋아했는데 그닥 상관이 없었다. 

 
 2학년 2학기 공학수학 시간이 생각났다. 1계 제차 선형 미분 방정식 배울때는 괜찮았는데 뒤에 코시-오일러 방정식으로 기계공학 응용 문제를 푸는 부분에서 머리가 텅 비었었다. 수학적인 부분만 배울땐 "이거 그래서 어디다가 사용하는데?" 라고 했는데 막상 실제 응용 문제가 나오니  손도 못대고 말았다. 그렇게 수학에 약한 내가 여기서 한 학기에 수학 비중이 큰 과목을 두 개나 수강하다니. 

 그나마 다행인건 정보이론이나 미디어처리나 결국 엔트로피나 양자화는 함께 쓰는지라 내용이 조금 겹친다는거 정도. 한국에 있었으면 정보이론은 들었어도 미디어처리는 절대 수강 안했을텐데. 이런 복잡한 생각이 얽혀있는 동안 주위를 살펴보니 여기 애들도 공부를 참 열심히 한다. 난 1시간마다 10분정도 쉬었는데 내 옆자리 애는 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는다. 

 지난 학기 밀린 학습심리학 진도 따라잡느라 기말고사 때 생물심리학 학점이 장렬히 전사[각주:4]한 걸 떠올리며 다시 집중해서 공부했다. 내일은 스웨덴어 필기시험인데 애들한테 시험장소를 물어보니 아무도 모른단다. M hus라는거 밖에.교수님은 총괄 책임자가 메일로 알려줄거라는데 메일은 오지도 않고. 뭐.. 내일 어떤 식으로든 해결이 되겠지.

 


 
  1. 좀 많이 열심히.. 손으로는 불가능할듯 [본문으로]
  2. 역학에서의 엔트로피와 정보이론에서의 엔트로피는 조금은 다른 의미인듯. 여기선 후자. [본문으로]
  3. 이제는 경험해 볼 수 없는 박명순 교수님의 CS 텀 [본문으로]
  4. 학습심리학은 기말범위가 11개챕터였나? (중간고사는 3개 챕터 -_-; 교수님이 진도조절을 실패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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