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집중해서 공부하는 습관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는걸 인정했다. 정말 최악이다. 가장 큰 원인이 뭔지 생각해보니 마음이 조급해서 그렇다. 남은 시간은 2주도 안되고 시험범위는 많고, 한 과목은 다 잊어버린 공학수학 내용이 난무하고 있으니 자꾸 책보면서도 시계만 쳐다보게 됐다.
 근 4일째 비가 내리고 날씨가 흐렸는데 창밖을 바라보면서 사람은 왜 죽는가 -_-; 라는 참 부질없는 고민부터 성적공시란에 'U'가 딱! 하고 붙어있는걸 보게되면 어떻게 하지 하는 현실적인 고민까지 하며 시간을 보냈다. 젠장! 내 커리어는 여기서 끝이라고.

 건너편 동 6층집 개는 어김없이 테라스에 나와서 날 보는건지 어딜 보는건지 모르겠지만 심드렁한 표정으로 인생을 즐기고 있었다. 여러번 언급했지만 거의 2m는 되는 대형견들이 이 도시엔 넘쳐난다. 저걸 집 안에서 키우다니. 대단하다.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이야기를 떠올려보며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서 마음을 비우고, 진도를 계획대로 못나가더라도 그냥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생각외로 시간은 느리게 가서, 집중만 잘하면 여유있게 공부할 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느덧 이스터 브레이크 전까지 한 내용을 싹 다 봤다. 우와 -_-; 이대로 하다가  미디어처리 1점 차이로 pass 받으면 눈시울이 붉어질거라 확신한다. 
 프린트 안한 파트를 뽑으러 밤 9시에 학교에 갔다. 해가 안지기 때문에 이게 9시인지 5시인지 구분이 안갔는데, 유일한 차이점은 기온인거 같다. 해는 떠있는데 날씨가 딱 밤날씨. 쌀쌀하다. 돌아오는 길에 처음 룬드에 왔던 날들을 회상해봤다. 거의 한달간 길을 헤매고 헤매던 그 때. 얼마나 멍청한지. 이 조그마한 도시에서 길을 잃다니! 으이구 한심! 이랬는데 길을 잃었다..;; 분명히 매번 다니던 길로 갔는데. 지나가는 사람 붙잡아서 길을 물어 집으로 돌아왔다. 


 낮에는 별로 관심을 안줬던 가게 간판들이 밤에 간판 조명탓에 눈에 띄었는데 앱등이들 성지인 애플 서비스센터가 여기에도 있었다. 
 


 이건 약국. 시내 중심에 하나, 도시 남부 st lars 지역에 하나 있다. 


 제일 놀란거! 게임방.. 인터넷 까페가 아니라 대놓고 가게 이름이 'Game center'다. 들여다보니 게임에 빠져있는 사람들과 알바 -_-;도 있었다. 이건 가히 혁명적인데.
 


 치과간판. 우리나라의 그 더러운 -_- 간판 생각해보니 정말 센스 한번 인정해줘야한다. 이건 좀 사족인데, 여기 와서 우리나라 도시미관 저해 제1요소는 간판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찾아보니 다행히 서울시에서 디자인 서울 사업하면서 간판 정비에 들어가서 그나마 좀 나아졌다고 한다. 물론 아직 정화안된 동네가 더 많지만.

 이나라 문화는 오후 5시 되면 칼퇴근하는 문화[각주:1]라서 밤에 길거리를 돌아다니는건 스웨덴인 절반 이민자 절반으로 보인다. 이민자들도 스웨덴의 칼퇴근 문화가 이해가 안가는걸까.

 문화하니까 생각나는데 우리나라에 폐지줍는 노인들과, 밤마다 자전거 찾아 돌아다니는 도둑들이 여기오면 속옷 몇 벌 갈아입어야 할거다. 학교만 가도 한캔에 200원가량 돌려받을 수 있는 빈 캔들이 널려있고, 도시 전체가 자전거 밭이기 때문이다.

 난 우리나라만 유독 자전거 도둑이 설치는줄 알았는데 데이빗에게 들어본 바 캐나다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자기 삼촌이 가게 앞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물건을 사서 계산을 하고 있는데 유리 넘어 보니 도둑이 그 사이에 자전거 안장을 뽑아서 도망가고 있더란다. -_-; 

 은행에 들러 잔고를 확인해봤다. 내 관세 50만원이 돌아왔다. 하하하하하하... 심슨 시즌 13인가 14인가 마지막화가 the secret war of Lisa Simpson인데 이건 나의 secret war였다. 지난 2달간 얼마나 가슴졸이며 살아왔던가. 스웨덴은 행정업무가 얼마나 개판인지, 거기에 물류시스템은 어떻고. 따로 글을 쓰겠지만, 부당한 관세를 환급받으려면 전화 민원,방문 민원, 인터넷 민원 다 안된다. 직접 자필로 손편지를 써서 부쳐야한다. 건물이 18~19세기니까 행정 제도도 그 시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걸까. -_-;



 
 

  





 
  1. 정말 '퇴근'이 아니라 '집으로 가는것'을 의미한다. 정말 집으로 간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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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환학생 블로그나 글같은거 쭉 보다가 의문이 생겼다. 교환학생오면 영어 실력이 느나? 직접 격어본 바, 다른 사람들 사례를 종합해보면 영어회화 실력이 안된 상태에서 오면 다른 애들이랑 말이 안통하기 때문에 도태되서(다른 애들이 영어선생님이 아니니까) 결국 대화를 안하게되고 그래서 실력이 안늘고, 영어회화가 되는 상태에서 오면 그냥 대화하다 그걸로 끝. 뭐 이 두 가지같다.

 일단 여기 교환온 애들 중에 영어가 미숙한 사람은 단 한명도 못봤는데, 토플이나 ielts에 회화시험이 있으니까 당연한거 같기도 하고. 근데 우리나라 애들중에 외국 애들이랑 수다떠는게 안되서 힘들다, 외국애들이 나한테 봉사해주는 느낌이다 이런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럼 어떻게 회화시험을 통과한거지? 의문이다.

 아니 그 이전에, 교환학생은 어학연수가 아닌데 영어 실력 향상을 기대하고 오는건 좀 어불성설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살아보니 영어를 사용하는거지 배우는건 아닌거 같다. 영어 배워보겠답시고 고의적으로 한국사람 배척하는 애들도 있는거 같고. 어떤 애들은 회화 안되서 다른 나라 애들이랑 못 어울리니까 한국인들끼리만 놀다가 한국어실력만 늘어서 돌아가기도 하고. 

 다른 블로그 보다가 느낀건데, 참 여자애들은 대체적으로 요란한거 같다. 스웨덴 저 어디 동네로 교환학생간 여자애 블로그를 봤는데, ICA 마트에 장보러간 이야기와 기숙사 이야기를 올렸다. 근데 내용이 "이건 소시지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머멋 요건 스웨덴 빵ㅋㅋㅋㅋㅋㅋㅋㅋ 완전 귀엽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이런 뇨자라긬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옆방 미국 남자애 너무 잘생겼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피커 크게 트는거 빼곸ㅋㅋ 아앜ㅋ 눈이 호강한닼ㅋㅋㅋㅋ" 뭐 이런식... -_-;

 유투브 어느 댓글에서 누군가가 "동양인들은 모든 것의 사진이 필요하다."라고 정말 사소한거 까지 사진을 찍는 동양인들에 대해 비꼰건지 그냥 그렇게 생각한다는건지 뭔지 모를 코멘트를 남겼는데, 저런 애가 딱 그런 부류 아닐까. 같이 지내게 되면 완전 웃길거 같다.
장보러 갔는데 내가 민망해서 장바구니 엎고 달아날듯.. 옆에선 계속 사진찍어대고 있고.

 귀국 한달을 남기고 이것저것 정리를 시작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그 중 하나는 유학이란게 한 번쯤은 해볼만한 데 두 번은 좀 아니다.. 뭐 이런 생각? 내일은 진짜 아침부터 공부해야지. 오늘은 텀하느라 시간을 너무 뺏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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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일 째 윤하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들으면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방송이 정말 재미있다. 예능 병풍이라 방송에서 방청객처럼 앉아있다가 출연료만 받고 사라지는 윤하가 라디오 진행이라니. 

 역시나 예상대로 첫방부터 막장진행 ㅋㅋ 완전 어색하고 실수하고 방송사고 계속 나고. 공중파 라디오에서 이런 방송이 흘러나온다는게 참 재미있다. 하지만 계속되면 방송에서 언급한것처럼 곧 짤릴듯.. -_-;

 작업의 마무리는 다름아닌 자료이전이다. 구 홈페이지 게시물을 신 홈페이지로 해야되는데 이전 작업자가 정말 귀신같이 소스를 망쳐놔서 크롤러[각주:1]가 안먹힌다. 아니, 게시판마다 각기 크롤러를 따로 만들어야 되는데, 저짓을 할바엔 일일이 하나하나 옮기는 편이 더 빠른거 같아 하루에 한시간~두시간씩 열심히 옮기고 있다. 글 하나 옮기는데 30초~1분정도? 옮겨야되는 글은 약 600개. 정말 무식한 방법이지만 10일정도면 끝날듯.  

 자료 옮기는데 기사 스크랩이 매우 많다. 70년대부터 현재까지 기사를 계속 쉴새없이 옮기다보니 이 화가의 성장과정이 알고싶지도 않아도 알게 된다. 화가, 특히 한국화가에 대해서 아는 바가 거의 없으니 이제 나한테 한국 최고의 화가는 이분일듯; 커리어가 70년에 시작해서 80년에 온갖 국전은 죄다 휩쓸었으니 10년만에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특정 주제로 밀고나가서 하나의 작품세계를 구축하여 이젠 전설적인 원로 화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하지만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잘 알지 못하는게 현실 아닐까. 사람들이 알만한 화가라면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올 정도의 명성은 되야 될 듯 하다. 흠.. 하긴 컴퓨터 전공이 아니라면 컴퓨터과학의 아버지 앨런 튜링이 게이[각주:2]라는걸 알긴 힘들지;;

 화가와 그 작품에 대한 평문(Critique)들도 옮기면서 살짝 봤는데, 미술은 참 어렵다. 뭐라뭐라 온갖 화려한 미사어구와 수식어는 총 동원하여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찬사는 다 모아놓은 듯한 글들이 이어지는데 그런 표현들을 쓸 만큼 이 작품들이 아름다운가? 난 모르겠다. 그 참다운 아름다움을 알기가 힘들수록 고급 쾌락이라는 그 옛날 저 멀리 섬나라 어느 철학자 선생은 그래서 셰익스피어를 열심히 읽었나 보다. 

 이에 관련된 약간 비슷한 이야기로, 예전에 사고와표현(교양국어) 시간에 배웠던 내용 중 하나가 "좋은 글이란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다." 였다. 그리고나서 어떤 글을 주고 거기에 대해 비평을 해오라는 과제를 받았는데, 그 글이 교수님에게 가장 감명을 준 작가의 글이었다. 하지만 글 내용이 어렵고 난해하여, 도대체 글의 요지도 파악할 수 없는 수준이라 어떻게 평을 써야 될지 난감했었다. 마치 저 화가의 평문에 쉽게 공감을 못하는 것처럼. 그래서 수업시간에 배운대로 '이 글은 읽는 이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글이니 좋지 않은 글이다.' 라는 논조로 장문의 글을 써내려갔는데 사실, 모든 예술이 그렇듯이 그 주 타겟이란게 있다. 따라서 내가 어리숙하여 이해하지 못한 것을 그 예술가 탓으로 돌리는 것은 좀 어리석은 짓이다. 하지만 과제는 과제니까 -_-; 시간은 없으니 그냥 그런식으로 밀어부쳐서 제출을 했다. 예상대로 수업시간에 내 이름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좋은 글의 정의에 대한 오해가 있었던거 같다면서 어쩌고 저쩌고 부연 설명이 이어졌다.[각주:3] 

 다시 작업이야기로 돌아가서,  내일부턴 작품 사진들을 옮기는데 이거 다 하고나면 전혀 의도치 않게 미술에 대한 조예가 조금은 넓어질거 같다. 아니.. 같은거 계속 보다보니 이뤄지는 그냥 세뇌일듯 -_-;


 


  
  1. cURL 이야기. [본문으로]
  2. 앨런 튜링이 살던 시대에 동성애는 불법이었기 때문에 강제로 호르몬 치료를 받아야했다. 튜링은 이를 못견디고 자살했는데 애플의 한입 배어문 사과 로고는 앨런 튜링이 자살할 때 사용한 독사과에서 따온 것이다. [본문으로]
  3. 사고와표현은 1,2 모두 A학점을 받았는데 과제를 얼마나 부실하게 했는지 특히 1학기때는 수업시간 1시간전에 해가기도 했었다. 도대체 채점기준이 뭐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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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식 영어 발음의 특징이라 하면 거센소리가 된소리가 된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카->까, 타->따 이런식으로.. ㅋㅋ

아.. 젠장 수업 들으면서 수업내용은 귀에 안들어오고 저런거나... -_-; 저자 직강은 망한다고군가 그랬던가. 교수님은 훌륭한 학자시지만 교수법은 뭔가 잘못됐는데, 분명히 설명을 하긴는데.. 음.. 정말 설명만 하셔서 문제인거 같다.

 3차텀은 온갖 레퍼런스를 동원해서 순식간에 해치웠는데 만들긴 만들었는데 내용을 이해못하는 이상한 상황이 되버렸다. 아 뭐.. 시험도 다가오는데 텀이야 어차피 pass/fail니까 그냥 통과만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타국 생활도 한달밖에 안남으니 슬슬 모든게 귀찮아지더니 갑자기 우울함이 밀려왔다. 거기에 미디어처리 시험 예제들을 보니 속이 울렁거린다. 미적을 수강했지만 전공에 미적쓰는 과목이 없다보니 다 잊어버려서 이걸 풀 수 있을까 싶다. 거기에 모니터는 언제 팔아치워야 적정시기인가.. 같은 사소한 고민도 생기고. 

 시내에 중고나라 -_-; 아니 Second-hand shop이 있는데 하나는 전자제품가게인 On&Off옆에 있고 하나는 으슥한 골목안에 있다. 온앤오프 옆가게는 대로변에 있다보니 항상 사람들로 넘쳐났는데 골목안쪽 가게는 어떤지 궁금했지만 가볼 생각을 안했다. 그러다가 용기내서(?)봤는데 역시나 다들 나같은 생각인지 사람이 없다. 손님은 나 혼자. 게다가 물건이 안팔리는건지 어째 물품들이 죄다 골동품같다. 엔틱가구점? ㅋㅋㅋ 그런 느낌. 아기자기하고 고전시대, 아니 고전시대까진 아니고 19세기말~20세기 초 향수를 팍팍 풍기는데 시간여행하는 기분이었다. 가게 구조는 미로같아서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있었고 가게 끝편에는 주인아줌마가 지키고 있었는데 외국인인 내가 들어오니 경계태세 가동! 

 구석에 옷 코너로 가서 모자 좀 쓰고 그러는데 거울 보니 아무렇지 않은척 슬쩍 문 옆을 지나간다. ㅋㅋㅋㅋ 아이고.. 이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핑거포인팅 이라는건가. 허둥지둥 황급하게 달아나다가 붙잡혀서 가방을 수색당했는데 아무것도 안나오는 장면을 연출하고 싶었다;; 공항에서 무슬림이라는 이유만으로 탑승거부당한 사건이 생각났다. 

 엽서 모아놓은 상자가 가장 인상깊었는데 외국에서 가족,친구들이 보낸 엽서를 중고가게에 되팔았다.. -_-; 엽서도 편진데 이렇게 팔아도 되는건가?; 소중한 추억들이 담겨있는건데.. 
 그리고 해군,육군 장교 정복과 모자들도 있었는데 에티오피아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이 먹고살기 위해 훈장파는것도 아니고..;

 아무튼 나를 의심의 눈초리로 계속 감시하는 주인 아줌마를 뒤로 하고 가게를 나왔다. 호머심슨이라면 이 상황에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멍청한 스웨덴놈들;; 니놈들은 샌드위치 먹을때 빵을 하나만 사용하지;;"

 텀하고나서 책 좀 보다가 오후 6시 넘어서 집에 가는데 한국에도 벚꽃이 피고 벚꽃놀이를 즐기냐길래 그렇다고 이야기해줬다. 그리고 사실 벚꽃놀이문화는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고 일본에선 더 성대하게 즐긴다고 이야기해줬다. 이 사실을 극우 민족주의자 성님들한테 들키면 칼맞을듯.[각주:1]

 앞으로 약 3주간은 정말 죽었다.. 오.. 시험이여.



 
  1. 사족으로, 벚꽃 원산지가 제주도이므로 벚꽃 문화는 한국것이다.. 라고 주장하는 입장이 있는데 원산지와 '문화'를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는지 참 의문이다.. -_-;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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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은 진료를 포기했는데, 의사한테 hej hej하고 안부인사 하는데만 30만원을 내야한다는 사실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보험가입을 해서 돌려받을 수 있다지만, 당장 저거 내면 밥값이 없다. 게다가 아직까지 진행중인 관세 문제때문에 스웨덴 정부에 돈 갖다바치고 싶은 마음이 0%. 식코가 이런거군. 진료를 포기하겠다는 말에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간호사를 뒤로 하고 떠났다. 그게 어제 일.

---

 스웨덴 룬드만 그런게 아니라 이 주위 동네는 다 그렇겠지만...
겨울에 해 못보는건 이해했지만 4월에 해 못보는건 정말 짜증났다. 하지만 4월 넷째주부터 지금까지 정말 쨍쨍한 맑은 날씨가 연일 이어지고 있어서 몸을 근질근질하게 만든다. 여름에도 제일 더워봤자 25도 언저리까지밖에 안올라가기 때문에 날씨는 항상 선선하고 따사롭다. 게다가 녹지 비율도 끝내주게 높고 지저분한 자동차 매연도 맡을 일이 없기 때문에 도시 전체가 공원이자 자전거 라이딩 코스다.


 정말 날씨가 얼마나 끝내주게 좋은지 서늘한 바람과 찬란한 햇살을 느끼며 자전거를 타다가 그냥 풀밭에 주저앉고 싶을 정도였다. 나무 그늘 사이로 나와 내 자전거 그림자가 교차해서 만들어지는 장면을 보면 정말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래서 스웨덴스웨덴 하는구나.. 하아 -_- 

 이런 것과 방학 후 처음 시작된 미디어처리 수업에는 여전히 4~5명만 왔다. 나머지 20명은 어디로 갔는가. 그나마 수업들으러 온 애들도 3차텀 마감이 다음주인데 1차텀도 안해서 텀 제출할 때 코드도 제출해야되냐는 황당한 질문을 하고 있었다. 프로그래밍하는게 텀인데 코드를 안내면 뭘로 평가를;;

 방학전과 마찬가지로 pc실에서 텀을 했다. 전전전 건물 지하에 pc실이 그룹스터디룸 포함하면 그 숫자가  족히 20개는 되는데, 오늘 유난히 많은 수의 학생들이 와 있었다. 생각해보니 기말이 다가오고 있어서 이제 텀을 시작할 시즌이라서 그런듯. 텀 막판에 몰아쳐서 하는건 여기도 똑같구나 싶었다.

 끝내주는 날씨에 야외에서 점심을 먹고 텀을 하는데 역시나 소란스러운 스웨덴애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모두 다 사라져버렸다. 데이빗과 동시에 설마 오후 5시!! 이랬는데 진짜 다섯시. ㅋㅋㅋ 난 이게 정말 재미있다. 매번 보는 장면이지만, 직장인도 아니고 학생들이 오후 5시 땡! 하면 정말 칼같이 다 가버린다. 대단한 나라다 정말. 

시간이 좀 더 흐르고 나서 "스웨덴 문화를 존중해줘야할 시간이야."라고 운을 띄우고 집으로 갔다. 밥먹고 조금쉬니까 벌써 9시가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밖에는 빛이 남아있다. 요즘은 밤이 9시 30분은 되야 찾아온다.  돌아갈 때 쯤엔 12시에도 해가 떠 있을까?

 항상 하는 생각이지만 일이 있어서 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나면 항상 여유가 없다는게 아쉽다. 근데 일 없이 마냥 여유롭게 놀기만 하면 시간을 낭비했다는 이상한 죄책감에 휩싸인다. 그 적당한 경계선은 뭘까? 스웨덴 사람들처럼 오후 5시 칼퇴근? 흠, 괜찮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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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주간의 방학 마지막날. 뭐, 방학이나 학기중이나 딱히 다른건 없는거 같다. 어제 오늘은 요리하다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베이컨이 스웨덴어로 sid fläsk? 아닌데.. 플래스크는 탄산음료던가 -_-아무튼 직역하면 옆구리 살이다.. 돼지의 옆구리 살? 삼겹살도 그쯤 아니던가. COOP 가보니 정말 삼겹살처럼 잘라서 파는게 있었다.

 돼지고기는 기름이 흘러서 기름이 빠지는 그릴이나 판에 구워야되는데 후라이팬을 이용하면 돼지기름에 돼지고기가 튀겨지는 상황이 발생해서 한국에 있을 때 집에서는 고기먹기가 참 힘들었다. 그런데 스웨덴 내 집에는 오븐이 있다. 오븐에 그릴도 있다. OH! OH! OH!

 온도를 210도로 맞추고 삼겹살을 올리고 같이 먹을 파스타를 삶기 시작했다. 삼겹살에 파스타라.. 하아 'ㅅ' =3

 시간이 15분정도 흘렀을까? 오븐을 보니 연기가 가득하다. 문을 여는 순간 엄청난 양의 연기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울리는 화재 경보.. 아.. 망했다. 불현듯 건너집 아줌마가 테라스에서 고기굽던 장면과, 건너집 3층 아가씨 -_-; 가 현관에 쪼그리고 앉아 고기를 구워먹던 장면이 생각났다. "고기를 왜 아파트 현관앞에서 먹지 ㅋㅋ" 이랬는데.. 갑자기 스웨덴 멘토가 주최한 바베큐 파티 장면도 떠오르고... 그래! 이놈들 고기를 밖에서 구워먹었었어.. 

 화재경보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내 집에만 울리는게 아니라 전 아파트, 전 가구에 경보가 울린다는 것이다. 한국사람들처럼 스웨덴 사람들이 화재경보가 울려도 "또 고장났군 ㅋ"하면서 콧방귀나 뀌는 안전의식이 떨어지는 사람들이길 기도했다. 그런데 하나 둘 건물밖으로 튀어나가고 복도로 나오는게 아닌가.. 젠장! 남의 세탁시간에 세탁실 들어와서 무개념으로 이용하면서! 전기로 빼쓰면서! 신호등도 안지키는주제에! 왜 안전 의식은 투철한거야! ㅠ_ㅠ

 아파트 밖에 뛰어나간 사람들한테 Calm down man~ 해주고 -_-; 옆 집 무슬림애들한테 관리실 전화번호 물어서 전화번호가 있는 1층 현관까지 가려는데 같은 층 사는 애들이 우르르 튀어나와서 서로 자기가 범인인거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요리하고 있었단다. 범인이 나라고 이실직고했고 다행히 번호를 알고 있는 여자애가 관리아저씨한테 전화를 했다.

 내 옆집에는 블랙메탈에 빠져있는 중국 여자애가 살고 건너집에는 그래도 훈남(?)축에 속하는 중국남자애가 산다. 이 혼란속에서 같은 동양인을 발견한 그 남자는 나보고 "Where are you from?"이라고 물었다.  한국에서 왔다니 의외라는 듯한 반응. 
 "사실 스코틀랜드에서는 중국인이었답니다." 라고 슬쩍 귀뜸해주고 싶었다.

 한 5분 쯤 기다리니 경보가 꺼졌다. 집 안에서 그렇게 힘들게 구운 삼겹살을 먹고 있는데 관리인 아저씨가 찾아왔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좋은 저녁 보내라며 쿨하게 가신다. 경찰서 체험이라도 하게 될 줄 알았는데.

  -----------

 스웨덴 온 이후로 피부가 점점 건조해져서 처음에는 여드름이 없어져서 좋아했는데 더욱 더 건조해지더니 급기야 갑자기 각질이 많이 생기기 시작했다. 얼굴까진 아침에 로션 바르면 되니까 괜찮았는데 목으로 번지자 불안해져서 스웨덴 병원에 가기로 결심했다. 유학생 보험을 들어놨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그 유명한 북유럽 스웨덴 무상의료복지 체험을 하는 위대한 순간. 오후 4시 50분에 전화를 해보니 내일 아침 8시에 전화하란다. 꼭 '8시'라고 하는게 이상했다. 다음날 아침 8시 20분에 기상해서 전화를 하니 대기자가 20명. 스카이프 틀어두고 1시간 30분을 기다렸다. 담당자가 받아서 접수를 했는데 오늘은 환자가 많으니 내일 보잔다. 내일 오후 1시에 의사가 전화를 줄거란다.

 그리고 다음날. 1시 30분쯤 의사한테서 전화가 왔다. 스웨덴에선 1차 진료를 간호사가 한다는데, 목소리가 여자인걸 봐선 진짜 의사일가? 간호사일까? 어쨋든 통화를 했는데 3일 뒤에 오후 1시 30분에 오란다.

 스웨덴에선 1년에 총 진료비가 900크로나(15~18만원정도)를 초과할 수 없다. 그 이상 진료비는 무조건 공짜다. 근데 죽을 병이 아니면 의사보기가 힘들다. "환자가 많아서" 라는 이유로 몇일을 기다려야 되는거면 병원을 늘려야되는거 아닌가? -_-; 

 병원 방문이나 입원등으로 출근을 못하게 되도 돈은 그대로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학생은? 수업 빠지면 그 수업을 다시 해주나?; 학생은 수업 빠지는건 완전히 손해다. 근데 의사 만나는 시간도 못정한다.

 나는 내 돈 내고 내가 가고 싶은 공강시간에 동네 병원가서 빠르게 진료받고 약타서 돌아오고 싶다. 뭐, 암 걸리면 무료라는 사실이 행복하겠지만, 이런 자잘한 병은.. 글쎄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몇일 지나니 목 각질자국이 사라졌다. -_-; 스테로이드성 약물을 처방하기보다는 자연치유의 시간을 주는 천연치료방법!! 이것이 바로 스웨덴 선진 의료복지의 실체란 말인가!!. 그럴리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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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트밀은 생으로 샀을 때, 도저히 그냥은 못먹어서 쿠키를 만들어 먹으려 했는데 레시피가 복잡해서 포기하고 방치했다. 그러다가 코코팝스 하나를 사서 섞어 먹으니 꽤 만족스러운 아침식사 완성. NETTO에 가니 크런키 오트밀을 팔길래 한 번 호기심에 사봤다.

 이때까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여러 신문물-_-; 에 많이 도전해봤는데 결과들이 별로 좋지 않아서[각주:1] 꽤 망설였다. 가격은 5천원쯤 했나? 6천원? 750g에 이정도면 뭐 괜찮은 가격인듯.
 집에와서 뜯어보니 오옷.. 이 맛은.. 味味!! 이 바삭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 향긋한 사과향.. 그리고 달콤한 꿀과 설탕의 조합.. 거기에 유기농 오트밀까지..오.오...

 스코틀랜드에 갔을 때 오트밀 쿠키를 먹어봤는데 오트밀을 이렇게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었다. 근데 이건 그 오트밀 쿠키보다 더 맛있다. 오트밀은 옛날에 스코틀랜드에선 사람이 먹고 잉글랜드에선 사람이 먹었다는데.. 그 역사와 맛없고 끔찍한 식감에 잠시 오트밀을 원망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지금 당장 스코틀랜드로 달려가서 하이랜드를 질주하는 조랑말이 되고 싶다. 그러면 매일 사료로 오트밀을 먹을 수 있겠지;;;그러고보니 예전에 시리얼인줄 알고 산 과일 시리얼이 알고보니 건과일이 섞인 오트밀이었다. 어쩐지 우유에 탔을 때 싱겁더라.

 시간이 지날수록 느끼는 거지만 서양 음식은 조리가 간편한 것이 참 많다. 재료 손질도 거의 안필요하고. 밍숭맹숭한 재료에 소스맛으로 음식을 먹는게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적응되니 편하고 좋다. 






 
  1. 스웨덴.. 아니 유럽인의 입맛은 종종 이해 할 수 없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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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텀 수정을 하기 위해 데이빗과 다시 만나러 학교에 갔다. 반팔티 하나 입고 나왔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바람이 세게 불고 추웠다. 그런데 다시 올라갔다오려니 약속시간에 늦을거 같아 그냥 갔다. 

 아직도 이스터 브레이크중이라서 학교는 썰렁했다. 오랜만에 보는 캠퍼스는 녹음으로 뒤덮혀서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듯 했다. 텀은 손쉽게 끝났는데 최근에 알바하느라 코딩 주구장창 하고 있어서 그런가 싶었다. 시간이 좀 남아서 잡담을 많이 했는데 어제 캐나다 총선이 있었단다. 그래서 뉴스 보면서 이것저것 이야기했는데 우리나라나 캐나다나 지역에 따라 후보가 아니라 당에 투표하는건 똑같은듯..

 개념없이 떠들어대는 스웨덴놈들 불평도 하고 세탁실을 습격하는 스웨덴놈들 -_-; 이야기도 하다보니 결론은 스웨덴인들 도덕의식 수준이 좀 낮다..였다. 그래도 신호지키는건 영국사람들보단 나은거 같다. ㅋㅋㅋ

 돌아오는 길은 재앙 수준이었는데 부슬비가 내려서 팔이 마비될 지경이었다. 진짜 그렇게 고통스러운 적은 처음이었다. 집에 다 와서 팔을 움직이니 얼얼하다.. 좀 더 자전거 탔으면 동상 걸렸을듯. 캐나다는 종종 영하 30도까지 내려간다는데 그 날씨에 자전거를 탄단다.. 대단하다.. -_-;

 우표사러 COOP에 가서 우표 달랬는데 till ute Sverige를 직원이 못알아듣는다. ㅠ_ㅠ 문법이 틀렸나 보다. inte Sverige로 구매 성공. 아니 그 이전에 Frimärken↗도 못알아듣더라.. 다시 한 번 이야기하니 Frimärken↘이란다. 젠장; 우체통이 엽서 세장을 넣고 돌아오는데 동네 여자애들이(얘넨 맨날 놀러다니는듯) 수요일날 네이션 가잔다. 네이션? 난 영국여행비 떼우려고 알바해야돼 이런 한가한 녀석들아. ㅠ_ㅠ 

 Jquery 샘플보고 열심히 코딩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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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탁하러 내려갔는데 이전 시간 예약한 사람[각주:1]이 세탁 돌려놓고 찾아가질 않았다. 이미 내 시간이 1시간 가량 흘렀데도 안찾아갔길래 깜빡했나 싶어 일단 세탁물을 꺼내고 내 껄 돌리는데 어디서 라디오 소리가 들려 살펴보니 세탁실 창문을 열어서 세탁실 전기를 끌어다가 바로 옆 잔디에서 라디오를 듣고 노는 애들이 있었다. 어떻게 세탁실 전기를 끌어갈 생각을 하지;; 

 한 시간동안 산책 좀 하고오니까 그 세탁물 안찾아 갔던 사람이 열심히 건조기에 자기 세탁물을 넣는 정말 황당한 상황이 연출됐는데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었다. 내가 들어와서 hej 하는데도 당당하게 건조기를 쓰고있다. 건조기 안써서 필요없다고 하곤 올라왔는데 SDU 성님들[각주:2]이 아닌게 다행;; 아직 두 달 정도 남았지만, 이미 결론내린게 스웨덴 사람들 의식은 몇몇 부분에서 좀 꽝인듯..

 

  
 
  1. 세탁 예약시간은 세시간씩이다. [본문으로]
  2. 스웨덴 민주당 청년모임? 청년연합회? 청년동맹? 민주당 Youth 그룹인데, 스웨덴 민주당은 스웨덴 극우정당 중 하나. 일부 스웨덴 언론에선 나치즘 정당이라고까지 표현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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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에 안추워서 좋았는데 봄이 늦게 오는건 별로다. 잎사귀 좀 나려나 했더니 해가 나와야 꽃이 피던가 하지. ; 4~5일 흐림, 이틀가량 맑음의 날씨가 근 한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데 무슨 삼한사온도 아니고;; 

 이번에도 4일간 흐렸다가 날씨가 맑아졌다. 거리에 넘실대는 사람들. 아파트마당 잔디에도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인산인해를 이뤘다. 요즘 들어선 좀 불쌍하기도 하다. 하긴, 역시 북유럽은 겨울이지[각주:1].


 아파트 바로 옆에 작은 언덕이 있길래 사진 찍기 좋아보여서 밤 10시에 삼각대와 카메라를 챙겨 나갔다. 몇 번 테스트샷 찍다가 알게된건데, 단렌즈는 초점 무한대가 되는데, 번들렌즈는 초점거리에 대한 표기가 없어서 어느 정도가 무한대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광각 사진은 실패. 그렇게 거대하고 머나먼 우주도 단렌즈 앞에선 너무 가깝다. 내가 어느 곳을 찍고 있는 지도 모르고 그냥 열심히 30초간격으로 끊어 찍었다. 북두칠성을 찍었는데 별의 이동방향을 보고 북쪽이란것만 알 수 있지 이게 북두칠성인지 북두신권인지 전혀 알 도리가 없다. -_-;



 꽤 어두운 곳에서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건물 조명이 장기간 노출되면서 쌓이고 쌓이다보니 상당한 양이었다. 왜 창문에선 사진을 찍을 수 없는지 이해가 갔다.[각주:2] 오랫동안 기다리는게 전부다이다 보니 이것저것 잡생각 좀 하면서 별을 헤아려 보았는데, 예전처럼 입 벌린 채 감탄하고 있지 않다는걸 알게 됐다. <호두껍질 속의 우주>[각주:3]때문인가?  천문학은 사실 물리학이란걸 알게 된 것과 두 번째 재앙과 합쳐 삼대 재앙이었다. 학문으로서의 천문학이 이렇게 난해하고 재미없다니. 두 번째는  중학교 2학년 때 일어났는데 10만원 가까이 들여 쌍안경 하나 장만해놓고 한참 들떠있었다.. 그리고 <작은 망원경으로 시작하는 천체관측의 첫걸음>[각주:4]이란 책도 시내 모든 서점을 다 뒤져가면서 정말 힘들게 샀는데.. 그랬는데 한 달만에 집에 도둑이 들어서 쌍안경만 가져갔다. 쌍안경만 가져갔다는건 가방은 놔두고 쌍안경만 가져갔다는 말. 

 '몇 십억 년 후에 안드로메다 은하와 우리 은하가 충돌한다는데.. 그 때 과학 기술이 잘 대처할 만큼 발달해있을까?' 이런 생각하다가 갑자기 눈 앞을 스쳐가는 무언가를 보았다. 유성이었다. 불빛이 적은 곳에 있으니 유성도 보는구나. 대항해시대3에선 유성이 나오면 부관이 항상 소원을 빌라고 한다. 그리고 묻지도 않았는데 자기 소원은 비밀이란다. 비밀이면 말하질 말던가;; 

 미미한 인간의 존재, 가치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뭐 이런건 근 몇 년 사이에 여러 매체를 통해 우주의 거대함에 대해 자주 이야기해서 이젠 식상한 감도 있다. 'ㅅ' =3 그래도 오랜만에 찾아본 blue pale dot에 대한 세이건의 감상은 명문중의 명문이다.

지구에서 64억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찍은 사진.


여기 있다.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 이곳이 우리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들어 봤을 모든 사람들, 예전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서 삶을 누렸다. 우리의 모든 즐거움과 고통들, 확신에 찬 수많은 종교, 이데올로기들, 경제 독트린들,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 모든 영웅과 비겁자,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부,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들, 희망에 찬 아이들,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도덕 교사들, 모든 타락한 정치인들, 모든 슈퍼스타, 모든 최고 지도자들, 인간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여기 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이다. 지구는 우주라는 광활한 곳에 있는 너무나 작은 무대이다. 승리와 영광이란 이름 아래, 이 작은 점의 극히 일부를 차지하려고 했던 역사 속의 수많은 정복자들이 보여준 피의 역사를 생각해 보라. 이 작은 점의 한 모서리에 살던 사람들이, 거의 구분할 수 없는 다른 모서리에 살던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던 잔혹함을 생각해 보라. 서로를 얼마나 자주 오해했는지, 서로를 죽이려고 얼마나 애를 써왔는지, 그 증오는 얼마나 깊었는지 모두 생각해 보라. 이 작은 점을 본다면 우리가 우주의 선택된 곳에 있다고 주장하는 자들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사는 이곳은 암흑 속 외로운 얼룩일 뿐이다. 이 광활한 어둠 속의 다른 어딘 가에 우리를 구해줄 무언가가 과연 있을까. 사진을 보고도 그런 생각이 들까? 우리의 작은 세계를 찍은 이 사진보다, 우리의 오만함을 쉽게 보여주는 것이 존재할까? 이 창백한 푸른 점보다,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을 소중하게 다루고, 서로를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는 책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있을까?




 



  1. 은 단지 블랙메탈과 대항해시대3 게임만으로 만들어진 편견. [본문으로]
  2. 건너편 아파트 조명이 너무 강해서 별이 찍히지 않는다. [본문으로]
  3. 호킹이 쓴 천문학 교양서적...인데 어렵다. -_-; [본문으로]
  4. 지금 찾아보니 절판됐단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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