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처리 연습시간이랑 스칸디나비아사회문화가 겹치는데 스칸디사문이 금요일만 수업하므로 스칸디사문을 들어갔다. 오늘 강의는 영화학 수업 세 번째 시간. 수강생은 나 포함 4명[각주:1] 위엄 ㅋㅋㅋㅋㅋ 전 ㅋ 멸 ㅋ 근데 오늘 내용은 상업영화 이야기라서 꽤 재미있게 들었다. 

 노르웨이 저 북쪽 머나먼 땅에 있는 아주 작은 마을 사람들의 삶을 다룬 다큐가 흥행에 성공했는데, 성공 이유로는 도시사람들이 누릴 수 없는 공동체적 삶의 모습이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란다. 

 역사를 소재로한 영화를 이야기하면서, 2차대전 영화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아카데미를 휩쓸은 '킹스 스피치'를 예로 들었다. 영화의 소재로 과거의 역사가 쓰이는 이유는 가치의 재생산함으로써 과거의 일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라 한다. 특히 연합군이었던 나라에서 만든 2차대전 소재 영화에선 더더욱 더 그러하고. 그래서 킹스 스피치도 언어치료라는 과정을 통해 제3제국에 맞설 수 있는 용기를 국민들에게 불어넣은 조지6세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영국이 '선'의 입장이었고 전쟁이 정당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가 흥행한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고.

 이때 영국에 온 여자애가 속된 말로 '빡쳐서' 교수님에게 태클을 걸었다. 영화가 성공한 이유는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이 바탕이 되서 불라불라 오오 어쩌고 저쩌고 나으 소중한 조지6세쨩을 모욕하지 말라능 궁시렁궁시렁

 당황한 교수님은 좋은 의견이다라는 식으로 그냥 넘겼는데, 생각해보면 조지6세가 딱히 위인으로, 영웅의 모습으로 재생산될 이유가 있나 싶다. 조지5세~조지6세 통치시기가 옆나라 아일랜드에 대한 탄압이 가장 심하던 시기였는데 레벨하트,보리밭을 흔드는 바람같은[각주:2] 영화들 보고 아일랜드사 책도 읽어본 사람이 킹스 스피치 보면 굉장히 기분이 이상할거 같다. 정작 아일랜드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한텐 그랬다. 이쪽에선 악당, 저쪽에선 영웅. 난해하다. 그 어느쪽의 당사자도 아니라서 그냥 좀 묘한 감정이 든다. 그 전날 성 패트릭 데이 파티를 즐기다 허겁지겁 온 극렬한 공화주의자 아일랜드 애가 있었다면 맥도날드 먹으면서[각주:3] 그 여자애 멱살잡았을듯; 

 쉬는시간에 일본 방사능유출 이야기를 하다가 체르노빌 이야기가 나왔는데 정작 러시아에 온 애가 체르노빌 사건을 모른다. 'ㅅ' 체르노빌 정도면 나름 유명한 사건 아니던가; 중국애가 매우매우 걱정된다고 하는데, 지금 중국에선 상점에서 물건을 사재기하고 약탈하고 난리란다. 물론 일부라곤 하지만, 아무튼 자기도 엄청 걱정된다고 하는데 적어도 나한텐 기우라고 느껴졌다. 신체에 위험이 될 정도의 피폭을 입힐 수 있는 양이 과연 중국까지 갈까? 

 스웨덴의 유명한 범죄소설을 영국에서 드라마로 만들었는데 wallender 가 바로 그것이다. 얼굴없는 살인자 편을 봤는데 CSI보단 긴장감은 떨어지지만 그림은 좀 이뻤다. 시간나면 다운받아봐야지.

 

 



 


 
  1. 총 수강생은 30명정도. [본문으로]
  2. 마이클 콜린스,아버지의 이름으로, 블러디 선데이 그 외 여러 아일랜드 근현대사 관련 영화들 이런 영화에선 영국은 악당으로 나오는데(사실 실제로 하는 짓이 악당 뺨치는 수준) 특히 1차대전 참전용사들 집단인 블랙 앤 탄스는 거의 동네 양아치만도 못한 얼간이들로 나온다. [본문으로]
  3. 맥도날드는 도날드의 아들이라는 뜻.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킨지의 아들이라는 뜻이고 오코넬이나 오도일, 오닐,오브라이언은 '이름'의 손자라는 뜻이다. 오브라이언 = 브라이언의 손자. 결론은 맥도날드는 아일랜드사람이 만든 회사.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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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교시 수업때문에 알람을 6시에 맞춰놨다. 자기전에 분명히 끄고 다시 자겠지..라고 생각하며 누웠다. 잠이 안와서 시간을 보니 새벽3시. 그냥 포기하면서 아마 이대로 잠들었다간 늦잠잘테니, 비몽사몽으로 있는편이 낫겠다 라고 생각하며 있는데 갑자기 알림이 울렸다. -_-; 그 사이에 잠든것이다. 하지만 반사적으로 끄곤 다시 잠을 잤다.

 꿈에선 누군가와 이야기를 했는데 "지금 이 시간에?" 라는 말을 하면서 꿈에서 깼다. 시간은 7시 30분. 10시 수업일때 9시 30분에 깨면 거의 포기를 했는데 이번엔 달랐다. 식사하고 씻고 외출하기까지 20분. 7시50분에 출발해서 LTH에 도착하니 8시 5분이었다. 역시 사람은 다급해지면 큰 힘을 발휘하게 되는거 같다. 

 룬드의 지형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갈수록 높아지는데 언덕도 아니고 평지도 아니고 참 이상한 지형이다. 오늘같은 경우  중간에 쉬지도 않고 페달을 밟았는데, 천문학과 건물 지날때 쯤엔 다리가 부서지는줄 알았다.

 수업은 미디어처리. 상트 페테르부르크 대학교에서 온 방문교수님이 가르치시는데 렁글리시 작렬.. 게다가 푸리에 변환이 불꽃처럼 뿜어내는데 공수1만 들은 나는 멍하게 있었다. 쉬는시간에 같이 수업듣는 애랑 이런저런 이야기하는데 칼마른 네이션에서 일한다고 한다. 나도 블레킹스카[각주:1]에 무비나이트 워킹 조인을 했는데 연락이 없다. 'ㅅ' 수업끝나고 집에 같이 가자는데 도서관가야된다고 쿨하게 "vi ses"를 외쳐주고 도서관 직행.
 


 문돌문돌열매 먹는 중도나 SOL 센터와는 다르게 LTH 학습센터는 참 이공계스럽다. 1인 열람실보다는 그룹스터디(주로 텀을 하니까..)위주의 자리 구성과 식사, 회의,공부,잡담 모든 것이 한 곳에서 이뤄지는게 참 낯설면서도 이공계스러웠다. 노트북도 요란하게 치장하고 있고. 노트북 치장하면 나도 뒤지지 않는데.[각주:2]

 
 책값이 너무 비싸서 pdf파일 인터넷에 구해 인쇄했다. 여기선 자동으로 양면인쇄를 해주기 때문에 프린트비가 한국의 절반이다. 하지만 환율을 생각해보면 장당 30원~40워정도? 여기 카페에서 점심을 먹어야될거 같은 기분이 들어서 메뉴판을 보고 전혀 모르는 음식을 주문했더니 전혀 모르는 음식이 나왔다. 고기다진거에 치즈를 올린 음식인데 맛은 토핑이 과한 피자맛이라고 해야되나. 


 점심먹고 천문학과 구경을 갔는데 들어가니 세미나인지 컨퍼런스인지 무슨 행사를 하고 있었다. 왠지 뻘쭘해서 건물 한바퀴 돌고 나왔다. 바람이 얼마나 부는지, 온도는 괜찮은데 바람이 분다. 한국은 눈이 온단다. 오스트리아 애가 한국엔 3월에도 눈온다는 이야기에 눈이 휘둥그레지던데, 말하고나서 좀 잘못말했나 싶었는데 오늘 한국에 눈이 왔으니 다행(?)이었다.
 

 공부를 해보고, 기출 문제를 보니 이거 진짜 매일매일 공부안하다간 F 띄우고 장렬히 전사할 거 같다는 느낌이 왔다. 문과 과목 들었으면 룰루랄라 여유부렸겠지만 이공계니까 그저 다른 나라 이야기. 스웨덴어 수업 들을때 애들한테 주말에 뭐했냐고 물으면 죄다 "과제했다","프로젝트 했다."라고 답하던게 떠오른다.[각주:3]
 저녁에 집에오려는데 내일이 성 패트릭 데이라는걸 깨달았다. 미국애들이 녹색옷 입고 술마시는것도 좀 이상한데 왜 여기서 축일행사를 하지. 아는 애가 조인하랬는데 녹색의상이 없고 'ㅅ' 별로 안 땡겨서 그냥 집에 왔다. 오랜만에 네톤으로 다중채팅 좀 하고 라스도 보고 프랑스 여행계획도 짰다.  과감히 파리를 버렸다. 프랑스 여행의 컨셉은 에밀리오 알바레스되기. 내일 퀘벡애한테 불어 좀 물어봐야지. 



  1. 였나 벨킨스카였나 [본문으로]
  2. 여러가지 의미에서 'ㅅ' =3 [본문으로]
  3. 분반이 이공계 분반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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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망의[각주:1] 스웨덴어 구술시험날. 오후 1시에 정보이론 class[각주:2]가 있는데 시험공부하려고 스킵..은 뻥이고 잠깐만 누워있어야지 하고 누웠더니 정말 일어나기 싫어져서 안갔다. 덕분에 시험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수업도 빼먹고. 

 시험은 5명이 주어진 상황이 맞게 이야기하는 거였다. 상황은 같은 기숙사 사는 애를 위한 깜짝 생일파티 준비. 분명히 할 말이 많았는데 긴장해서 말문이 막혀버려서 한 동안 말을 못했다. 그러다가 겨우 말문을 터서 이것저것 이야기하고 주제도 점점 산으로 가면서 편해졌는데, 왠지 평가는 이미 끝난거 같은 느낌. -_-;

 근데 이런 단체 구술시험은 단점이 있는 듯 하다. 두 명이서 대화하게 하면 골고루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데 세 명 이상 대화하게 되면 평상시에도 한 사람은 그냥 듣기만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다섯 명이면 더더욱 더.

 마지막에 퓔묘크 드립[각주:3]과 아침에 훈제연어 먹는 소리를 해서 교수님께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F 주진 않겠지? 'ㅅ' =3
 
 



 시험 전에 잠깐 보니 오늘도 역시나 일본관련 행사가 있었다. 여기선 J를 ㅈ가 아니라 ㅇ로 읽기때문에 재팬이 아니라 요판[각주:4]이라 한다. 


 집에 오니 이건 뭐 -_-; 저 카트 두개는 3층 사는 시리아 출신 이민자 부부가 짐 나를때 쓰던건데 분명히 어제까지 마당에 방치되어있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저기 위로 올라간거지? 저 위로 돌아갈 방법은 사다리를 이용하는것 외엔 없다. 게다가 저 가판은 뭐야 -_-; 
 


 한국에 있을때 길거리에 오래된 가게들 간판글자가 한 두개 떨어져서 웃긴 장면이 연출되곤 했는데, 여기도 있었다. NETTO인데 ET가 사라져서 N TO. 멀리서 그냥 보면 IN TO 같다. 그 옆에는 다른 경쟁 마트인 COOP이 있어서 마치 COOP이 여기 있다는걸 알려주는 표지판같아 보인다. 

 내일은 오전 8시에 수업이 있으니 일찍 자야지. 'ㅅ'



 


  1. 딱히 기다린건 아니지만. [본문으로]
  2. 주당 lecture 4시간 class 4시간인데 lecture랑 class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음. class는 조교가 진행하는거 같은데. 연습시간인가? [본문으로]
  3. 픨묘크는 스웨덴식 요구르트인데 우유곽에 담아서 판다. 그래서 스웨덴어를 모르면 우유인줄 알고 잘못 살 수도 있다. 떠먹는 요구르트에다가 물탄 느낌이라 적응하기 참 힘든 음식. [본문으로]
  4. 요판과 야판 사이의 발음. 요ㅏ판 -_-; 볼튼 원더러스의 스웨덴 축구선수 요한 엘만데르도 존 엘만데르가 아니라 요한인 이유는 스웨덴 사람이기 때문이다. 'ㅅ'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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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TH[각주:1]에서 듣는 첫 수업을 갔다. information theory. 우리학교에선 대학원 수업인데 여기선 학부수업으로 개설되어 있다. LTH는 1월에 가보고 처음인데, 갑자기 분위기가 확 바뀌면서 남자들밖에 안보인다. 이공계 남녀성비가 엉망인건 어디나 똑같구나.

 강의실이 지하 구석에 있었는데 지하가 미로 구조라서 한참이나 헤매다가 겨우 찾아들어갔다. 들어가니 보이는 삭막한 남자들. 인원수는 50명은 넘어보여서 정말 강의 듣는 기분이었다. 인도나 파키스탄 혹은 방글라데시 출신으로 보이는 펀자브스러운 학생들이 많았다. 아 그 말로만 듣던 인도의 IT 천재들인가. 'ㅅ'  중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한 열명 가까이 있었다. 중국인이라 확신하는 이유는 일본인은 본 적이 없고 한국인은 우리학교랑만 교류를 체결했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입구에서부터 시끌시끌 떠들고 있었기 때문에. 

 내 자리 앞과 뒤 모두 중국학생들 무리가 있었는데 쉬는시간에도 얼마나 시끄러운지, 수업시간에도 소근소근거리고 중국사람 특성이 확실한 듯 싶다. '소란스럽다' 라는 느낌. 지난 학기 컴퓨터구조 시간의 중국 학생들이 '또'[각주:2] 생각났다. 남한테 피해를 줄 정도로 소리가 커서 그리 보기 좋진 않았다.

 쿼터제[각주:3]는 정말 선택과 집중의 시스템인거 같다. 게다가 LTH에선 더더욱. 7.5학점짜리 문과대 대학원수업이 주당 4시간,6시간해서 평균 5시간정도였는데 여긴 주당 8시간이다. 게다가 아침8시부터 수업한다. 이번 쿼터에 컴과 수업 두개를 듣는데 암담했다. 일찍 일어날 자신도 없는데. 고3때 생활리듬으로 돌아가야하나.

 교수님 말투가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각주:4] 미군 신병훈련소 교관같다. "어쩌고 저쩌고~~ 알겠나?!" 이런 억양. 주위를 살펴보니 자는 사람도 있고 넋 놓고 있는 사람도 있고, 열심히 필기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열심히 했는데 수업 종료 15분전 쯤 되니 집중력에 한계가 와서 그냥 시간 가기만을 기다렸다. 

 끝나곤 문과대 건물에서 친구들이랑 스웨덴어 시험준비를 했는데 일본지진 후원 모금행사가 한참 준비중이었다. 옆자리에 일본애들이 앉아서 열심히 뭔가 만들고 있는데, 일본 사람은 여기와서 처음 봤다. 그래도 있기는 있구나. 

 일본 지진은 처음에는 별거 아닌거 같았다가 점점 피해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걸보고 예사 일이 아니라는걸 깨달았다. 1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한 순간에 죽은 마을 기사를 보니 뭐라 할 말이 없어졌다. 그 와중에 우리나라 인터넷에선 열심히 키배가 한창인데 일본을 걱정하면 반민족주의자,친일파,위선자라 말하는 사람들은 참 어떤 의미에선 대단한거 같다. 인터넷 없었으면 저런 사람 볼 일도 없었을텐데. 항상 느끼지만 인터넷 덕택에 별의별 사람들을 다 보는거 같다.

 스웨덴어 시험준비는 애들이랑 열심히 하다보니,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걸 느꼈다. 특히 듣기가 참 안되는거 같다. 노래나 영화같은 매체를 통해 익숙해져야되는데, 그러지 못해서 그런거 같다. 세 시간동안 하고나니 피곤해서 해산했다. 집에와선 너무 피곤해서 쉬다가 귀국하기 전까지 어느 곳을 방문할지 확실시 해야될거 같다고 느껴서 이것저것 생각을 해보았다. 굳이 안끌리는 곳은 아예 안가는 편이 나은거 같다. 그러므로 파리라던가 프라하같은 곳은 제외. 시험 끝나고 천천히 생각해봐야겠다. 음.. 결과적으론 집에 와서 공부를 안했다.. 'ㅅ';
  1. Lunds tekniska högskola, 룬드대학교 공과대학. [본문으로]
  2. 분명히 예전 블로그 포스트에서 한 번 언급한거 같다. [본문으로]
  3. 한 학기를 두개의 쿼터로 쪼개서 한 쿼터에 2~3개 정도 수업을 몰아듣는다. 두 쿼터 수업 합치면 한 학기에 6과목해서 18학점 뭐 이런식. [본문으로]
  4. 실제로 그런지는 모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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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어로 헤어질때 하는 인사는 auf Wiedersehen이라고 알고 있어서 독일애한테 이야기해보니 매우 예의바른 표현이라 한다. 일상적으로 헤어질때 쓰는 말은 Tschüs. 츄스! 오 짧고 좋은데. 일본에선 짧게 쪽 하는 뽀뽀나 키스의 의성어로 츄Chu를 쓰던데. 일본 애들이 들으면 좀 웃기겠군.

 심슨의 이민자 추방 에피소드[각주:1]를 보면 호머가 스프링필드에서 이민자를 쫓아내야되는 이유로 "이민자놈들은 우리말도 제대로 못한다."라고 하는데 내가 딱 그 꼴이다. 굳이 여기선 스웨덴어 안써도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는데[각주:2] 이 나라 말 안쓰면 뭔가 미안한 맘도 들고 플로리다의 쿠바인이나 텍사스의 멕시코인[각주:3]이 된거 같은 느낌이라 되도록이면 스웨덴어로 일을 보려 한다. 이민 온건 아니지만 사는건 사는거니까. 그래도 레벨1 코스가 끝나가니 장족의 발전을 이뤄서 이제 스웨덴어로 물건사는덴 별로 문제가 없다. 사실 마트에서 장보면 말 한마디 안해도 되지만 간간히 말많은 종업원 걸리면 뭔가 질문에 답을 해야된다. 봉투 필요하냐, 영수증 필요하냐 등등. 분명히 못알아듣는 말도 섞여있지만 눈치빵으로 넘어간 것도 여러번 있었다.

 coop konsum 주말 남자알바는 심슨에 나오는 플랜더스도 아니고 인사가 헤이솜부터 이상한 주문까지 다양한데 말도 많아서 이것저것 자꾸 묻는다. 동전기계 사용할꺼냐[각주:4] 안할꺼냐 묻는데 못알아들었다가 기계 가르키면서 말하는거 보고 바로 nej 라고 해서 지폐로 계산성공. 'ㅅ' 그냥 계산해서 잔돈이나 줄것이지. 

 coop과 netto는 붙어있는데 netto의 물건가격은 정말 싸다. 오기전에 봤던 경험보고서에는 몇 크로나 차이안난다고 했는데, 1크로나가 200원정도니까 5크로나 차이나도 1000원 차이다. 엄청난 차이다. 고작 몇 크로나가 아닌 셈. 그래서 되도록이면 netto를 가려고 하는데 netto는 주말엔 열지도 않고 평일에도 오후 8시는 문을 닫아버린다. 덕분에 계란 못먹은지 몇 일 됐다. 



 마트나 버거킹, 맥도날드 같은 상점들의 야간 알바, 주말 알바, 그리고 케밥이나 피자가게 주인들은 거의 다 이민자들이다. 스웨덴에는 정치적 망명을 아낌없이 받아들이고 있어서 이민자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각주:5] 공장은 안가봤지만, 뭔가 상대적으로 힘든 일은 이민자들의 몫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뭉크의 유명한 그림 Workers on their way home의 약간은 얼빠진 느낌의 어두운 북유럽 사람은 이제 찾아보기 힘든거 같다. 

 이민자들은 주로 스웨덴의 잘 발달된 복지에 매료되어 온다. 게다가 여긴 중립국이라 전쟁위험도 없고, 범죄도 그리 많이 일어나지 않는다. 새 삶을 시작하기엔 꽤 괜찮은 곳인데 스웨덴 사람들이 이민자들을 그리 좋아하는건 아닌다. 최근에 이민자들에 의한 범죄같은 여러 사회 문제들이 생겨서 이민자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아진게 사실이라 한다. 얼마전엔 스웨덴에서 처음으로 자살폭탄테러가 일어났고 이민자 사이에서 총격전이 발생해 사람이 죽기도 했다. 이민자 범죄는 뭐.. 우리나라 외국인 노동자 범죄랑 비슷하게 생각하면 될까.

 아, 그러고보니 19세기 중엽~20세기까지 미국에서 아일랜드,이탈리아 사람들[각주:6]이 하던 역할을 요즘은 동양계나 히스패닉 사람들이 주로 하고 있는거 같다. 슈퍼,세탁소,식당 운영부터 성매매 포주[각주:7],각종 범죄 활동까지. 


 
 학교 도서관에 가보니 룬드의 역사를 담은 책이 있어 살펴보니 내가 살고있는 곳은 60~70년대 개발된 대규모 주거단지였다. 룬드 인구는 8만명을 안넘는데 스웨덴에서 10위 안에 드는 비교적 큰 도시다. 사진엔 아직 내가 사는 Nordanvag 아파트는 없다. 사람들 사진을 보니 헐.. 잉베이 맘스틴[각주:8]이 -_-; 그 당시 유행하는 머리였나 보다. 히피같진 않은데 뭐라고 해야되지.. 아.... ABBA 음반 표지 보는거 같애 'ㅅ'; 라고 했더니 ABBA가 스웨덴 그룹이었네.

 

 19세기에 출간된 책.  이렇게나 멀쩡하게 서고에 있다니. 우리 학교 도서관에 너덜너덜 곧 썩어서 사라질거 같은 책들은 80년대 책이었는데. 보관 방법의 차이 때문일까? 모르겠다.

 일본 지진으로 시끄러운 와중에 여긴 아무일이 없다. 참 평화롭다. 정말 아무 일 없다. 감싸고 도는 분위기가 그렇다. 정말 아무 일 없어 '보인다'.

 방글라데시도 한국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였고 여기 스웨덴도 전혀 다른 세계다. 그냥 다른 것이지, 우열을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방글라데시에서 짧지만 한 달간 힘들게 살아보고, 여기서도 몇 달 지내보니 그냥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고 환경이 다를 뿐이었다.
 그래서 서구세계에 사는 것에 환상을 가진 허영심 많은 일부 사람들이 우습다. 정작 뉴욕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데 드라마 영향으로 맨날 선글라스끼고 놀러다니고, 어디에서의 일상이라는 제목으로 찍은 커피빨면서 다니는 사진 올리는 그런 허영을 비웃어 주고 싶다. 여기도, 방글라데시도, 한국도 그냥 아침에 일어나면 아침먹고 회사가서 일하고 퇴근해서 자고 하는 일상의 반복인데, 한 번 주입된 편견이 가득한 이미지[각주:9]를 끝없이 재생산해내는 요즘 일부 사람들이 이상하기만 하다. 유럽에서의 삶은 모두, 항상 낭만적인가?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모두 죽어가는가[각주:10]? 뉴요커들은 죄다 브런치와 커피를 즐기며 저녁엔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데이트를 즐기나? 모두 허상이고 편견이다.

 군대가기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군필들이 "군대도 사람 사는 곳이다."라고 위로를 하곤 하는데, 나도 그냥 이야기해주고 싶다. 전세계 어디나, 사람 사는곳은 다 똑같다고. 머리 속 편견을 버리라고.

 

 

 

  1. 아마도.. 시즌8의 에피소드중 하나. [본문으로]
  2. 대다수의 스웨덴인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떠듬떠듬하는게 아니라 정말 유창하게. 이 말은 영어를 잘 못해도 기본적인 회화는 다 한다는 소리. [본문으로]
  3. 미국에 거주하면서 영어를 전혀 사용안하고 사는 이민자들. 이건 LA 한인타운에 사는 영어 못하는 한국인 이민자들도 마찬가지. [본문으로]
  4. 여기서 동전은 동전기계에 직접 넣어야한다. 지폐를 그냥 점원 주면 됨. [본문으로]
  5. 옆 도시 말뫼는 60만명이 사는데 1/3이 이민자들이다. [본문으로]
  6. 대표적인 하류층 이민자들.동부에서 범죄조직 양대산맥은 아일랜드계와 이탈리아계였다. 이탈리아는 흔히 알다시피 마피아. [본문으로]
  7. 2004년 쯤 실시된 성매매와의 전쟁의 부작용으로 성매매업소들이 미국,일본,호주 등으로 건너가 악명을 떨치고 있다. 호주에서 일본인 콜걸 부르면 한국인이 일본인인척 하면서 온다는 우스갯 소리도 있다. [본문으로]
  8.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80년대 최고 인기였다. [본문으로]
  9. 시트콤의 대학생들은 공부를 안하고 드라마 속 직장인들은 일을 안한다. 미드 속 주인공들도 주제가 직업이 아닌 이상 일을 안한다. 덕분에 뉴요커들이 나오는 여성취향 드라마를 본 사람들은 뉴요커들이 모두 그렇다고 생각하는 환상에 빠진다. 유럽같은 경우는 관광 사진만 보고 그 삶은 생각해보지 않아서 환상를 가지는게 태반. 혹은 스웨덴처럼 미디어에서 꿈의 복지국가!라고 선전하니 지상낙원이라 생각하기도 하고. [본문으로]
  10. 방글라데시 노동환경이 열악한건 사실이지만 '말도 안되게' 잘사는 사람들도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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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번 성당 너머로 가는게 귀찮아서 오른쪽으로 꺾어갔더니 한적한 장소가 나왔다. 엄청나게 큰 나무가 통째로 잘려있길래 뭔가 싶어서 내려 돌아다녔더니 근처에 공동묘지가 있었다. 심즈에서 심 죽으면 나오는 그 비석 -_-; 을 실제로 봤다. 사람들 생몰시기를 보니 주로 19세기 사람들이 묻혀있었는데, 20세기 후반에 죽은 사람들도 있었다. 특정 가문을 위한 전용 묘지도 있어서 온 가족이 함께 모여있는 곳도 있었다.


 조화가 여기저기 있는걸 보니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모양. 아직은 겨울이라 약간은 쓸쓸한 느낌이지만 봄이오고 새싹이 움트면 아름다운 공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굉장히 큰 판과 울타리를 가진 무덤자리는 의사의 무덤인 듯 했다. 거대한 묘비에 검? 봉?을 뱀(??)이 휘감고 있는게 의사의 상징 아니던가.. 모르겠다.. 여기서 본거 같은데.


 금요일 북유럽사 수업준비때문에 책을 빌리러 오랜만에 도서관에 들렀다가 바로 옆 강의용 건물에 라운지가 있듯이 여기도 있지 않을까 해서 살펴보니 역시나 있었다. 이곳 학교 건물들 특징이 뭐랄까, 자급자족을 위한 지원이 좋다고 해야되나. 옆에 자그마한 부엌이 있어서 요리도 해먹을 수 있다. 냉장고도 있고 전자렌지도 있고. SOL센터에도 층마다 부엌이 있어서 수업 끝나고 지나가다보면 요리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음.. 그러고보니 연수관 우리방 옆 전파과 연구실 사람들도 요리 직접 해먹었었는데.. 날이 가면 갈수록 늘어나는 요리 솜씨(?)와 스케일 -_-; 에 모두들 놀라워하던 기억이 난다. 
 

 SOL 센터 가는길에 있는 고전시대 풍의 큰 건물은 무슨 건물일까 항상 궁금하다가 얼마전에 방문해보니 도서관이었다. 흠, SOL 센터가 도서관,연구실,강의실이 모두 모여있는 말그대로 센터라면 여기는 도서관 그 자체. 리셉션 크기부터 달랐다. 


 콜라 한 캔 마시면서 쉬고 있는데 위를 보니 문득 파르페 아이스크림이 떠올랐다. 09년에 자주 사먹었는데. 10엔 까페 드 꾸띠에 아이스모카!. 08년엔 편의점 카페라떼.. 으.. 그립군.
큰 도서관답게 열람실도 있었는데 역시나 우리학교처럼 수백,수천석씩 있는게 아니라 30~40석 정도만 있다. 한 쪽은 칸막이의 독서실 느낌의 열람실이라면 한쪽은 정말 입 벌어지는 환상적인 분위기의 열람실이었는데, 그 열람실만큼은 18세기에서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벽에는 옛 학자들의 초상화가 액자에 담겨 걸려있었는데 몇몇 초상화 속 인물들은 딱 봐도 20세기 사람이었다.(의상이..) 그걸 보니 지금이 21세기구나 라는게 느껴졌는데, 만약 그 인물들이 없었으면 시간여행하는 기분이었을 거다. 이런 건물들 보면서 감탄하는거보면 아직은 내가 여행자나 이방인쪽에 가깝다고 느꼈다.

 확실히 공부는 열람실에 있을 때 잘 된다. 분명히 집에도 테이블이 있고 조명도 있는데 집중이 잘 안된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다른 사람들이 주위에 없으니 긴장이 풀려서 그런것 같다. 열람실에 있으면 왠지 모르게 긴장이 되서 (물론 긴장하고 있다는 느낌은 안들지만) 왠지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된다. 2주뒤면 스웨덴어 초급 시험인데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다. 진도가 점점 나갈수록 문제되는건 새로운 표현이 아니라 단어였다. 이전 챕터에서 배운 단어를 모두 알고 있는게 아니라서 다음 챕터에서 그 단어가 나오면 해석도 안되고 회화할때도 작문이 안된다. 오랜만에 고딩때 했던 무식한 방법으로 단어를 열심히 외워보니, 역시 괜찮은 방법이었다. 

 금요일에 스칸디나비아 사회문화 수업을 가니 수강생이 10명 남짓! 와우. 가면 갈수록 출석률이 바닥을 긴다. 발표하는 날이었기 때문에 약간은 긴장하고 준비했는데 시간관계상 나는 발표하지 않았다.  어찌나 허무한지. 폴란드 애들만 발표하고 그 외 챕터는 그냥 강의만 했다. 쉬는 시간에 중국애랑 잡담하는데 한국에 왕족이 있냐고 묻길래 당연히 없는데 어디서 그런거 들었냐니까 드라마 '궁'을 봤단다.  하긴 우리나라 잘 모르는 다른 나라 사람이 보면 착각할 만도 하겠구나 싶었다. 수업은 복지와 평등 사회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이건 별도의 글에서 따로 정리하도록 하고.. 수업 후반에는 여성학쪽 이야기로 시간을 다 할애했는데 스웨덴은 아직도 남녀차별이 존재하는 국가라고 한다. 비록 un에서 평등사회 1위로 뽑히긴 했지만. 

 수업 끝날 즈음에 갑자기 영화학 교수님이 등장해서 Olof palme에 대해 강의했다. 팔마는(우리나라서 번역은 팔메라고 하는데 내 귀가 썩지않은 이상 발음은 팔마였다.) 팔마는 스웨덴 사민주의를 대표하는 정치인인데 스톡홀름에서 암살당했다. 그를 기리는 다큐의 클립을 봤는데 정치인이 이웃아저씨같다고 해야될까. 타 국가에서 정치인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권위주의라던가, 그런 모습이 전혀 없었다. 최근에 뉴스에 자주 나왔다는데 그 이유가 암살된지 25주년이 되었기 때문이란다. 

 이야기를 더 이어나가고 싶었지만 이미 시간은 오버되서 모두 지쳐있어서 엘레강스한 말투의 영화학 교수님이 던지는 질문에 일동 침묵. 결국 수업 종료. 아.. 자꾸보니까 이 교수님 말투가 막 앗흥앗흥 거리는거 같다. 웃을때 오호호 이럴거 같애..다음 영화학 수업을 위한 유인물을 나눠줬는데 젠장! 예술 영화다. 아...... 난 예술이나 미학은 영 꽝인데 예술 영화라니  끔찍하군. 

 예전에는 ICA에 갔는데 요새는 NETTO에 간다. 알고보니 집 100M거리에 NETTO와 COOP이 있고 상가,도서관까지 있었다. 난 왜 남쪽으로 가볼 생각을 안했을까. NETTO는 가격이 매우 싼 대신 ICA처럼 자체브랜드를 달고 있는 가공품은 없었다. 계란 가격은 정말 감동인게 한알에 300원정도였다. CA에서는 한알에 500원이 넘어갔던거 같은데.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 동네슈퍼에 계란 한판에 5000원이니까 음.. 한국보다 비싼건 여전하구나.

 돌아오는 길에 창문너머 사람들을 살펴보니 금요일 밤이라고 하우스파티하느라 시끌벅적하다. 내가 사는 층 코리더 파티는 한 번 열었을때 망했는지 그 이후로는 무소식. 그러고보니 파티 열기엔 참으로 좁은 곳인데 참 대단하군. 의자도 몇개 없는데.

 우편함을 열어보니 텅텅 비었다. 아마존에서 주문한 물건은 아직도 안왔고 관세청에선 답신도 없다. 젠장! 월요일에는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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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일기가 아니라 주기..

 스웨덴어 수업 한 번 빠졌더니 못따라가서 애먹었다. 역시 수업은 전출하는 것이 옳은 것 같다. 한달 넘게 수업을 들으니 역시 여기서도 고정석 비슷한게 생겼는데 이상한게 내가 앉는 왼쪽 열만 사람들이 로테이션이 된다. 뭐 그래봤자 몇명 안되지만. 처음에는 유럽애들이랑 앉았는데 요즘은 계속 캐나다 미국 캐나다 미국 이런순. 


[ 여기선 수돗물,화장실 물 다 마신다. 사진은 화장실에 있는 컵. 물이 깨끗하기 때문. 우리나라 아리수도 신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대다수 사람들에게 한국은 듣보잡 나라인데 이번이 교환학생 세번째라는 양키는 한국에 대해서 조금은 알고 있었다. 심슨 이야기를 했더니 자기가 싱가폴 있었을 때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도 심슨 팬이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곤 소녀시대,브아걸,지드래곤 이야기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KPOP nerd같이 생겨먹지 않아서 어떻게 아냐고 하니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들이 어느날 자기를 부르더니 동영상을 틀어줬단다. 별로 흥미는 없는데 굿굿 이러길래 예~ 프리티~ 굿굿 이랬다는데 자기 눈에는 암만봐도 지드래곤은 ㅈ같단다. 계속 이야기를 듣자니 싱가폴 기숙사에서 문화고문이라도 당한거 같
다. 으, 그래도 싱가폴 국립대의 한국 학생들은 한국문화 알리기엔 성공은 한 듯. 긍정,부정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지만. 'ㅅ' =3
 자기 생각에는 미국에서 제일 유명한 가수는 원더걸스라고 생각한다며 노바디 노래도 안다고 했다. 뭐 누구 투어 쪼르르 따라다닌다는 기사를 봣다고 하는데 아마 조나스 브라더스 -_- 였나? 그랬던거 같은데 얘도 모르는듯. 조나스 이야기가 나와서 자연스럽게 저스틴 비버이야기를 했는데 이 게이같은 생겨먹은 녀석은 MCR만큼이나 어린애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모양이다. 


 금요일엔 이번 쿼터에 듣는 대학원 강의 실험를 위한 녹음을 했다. 내가 만든 한국어 문장 60개를 같이 교환학생 온 타 과 선배가 녹음했다. SOL 센터 지하에 있는 녹음실은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의 시설이었다. 10평 가량의 공간에 정말 무지막지하게 큰 방음재,차음재가 설치되어있어서 그 어떤 소리의 반사도 일어나지 않고, 잡음도 하나 없는 無의 세계라고 해야되나. 고급 마이크를 통해 흘러나오는 목소리의 퀄리티는 얼마나 좋은지. 
으.. 저런 곳에서 공부하면 집중도 잘되고, 기타 녹음하면 얼마나 끝내줄까. 
 스칸디나비아 사회문화 수업을 가니 섬세한 터치와 우아한 목소리의 영화학 교수님 수업의 영향인지 절반 이상이 결석했다. 뭐.. 나머지 1/4정도는 지각이었지만. 이번 수업은 극(Drama) 분야 강의의 첫 시간으로 입슨과 호..홀즈버그? 'ㅅ'; 모르겠다.. 두 사람에 대해서 배웠는데 역시나 유럽,영미권 애들은 한 번쯤은 들어봤고 그 외 출신들은 저게 누구? 이런 상황. 교수님은 아주 x 100 열의가 넘치고 학생들에게 관심이 많아서 한시간 가량은 일일이 학생들 이름을 묻고 왜 스웨덴에 오게 되었는가, 저 작가들에 대해 알고 있는가를 물어봤는데 처음에는 진지한 태도로 인터뷰에 응했길래 나도 진지하게 임했다. 스웨덴에 왜 왔냐길래 솔직히 인터넷 속도가 빨라서 왔다고 하긴 뭐해서 복지모델이 한국에서 큰 논쟁거리라고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뻔한 이야기를 했
는데 뒤에 애들부터 '실수로 왔다', '코펜하겐이랑 가까워서', '서류 하루 남기고 그냥 찍음', '블랙메탈이 좋아서'(룬드 대성당 데려가면 비명지르면서 심장마비로 사망할듯) 등등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 나도 사실 되게 어이없는 이유로 왔어.. 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교환학생을 온 이유는 다분히 우연적으로 새벽에 과 후배랑 이야기하다보니 다음학기 교환학생을 간단다.. 공부도 잘하니까 교환학생도 가네.. 와 부럽다.. 난 학점 낮으니 안될꺼야 하면서 그냥 국제처를 뒤져보니 생각외로 가기가 쉬웠다. 학점도 그냥 기준컷이고 영어점수도 기준컷이고. 학점,영어점수 순으로 줄세워서 가는줄 알았기 때문에 상당히 흥분되는 일이어서 그 날 새벽 4시 IELTS 시험을 접수했다. 교환을 가기 위해 칠 수 있는 마지막 영어시험. 이미 원서 접수 날짜가 촉박했기 때문에 토플은 선택할 수도 없었고 그나마 IELTS가 성적이 빨리 나오길래 접수했다. 시험까진 단 일주일. 그리곤 잤다.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엄청난 후회를 했다. 젠장, 교환학생 생각도 없었는데. 환불하려고 사이트 들어가보니 시험이 7일 남아서 환불불가. 그래서 돈 아까워서 시험을 쳤는데 점수가 잘나와서 기준컷을 넘기고 교환 갈때 뭘 따져야 할까 하다가 그래! 인터넷이 느리면 안되지 해서 검색해보니 스웨덴이 인터넷이 빠르다길래 스웨덴을 썼다.. 면접연습은 뭐 질문하는지 알아보니 인터넷봉사단 때처럼 안나대는게 최선인듯 해서 준비안하고 가서 그냥 이것저것 질문받고 답하고 5분만에 끝. 그리곤 1지망 합격해서 스웨덴으로.

 그래, 이자식들 다 비슷한 이유로 교환학생 온거군! 실수로! 우연찮게 말이야. 혼자서 속으로 킥킥대다가 갑자기 학교 홍보처에서 고대 홍보용 물품을 받아갔다던 학생의 이야기가 생각났는데 좀 우스웠다. 이곳에선 그 누구도 어느 학교에서 왔는지 안묻고, 관심도 없다. 그냥 어느 나라 사람인가가 중요할 뿐. 


 그러고보니 방글라데시 카파시아 사람들도 고대가 좋아서 휴대폰고리를 달라고 한 게 아니었지. 교환학생 면접 볼때는 '나대는' 사람이 없었는데 봉사단 면접땐 나대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복입고, 태권도복 입고, 가야금 들고오고 -_-; 심사위원도 부탁받아 하는거고, 심사 빨리 하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고, 길어지면 피곤한게 사람인지라 저런식의 눈에 튀려는 행동은 마이너스임이 분명한데 왜 저리 호들갑을 떨어댔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면접관들 앞에서 장구치고 상모돌리는 사람은 없었던거 같다.

 작가 소개 내용에서 졸라가 나왔는데 에밀 졸라가 아니라 그냥 졸라라길래 저게 그 졸라가 맞는지 확신이 안든 가운데 (게다가 여긴 프랑스가 아니라 북유럽이니까) 교수님이 드레퓌스 언급을 하길래 그 졸라가 그 졸라가 맞다는걸 알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졸라가 흔한 이름은 아니구나. 

 북유럽 국가의 여권신장은 오래되지 않은 이야기로 18세기 극에는 사회,가정,관습,종교가 강요하는 여성의 '바람직한 역할'에 저항하는 여성 이야기도 나왔다. 교수님 말씀이 스웨덴이 남녀평등사회라고 흔히 알려져있는데 아직도 불평등한 요소가 곳곳에 있다고 한다. 홉스봄이 집단적 정체성이 환상이라 했듯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북유럽의 모습도 상당히 환상과 거품이 섞여있는거 같다. 

 그날 밤엔 노트북이 고장났다는걸 알게 되었다. ICA에서 노트북 가방을 떨어뜨렸는데 메인보드의 배터리 담당 부분이 어떻게 되었는지 안켜졌다. 이리저리 분해해봐도 허사라서 한동안 절망했는데, 네덜란드에 lg서비스 대행업체가 있다고 한다. 아.. 니덜란데.. 그곳에 여행가면 약국에 꼭 들러야겠다.


 자기 전에 문득 든 생각이 다른 나라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잘 모르고 관심도 없듯이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다른 나라에 관심도 없고 잘 모르는건 아닌가 싶었다. 우리가 잘 안다고 자부하는 나라는 미국이나 동아시아 일부 국가정도고 그 외 국가들에 대해선 스트레오타입정도의 생각만 가지거나 아니면 아예 이름만 들어본 정도에 불과한건 아닐까.

 벨기에에서 온 애랑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둘 다 할 말이 별로 없었다. 왜냐면 나는 벨기에에 대해서 잘 모르고 걔는 한국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유럽에 jpop nerd는 많았고 kpop nerd는 거의 없으니 더더욱 더. 내가 벨기에에 대해서 아는건 뭐지? 브뤼셀? 예전에 네덜란드랑 하나였다가 분리되었다, 블리츠크릭? 또 뭐 있지. 벨기에 혁명? 나폴레옹 평전에 뭐 본거 같은데 뮈라? 네이? 네덜란드 독립전쟁? 딱히 없다. 아는거 없다고 내가 걔한테 "야 내가 게임을 하는데 니네 플랑드르 애들은 매날 반란을 일으켜. 같은 가톨릭국가인데도 말이야. 니들 16세기엔 피혁이랑 유리 세공품 팔아먹지 않았냐? 거기 지분 얻기 힘들더랑 'ㅅ' =3" 이럴순 없고. 시리아에서 이민 온 케밥가게 주인은 더 심했던게 내가 시리아에 대해서 아는 지식이 중세시대에 한정되어 있다는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미미한 역사 이야기 빼곤 문화적인 면은 하나도 몰랐다.그러고보면 남한과 북한을 구분하는 애들은 그나마 우리나라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편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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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몇년간 북유럽국가들은 실업수당을 삭감하고 부유세를 폐지하는등 점점 복지정책 뜯어고쳐서 국내자본 유출 막고 경쟁체제로의 변화를 조금씩 시도하고 있는데 요즘 우리나라 진보 정당의 북유럽모델식 복지추구는 철저하게 연구하고 검토한게 아니라 그냥 막연히 "거기가 참 살기 좋다던데..그렇다던데..." 라는 식으로 "좋다! 북유럽 모델로 가자! >_<b" 라고 밀어부치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부유세 죄다 폐지했는데 부유세 도입하자! 라고 외치는건 뭐야..;무상급식 문제도 그냥 뉴스에서 언급될때는 "저 좋은걸 왜 반대하지?" 했는데 양 쪽 입장 다 읽어보니 결국 포퓰리즘이었다. 정치인들에게 진정성은 있는가. 

 꼼꼼히 따져보고 연구하고 분석하고,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수정모델을 만드는 것이 가장 현안 아닐까. 그냥 갖다 적용하기엔 우리나라의 인프라 자체도 (인구수부터..) 다르고, 국민 의식,문화도 차이나기 때문에 무리라고 본다. 그러고보면 결국 정답은 뻔한 말이지만 교육이 답이다.  어릴때부터 받은 교육을 통해 국민 정서가 형성되고 평균적인 '모범 시민'이 양성되는 거니까. 어떻게든 탈세하려고 애쓰는 자영업자들이 판치는 형국에 저런 모델이 말이나 되는지. 사실 스웨덴이 부유세를 폐지한 이유는 스웨덴 부자들이 세금 안내려고 외국으로 돈을 죄다 빼돌렸기 때문이다. 역시 돈 많은 사람들은 탈세도 더 쉽게 잘 한다. 아 그렇게 따지면 국민 의식이 별로 차이가 안나나 'ㅅ' =3 아무튼 이때문에 기업 투자가 감소해서 경제가 침체되고 실업율이 상승되고 서민경제는 더 어려워졌다. 그래서 이제 일련의 복지국가들은 자신들의 복지 제도를 다 뜯어고치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느 모델이나 장단이 있는듯 하다. 여담이지만 남미 모델은 끔찍하게 망해버린 걸로 정평이 나있지만.. -_-; 그래도 찾아보면 그것도 장점이 있지 않을까..(아마도;)

 경제성장 추구 일변도의 정부는 조금만 복지에 관심을. 복지국가들은 그렇게 복지복지해주고도 우리나라보다 더 잘산다. 복지복지 외쳐대는 진보 정당들은 겉핥기로만 알고있지 말고 조금 더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 복지국가들이 그냥 마냥 복지복지해대는게 아니다. 교육을 통해 국민 의식수준도 높아졌으면 좋겠다. 복지국가들이 그냥 마냥 복지제도만으로 건강하게 사는게 아니다. 

 이상 스웨덴이 언제 입헌군주제로 바뀌었는지 궁금해서 찾아보다가,스웨덴 국왕 계보보다가 스웨덴 정당제도, 정책 기조 살펴보다가 든 잡생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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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관광산업은 '볼거리'가 별로 없어서 쇼핑이나 서비스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그것도 홍콩이나 마카오,도쿄같은 아시아 타 도시에 비하면 여전히 내용이나 질적인 면에선 떨어지는게 현실인거 같다. 뻔한 소리지만 괜찮은 자연경관을 가진 곳을 발굴해서 열심히 홍보해서 세계적인 관광지 하나 쯤 만들었으면 좋겠다. 

 스페인 마요르카섬은 인구가 90만명 정도 되는데 한 해 방문하는 관광객 숫자가 2천만명 -_-; 이 넘는다. 노르웨이 피오르드 인근 마을이나 극지방 트롬쇠같은 도시도 적게는 몇백명(!)에 많으면 몇만명의 사람들이 사는데 관광객 숫자는 그의 수 백,수 천배에 달하고. 쇼핑이나 서비스를 이용한 관관산업은 인프라를 잘 구축해놓으면 꽤 굴릴만한 상품이지만 여행객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가난한 배낭여행객들에게는 별로 해당사항이 없는거 같다. 훌륭한 자연 하나면 입장료는 없지만 주변 숙박시설이나 식당, 기념품 가게,대중교통 같은 부수적인것들이 모두 다 영향을 받고 대재앙 -_-;이 안일어나는 한 지구멸망때까지 우려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음, 그런데 우리나라에 경치 좋은 곳도 나름 많은데. 우포 늪이나 보성녹차밭같은곳? 홍보가 안되서 그럴까. 생각하면 할수록 이것저것 챙기고 보완해야될게 하나 둘이 아니네..


 
P.S: 다 쓰고 관광 관련 글 찾아보니 외국인 관광객 수는 꾸준히 늘고 있고 관광상품 개발에도 나라에서 열심이라 하니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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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은 어떤 나라일까.

 이번 쿼터엔 대학원 과목인 행동과학을위한통계학 수업, 스웨덴어 초급, 스칸디나비아 사회와 문화 수업을 듣는다. 세 수업에서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했을 때 느낀건 이전 포스트에도 썼지만, 한국은 안알려진 나라라는 것이다. 한국에 눈이 있냐는 질문을 두 번이나 받았는데 좀 당황스러웠다. 상식이 없는건가..라고 생각도 잠깐 했었지만 내가 경솔했다. 스웨덴어 수업 짝과 이야기하다보니 내가 퀘백이 캐나다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모르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캐나다 동부 어디쯤 있는 도시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퀘백은 '주'였고 수도가 퀘백시티였다. 생각보다 컸고 위치도 더 동쪽이었다.  독자적으로 불어를 쓰면서 살아갈 수 있는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북미 대륙 연안에 붙어있는 소국 느낌이랄까. 좀 우스운건 난 퀘백 독립운동에 대해서 알고 있다. 그런데 어디있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고 있었다. 마이너한건 알고 메이저한건 모르다니. 
 내가 퀘백에 대해서 모르고, 퀘백 관련 뉴스를 본 기억도 거의 없는것처럼 당연히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한국 사회에 대해서 잘 모를 수 밖에. 그러고보니 한국TV에서 스웨덴 소식을 본 적이 없다. 복지국가라는거 빼고는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는게 일반적이 아니던가.
 행동과학통계 시간에 내 노트북을 보고 중국글자냐고 질문한 사람이 있었는데 좀 극렬한 애국청년이었다면 분노를 숨기지 못하고 한글의 우수성과 과학성에 대해 열변을 토하면서 이순신 짱! 한국 최고! 하면서 뜨거운 눈물을 쏟지 않았을까. 집에 돌아와서 그 생각이 들어 혼자서 한참을 웃었다. 눈이 있냐는 질문에 분노하며 한국을 사계절이 뚜렷한 몇 안되는 국가라고! 하면서 멱살을 잡을 수도 있었겠지.. 아 바보같애. 난 왜 이런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는게 좋을까. 
 여러 책을 읽고 넓은 세상에 대해 알게되면서 조금 그런것에 냉소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 가감없이 사실대로 알리는 것이 좋은걸까 아니면 조금 과장해서라도 자부심을 가지게 하는게 좋을까? 대다수 사람들은 외국에서 살지 않으니까 자부심을 강조하는 것이 최선일까. 모르겠다. 


2. 까페

 같은 아파트 사는 친구와 집에 오면서 한국 젊은 여성들의 취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20대 여성들은 까페를 참 좋아한다. 커피가 좋은게 아니라 그 까페의 분위기가 좋은거겠지. 이쁜 조명 아래 펼쳐진 책과 커피, 케잌 한 조각. 이곳에서 한 달 가까이 살다보니 굳이 돈 들여 까페에 갈 이유가 없는거 같다. 그냥 조명을 바꾸면 된다. 내 집은 해가 지면 정말 까페같다. 한국가서도 조명 하나 사서 살아야겠다. 

3. 비행기?!
 


 날이 맑으면 하늘은 비행운으로 도배가 되다시피 한다. 비행기가 얼마나 많이 지나다니는지 모르겠다. 물론 고고도라서 비행기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지만 하늘에 비행운이 동시에 서너개씩 그려지고 있는 모습을 하루 종일 볼 수 있다.


 그런데.. 저건 뭘까? 사진에 비행운이 5개가 보이는데 중간에 가로질러 올라가고 있는 것이 있다. 각도가 너무 급상승중인거 같았다. 정상적인 비행기 항로도 아닌거 같고.


 물론 코펜하겐 공항에서 이륙한 항공기 중 하나겠지만 내 눈엔 너무나도 신기했다. 인공위성? 로켓? 미사일(그럴리가)? 여러 생각이 들었다. 정말 저 비행기의 정체는 뭐였을까.

4. 지금

 글을 쓰는 지금 비가 내리고 있다. 날씨가 따뜻(!)하다보니 눈이 아니라 비가 내린다. 일요일에는 날씨가 맑을거라는데.. 스톡홀름 가는날인만큼 해가 쨍쨍했으면 좋겠다.
 옆 아파트에 무슨일인지 경찰차 5~6대가 출동해있다. 무슨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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