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서 은행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서 필요한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집 계약서
2. 여권(+ 거주 허가증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어야합니다.)
3. 입학 허가서(letter of acceptance) 혹은 고용 확인서라던가..

은행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저는 제가 다니는 대학의 은행계좌가 SEB라서 SEB를 선택했습니다. 은행에 들어가면 대기표가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자동으로 나와있는게 아니라 버튼을 눌러야 나옵니다. 대기표 뽑고 기다리다가 자기 차례되면 가서 은행 계좌 개설하러 왔다고 하면 됩니다. 학생이면 학생이라고 말하고 이민온거면 이민왔다고 이야기하면 그에 적합한 절차를 안내해 줍니다. 대충 이것저것 주소나 인적사항 쓰고 사인하면 끝입니다.
그리고 체크카드도 만들어달라고 하면  발급할 수 있는데 마에스트로 카드를 발급해줍니다. 카드는 현장에서 바로 주는게 아니라 우편으로 보내주기 때문에 3~5일 정도 기다려야 합니다. 

 이 날 역시 안개가 잔뜩 끼고 흐렸다. 전 날 밤엔 또 눈이 내렸다. 전 날 EMS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우체국에 가서 직접 찾아와야 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길이 얼어있기 때문에 꽤 힘든 여정이었다. 우체국은 내가 사는 nordanvag와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어서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가는 길에 본 설원. 정말 눈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우체국은 굉장히 소규모였는데 고대 우체국 규모라고 하면 이해하려나? 짐을 찾는데 도저히옮길 방법이 없었다. 박스가 무려 두개. 옷과 이불박스였다. 그래서 그냥 다시 택배를 집으로내는걸 신청했는데 가격이 250 SEK. 직원이 내 집까지 택시타면 100 SEK도 안나오니까 택시를 타라고 조언했다. 택시를 이용해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하나 묻자 이 곳은 콜택시가 주류라고 한다. 번호를 받아 전화해봤는데 상담원에게 바로 연결되는 곳이 몇 군데 없었다. 겨우 택시를 불러서 힘들게 집까지 왔다. (직접 찾을 때 여권이 있어야한다.)

 이쯤되니 초기의 적응기간이 참 너무나도 싫어졌다. 바보가 된 기분이랄까. 그리고 이 곳 사람들은 모두 영어를 잘하지만 스웨덴어도 빨리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 단어와 철자가 비슷한 스웨덴어 단어는 대충 알 수 있지만 그 외의 것은 알아볼 수 없으니, 회화는 영어로 한다해도 글을 못읽으니 너무 답답했다. 

 내가 보낸 EMS 박스가 하나 더 있는데 다음주에 개강하고나면 또 우체국가서 찾아와야 될 걸 생각하니 한 숨이 나왔다. 그래도 크기가 상대적으론 작아서 뭐 어떻게든 해결될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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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전후의 폭설이 아직도 녹지 않은데다가, 심심하면 눈이 조금씩 더 내리는 바람에 아침의 풍경은 항상 이런 식이다. 짙은 안개때문에 시야가 그리 좋지 못하고 인도나 자전거 도로는 눈이 얼어서 빙판길이다. 이 날은 LTH OT와 코디네이터를 만나는 날이라서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가서 6번 버스로 갈아탔다. 


시내 중심가의 버스 정류장. 룬드 시내에는 거의 모든 노선의 버스들이 모인다. 서울로 치면 청량리 환승센터 정도 랄까? 


분명히 제대로 본거 같았는데 반대방향이었다. 어느새 종점까지 가버렸다. 어느덧 도착한 종점 St. lars. 종점답게 사람도 없고 아주 조용한 곳이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길을 잃다던가해서 이런 저런 문제를 겪고 있으니 참 답답하다. 내가 길치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는데 여기와서는 문득 혹시 내가 길치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비록 엄청난 로밍 요금이 나오긴 하지만 폰의 구글맵 gps가 있다는 것이다. 이거 없었으면 정말 이 조그만 도시에서 미아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반대방향으로 갔다. LTH는 어제 GENERAL MEETING 때 와 봤기 때문에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물론 반대방향 사건때문에 지각해버렸지만. 대충 이야기를 듣고 서류를 챙긴 후 코디네이터를 만나러 길을 나섰다.


우리나라는 큰 건물 위주로 길을 찾곤 한다. 가령 택배나 배달원이 집을 못찾을때면 "거기 ~~은행건물 보이시죠 거기 옆 골목이에요." 라는 식의 길찾기 말이다. 하지만 여긴 건물이 모두 근대 이전의 건축양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고 내부만 현대식으로 바꿨기 때문에 한국에서 처럼 길을 찾는건 거의 불가능하다. 도시 미관만 생각하면 건축양식이 통일된 유럽이 아름답긴 한데 실용성(?) 면에선 조금 불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뭐, 내가 한국사람이라 한국 문화에 익숙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길이 얼마나 미끄러운지 신발에 아이젠이라도 박고 싶은 심정이었다. 겨우겨우 목적지까지 도착했는데 점심시간이라 문을 안 열었다. 나도 배가 고파 뭔가 먹고 싶었는데 주위에 편의점이나 가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골목 골목마다 편의점이 있는 우리나라의 인프라가 참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건물 내부. 현대식으로 개조되어있다.


 몇 블록 떨어진 거리에 케밥 가게가 있어서 케밥을 하나 사먹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케밥은 참 좋아한다. 가격은 40 SEK로 우리나라 돈으로 6천5백원 정도? 여기 물가를 생각하면 그리 비싼 편이 아니다. 피자는 60 SEK정도인데 우리나라 돈으로 10000원 쯤 되니까, 우리나라랑 엇비슷하거나 오히려 싸다. 그런데 이 나라 외식 물가를 생각해보면 피자는 정말 싼 가격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조금 덧붙이자면 스웨덴에서는 외식을 하려면 큰 맘을 먹고 해야 된다. 현지인들에게도 부담이 되는지 모르겠으나 물가가 상대적으로 싼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상당히 부담되는 가격이다. 그래서 식사는 웬만하면 마트에서 재료를 사서 직접 해 먹는다. 

 처음에 케밥 가격이 부담되서 좀 그랬는데 나오는걸 보니 만족스러웠다. 가격만큼이나 정말 무지막지한 크기의 케밥이 나온다. 길이가 아마 40cm 쯤 되서 충분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1시가 되자마자 코디네이터를 만나러 2층으로 갔다. 나 말고도 다른 학생들도 있었는데 핀란드에서 온 여자애가 있어서 전날 들었던 핀란드 조크에 대해 물어봤다. 스웨덴 사람들이 핀란드 사람에 대한 선입견의 대표적인 것이 '핀란드 남자들은 나이프를 들고 싸우길 좋아한다.' 인데, 직접 물어보니 이 애도 정확히 왜 그런게 생겼는지는 잘 모른다고 했다. 다만, 핀란드에서는 밤에 길거리에서 술에 취한 사람들이 나이프로 사람을 찌른다던가 하는 일이 좀 빈번해서 사회적인 문제라고 한다. 하지만 핀란드는 충분히 안전한 나라라고 강조했다. ㅋㅋ

 코디네이터인 Marie와 이것저것 이야기를 했는데 아직도 수강신청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우리나라만큼 전산화가 잘 되어있는 곳이 없는거 같다. 이곳은 아직도 수강신청을 할 때 일일이 해당 과에 여석이 있는지 문의하고 보고받고 하는 식으로 업무를 처리하는데,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우리나라에선 수강신청사이트가 담당하고 있으니 얼마나 혁신적인지 모른다. 결국 아직도 수강신청,정정하는 학생들이 많아서 확정된게 거의 없다는 말만 듣고 나왔다.


아마도 철학과 건물.


시대 중심의 교회 옆모습. 교회의 종소리를 처음 들어봤는데 종소리에 수 십마리의 새들이 놀라서 후다닥 날아가는걸 보니 꽤 흥미로웠다.


중간에 SEB에 들러 계좌를 개설했다. 은행은 조용했다. 각종 서류를 가방에 넣고 다닌 덕택에 다시 왕복하는 일 없이 바로 계좌와 체크카드를 만들 수 있었다. 카드는 우편으로 보내준다고 한다.


 집으로 가는 길에 중고자전거를 드디어 구매했다. 중고자전거를 탐내는 또 다른 교환 학생과 가격 경쟁을 해서 700 SEK를 1000 SEK에 샀는데 조명이나 자물쇠 등이 다 준비되어있고 수리가 더 필요없는 괜찮은 상태의 자전거라서 만족스러웠다. 학기가 끝날 때 즈음에 다시 되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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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통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은 교통비가 비쌉니다. 택시는 5분만 타도 우리나라 돈으로 거의 2만원 이상이 나오므로 주의하셔야 합니다. 따라서 정말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지하철이나 버스 등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장기 거주중이라면 자전거를 이용하는게 속편합니다. 이곳은 자전거의 나라라고 할 정도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이용합니다. 아파트 앞엔 자전거 주차장이 있을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아파트 단지에선 자전거 보관소가 더 구석에 쳐박혀있는걸 생각해보면 참 대조적이지요. 버스나 지하철 요금은 택시에 비해서 싼거지 절대적으로는 싼 게 아닙니다. 단적으로 말뫼나 룬드의 경우 (스톡홀름은 모르겠습니다.) 버스비가 15~17 크로나 인데 우리나라 돈으로 약 3000원 가량입니다. 지하철 요금도 거의 6~7천원 정도 하니 자전거를 이용하는 이유 중 하나가 어쩌면 비싼 대중교통비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버스 이용하는 방법은 정류장에 버스가 보면 타고 돈을 지불합니다. (우리나라랑 마찬가지로 요금함이 있습니다.) 교통카드도 있던거 같은데 사용법은 모르겠습니다. 교통카드 만들라는 광고지를 받았거든요. 아무튼, 요금을 지불하면 티켓을 끊어주는데 편의점 영수증 나오는 모습을 상상하시면 됩니다. 우리나라처럼 버스에 stop 버튼이 있어서 누르면 다음 정류장에 세워주는데, 이 곳의 경우 사람이 없는 정류장이 거의 없어서 stop 버튼을 누르는 것을 본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택시 이용하는 방법은 우리나라랑 같습니다. 그냥 타서 목적지 말하고 도착하면 돈내면 됩니다. 카드 결제가 되는 택시가 있고 안되는 택시도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아참! 또 이곳은 택시가 생각보다 적어서 콜택시가 주류를 이루는것 같습니다. 전화로 콜센터에 전화해서 위치를 말하면 10분내로 택시를 보내줍니다. 


2. 음식

 스웨덴은 여러 유럽 국가처럼 빵,과일,채소,계란,우유,고기 등을 주로 먹습니다. 아침은 굉장히 간단하게 먹고 점심도 대충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곳의 겨울은 해가 빨리 져서( 4시정도면 밤이 됩니다.) 저녁을 좀 여유롭게 먹는 편입니다. 스웨덴 음식 중에 제가 본 가장 특이한 음식은 필묘크 filmjolk 라는 유제품인데 포장이 우유랑 똑같습니다. 우유곽에 담겨있어서 저는 처음에 우유인줄 알고 샀는데 냄새도 이상하고 내용물도 이상해서 굉자히 당황했습니다. 제가 산 필묘크는 latfill이라는 제품으로 유명 유제품 회사인 skan.. 어쩌구.. 음 아마 스칸디나비아 어쩌고 하는 회사였는데 세계적인 회사라고 합니다. 아무튼, 그 회사의 제품이었습니다. 필묘크는 맛은 신 맛이 나는데 떠먹는 요구르트에서 단 맛을 제거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신 맛만 남은것이지요. 그리고 액체가 어떻냐면 떠먹는 요구르트가 한 2배 정도 뻑뻑하고 농축되어있는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먹을만하긴 한데 떠먹는 요구르트를 콸콸 부어먹는 느낌이라 마실 때 마다 좀 기분이 이상하더군요. 이 외에도 빵 중에 완전 납작하게 만든 빵이 있는데 부피가 적어서 장볼 때 편했습니다. 

3. 날씨

 겨울 날씨는 보통 아침엔 영하권이고 (영하 -2도 -3도정도?) 낮에는 영상 1도나 2도 정도로 일교차가 거의 없습니다. 한국의 추위나 혹한을 생각해보면 이 곳 날씨는 솔직히 좀 우습습니다. 크리스마스 즈음에 폭설이 내렸을 때 영하 -15도 까지 내려간 이야기를 요란스럽게 이야기하는걸 보니 뭔가 귀엽다고 해야되나 그런 생각도 들더군요. ㅋㅋ 요약하면 날씨가 춥긴 추운데 혹한이 없기 때문에 생각보단 안춥습니다. 그리고 바람이 별로 안부는 편이라서 체감 온도도 그렇게 낮지 않구요. 봄은 생각보다 늦게 옵니다. 한국도 3월에는 춥지만.. 스웨덴도 여전히 춥습니다. 아니, 한국보다는 솔직히 덜 추운데, 따뜻하지가 않습니다. 개화시기도 늦구요. 3월 말에 프랑스를 갔는데 그곳은 완연한 봄이고 꽃이 만발하고 있었는데 스웨덴은 여전히 흐리고 바람이 불더군요. 4월 중순은 되어야할까요.. 또 추가하겠습니다.

4월 중순이 넘었습니다. 여기는 코펜하겐과 거의 같은 위도상에 있어요.(지도보세요.)
근데 아직 흐린날이 많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춥습니다. 하지만 해가 나오면 따뜻해요(해 나오는 날이 거의 없어서 문제지만) 이제 나무잎이 하나 둘 씩 나오고 있으니까 아마 5월초가 되면 그럭저럭 푸른 모습을 하겠네요.

스톡홀름이나 베르겐같은 더 북쪽은 아직도 눈이 쌓여있고 겨울입니다. 그러니까 여행가실때 단단히 준비하셔야됩니다.  또 추가하겠습니다.
 
5월입니다. 완연하게 푸른 모습이고 날씨도 좋고 구름 한 점 없는 날씨가 3주넘게 지속되고 있습니다. 낮에는 따뜻합니다. 그래서 반팔입고 다닙니다. 긴팔 입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밤에는 조금 쌀쌀하기 떄문에 외투가 필요합니다. 

6월초는 여름입니다. 기온도 20도가 넘어가구요. 하지만 바람이 시원해서 덥다는 느낌은 전혀 안듭니다. 한국과 비교하면 정말 서늘한 곳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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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리타에서 입국수속을 하는데 내 수화물이 문제가 됐다. 인천에서 나리타로 가는 아시아나 항공에서는 수화물 제한이 20kg라도 25kg까지는 눈감아주는데, 나는 31kg였기 때문에 6kg 초과에 해당하는 금액을 냈다. 이때 태그를 코펜하겐까지 한 번에 다 붙여서 돈을 모두 지불했는데 나리타에서 오스트리아 빈을 거쳐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가는 건 오스트리아 항공 비행기였기 때문에 오스트리아 항공에서 요금을 11kg 초과한 금액을 요구하려 했다. 이 문제에 대해선 분명히 아시아나 담당자에게 들었기 때문에 부과되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인천에서 한 번에 돈을 모두 지불했다. 는 이야기를 반복하여 무사히 6kg 초과 금액만 지불한 그대로 징을 코펜하겐까지 옮길 수 있었다.

 나리타에서 이륙한 비행기는 약 11시간을 가량을 날아갔다. 장거리 비행, 아니 기차나 버스 혹은 그 어떤 수단을 통틀어서 5시간이 넘어가는 이동을 한 적은 처음이었다. 예전에 수학여행 때 제주도에서 부산으로 배를 타고 돌아왔는데 배는 매우 커서 그냥 호텔 느낌이었으니 패스.. 비행기 옆자리엔 목사님이 타고 계셨는데 정말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다. 약간 개혁파 성향의 목사님이라서 기독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도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확실히 목사가 사람 대하는 직업이다 보니까 말을 하는 것도 잘하고 들어주는 것도 잘했다. 

 코펜하겐에서는 삽질로 불필요한 지출을 남발했는데 첫째는 숙소를 찾아갈 때 택시를 이용한 것이다. 덴마크 택시는 거의 2초에 1 dkk씩 요금이 올라가서 몇 분 안탔는데 요금이 300 dkk를 넘어갔다;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6만원 정도.. 내 숙박 요금이 375 dkk였는데! 게다가 나는 내 숙소가 호텔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그냥 아파트의 일반 가정집이었다. 홈 스텡였던 것이다. 어쩐지 가격이 싸더라; 그 다음 날 어떻게 기차를 타야될 지 몰라서 고민하다가 페이스북에 급 도움을 요청해서 무사히 공항에서 기차를 탈 수 있었다. 코펜하겐 공항은 시내 중심가에서 지하철로 30분도 안걸렸던 걸로 기억한다. 정말 가까웠다.


엘리베이터 문이 나무로 되어잇다. 물론 저 문을 열어서 나오는 진짜 엘리베이터 문은 쇠.


코펜하겐 드로닝겐스의 아파트 단지 모습.



하룻밤을 묶었던 덴마크 가정집의 작은 방. 사진엔 안나와있는데 반대편엔 소파,책상,의자,tv,옷장이 있다.


  기차는 한 번에 룬드까지 갔는데 내리니 도우미 학생들이 나와 길 안내도 해주고 셔틀버스도 태워줬다. 오랜 기다림 끝에 열쇠를 받고 집에 갔는데 방 크기에 놀라고 엄청난 방음, 단열 성능에 감동했다. 게다가 기존에 살던 학생이 생활필수품 들을 놔두고 가서 정말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방학하고 나선 새벽 4~5시 경에 자서 12시쯤에 일어나는게 일상이 되었는데 여기가 한국이랑 시차가 -8시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어떻게 하다보니 나는 미리 시차적응 훈련을 한 셈이 됐다. .. 라고 생각했는데 여기 시간으로 초저녁쯤에 잠깐만 쉬어야지 하곤 누웠는데 일어나보니 5시간이 흘러있었다; 그래서 아직 멀었구나 싶어서 다시 또 자서 12시간은 잤다.
 

 오늘은 오전 10시에 general information meeting이 있는데 lth 건물을 못찾아서 엄청난 시간을 방황하다가 겨우 찾았다. 이미 오전껀 놓쳐서 오후껄 들어야 한다. 집에서 lth '근처'로 가는 버스 분위기가 얼마나 웃겼냐면 모두가 lth를 가는데 어디서 내려야될 지 모르니까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누가 중간에 내리니까 우르르르 내렸다가 여기 아니라는거 알곤 다시 우르르르 타고 -_-; 내가 길을 잃은 이유는 문 앞에 있어서 lth 근처에서 내렸을 때 선두가 되는 바람에 그냥 직진했더니 어느새 나 혼자 눈 길을 걷고 있었다.

 계속 눈 속을 헤매다가 ICA라는 이름의 슈퍼마켓을 발견해서 들어가서 빵을 사먹었다. 휴대폰은 배터리가 다 되서 현재 위치도 모르겠고.. 지도를 봐도 모르겠고. 덴마크도 그렇지만 스웨덴도 그렇고, 우리나라는 간판때문에 건물이 정말 지저분하고 건물들 모양도 다 제각각이라서 건물 찾기가 쉽다. 하지만 이곳 북유럽은 건물 양식이 요즘 지은 것이라 해도 어지간해서느 건축 양식이 15~17세기(아마도..) 분위기다. 언뜻 보기엔 모두 똑같은 건물처럼 보인다. 그래서 건물만으론 구분하기 힘들고 거리 이름에 의존해야되는데 철저하게 계획도시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거점건물 위주로 목적지를 찾아가는 우리나라 식의 길찾기는 불가능했다. 

 지금은 도서관에 있는데 조별모임하고 그런건 뭐 우리학교나 여기나 다 똑같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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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엔 잠을 거의 못잤다. 매트리스 위에서 2시간 간격으로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새벽3시에 깨서 그대로 날을 새버렸다. 짐정리하면서 생긴 먼지와 한기를 전혀 막아주지 못하는 이중창 덕에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아침에 영호(아이유 말고 진)를 불러 용달에 짐을 실어줬다. 용달차는 얼마나 양심이 없는지 3층에서 1층으로 짐 옮기는데 5만원을 달라고 한다.
듣자마자 속으로 욕이 나왔다. 좀 도와주면 덧나나. 우리가 짐을 옮길 때 그는 손 하나 까딱 안했다. 아 쓰디쓴 자본주의여.영호는 딱 1/10 가격인 5천원 밥 한끼에 일을 해주었다. 정말 고마웠다. 

 영호랑 간 곳은 이공계 후문에 생긴 '엄마 밥줘'라는 새로 생긴 밥집. 그 자리엔 원래 누나네 삼치가 있었다.(아마도;)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너무 피곤하고 졸려서 정말 죽을 맛이었다. 생각해보니 금요일도 기차에서 3시간 잔거 빼곤 못잤으니 거의 이틀간 잠을 제대로 못잔 것이다. 너무 자고 싶은데 아직 잔 짐정리가 덜 끝났고 오후 두시엔 총학생회 사무국장과 일 관련해서 미팅이 있어서  잘 수가 없었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방에 들어올 때 현관에 바른 방음재 제거하기 였는데, 스티커 제거제를 사서 시도해보니 전혀 안통해서 그냥 주인 아줌마가 넘어가주길 간절히 바라곤 스킵했다. 결과적으로 주인 아줌마는 그걸 못보고 나와 작별 인사를 했으니 잘 된 것 같다. 음, 근데 방음재가 문 손상시킨것도 아니고 방음이 하나도 안되는 집에 방음처리 해준거니 좋은거 아닌가. 두시에 사무국장을 만나 30분 가량 이야기를 나누고 또 짐정리하다보니 어느것 6시.

 원래는 웹방에서 자려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서 자다간 2009년 지산 락페스티벌 때 청강문화산업대학에서 밤 샜을 때의 그 꼴이 날꺼 같아서 밤 12시쯤 연수관 건너 산소수면실로 갔다. 가격은 8시간에 15000원. 샤워하고 누웠는데 정말 일어나기 싫을정도로 좋았다. 샤워실 물은 너무 따뜻해서 눈물이 다 나올 정도. 내가 살던 방은 겨울이면 온수가 차가워져서 미지근함과 차가움 사이의 애매한 온도의 물이 나왔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주인 아줌마한테 열쇠를 반납하고 짐을 다시 꾸리고 EMS를 붙이러 gs25에 갔다. 무게를 달아보니 8kg.. 무게에 놀라고 가격에 기절. 

 인천 공항에선 탑승수속을 하는데 내 티켓 수화물 제한이 20kg라서 오버차지 요금을 냈다. 내 무게는 31.1kg. 초과요금에 또 한 번 경악. 돌아올 때는 30kg짜리 티켓을 끊던가 무거운건 중고로 팔거나 버리고 와야겠다. 저녁시간이 도서 배가 고파 식사를 하려 했더니 한식당이나 뷔페나 죄다 가격이 15000원 전후다. 공항 된장찌개엔 금가루가 들어갔나보다. 햄버거로 끼니를 떼우고 드디어 비행기 탑승. 비행기엔 승객이 정말 적었다. 내가 있던 뒷쪽 칸에 좌석이
100개는 있었던거 같은데 사람은 10명정도 밖에 안됐다. 내 바로 뒤에는 여자 두 명이 타고 있었는데 둘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처럼 스웨덴으로 교환학생을 가는 길이었다. 

 혹시 우리 학교일까 하는 생각에 물어볼 까 망설이다 말았다.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떠드는데 시끄럽기 보다는 내가 동행이 없어서 오히려 라디오 듣는 기분이라 좋았다. 중간에 자기 언니 이야기를 하는데 언니가 고대란다. 그렇다면 자신은 우리 학교가 아니라는 소리. 어디였을까. 그런데 더 경악할 만한건 자기 언니가 공대 학생회를 했는데 학생회 잠바를 가지고 왔다 한다. 내릴 때 보니까 선명하게 보이는 강철공대와 학교 마크.. 아.. 학벌 세탁이 장사시네;; 

  김동춘의 <전쟁과 사회>가 지루해질 때 즈음, 혼자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외국에서 살게 되는건 처음이어서 막연하게 겁도 약간 나고 속이 울렁거렸다. 방글라데시 생활 한 달은
 정주한게 아니니 여행의 느낌이었으나 이건 다르다. 사실, 어느 나라나 사람 사는 곳은 똑같고 스웨덴은 우리나라와 다를 바 없는 문명국임을 안다. 그런데 그냥 기분이 이상했다. 초등학생 때 읽었던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와 <데미안>이 생각났다. 둘 다 나름의 성장 소설이었다고 기억한다. 전자는 비극적인 결말이 기억에 남고 후자는 싱클레어와의 마지막 만남이 또렷히 기억난다. <데미안>에서 가자 유명한 문구는 알을 깨고 나오는 새 이야기다. 새는 알을 깨고 태어난다. 아마 용기와 도전 정신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적어도 내가 이해하기엔 그랬다. 처음에 나오는 최초의 살인자 카인의 이야기나 이상한 하녀 이야기는 무슨 내용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분명 이건 용기를 필요하는 일이다. 아마, 가서 뭘 해도 돌아올 때는 조금이라도 용기가 생겼으리라 생각한다. 살아가는데 겁재이가 되고 싶진 않다고 생각했다. 이것 저것 생각하는데 뒤에서 갑자기 울음 소리가 들린다. 뒤에 학벌 세탁녀 'ㅅ'; 가 흐느끼는 소리다. 한국을 떠나는게 슬픈가 보다. 저 여대생보다 나는 더 용기있는 사람인게 확실하다. 그냥 기분이 이상할 뿐이지 슬프거나 그러진 않다. 게다가 왜 우는지 선뜻 이해도 안됐다.

 민항기가 음속을 돌파해서 날고 있다는 사실에 상당히 놀랐을 즈음(콩코드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공항 리무진에서 했던 생각들이 다시 생각났다. 광화문과 종각을 거쳐가는데 빌딩들이 정말 높았다. 30층,40층이 넘는 고층빌딩들이 이어졌다. 서울에서 산지 몇 년이 되었는데도 서울의 빌딩 숲을 방문 한 적은 거의 없다. 갈 일이 없어서가 가장 큰 이유였는데, 관광 삼아라도 가볼 껄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어릴 때 이사온 고향 아파트는 15층이다. 7살,8살 땐 아파트 층 수 자랑에 열을 올렸다. 우리 동은 15층인데 건너편 동은 13층이었다. 그런 사소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하나도 의미없는게 뿌듯하고 자랑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고보니 태권도 다닐 때 흰 띠 받을 껄 7층 형에게 자랑스레 보여주던 기억도 난다. 




 
 어느새 도쿄 도착. 항공사에서 제공해주는 무료 호텔이라 여인숙정도의 시설을 기대했는데 라운지도 엄청나고 건물 크기부터 굉장했다. 나는 혼자인데 방에는 침대가 두개. 대형 HDTV가 나오고 부대 시설이 예사롭지 않다. 인터넷으로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하룻밤에 20만원이 넘는 곳이다. 와.. 항공사에서 일본에서 묶을 숙박시서를 제공해주는데 받겠냐는 제의를 거절하면 정말 평생 후회했을 것이다. 역시 비싼 곳이 좋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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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에 올라가려고 했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 아니면 해결이 안될거 같아 아침기차로 서울에 왔다. 급하게 오는바람에 놔두고 온게 한 두개가 아니라는걸 알게되었다. 아.. 이어폰을 놔두고 오다니. 옆자리에는 충주가는 내 또래 남자가 타고 있었는데 별 말 없이 열심히 자다가 내렸다. 남자가 내리고 나서 그 자리는 아리따운 여성의 것 되었다. 잠결에 자꾸 뭔가 서성이는거 같아서 눈을 떠보니 내가 통로쪽이라서 창가쪽 자신의 자리에 못들어가 헤매고 있는 것이었다. 자리를 비켜주고 다시 잠에 빠졌다가 객실 내부가 너무 더워서 깼다. 열차카페에서 바나나 우유 하나를 사오면서 그 여자를 다시 봤는데, 음! 아리따운 여성이란 말은 취소; 잠결에 헛것을 봤군; 어쨋든.. 비몽사몽 열차는 청량리를 향해 달려갔다.
 방에 도착하니 예상대로 길고긴 짐정리 작업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몇시간동안 끈 묶고 테이프로 붙이고 짐들을 한 구석에 몰아 놓으니 그 좁았던 방이 참 커보인다. 
 지난 겨울에 앞집은 2,3일 정도 집을 비웠는데 수도관이 동파되서 방에 홍수가 났었다. 그 기억때문에 내 방도 동파되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보일러를 꺼둔지 너무 오래되었고, 창문을 열고 방을 비웠기 때문에 방 온도가 처음에는 9도였는데 아직도 13도다. 
 경동화물택배가 가구를 가져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3시나 4시에 온다더니 연락이 없다. 이러다가 못보내고 가는건가. 토,일 집하를 안한다고 해서 부랴부랴 온건데. 텅 빈 방에서 어정쩡한 자세로 인터넷을 하고 있으니 또 다시 서울에 집에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정말 귀찮고 번거롭다. 짧게는 1년, 길게는 2~3년 마다 이사하는건 참 우울한 현실이다.  침대를 분해해보니 침대 프레임이 여러조각으로 나뉘는데 이걸 요금을 따로 받을지 같이 받을지 모르겠다. 근데 배송비는 얼마 줘야되는거지.
 이민가방에 컴퓨터를 넣으니 어찌어찌 들어가긴 들어갔다. 한 두달 있을것도 아니라서 가져가는건데 뭐.. 본체 케이스를 안가져가니 부피가 참 작다. 모니터만 안가져가면 그냥 손에 들고갈 정도. 머나먼 이국에서도 야상곡과 스윙을 틀어놓고 겨울추위를 피하고 싶다. 으.. 
 가방 하나에 모든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어쩔 수 없이 (뭐, 사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박스 하나는 EMS로 보내야 할 듯 하다. 음, 근데 EMS로 보내긴 참 애매한 양과 무게다. 
 앞 집인지 옆 집인지 사람들이 오가는 소리가 들리는거 보니 그 집도 이번에 방을 빼나 보다. 뭐, 나름의 세대 교체인가. 
 아, 택배 왜 안와.. ㅡㅡ; 택배 보내놓고 다시 짐정리 일을 해야한다. 오.. 방금 전화가 왔다. 드디어 오는구나. 
 기차에서 가이포크스의 불장난이 생각났다. 왜 생각났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니, 2주 전쯤에 브이 포 벤데타(아마도..)를 봤기 때문이고, 어제는 빌려놨던 조르주 르페브르의 1789년의 대공포를 마저 다 읽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아.. 내일은 아침부터 서류 처리하러 여기저기 방문해야 한다. 바쁘다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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