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강했다. 끝. 끝. 끝! 시험 빼고 공식적인 일정 종료. 뭔가 후련하면서도 아쉽다. 실감도 안나고. 사실 lth쪽 수업은 뭔가 인간미(?)가 없어서 내심 일찍 끝나길 바랬다.

 수업 끝날때즈음에 데이빗이 얼굴에 피멍이 든채로 왔는데 머리가 완전히 찢어졌었다. 놀라서 물어보니 이틀전에 울타리를 점프해서 넘다가 발끝이 걸려서 머리를 그대로 아스팔트 도로에 박아버렸단다. -_-; 그래서 이마가 완전히 찢어지고 팔꿈치뼈도 부러지고 손도 찢겨졌다는데 그 때 충격으로 눈주위가 팬더처럼 완전히 피멍이 들었다.

 초등학교 4학년때였던가, 영어시간 끝나고 친구들이랑 장난치다가 넘어지면서 책상 모서리에 이마를 박아버렸던 적이 있었다. 그때 충격으로 한 쪽 눈이 팬더처럼 멍이 들고 부어올라서 거의 몇주동안 고개도 제대로 못들고 다녔었다. 초등학생들 수준이 알다시피 똥오줌도 못가리는 애들이 많아서 놀림의 대상이 됐었다.

 아무튼, 앰뷸런스 타고 룬드대학병원까지 실려갔다는데 응급처치비용이 우리돈으로 60만원이고 몇 번 의사를 더 방문했는데 한번 갈때마다 거의 40~50만원씩 나간단다. 어차피 보험이 있기때문에 나중에 환급받을 수 있지만, 내가 전에 관세사건때문에 보건소 진료비용보고 진료를 포기한것처럼, 진짜 저정도 금액이 빠져나가는걸 보면 눈에서 피눈물 나는 심정이다. 

 만약에 통장에 충분한 잔고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응급처치 못받고 죽어야 하나;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들도 사고나서 병원갔더니 몇백만원씩 청구되는걸 보고 경악했다는걸 미수다에서 언젠간 본 적이 있다. 역시 외국인이 다른 나라에 살때는 그저 건강하게 지내는게 최선인거 같다. 

 물론 스웨덴에서 풀타임으로 직장에서 일하거나 공부한다면 주민등록증이 나오니까 그때부턴 스웨덴의 거의 모든 복지제도를 누릴 수 있으니까 예외. 교환학생들과 불법체류자들만 불쌍하게 됐다.

 21일에 룬드 문화대축제(번역하니까 정감가고 좋네;)가 열리는데 도시 중광엔 벌써 각국의 요리 부스가 설치되어있었다. 이탈리아부스에서 일하는 요리사는 정말 이탈리아 사람일까. Ezio auditore를 아냐고 물으면 당연히 모르겠지;;

 학교도 축제시즌인데 인문계는 딱히 캠퍼스란게 없어서 뭔가 하는게 없는거 같고, 공대는 캠퍼스가 있어서 여러가지 부스 행사를 한다. lth에는 조그마한 연못 몇개가 있는데 그 중 하나에 워터보드(?) 시설을 설치해놨다. 재미있겠다. 근데 시험기간이니까 딴 나라 이야기.

 그러고보니 룬드 축제는 도시 행사니까 그렇다치고, 학교 축제는 기말고사가 일주일 남았는데 하는 이유가 뭘까... 잘 이해가 안가는 문화의 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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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시간 집중해서 공부하는 습관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는걸 인정했다. 정말 최악이다. 가장 큰 원인이 뭔지 생각해보니 마음이 조급해서 그렇다. 남은 시간은 2주도 안되고 시험범위는 많고, 한 과목은 다 잊어버린 공학수학 내용이 난무하고 있으니 자꾸 책보면서도 시계만 쳐다보게 됐다.
 근 4일째 비가 내리고 날씨가 흐렸는데 창밖을 바라보면서 사람은 왜 죽는가 -_-; 라는 참 부질없는 고민부터 성적공시란에 'U'가 딱! 하고 붙어있는걸 보게되면 어떻게 하지 하는 현실적인 고민까지 하며 시간을 보냈다. 젠장! 내 커리어는 여기서 끝이라고.

 건너편 동 6층집 개는 어김없이 테라스에 나와서 날 보는건지 어딜 보는건지 모르겠지만 심드렁한 표정으로 인생을 즐기고 있었다. 여러번 언급했지만 거의 2m는 되는 대형견들이 이 도시엔 넘쳐난다. 저걸 집 안에서 키우다니. 대단하다.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이야기를 떠올려보며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서 마음을 비우고, 진도를 계획대로 못나가더라도 그냥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생각외로 시간은 느리게 가서, 집중만 잘하면 여유있게 공부할 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느덧 이스터 브레이크 전까지 한 내용을 싹 다 봤다. 우와 -_-; 이대로 하다가  미디어처리 1점 차이로 pass 받으면 눈시울이 붉어질거라 확신한다. 
 프린트 안한 파트를 뽑으러 밤 9시에 학교에 갔다. 해가 안지기 때문에 이게 9시인지 5시인지 구분이 안갔는데, 유일한 차이점은 기온인거 같다. 해는 떠있는데 날씨가 딱 밤날씨. 쌀쌀하다. 돌아오는 길에 처음 룬드에 왔던 날들을 회상해봤다. 거의 한달간 길을 헤매고 헤매던 그 때. 얼마나 멍청한지. 이 조그마한 도시에서 길을 잃다니! 으이구 한심! 이랬는데 길을 잃었다..;; 분명히 매번 다니던 길로 갔는데. 지나가는 사람 붙잡아서 길을 물어 집으로 돌아왔다. 


 낮에는 별로 관심을 안줬던 가게 간판들이 밤에 간판 조명탓에 눈에 띄었는데 앱등이들 성지인 애플 서비스센터가 여기에도 있었다. 
 


 이건 약국. 시내 중심에 하나, 도시 남부 st lars 지역에 하나 있다. 


 제일 놀란거! 게임방.. 인터넷 까페가 아니라 대놓고 가게 이름이 'Game center'다. 들여다보니 게임에 빠져있는 사람들과 알바 -_-;도 있었다. 이건 가히 혁명적인데.
 


 치과간판. 우리나라의 그 더러운 -_- 간판 생각해보니 정말 센스 한번 인정해줘야한다. 이건 좀 사족인데, 여기 와서 우리나라 도시미관 저해 제1요소는 간판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찾아보니 다행히 서울시에서 디자인 서울 사업하면서 간판 정비에 들어가서 그나마 좀 나아졌다고 한다. 물론 아직 정화안된 동네가 더 많지만.

 이나라 문화는 오후 5시 되면 칼퇴근하는 문화[각주:1]라서 밤에 길거리를 돌아다니는건 스웨덴인 절반 이민자 절반으로 보인다. 이민자들도 스웨덴의 칼퇴근 문화가 이해가 안가는걸까.

 문화하니까 생각나는데 우리나라에 폐지줍는 노인들과, 밤마다 자전거 찾아 돌아다니는 도둑들이 여기오면 속옷 몇 벌 갈아입어야 할거다. 학교만 가도 한캔에 200원가량 돌려받을 수 있는 빈 캔들이 널려있고, 도시 전체가 자전거 밭이기 때문이다.

 난 우리나라만 유독 자전거 도둑이 설치는줄 알았는데 데이빗에게 들어본 바 캐나다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자기 삼촌이 가게 앞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물건을 사서 계산을 하고 있는데 유리 넘어 보니 도둑이 그 사이에 자전거 안장을 뽑아서 도망가고 있더란다. -_-; 

 은행에 들러 잔고를 확인해봤다. 내 관세 50만원이 돌아왔다. 하하하하하하... 심슨 시즌 13인가 14인가 마지막화가 the secret war of Lisa Simpson인데 이건 나의 secret war였다. 지난 2달간 얼마나 가슴졸이며 살아왔던가. 스웨덴은 행정업무가 얼마나 개판인지, 거기에 물류시스템은 어떻고. 따로 글을 쓰겠지만, 부당한 관세를 환급받으려면 전화 민원,방문 민원, 인터넷 민원 다 안된다. 직접 자필로 손편지를 써서 부쳐야한다. 건물이 18~19세기니까 행정 제도도 그 시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걸까. -_-;



 
 

  





 
  1. 정말 '퇴근'이 아니라 '집으로 가는것'을 의미한다. 정말 집으로 간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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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환학생 블로그나 글같은거 쭉 보다가 의문이 생겼다. 교환학생오면 영어 실력이 느나? 직접 격어본 바, 다른 사람들 사례를 종합해보면 영어회화 실력이 안된 상태에서 오면 다른 애들이랑 말이 안통하기 때문에 도태되서(다른 애들이 영어선생님이 아니니까) 결국 대화를 안하게되고 그래서 실력이 안늘고, 영어회화가 되는 상태에서 오면 그냥 대화하다 그걸로 끝. 뭐 이 두 가지같다.

 일단 여기 교환온 애들 중에 영어가 미숙한 사람은 단 한명도 못봤는데, 토플이나 ielts에 회화시험이 있으니까 당연한거 같기도 하고. 근데 우리나라 애들중에 외국 애들이랑 수다떠는게 안되서 힘들다, 외국애들이 나한테 봉사해주는 느낌이다 이런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럼 어떻게 회화시험을 통과한거지? 의문이다.

 아니 그 이전에, 교환학생은 어학연수가 아닌데 영어 실력 향상을 기대하고 오는건 좀 어불성설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살아보니 영어를 사용하는거지 배우는건 아닌거 같다. 영어 배워보겠답시고 고의적으로 한국사람 배척하는 애들도 있는거 같고. 어떤 애들은 회화 안되서 다른 나라 애들이랑 못 어울리니까 한국인들끼리만 놀다가 한국어실력만 늘어서 돌아가기도 하고. 

 다른 블로그 보다가 느낀건데, 참 여자애들은 대체적으로 요란한거 같다. 스웨덴 저 어디 동네로 교환학생간 여자애 블로그를 봤는데, ICA 마트에 장보러간 이야기와 기숙사 이야기를 올렸다. 근데 내용이 "이건 소시지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머멋 요건 스웨덴 빵ㅋㅋㅋㅋㅋㅋㅋㅋ 완전 귀엽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이런 뇨자라긬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옆방 미국 남자애 너무 잘생겼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피커 크게 트는거 빼곸ㅋㅋ 아앜ㅋ 눈이 호강한닼ㅋㅋㅋㅋ" 뭐 이런식... -_-;

 유투브 어느 댓글에서 누군가가 "동양인들은 모든 것의 사진이 필요하다."라고 정말 사소한거 까지 사진을 찍는 동양인들에 대해 비꼰건지 그냥 그렇게 생각한다는건지 뭔지 모를 코멘트를 남겼는데, 저런 애가 딱 그런 부류 아닐까. 같이 지내게 되면 완전 웃길거 같다.
장보러 갔는데 내가 민망해서 장바구니 엎고 달아날듯.. 옆에선 계속 사진찍어대고 있고.

 귀국 한달을 남기고 이것저것 정리를 시작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그 중 하나는 유학이란게 한 번쯤은 해볼만한 데 두 번은 좀 아니다.. 뭐 이런 생각? 내일은 진짜 아침부터 공부해야지. 오늘은 텀하느라 시간을 너무 뺏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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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의 나라 왕족 결혼식이 머나먼 동양에서 온 사람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냥 여행갔는데 마침 그 날이 그 나라 축제날이니까 땡잡은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취미가 위키피디아 읽기라서 영국 왕실에 대해 그래도 조금은 아니까 조금 더 흥미있는 사건이기도 하고. 

  그 전날 밤에 만났던 노팅엄 대학교에서 교환학생하는 여자애랑 일본인 여자랑 아침식사도 같이 하고 잡담 좀 하다가 각자 갈길이 있어 헤어졌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노팅엄은 우리학교랑도 협정이 맺어있는거 같았는데.. 확실히는 모르겠다. 뭐, 근데 들은 바로는 한국사람 중국사람이 너무 많아서 유럽에 온거같지 않다나 뭐라나. 노는것도 한국사람들끼리만 놀고.

 길거리는 이미 펜스가 설치되고 통제된 상태로, 차는 한대도 찾아볼 수 없고 인도에 사람들은 넘쳐났다. 결혼식이 열리는 웨스트민스터 애비로 향했다.
  


 정말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길이 한 번 좁아지면 그 좁아진 길 통과하는데 몇 분씩 걸렸다. 
  


 특히 여기서 저 반대편으로 가는건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 여기서 죽치고 있으면 결혼식에 하객으로 오는 사람들 모두 다 볼 수 있다. 이 바로 뒤에 고급 레스토랑이 있는데 어차피 결혼식장 안에는 못들어가므로, 호텔 연회장에 설치된 대형스크린으로 중계를 보기로 결정했다.
  


 사실 윌리엄은 왕자가 아니라 공자(공의 아들)인데 동양 왕실 칭호랑 서양 왕실 칭호랑 1:1 매칭이 되는게 아니다보니 번역이 엄청나다 이상하다. 여왕은 엘리자베스 2세이고 그 아들은 웨일즈 군주(공) 찰스고, 그 찰스의 아들이 웨일즈 공자 윌리엄이다. 캐서린 미들턴은 평민가문 출신이지만 아버지가 가구사업에 손대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사회에선 귀족이라고 봐도 될듯 하다. 이 둘은 결혼하고나서 엘리자베스 2세로부터 새 작위를 수여받아서 케임브리지 공작, 케임브리지 공작 부인이 되었다. 왕위계승 서열 2위니까 내가 나이 50~60쯤 되면 윌리엄이 국왕이 되는걸 볼 수 있을 듯. 

 결혼식은 예수로 시작해서 예수로 끝났다. 찬송가를 어찌나 불러대는지, 유럽이 과거에 종교에 완전 얽매여 살던 세계라는걸 다시 한 번 실감했다. 그러다가 어떤 노래가 나오자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뭔가 했더니 God save the Queen, 영국 국가였다.
 



 가장 큰 실수라면 결혼식 중반쯤에 이미 자리를 떴어야 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다. 퍼레이드가 아주 천천히 이뤄질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자동차와 말을 이용해서 생각외로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나가자마자 성 제임스 공원으로 죽어라 뛰기 시작다. 
 


 버킹검 궁전으로 가는길에 사람들 수는 더 많아서 잘못하면 압사당할 수 있을 정도였다. 다행히 늦지는 않아서 여왕을 비롯해서 온갖 하객들을 다 봤는데 여왕 지나갈때 사람들이 얼마나 난리를 치는지. 영국 관광을 그렇게 가도 여왕은 맘대로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니가, 운이 좋았다.
 



 런던에 있는 근위병이란 근위병은 모두 소집된거 같았다. 식이 끝나고 철수하는 근위대 행진은 정말 끝이 없었다.
 


 다만 복장은 뭔가 19세기풍인데 제식소총이 현대적이라서 약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맨 뒤에 여자 장교인지 부사관인지 ㅋㅋ 뒤에서 지휘 보조를 하면서 가는데 왠지 웃겼다.
 


 왕국의 다른 지역에서 온(온 척하는? ㅋㅋ) 상징적인 군인들.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근위대 복장은 언제봐도 멋있다.
 


 결혼식이 지나가건 말건 이 축제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공원은 넘쳐났다. 런던엔 공원이 골목 돌면 나올만큼 매우 많은 수의 공원이 있는데, 런던은 정말 잘 만들어진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어우러져있다는 느낌이 확 드는 아주 멋진 도시였다. 
 



 도로 봉쇄가 풀리고 모든 도로가 사람들로 뒤덮혔는데 저 버킹검 궁전 테라스 근처까지 정말 사람들이 빼곡히 찼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보는건 처음이었다. 사진에 보면 저 끝에 회색건물이 보이는데, 저곳이 버킹검 궁전이다.
 


 트라팔가 광장에도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모여 생중계를 보고 있었는데 하늘에 2차대전 당시 사용하던 전투기인 스핏파이어,랭카스터 폭격기,허리케인이 비행하고 그 다음엔 아.. -_- 기억이 안나네.. 왕립 공군에서 쓰는 현대식 전투기 두 종이 따라 비행했다. 
 


 공주보다 더 공주처럼 꾸미고온 여성들로 넘쳐나는 축제 한마당.
 


 광장에서 흥분한 관심병 10대들 여자애들을 봤는데, 좀 높이가 낮은 탑에 옹기종기 올라가서 음악에 맞춰 "shake it! shake it!"하면서 온갖 이상한 소리를 내고 난리를 치다가 지나가던 사람들이 자기네들을 찍으면 좋아서 비명 -_-; 지르고.  아침에 만났던 아일랜드 놈보다 더 이상한 애들이었따. 스코틀랜드인이 나보고 아일랜드 놈등른 다 이상하다고 했는데 잉글랜드 사람도 좀 만만치 않은듯..

 템즈강 주변을 한바퀴 돌면서 런던의 축제를 즐겼다. 느낀건데, 확실히 런던은 살기 좋은 곳이다. 도시가 이렇게 잘 정비되어 있는 곳은 처음 본다. 파리에는 슬럼가가 넘쳐나는데 이곳에는 거의 없다는 점도 한 몫 하는듯.

 마지막에 런던 타워브릿지를 봤는데 이미 '대단한' 건축물들을 많이 봐서 감흥이 덜했다. 오후 4시즈음에 gatwick 공항으로 향했다. 빅토리아역에서 특급을 타도 되고 다른 역에서 그냥 가도 되는데 그냥 돌아가는 쪽이 더 싸다. 비행기는 다음날 아침 오전 8시였는데 수속문제를 생각하면 오전 6시쯤엔 여유있게 도착해야되니까 어쩔 수 없이 밤을 새야했다.

 공항에 도착하니 출국장에 출입거부당했다. -_-; 너무 일찍 왔다나. 결국 노르웨이 항공 창구 옆 휴게실(은 아니고 그냥 tv랑 의자 몇개 있는곳)에 자리를 잡았다. TV에선 SKY NEWS채널이 24시간 내내 나오고 있었고, 나는 전원 플러그가 있는 자리에 앉았기 때문에 와이파이로 인터넷을 했다. 와이파이는 유료인데 나는 에딘버러에서 결제한 와이파이계정이 있어서 런던에서 본전을 뽑았다.

 밤이 되니까 더이상 할게 없어졌다. 뉴스채널은 계속 똑같은 내용이 나와서 결혼식 장면이 머리속에 세뇌당했다. -_-; 공기는 차가워졌는데 반팔 옷밖에 안입었기 때문에 추위에 덜덜 떨었다. 돈을 교통비와 아주 소량의 여유자금만 가지고 온 관계로 식량 사정이 말이 아니었는데 떠날 즈음에 1파운드도 안남게 되었다. 하루 굶는다고 죽는건 아니지만 배가 고픈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돈이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늦게 온 어떤 가족은 매점에서 먹거리를 잔뜩 사왔는데 족히 3~4만원치는 되어 보였다. 어찌나 부럽던지.

 자정을 넘길 무렵에 뭐라도 해야될거 같아서 엽서를 쓰기 시작했다. 엽서를 다 쓰고나서 출국장에 슬쩍 가보니 통과! 그 때가 새벽 3시 즈음. 출국장 대기소엔 정말 기가 막히게 아주 긴 의자가 침대 시트? 아니 보들보들한 면? 뭐라 해야될까. 기대고 있으면 몸의 열이 보존되는 아주 따뜻한 소재로 된 곳이 있었다. 게다가 3인용 의자인데 팔걸이로 없어서 그냥 대놓고 침대로 쓰라는 것처럼 보였다. 이곳에서 잠을 청했다. 

 일어나보니 오전 7시가 다 되었는데 휴대폰을 거울삼아 몰골을 살펴보니 참 거지같다. 딱 부렁자. 머리도 헝클어졌는데 거기에 스코티쉬 플랫캡을 눌러쓰고 보따리 하나 들고 있으니. 참 불쌍타. 나중에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오면 고급 호텔에서 목에 금목걸이 주렁주렁 달고 더티사우스나 들으면서 놀아야겠다. 

 내가 직접 돈 벌어서 내 돈으로 여행온다는건 참 뭔가 만족스럽기도 하면서 아쉽다. 마지막 순간이 그랬다. 나에겐 74페니가 남아있었는데 빵집이 가보니 죄다 2~3파운드. 아주 조그마한,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는 사과 종이 있는데, 그 사과가 55페니였다. 동전을 털어 사과 하나를 사서 우적우적 씹어먹었다. 

 집에 돌아가는 비행기에선 그냥 잤다. 비몽사몽있다보니 내리란다. 심지어 이륙하는 것도 못봤다. 스웨덴에 도착하니 룬드가 지상낙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분명히 가기전엔 날씨도 맨날 흐리고 푸른 잎사귀도 안나는 차디찬 겨울이었는데 여행 갔다온 사이 구름 한 점 없고, 햇살은 쨍쨍하고 바람은 선선했다. 거기에 녹음이 전 도시를 뒤덮고 있었다. 그 날은 룬드의 축제날인 valborg(..인가)였는데 룬드에 도착했을 때가 11시쯤. 너무 피곤해서 축제도 뭐고 관심도 없었다. 집으로 자전거를 타고 돌아와 잠을 청했다.

 여행을 다니면 다닐수록 느끼는건데, 여행은 관광명소가서 사진찍고 우와우와하고 끝나는게 아니라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각종 에피소드들이 기억에 더 깊이 새겨지는거 같다. 



  

 몇일 째 윤하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들으면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방송이 정말 재미있다. 예능 병풍이라 방송에서 방청객처럼 앉아있다가 출연료만 받고 사라지는 윤하가 라디오 진행이라니. 

 역시나 예상대로 첫방부터 막장진행 ㅋㅋ 완전 어색하고 실수하고 방송사고 계속 나고. 공중파 라디오에서 이런 방송이 흘러나온다는게 참 재미있다. 하지만 계속되면 방송에서 언급한것처럼 곧 짤릴듯.. -_-;

 작업의 마무리는 다름아닌 자료이전이다. 구 홈페이지 게시물을 신 홈페이지로 해야되는데 이전 작업자가 정말 귀신같이 소스를 망쳐놔서 크롤러[각주:1]가 안먹힌다. 아니, 게시판마다 각기 크롤러를 따로 만들어야 되는데, 저짓을 할바엔 일일이 하나하나 옮기는 편이 더 빠른거 같아 하루에 한시간~두시간씩 열심히 옮기고 있다. 글 하나 옮기는데 30초~1분정도? 옮겨야되는 글은 약 600개. 정말 무식한 방법이지만 10일정도면 끝날듯.  

 자료 옮기는데 기사 스크랩이 매우 많다. 70년대부터 현재까지 기사를 계속 쉴새없이 옮기다보니 이 화가의 성장과정이 알고싶지도 않아도 알게 된다. 화가, 특히 한국화가에 대해서 아는 바가 거의 없으니 이제 나한테 한국 최고의 화가는 이분일듯; 커리어가 70년에 시작해서 80년에 온갖 국전은 죄다 휩쓸었으니 10년만에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특정 주제로 밀고나가서 하나의 작품세계를 구축하여 이젠 전설적인 원로 화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하지만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잘 알지 못하는게 현실 아닐까. 사람들이 알만한 화가라면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올 정도의 명성은 되야 될 듯 하다. 흠.. 하긴 컴퓨터 전공이 아니라면 컴퓨터과학의 아버지 앨런 튜링이 게이[각주:2]라는걸 알긴 힘들지;;

 화가와 그 작품에 대한 평문(Critique)들도 옮기면서 살짝 봤는데, 미술은 참 어렵다. 뭐라뭐라 온갖 화려한 미사어구와 수식어는 총 동원하여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찬사는 다 모아놓은 듯한 글들이 이어지는데 그런 표현들을 쓸 만큼 이 작품들이 아름다운가? 난 모르겠다. 그 참다운 아름다움을 알기가 힘들수록 고급 쾌락이라는 그 옛날 저 멀리 섬나라 어느 철학자 선생은 그래서 셰익스피어를 열심히 읽었나 보다. 

 이에 관련된 약간 비슷한 이야기로, 예전에 사고와표현(교양국어) 시간에 배웠던 내용 중 하나가 "좋은 글이란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다." 였다. 그리고나서 어떤 글을 주고 거기에 대해 비평을 해오라는 과제를 받았는데, 그 글이 교수님에게 가장 감명을 준 작가의 글이었다. 하지만 글 내용이 어렵고 난해하여, 도대체 글의 요지도 파악할 수 없는 수준이라 어떻게 평을 써야 될지 난감했었다. 마치 저 화가의 평문에 쉽게 공감을 못하는 것처럼. 그래서 수업시간에 배운대로 '이 글은 읽는 이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글이니 좋지 않은 글이다.' 라는 논조로 장문의 글을 써내려갔는데 사실, 모든 예술이 그렇듯이 그 주 타겟이란게 있다. 따라서 내가 어리숙하여 이해하지 못한 것을 그 예술가 탓으로 돌리는 것은 좀 어리석은 짓이다. 하지만 과제는 과제니까 -_-; 시간은 없으니 그냥 그런식으로 밀어부쳐서 제출을 했다. 예상대로 수업시간에 내 이름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좋은 글의 정의에 대한 오해가 있었던거 같다면서 어쩌고 저쩌고 부연 설명이 이어졌다.[각주:3] 

 다시 작업이야기로 돌아가서,  내일부턴 작품 사진들을 옮기는데 이거 다 하고나면 전혀 의도치 않게 미술에 대한 조예가 조금은 넓어질거 같다. 아니.. 같은거 계속 보다보니 이뤄지는 그냥 세뇌일듯 -_-;


 


  
  1. cURL 이야기. [본문으로]
  2. 앨런 튜링이 살던 시대에 동성애는 불법이었기 때문에 강제로 호르몬 치료를 받아야했다. 튜링은 이를 못견디고 자살했는데 애플의 한입 배어문 사과 로고는 앨런 튜링이 자살할 때 사용한 독사과에서 따온 것이다. [본문으로]
  3. 사고와표현은 1,2 모두 A학점을 받았는데 과제를 얼마나 부실하게 했는지 특히 1학기때는 수업시간 1시간전에 해가기도 했었다. 도대체 채점기준이 뭐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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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식 영어 발음의 특징이라 하면 거센소리가 된소리가 된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카->까, 타->따 이런식으로.. ㅋㅋ

아.. 젠장 수업 들으면서 수업내용은 귀에 안들어오고 저런거나... -_-; 저자 직강은 망한다고군가 그랬던가. 교수님은 훌륭한 학자시지만 교수법은 뭔가 잘못됐는데, 분명히 설명을 하긴는데.. 음.. 정말 설명만 하셔서 문제인거 같다.

 3차텀은 온갖 레퍼런스를 동원해서 순식간에 해치웠는데 만들긴 만들었는데 내용을 이해못하는 이상한 상황이 되버렸다. 아 뭐.. 시험도 다가오는데 텀이야 어차피 pass/fail니까 그냥 통과만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타국 생활도 한달밖에 안남으니 슬슬 모든게 귀찮아지더니 갑자기 우울함이 밀려왔다. 거기에 미디어처리 시험 예제들을 보니 속이 울렁거린다. 미적을 수강했지만 전공에 미적쓰는 과목이 없다보니 다 잊어버려서 이걸 풀 수 있을까 싶다. 거기에 모니터는 언제 팔아치워야 적정시기인가.. 같은 사소한 고민도 생기고. 

 시내에 중고나라 -_-; 아니 Second-hand shop이 있는데 하나는 전자제품가게인 On&Off옆에 있고 하나는 으슥한 골목안에 있다. 온앤오프 옆가게는 대로변에 있다보니 항상 사람들로 넘쳐났는데 골목안쪽 가게는 어떤지 궁금했지만 가볼 생각을 안했다. 그러다가 용기내서(?)봤는데 역시나 다들 나같은 생각인지 사람이 없다. 손님은 나 혼자. 게다가 물건이 안팔리는건지 어째 물품들이 죄다 골동품같다. 엔틱가구점? ㅋㅋㅋ 그런 느낌. 아기자기하고 고전시대, 아니 고전시대까진 아니고 19세기말~20세기 초 향수를 팍팍 풍기는데 시간여행하는 기분이었다. 가게 구조는 미로같아서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있었고 가게 끝편에는 주인아줌마가 지키고 있었는데 외국인인 내가 들어오니 경계태세 가동! 

 구석에 옷 코너로 가서 모자 좀 쓰고 그러는데 거울 보니 아무렇지 않은척 슬쩍 문 옆을 지나간다. ㅋㅋㅋㅋ 아이고.. 이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핑거포인팅 이라는건가. 허둥지둥 황급하게 달아나다가 붙잡혀서 가방을 수색당했는데 아무것도 안나오는 장면을 연출하고 싶었다;; 공항에서 무슬림이라는 이유만으로 탑승거부당한 사건이 생각났다. 

 엽서 모아놓은 상자가 가장 인상깊었는데 외국에서 가족,친구들이 보낸 엽서를 중고가게에 되팔았다.. -_-; 엽서도 편진데 이렇게 팔아도 되는건가?; 소중한 추억들이 담겨있는건데.. 
 그리고 해군,육군 장교 정복과 모자들도 있었는데 에티오피아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이 먹고살기 위해 훈장파는것도 아니고..;

 아무튼 나를 의심의 눈초리로 계속 감시하는 주인 아줌마를 뒤로 하고 가게를 나왔다. 호머심슨이라면 이 상황에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멍청한 스웨덴놈들;; 니놈들은 샌드위치 먹을때 빵을 하나만 사용하지;;"

 텀하고나서 책 좀 보다가 오후 6시 넘어서 집에 가는데 한국에도 벚꽃이 피고 벚꽃놀이를 즐기냐길래 그렇다고 이야기해줬다. 그리고 사실 벚꽃놀이문화는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고 일본에선 더 성대하게 즐긴다고 이야기해줬다. 이 사실을 극우 민족주의자 성님들한테 들키면 칼맞을듯.[각주:1]

 앞으로 약 3주간은 정말 죽었다.. 오.. 시험이여.



 
  1. 사족으로, 벚꽃 원산지가 제주도이므로 벚꽃 문화는 한국것이다.. 라고 주장하는 입장이 있는데 원산지와 '문화'를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는지 참 의문이다.. -_-;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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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은 진료를 포기했는데, 의사한테 hej hej하고 안부인사 하는데만 30만원을 내야한다는 사실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보험가입을 해서 돌려받을 수 있다지만, 당장 저거 내면 밥값이 없다. 게다가 아직까지 진행중인 관세 문제때문에 스웨덴 정부에 돈 갖다바치고 싶은 마음이 0%. 식코가 이런거군. 진료를 포기하겠다는 말에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간호사를 뒤로 하고 떠났다. 그게 어제 일.

---

 스웨덴 룬드만 그런게 아니라 이 주위 동네는 다 그렇겠지만...
겨울에 해 못보는건 이해했지만 4월에 해 못보는건 정말 짜증났다. 하지만 4월 넷째주부터 지금까지 정말 쨍쨍한 맑은 날씨가 연일 이어지고 있어서 몸을 근질근질하게 만든다. 여름에도 제일 더워봤자 25도 언저리까지밖에 안올라가기 때문에 날씨는 항상 선선하고 따사롭다. 게다가 녹지 비율도 끝내주게 높고 지저분한 자동차 매연도 맡을 일이 없기 때문에 도시 전체가 공원이자 자전거 라이딩 코스다.


 정말 날씨가 얼마나 끝내주게 좋은지 서늘한 바람과 찬란한 햇살을 느끼며 자전거를 타다가 그냥 풀밭에 주저앉고 싶을 정도였다. 나무 그늘 사이로 나와 내 자전거 그림자가 교차해서 만들어지는 장면을 보면 정말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래서 스웨덴스웨덴 하는구나.. 하아 -_- 

 이런 것과 방학 후 처음 시작된 미디어처리 수업에는 여전히 4~5명만 왔다. 나머지 20명은 어디로 갔는가. 그나마 수업들으러 온 애들도 3차텀 마감이 다음주인데 1차텀도 안해서 텀 제출할 때 코드도 제출해야되냐는 황당한 질문을 하고 있었다. 프로그래밍하는게 텀인데 코드를 안내면 뭘로 평가를;;

 방학전과 마찬가지로 pc실에서 텀을 했다. 전전전 건물 지하에 pc실이 그룹스터디룸 포함하면 그 숫자가  족히 20개는 되는데, 오늘 유난히 많은 수의 학생들이 와 있었다. 생각해보니 기말이 다가오고 있어서 이제 텀을 시작할 시즌이라서 그런듯. 텀 막판에 몰아쳐서 하는건 여기도 똑같구나 싶었다.

 끝내주는 날씨에 야외에서 점심을 먹고 텀을 하는데 역시나 소란스러운 스웨덴애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모두 다 사라져버렸다. 데이빗과 동시에 설마 오후 5시!! 이랬는데 진짜 다섯시. ㅋㅋㅋ 난 이게 정말 재미있다. 매번 보는 장면이지만, 직장인도 아니고 학생들이 오후 5시 땡! 하면 정말 칼같이 다 가버린다. 대단한 나라다 정말. 

시간이 좀 더 흐르고 나서 "스웨덴 문화를 존중해줘야할 시간이야."라고 운을 띄우고 집으로 갔다. 밥먹고 조금쉬니까 벌써 9시가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밖에는 빛이 남아있다. 요즘은 밤이 9시 30분은 되야 찾아온다.  돌아갈 때 쯤엔 12시에도 해가 떠 있을까?

 항상 하는 생각이지만 일이 있어서 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나면 항상 여유가 없다는게 아쉽다. 근데 일 없이 마냥 여유롭게 놀기만 하면 시간을 낭비했다는 이상한 죄책감에 휩싸인다. 그 적당한 경계선은 뭘까? 스웨덴 사람들처럼 오후 5시 칼퇴근? 흠, 괜찮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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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주간의 방학 마지막날. 뭐, 방학이나 학기중이나 딱히 다른건 없는거 같다. 어제 오늘은 요리하다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베이컨이 스웨덴어로 sid fläsk? 아닌데.. 플래스크는 탄산음료던가 -_-아무튼 직역하면 옆구리 살이다.. 돼지의 옆구리 살? 삼겹살도 그쯤 아니던가. COOP 가보니 정말 삼겹살처럼 잘라서 파는게 있었다.

 돼지고기는 기름이 흘러서 기름이 빠지는 그릴이나 판에 구워야되는데 후라이팬을 이용하면 돼지기름에 돼지고기가 튀겨지는 상황이 발생해서 한국에 있을 때 집에서는 고기먹기가 참 힘들었다. 그런데 스웨덴 내 집에는 오븐이 있다. 오븐에 그릴도 있다. OH! OH! OH!

 온도를 210도로 맞추고 삼겹살을 올리고 같이 먹을 파스타를 삶기 시작했다. 삼겹살에 파스타라.. 하아 'ㅅ' =3

 시간이 15분정도 흘렀을까? 오븐을 보니 연기가 가득하다. 문을 여는 순간 엄청난 양의 연기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울리는 화재 경보.. 아.. 망했다. 불현듯 건너집 아줌마가 테라스에서 고기굽던 장면과, 건너집 3층 아가씨 -_-; 가 현관에 쪼그리고 앉아 고기를 구워먹던 장면이 생각났다. "고기를 왜 아파트 현관앞에서 먹지 ㅋㅋ" 이랬는데.. 갑자기 스웨덴 멘토가 주최한 바베큐 파티 장면도 떠오르고... 그래! 이놈들 고기를 밖에서 구워먹었었어.. 

 화재경보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내 집에만 울리는게 아니라 전 아파트, 전 가구에 경보가 울린다는 것이다. 한국사람들처럼 스웨덴 사람들이 화재경보가 울려도 "또 고장났군 ㅋ"하면서 콧방귀나 뀌는 안전의식이 떨어지는 사람들이길 기도했다. 그런데 하나 둘 건물밖으로 튀어나가고 복도로 나오는게 아닌가.. 젠장! 남의 세탁시간에 세탁실 들어와서 무개념으로 이용하면서! 전기로 빼쓰면서! 신호등도 안지키는주제에! 왜 안전 의식은 투철한거야! ㅠ_ㅠ

 아파트 밖에 뛰어나간 사람들한테 Calm down man~ 해주고 -_-; 옆 집 무슬림애들한테 관리실 전화번호 물어서 전화번호가 있는 1층 현관까지 가려는데 같은 층 사는 애들이 우르르 튀어나와서 서로 자기가 범인인거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요리하고 있었단다. 범인이 나라고 이실직고했고 다행히 번호를 알고 있는 여자애가 관리아저씨한테 전화를 했다.

 내 옆집에는 블랙메탈에 빠져있는 중국 여자애가 살고 건너집에는 그래도 훈남(?)축에 속하는 중국남자애가 산다. 이 혼란속에서 같은 동양인을 발견한 그 남자는 나보고 "Where are you from?"이라고 물었다.  한국에서 왔다니 의외라는 듯한 반응. 
 "사실 스코틀랜드에서는 중국인이었답니다." 라고 슬쩍 귀뜸해주고 싶었다.

 한 5분 쯤 기다리니 경보가 꺼졌다. 집 안에서 그렇게 힘들게 구운 삼겹살을 먹고 있는데 관리인 아저씨가 찾아왔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좋은 저녁 보내라며 쿨하게 가신다. 경찰서 체험이라도 하게 될 줄 알았는데.

  -----------

 스웨덴 온 이후로 피부가 점점 건조해져서 처음에는 여드름이 없어져서 좋아했는데 더욱 더 건조해지더니 급기야 갑자기 각질이 많이 생기기 시작했다. 얼굴까진 아침에 로션 바르면 되니까 괜찮았는데 목으로 번지자 불안해져서 스웨덴 병원에 가기로 결심했다. 유학생 보험을 들어놨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그 유명한 북유럽 스웨덴 무상의료복지 체험을 하는 위대한 순간. 오후 4시 50분에 전화를 해보니 내일 아침 8시에 전화하란다. 꼭 '8시'라고 하는게 이상했다. 다음날 아침 8시 20분에 기상해서 전화를 하니 대기자가 20명. 스카이프 틀어두고 1시간 30분을 기다렸다. 담당자가 받아서 접수를 했는데 오늘은 환자가 많으니 내일 보잔다. 내일 오후 1시에 의사가 전화를 줄거란다.

 그리고 다음날. 1시 30분쯤 의사한테서 전화가 왔다. 스웨덴에선 1차 진료를 간호사가 한다는데, 목소리가 여자인걸 봐선 진짜 의사일가? 간호사일까? 어쨋든 통화를 했는데 3일 뒤에 오후 1시 30분에 오란다.

 스웨덴에선 1년에 총 진료비가 900크로나(15~18만원정도)를 초과할 수 없다. 그 이상 진료비는 무조건 공짜다. 근데 죽을 병이 아니면 의사보기가 힘들다. "환자가 많아서" 라는 이유로 몇일을 기다려야 되는거면 병원을 늘려야되는거 아닌가? -_-; 

 병원 방문이나 입원등으로 출근을 못하게 되도 돈은 그대로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학생은? 수업 빠지면 그 수업을 다시 해주나?; 학생은 수업 빠지는건 완전히 손해다. 근데 의사 만나는 시간도 못정한다.

 나는 내 돈 내고 내가 가고 싶은 공강시간에 동네 병원가서 빠르게 진료받고 약타서 돌아오고 싶다. 뭐, 암 걸리면 무료라는 사실이 행복하겠지만, 이런 자잘한 병은.. 글쎄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몇일 지나니 목 각질자국이 사라졌다. -_-; 스테로이드성 약물을 처방하기보다는 자연치유의 시간을 주는 천연치료방법!! 이것이 바로 스웨덴 선진 의료복지의 실체란 말인가!!. 그럴리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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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트밀은 생으로 샀을 때, 도저히 그냥은 못먹어서 쿠키를 만들어 먹으려 했는데 레시피가 복잡해서 포기하고 방치했다. 그러다가 코코팝스 하나를 사서 섞어 먹으니 꽤 만족스러운 아침식사 완성. NETTO에 가니 크런키 오트밀을 팔길래 한 번 호기심에 사봤다.

 이때까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여러 신문물-_-; 에 많이 도전해봤는데 결과들이 별로 좋지 않아서[각주:1] 꽤 망설였다. 가격은 5천원쯤 했나? 6천원? 750g에 이정도면 뭐 괜찮은 가격인듯.
 집에와서 뜯어보니 오옷.. 이 맛은.. 味味!! 이 바삭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 향긋한 사과향.. 그리고 달콤한 꿀과 설탕의 조합.. 거기에 유기농 오트밀까지..오.오...

 스코틀랜드에 갔을 때 오트밀 쿠키를 먹어봤는데 오트밀을 이렇게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었다. 근데 이건 그 오트밀 쿠키보다 더 맛있다. 오트밀은 옛날에 스코틀랜드에선 사람이 먹고 잉글랜드에선 사람이 먹었다는데.. 그 역사와 맛없고 끔찍한 식감에 잠시 오트밀을 원망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지금 당장 스코틀랜드로 달려가서 하이랜드를 질주하는 조랑말이 되고 싶다. 그러면 매일 사료로 오트밀을 먹을 수 있겠지;;;그러고보니 예전에 시리얼인줄 알고 산 과일 시리얼이 알고보니 건과일이 섞인 오트밀이었다. 어쩐지 우유에 탔을 때 싱겁더라.

 시간이 지날수록 느끼는 거지만 서양 음식은 조리가 간편한 것이 참 많다. 재료 손질도 거의 안필요하고. 밍숭맹숭한 재료에 소스맛으로 음식을 먹는게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적응되니 편하고 좋다. 






 
  1. 스웨덴.. 아니 유럽인의 입맛은 종종 이해 할 수 없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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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텀 수정을 하기 위해 데이빗과 다시 만나러 학교에 갔다. 반팔티 하나 입고 나왔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바람이 세게 불고 추웠다. 그런데 다시 올라갔다오려니 약속시간에 늦을거 같아 그냥 갔다. 

 아직도 이스터 브레이크중이라서 학교는 썰렁했다. 오랜만에 보는 캠퍼스는 녹음으로 뒤덮혀서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듯 했다. 텀은 손쉽게 끝났는데 최근에 알바하느라 코딩 주구장창 하고 있어서 그런가 싶었다. 시간이 좀 남아서 잡담을 많이 했는데 어제 캐나다 총선이 있었단다. 그래서 뉴스 보면서 이것저것 이야기했는데 우리나라나 캐나다나 지역에 따라 후보가 아니라 당에 투표하는건 똑같은듯..

 개념없이 떠들어대는 스웨덴놈들 불평도 하고 세탁실을 습격하는 스웨덴놈들 -_-; 이야기도 하다보니 결론은 스웨덴인들 도덕의식 수준이 좀 낮다..였다. 그래도 신호지키는건 영국사람들보단 나은거 같다. ㅋㅋㅋ

 돌아오는 길은 재앙 수준이었는데 부슬비가 내려서 팔이 마비될 지경이었다. 진짜 그렇게 고통스러운 적은 처음이었다. 집에 다 와서 팔을 움직이니 얼얼하다.. 좀 더 자전거 탔으면 동상 걸렸을듯. 캐나다는 종종 영하 30도까지 내려간다는데 그 날씨에 자전거를 탄단다.. 대단하다.. -_-;

 우표사러 COOP에 가서 우표 달랬는데 till ute Sverige를 직원이 못알아듣는다. ㅠ_ㅠ 문법이 틀렸나 보다. inte Sverige로 구매 성공. 아니 그 이전에 Frimärken↗도 못알아듣더라.. 다시 한 번 이야기하니 Frimärken↘이란다. 젠장; 우체통이 엽서 세장을 넣고 돌아오는데 동네 여자애들이(얘넨 맨날 놀러다니는듯) 수요일날 네이션 가잔다. 네이션? 난 영국여행비 떼우려고 알바해야돼 이런 한가한 녀석들아. ㅠ_ㅠ 

 Jquery 샘플보고 열심히 코딩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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