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스웨덴을 배재한, 오직 교환학생 생활에 대해서만 적는다.
스웨덴에 관한 이야기는 http://skycrawlers.tistory.com/71
 


 교환학생되기

  나는 조국 근대화와 민족중흥이라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2억만리 떨어진 이국땅으로 떠나 밤마다 동쪽을 바라보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당연히 말도 안되는 소리고. 무슨 6,70년대도 아니고. 'ㅅ';
 일전에 짧게 언급했지만, 교환학생은 IELTS[각주:1] 시험 응시비[각주:2]가 아까워서 갔다. 새벽에 학점 4.5의 전유물인줄 알았던 교환학생이 사실 2.8만 넘으면 제로베이스라길래 충동적으로 시험 원서를 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엄청 후회를 하고[각주:3] 환불을 하려 했는데 시험이 일주일남아서 환불이 안됐다. 그래서 다급히 토렌트로 아이엘츠 시험문제 몇개 받아서 풀어보고[각주:4] 시험쳤더니 점수가 괜찮게 나왔고 면접을 봤는데,  늦잠자서 빨다가 덜 마른 옷 대충 걸쳐입고 땀에 푹 젖은 상태로 면접을 봤다. 그런데 면접이 3분만에 끝났고[각주:5] 어쨋든 1지망이었던 스웨덴에 합격했다. 교환학생 선발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 그 3분의 짧은 시간내에 합/불자를 가릴만한 뭔가를 캐치해낼 수 있나?;

 3쿼터에 들었던 대학원 수업의 스웨덴인 몇이 "왜 스웨덴을 선택했나요?" 라고 물었을 때 나는 솔직하게 유럽에서 인터넷이 제일 빨라서라고 대답했다. 얼마나 어이없었을까.. 근데 그게 사실이었다. 나라 지원할때 미국은 인터넷 느리다길래 없애고 유럽은 구글에서 인터넷속도 검색해서 스웨덴이 빠르다길래 선택했다. 하지만 스웨덴 인터넷 속도는 1mb/s이 최대속도고 총 수용량도 그게 전부라서 정말 답답했다. 아무튼, 그래서 스웨덴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됐다.

교환학생 = 어학연수?

 내가 찾아본 바에 의하면 많은 교환학생들은 영미권을 선호하는데, 그 주된 이유는 영어실력향상이었다. 예전에 한 번 언급했지만 교환학생 생활은 영어실력향상에 별로 도움이 안되는거 같다. 공부와 생활은 실전이다. 교환학생은 어학연수가 아니기 때문에 곧바로 실전에 부딪혀야 한다.

 회화실력이 안되서 친구를 못사귀어서 외롭다, 한국가기싶다며 징징거리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고, 심지어 중도귀국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미국으로 가면 한인들이 정말 많은데, 외국인들과 못어울려서 결국 애국심과 한국어 실력을 키우고 돌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교환학생은 실전이고 외국인 학생들은 영어선생님이 아니다.


 교환학생 천태만상

 새내기때 한참 과행사를 불려다니던 어느 순간 깨닫게 된게 있었는데, 과행사에 나오는 선배라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분명히 신입생 숫자는 100명이 넘는데 왜 이정도밖에 없는걸까. 그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에 있지? 라는 의문의 해답은 교환학생에서도 통했다.

 외국인도 그냥 사람일뿐이고, 우리가 성격이 제각각이듯이 그들도 제각각이며 모두 사는 모습이 다르다. 그래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는 모습도 다르다. 모든 파티를 섭렵하는 파티광이 있고, 스웨덴 관련 교양으로 모든 것을 가득채운 스웨덴광, 전공과 프로젝트에 열중하는 공부광(?), 그리고 스웨덴에 머문 시간과 유럽여행을 한 시간이 거의 비등해보이는 동양인 그룹이 있다.  

 
서양 파티문화에 대해 잠깐 소개하자면, 파티는 별 게 아니다. 그냥 3인 이상이 모이면 파티다. "야 오늘 우리집에서 밥먹자." 해서 같이 밥먹어도 파티고, 같이 어디 놀러가도 파티고 고기 구워먹어도 파티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파티문화는 파티 문화라기 보다는 대도시 클럽 문화고, 좀 많이 퇴폐적으로, 영어식 표현으로 nasty한 부분만 들어왔다. [각주:6] 학생들이 여는 파티는 맥주 한 캔들고 돌아다니면서 수다떨고 음악에 가벼운 춤을 춘다던가 각종 게임을 즐기던가 하는 식이고, 그 누구도 야한 화장과 의상을 입고 서로의 엉덩이를 부벼대지 않는다.[각주:7] 그저 재미를 위해 컨셉을 잡아서 화와이언 파티면 하와이식 휴양지 복장을 입는다던가 하는 식이다. 

 파티를 가보면 파티에 오는 교환학생 구성이 거의 다 똑같은다는걸 알 수 있는데 오는 사람만 온다. 나는 4월 초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파티에 가지 않았는데, 전공 공부가 빡센 것도 있지만 잠깐 대화하고 사라지는 인연의 연속인 파티 문화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었다. 간단히 이야기해서, 깊은 이야기도 하고 좀 더 많이 친해지고 싶은데 파티 문화는 조금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에게 가는식이라서 수박 겉핡기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파티광이 아닌 다른 부류의 교환학생들은 얼굴 보기가 힘들다. 자기 수업만 듣고 아는 사람이랑 자주 만나기 때문인데 난 내가 여기에 교환학생을 왔으니, 정말 이곳에서 공부하고 생활하는 평범한 학생이 되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랬더니 자연스레 수업시간에 만났던 애들이랑 놀게되고 베프도 생기고, 동네 친구들도 있어서 주말에 자주 같이 놀았다. 학점도 잘나왔고 여행도 몇 군데 갔으니 뭐 그리 나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스웨덴어 수업을 같이 들었던 애들중에 몇몇은 그 이후로 영 보이지 않길래 뭐하고 있나했더니 나처럼 같은 전공수업 듣는 애들끼리 놀고 있었다.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싶어서 왠지 모를 반가움도 들었다.

 마지막으론 좀 특이하다고 생각했던게 중국인과 싱가폴인들인데, 우리학교에서도 중국애들은 중국애들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노는데, 여기서도 그랬다. 딱히 외부세계와 교류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먹고 놀고 여행을 가는데 여행을 거의 두달넘게 갔으니 교환학생을 온건지 스웨덴을 베이스삼아 유럽여행을 온건지 모르겠다. 

교환학생 정체성 찾기

 교환학생 갔다와서 뭐가 기억에 남았냐고 물었을 때, 노르웨이 여행기에서 언급했던 초등학생 시절 같은 반 아이처럼 "스웨덴 사람들은 생김새가 달랐고 음식도 조금 다르게 먹었습니다." 라고 이야기하긴 싫었다. 어차피 교환학생 온 계기가 뭐였건 간에 컨셉-_-;을 '평범한 스웨덴의 학생' 으로 잡은 이상 스웨덴에 대해 모르고 돌아가는건 예의가 아닌거 같았다. 그래서 스웨덴어도 배우고 스웨덴 사회문화 과목도 듣고 도서관에서 스웨덴에 관련된 책도 읽었다. 스웨덴에 대한 TV뉴스도 보고 YouTube에서 관련 영상들도 찾아봤다. 정규 재학생이 아닌 스쳐가는 나그네인 교환학생이 할 수 있는것들 중에서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귀국하기 몇일전에 스웨덴 기념품을 사러 대성당 근처 기념품가게에 들어갔는데, 날 관광온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아저씨를 유창한 스웨덴어로 물건을 구입해서 멋지게 한방 먹인 -_-; 기억은 꽤 유쾌했다. 이 사회에 동화된 느낌이랄까.

 다른 나라 친구들과의 교류도 중요한데, 위에서 언급한 중국인들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사람들도 만만치 않다. 스웨덴에야 어차피 한국 사람이 거의 없기때문에 그러고 싶어도 그러기 힘들겠지만, 미국으로 가면 한국사람들이 많아서 한국인들끼리 우르르 몰려다니는 경우가 많다. 잉글랜드 여행할때 만났던 노팅험대학교의 교환학생 여자애는 1년동안 있었는데 한국인들이랑만 놀게됐다고, 이제 한국에 돌아가는데 너무 아쉽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먼저 다가가는데 마다할 사람은 없다.[각주:8] 

 나에겐 캐나다에서 온 단짝이 있었는데 3,4쿼터 모두 수업을 같이 들어서 자연스레 친해졌다. 맨날 밥도 같이 먹으면서 별의별 이야기를 다했는데 서로의 문화부터 시작해서 역사이야기, 삶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 같은 무거운 이야기도 했었다. 그러면서 자라온 환경과 문화가 사고방식에 미치는 영향이 정말 크다고 느꼈다. 정서적 교감만큼 따뜻한 일은 없다.

 다른 학교로 잠시 전학간 학생처럼, 새 친구를 사귀고, 새 환경에 적응하고, 공부하고, 놀고, 여행하고 돌아왔다.[각주:9]  거창한 그 무언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교환학생을 갈 때 무언가를 얻으려고 하려는데, 그냥 끝무렵이 되면 어떤것이든지 무언가 얻는게 있다. 그게 진짜 별 거 아닌지, 대단한 교훈인지는 교환학생가서 뭘 하냐에 달린거고 결국에는 자기 하기 나름이다. 그 뻔한 말 '케바케'말이다. 
 
환상세계에서 나오기

 스웨덴에서 생활하는동안 걱정도 없고 행복하고 즐거웠다. 귀국해서 생활해보니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은 내가 한국에 놔두고 온 '현실'의 문제였고 그게 없는 스웨덴은 환상의 세계였다. 해가 길어지면서 내가 돌아가야할 자리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결국 막바지에는 내가 있어야할 곳은 여기가 아니라 한국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극장에서 영화보다가  잠시 화장실 갔다왔듯이, 내가 나의 인생극장에서 어디 쯤 자리에 앉아있었는지를 좌석 하나하나 살펴보며 되돌아볼 순간이 온 것이다. 나는 가운데에 있었나? 뒷자리에 있었나? 아니면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나?

 뭔가 기대하고 간것도 아니고, 이왕 가니까 학교다니면서 좀 쉬자라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내가 잠시 접어둔 현실을 더 상기시키는 일이 되었다. 눈을 감으면 온 세상이 하얗게 빛나던 스웨덴의 첫모습과 하루종일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가 쓰러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과 날씨를 가진 여름이 생각나지만 돌아온 지금의 생활이 괴롭거나 그러진 않다. 오히려 한국이 더 좋아졌다. 반년가까이 한국음식도 먹지 않아서 그런지 음식도 더 맛있다.

아름다운 경험이었다.
 
  


 




  1. 영국영어시험. 토플은 미국영어시험. [본문으로]
  2. 30만원정도 한다. [본문으로]
  3. 새벽엔 사람이 뭔가 감성적으로 변한다. [본문으로]
  4. 작문이랑 스피킹 책은 따로 샀는데 하나도 안봐서 돈만 날렸다. -_-; [본문으로]
  5. 질문 요지는 이거다. "왜 가고 싶나?" [본문으로]
  6. 우린 정말 음악을 사랑해서 간다! 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한 번 우리네 클럽이 어떤 모습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권유한다. [본문으로]
  7. 끈적한 파티는 대도시가면 볼 수 있다. 런던이나 파리나.. [본문으로]
  8. 아 물론 몇몇 있긴 하다. -_-; [본문으로]
  9. 외국 학생이나 우리나라 학생이나 학생은 학생일뿐이다. [본문으로]
 교환학생 블로그나 글같은거 쭉 보다가 의문이 생겼다. 교환학생오면 영어 실력이 느나? 직접 격어본 바, 다른 사람들 사례를 종합해보면 영어회화 실력이 안된 상태에서 오면 다른 애들이랑 말이 안통하기 때문에 도태되서(다른 애들이 영어선생님이 아니니까) 결국 대화를 안하게되고 그래서 실력이 안늘고, 영어회화가 되는 상태에서 오면 그냥 대화하다 그걸로 끝. 뭐 이 두 가지같다.

 일단 여기 교환온 애들 중에 영어가 미숙한 사람은 단 한명도 못봤는데, 토플이나 ielts에 회화시험이 있으니까 당연한거 같기도 하고. 근데 우리나라 애들중에 외국 애들이랑 수다떠는게 안되서 힘들다, 외국애들이 나한테 봉사해주는 느낌이다 이런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럼 어떻게 회화시험을 통과한거지? 의문이다.

 아니 그 이전에, 교환학생은 어학연수가 아닌데 영어 실력 향상을 기대하고 오는건 좀 어불성설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살아보니 영어를 사용하는거지 배우는건 아닌거 같다. 영어 배워보겠답시고 고의적으로 한국사람 배척하는 애들도 있는거 같고. 어떤 애들은 회화 안되서 다른 나라 애들이랑 못 어울리니까 한국인들끼리만 놀다가 한국어실력만 늘어서 돌아가기도 하고. 

 다른 블로그 보다가 느낀건데, 참 여자애들은 대체적으로 요란한거 같다. 스웨덴 저 어디 동네로 교환학생간 여자애 블로그를 봤는데, ICA 마트에 장보러간 이야기와 기숙사 이야기를 올렸다. 근데 내용이 "이건 소시지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머멋 요건 스웨덴 빵ㅋㅋㅋㅋㅋㅋㅋㅋ 완전 귀엽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이런 뇨자라긬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옆방 미국 남자애 너무 잘생겼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피커 크게 트는거 빼곸ㅋㅋ 아앜ㅋ 눈이 호강한닼ㅋㅋㅋㅋ" 뭐 이런식... -_-;

 유투브 어느 댓글에서 누군가가 "동양인들은 모든 것의 사진이 필요하다."라고 정말 사소한거 까지 사진을 찍는 동양인들에 대해 비꼰건지 그냥 그렇게 생각한다는건지 뭔지 모를 코멘트를 남겼는데, 저런 애가 딱 그런 부류 아닐까. 같이 지내게 되면 완전 웃길거 같다.
장보러 갔는데 내가 민망해서 장바구니 엎고 달아날듯.. 옆에선 계속 사진찍어대고 있고.

 귀국 한달을 남기고 이것저것 정리를 시작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그 중 하나는 유학이란게 한 번쯤은 해볼만한 데 두 번은 좀 아니다.. 뭐 이런 생각? 내일은 진짜 아침부터 공부해야지. 오늘은 텀하느라 시간을 너무 뺏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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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어로 헤어질때 하는 인사는 auf Wiedersehen이라고 알고 있어서 독일애한테 이야기해보니 매우 예의바른 표현이라 한다. 일상적으로 헤어질때 쓰는 말은 Tschüs. 츄스! 오 짧고 좋은데. 일본에선 짧게 쪽 하는 뽀뽀나 키스의 의성어로 츄Chu를 쓰던데. 일본 애들이 들으면 좀 웃기겠군.

 심슨의 이민자 추방 에피소드[각주:1]를 보면 호머가 스프링필드에서 이민자를 쫓아내야되는 이유로 "이민자놈들은 우리말도 제대로 못한다."라고 하는데 내가 딱 그 꼴이다. 굳이 여기선 스웨덴어 안써도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는데[각주:2] 이 나라 말 안쓰면 뭔가 미안한 맘도 들고 플로리다의 쿠바인이나 텍사스의 멕시코인[각주:3]이 된거 같은 느낌이라 되도록이면 스웨덴어로 일을 보려 한다. 이민 온건 아니지만 사는건 사는거니까. 그래도 레벨1 코스가 끝나가니 장족의 발전을 이뤄서 이제 스웨덴어로 물건사는덴 별로 문제가 없다. 사실 마트에서 장보면 말 한마디 안해도 되지만 간간히 말많은 종업원 걸리면 뭔가 질문에 답을 해야된다. 봉투 필요하냐, 영수증 필요하냐 등등. 분명히 못알아듣는 말도 섞여있지만 눈치빵으로 넘어간 것도 여러번 있었다.

 coop konsum 주말 남자알바는 심슨에 나오는 플랜더스도 아니고 인사가 헤이솜부터 이상한 주문까지 다양한데 말도 많아서 이것저것 자꾸 묻는다. 동전기계 사용할꺼냐[각주:4] 안할꺼냐 묻는데 못알아들었다가 기계 가르키면서 말하는거 보고 바로 nej 라고 해서 지폐로 계산성공. 'ㅅ' 그냥 계산해서 잔돈이나 줄것이지. 

 coop과 netto는 붙어있는데 netto의 물건가격은 정말 싸다. 오기전에 봤던 경험보고서에는 몇 크로나 차이안난다고 했는데, 1크로나가 200원정도니까 5크로나 차이나도 1000원 차이다. 엄청난 차이다. 고작 몇 크로나가 아닌 셈. 그래서 되도록이면 netto를 가려고 하는데 netto는 주말엔 열지도 않고 평일에도 오후 8시는 문을 닫아버린다. 덕분에 계란 못먹은지 몇 일 됐다. 



 마트나 버거킹, 맥도날드 같은 상점들의 야간 알바, 주말 알바, 그리고 케밥이나 피자가게 주인들은 거의 다 이민자들이다. 스웨덴에는 정치적 망명을 아낌없이 받아들이고 있어서 이민자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각주:5] 공장은 안가봤지만, 뭔가 상대적으로 힘든 일은 이민자들의 몫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뭉크의 유명한 그림 Workers on their way home의 약간은 얼빠진 느낌의 어두운 북유럽 사람은 이제 찾아보기 힘든거 같다. 

 이민자들은 주로 스웨덴의 잘 발달된 복지에 매료되어 온다. 게다가 여긴 중립국이라 전쟁위험도 없고, 범죄도 그리 많이 일어나지 않는다. 새 삶을 시작하기엔 꽤 괜찮은 곳인데 스웨덴 사람들이 이민자들을 그리 좋아하는건 아닌다. 최근에 이민자들에 의한 범죄같은 여러 사회 문제들이 생겨서 이민자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아진게 사실이라 한다. 얼마전엔 스웨덴에서 처음으로 자살폭탄테러가 일어났고 이민자 사이에서 총격전이 발생해 사람이 죽기도 했다. 이민자 범죄는 뭐.. 우리나라 외국인 노동자 범죄랑 비슷하게 생각하면 될까.

 아, 그러고보니 19세기 중엽~20세기까지 미국에서 아일랜드,이탈리아 사람들[각주:6]이 하던 역할을 요즘은 동양계나 히스패닉 사람들이 주로 하고 있는거 같다. 슈퍼,세탁소,식당 운영부터 성매매 포주[각주:7],각종 범죄 활동까지. 


 
 학교 도서관에 가보니 룬드의 역사를 담은 책이 있어 살펴보니 내가 살고있는 곳은 60~70년대 개발된 대규모 주거단지였다. 룬드 인구는 8만명을 안넘는데 스웨덴에서 10위 안에 드는 비교적 큰 도시다. 사진엔 아직 내가 사는 Nordanvag 아파트는 없다. 사람들 사진을 보니 헐.. 잉베이 맘스틴[각주:8]이 -_-; 그 당시 유행하는 머리였나 보다. 히피같진 않은데 뭐라고 해야되지.. 아.... ABBA 음반 표지 보는거 같애 'ㅅ'; 라고 했더니 ABBA가 스웨덴 그룹이었네.

 

 19세기에 출간된 책.  이렇게나 멀쩡하게 서고에 있다니. 우리 학교 도서관에 너덜너덜 곧 썩어서 사라질거 같은 책들은 80년대 책이었는데. 보관 방법의 차이 때문일까? 모르겠다.

 일본 지진으로 시끄러운 와중에 여긴 아무일이 없다. 참 평화롭다. 정말 아무 일 없다. 감싸고 도는 분위기가 그렇다. 정말 아무 일 없어 '보인다'.

 방글라데시도 한국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였고 여기 스웨덴도 전혀 다른 세계다. 그냥 다른 것이지, 우열을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방글라데시에서 짧지만 한 달간 힘들게 살아보고, 여기서도 몇 달 지내보니 그냥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고 환경이 다를 뿐이었다.
 그래서 서구세계에 사는 것에 환상을 가진 허영심 많은 일부 사람들이 우습다. 정작 뉴욕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데 드라마 영향으로 맨날 선글라스끼고 놀러다니고, 어디에서의 일상이라는 제목으로 찍은 커피빨면서 다니는 사진 올리는 그런 허영을 비웃어 주고 싶다. 여기도, 방글라데시도, 한국도 그냥 아침에 일어나면 아침먹고 회사가서 일하고 퇴근해서 자고 하는 일상의 반복인데, 한 번 주입된 편견이 가득한 이미지[각주:9]를 끝없이 재생산해내는 요즘 일부 사람들이 이상하기만 하다. 유럽에서의 삶은 모두, 항상 낭만적인가?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모두 죽어가는가[각주:10]? 뉴요커들은 죄다 브런치와 커피를 즐기며 저녁엔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데이트를 즐기나? 모두 허상이고 편견이다.

 군대가기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군필들이 "군대도 사람 사는 곳이다."라고 위로를 하곤 하는데, 나도 그냥 이야기해주고 싶다. 전세계 어디나, 사람 사는곳은 다 똑같다고. 머리 속 편견을 버리라고.

 

 

 

  1. 아마도.. 시즌8의 에피소드중 하나. [본문으로]
  2. 대다수의 스웨덴인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떠듬떠듬하는게 아니라 정말 유창하게. 이 말은 영어를 잘 못해도 기본적인 회화는 다 한다는 소리. [본문으로]
  3. 미국에 거주하면서 영어를 전혀 사용안하고 사는 이민자들. 이건 LA 한인타운에 사는 영어 못하는 한국인 이민자들도 마찬가지. [본문으로]
  4. 여기서 동전은 동전기계에 직접 넣어야한다. 지폐를 그냥 점원 주면 됨. [본문으로]
  5. 옆 도시 말뫼는 60만명이 사는데 1/3이 이민자들이다. [본문으로]
  6. 대표적인 하류층 이민자들.동부에서 범죄조직 양대산맥은 아일랜드계와 이탈리아계였다. 이탈리아는 흔히 알다시피 마피아. [본문으로]
  7. 2004년 쯤 실시된 성매매와의 전쟁의 부작용으로 성매매업소들이 미국,일본,호주 등으로 건너가 악명을 떨치고 있다. 호주에서 일본인 콜걸 부르면 한국인이 일본인인척 하면서 온다는 우스갯 소리도 있다. [본문으로]
  8.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80년대 최고 인기였다. [본문으로]
  9. 시트콤의 대학생들은 공부를 안하고 드라마 속 직장인들은 일을 안한다. 미드 속 주인공들도 주제가 직업이 아닌 이상 일을 안한다. 덕분에 뉴요커들이 나오는 여성취향 드라마를 본 사람들은 뉴요커들이 모두 그렇다고 생각하는 환상에 빠진다. 유럽같은 경우는 관광 사진만 보고 그 삶은 생각해보지 않아서 환상를 가지는게 태반. 혹은 스웨덴처럼 미디어에서 꿈의 복지국가!라고 선전하니 지상낙원이라 생각하기도 하고. [본문으로]
  10. 방글라데시 노동환경이 열악한건 사실이지만 '말도 안되게' 잘사는 사람들도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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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일기가 아니라 주기..

 스웨덴어 수업 한 번 빠졌더니 못따라가서 애먹었다. 역시 수업은 전출하는 것이 옳은 것 같다. 한달 넘게 수업을 들으니 역시 여기서도 고정석 비슷한게 생겼는데 이상한게 내가 앉는 왼쪽 열만 사람들이 로테이션이 된다. 뭐 그래봤자 몇명 안되지만. 처음에는 유럽애들이랑 앉았는데 요즘은 계속 캐나다 미국 캐나다 미국 이런순. 


[ 여기선 수돗물,화장실 물 다 마신다. 사진은 화장실에 있는 컵. 물이 깨끗하기 때문. 우리나라 아리수도 신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대다수 사람들에게 한국은 듣보잡 나라인데 이번이 교환학생 세번째라는 양키는 한국에 대해서 조금은 알고 있었다. 심슨 이야기를 했더니 자기가 싱가폴 있었을 때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도 심슨 팬이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곤 소녀시대,브아걸,지드래곤 이야기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KPOP nerd같이 생겨먹지 않아서 어떻게 아냐고 하니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들이 어느날 자기를 부르더니 동영상을 틀어줬단다. 별로 흥미는 없는데 굿굿 이러길래 예~ 프리티~ 굿굿 이랬다는데 자기 눈에는 암만봐도 지드래곤은 ㅈ같단다. 계속 이야기를 듣자니 싱가폴 기숙사에서 문화고문이라도 당한거 같
다. 으, 그래도 싱가폴 국립대의 한국 학생들은 한국문화 알리기엔 성공은 한 듯. 긍정,부정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지만. 'ㅅ' =3
 자기 생각에는 미국에서 제일 유명한 가수는 원더걸스라고 생각한다며 노바디 노래도 안다고 했다. 뭐 누구 투어 쪼르르 따라다닌다는 기사를 봣다고 하는데 아마 조나스 브라더스 -_- 였나? 그랬던거 같은데 얘도 모르는듯. 조나스 이야기가 나와서 자연스럽게 저스틴 비버이야기를 했는데 이 게이같은 생겨먹은 녀석은 MCR만큼이나 어린애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모양이다. 


 금요일엔 이번 쿼터에 듣는 대학원 강의 실험를 위한 녹음을 했다. 내가 만든 한국어 문장 60개를 같이 교환학생 온 타 과 선배가 녹음했다. SOL 센터 지하에 있는 녹음실은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의 시설이었다. 10평 가량의 공간에 정말 무지막지하게 큰 방음재,차음재가 설치되어있어서 그 어떤 소리의 반사도 일어나지 않고, 잡음도 하나 없는 無의 세계라고 해야되나. 고급 마이크를 통해 흘러나오는 목소리의 퀄리티는 얼마나 좋은지. 
으.. 저런 곳에서 공부하면 집중도 잘되고, 기타 녹음하면 얼마나 끝내줄까. 
 스칸디나비아 사회문화 수업을 가니 섬세한 터치와 우아한 목소리의 영화학 교수님 수업의 영향인지 절반 이상이 결석했다. 뭐.. 나머지 1/4정도는 지각이었지만. 이번 수업은 극(Drama) 분야 강의의 첫 시간으로 입슨과 호..홀즈버그? 'ㅅ'; 모르겠다.. 두 사람에 대해서 배웠는데 역시나 유럽,영미권 애들은 한 번쯤은 들어봤고 그 외 출신들은 저게 누구? 이런 상황. 교수님은 아주 x 100 열의가 넘치고 학생들에게 관심이 많아서 한시간 가량은 일일이 학생들 이름을 묻고 왜 스웨덴에 오게 되었는가, 저 작가들에 대해 알고 있는가를 물어봤는데 처음에는 진지한 태도로 인터뷰에 응했길래 나도 진지하게 임했다. 스웨덴에 왜 왔냐길래 솔직히 인터넷 속도가 빨라서 왔다고 하긴 뭐해서 복지모델이 한국에서 큰 논쟁거리라고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뻔한 이야기를 했
는데 뒤에 애들부터 '실수로 왔다', '코펜하겐이랑 가까워서', '서류 하루 남기고 그냥 찍음', '블랙메탈이 좋아서'(룬드 대성당 데려가면 비명지르면서 심장마비로 사망할듯) 등등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 나도 사실 되게 어이없는 이유로 왔어.. 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교환학생을 온 이유는 다분히 우연적으로 새벽에 과 후배랑 이야기하다보니 다음학기 교환학생을 간단다.. 공부도 잘하니까 교환학생도 가네.. 와 부럽다.. 난 학점 낮으니 안될꺼야 하면서 그냥 국제처를 뒤져보니 생각외로 가기가 쉬웠다. 학점도 그냥 기준컷이고 영어점수도 기준컷이고. 학점,영어점수 순으로 줄세워서 가는줄 알았기 때문에 상당히 흥분되는 일이어서 그 날 새벽 4시 IELTS 시험을 접수했다. 교환을 가기 위해 칠 수 있는 마지막 영어시험. 이미 원서 접수 날짜가 촉박했기 때문에 토플은 선택할 수도 없었고 그나마 IELTS가 성적이 빨리 나오길래 접수했다. 시험까진 단 일주일. 그리곤 잤다.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엄청난 후회를 했다. 젠장, 교환학생 생각도 없었는데. 환불하려고 사이트 들어가보니 시험이 7일 남아서 환불불가. 그래서 돈 아까워서 시험을 쳤는데 점수가 잘나와서 기준컷을 넘기고 교환 갈때 뭘 따져야 할까 하다가 그래! 인터넷이 느리면 안되지 해서 검색해보니 스웨덴이 인터넷이 빠르다길래 스웨덴을 썼다.. 면접연습은 뭐 질문하는지 알아보니 인터넷봉사단 때처럼 안나대는게 최선인듯 해서 준비안하고 가서 그냥 이것저것 질문받고 답하고 5분만에 끝. 그리곤 1지망 합격해서 스웨덴으로.

 그래, 이자식들 다 비슷한 이유로 교환학생 온거군! 실수로! 우연찮게 말이야. 혼자서 속으로 킥킥대다가 갑자기 학교 홍보처에서 고대 홍보용 물품을 받아갔다던 학생의 이야기가 생각났는데 좀 우스웠다. 이곳에선 그 누구도 어느 학교에서 왔는지 안묻고, 관심도 없다. 그냥 어느 나라 사람인가가 중요할 뿐. 


 그러고보니 방글라데시 카파시아 사람들도 고대가 좋아서 휴대폰고리를 달라고 한 게 아니었지. 교환학생 면접 볼때는 '나대는' 사람이 없었는데 봉사단 면접땐 나대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복입고, 태권도복 입고, 가야금 들고오고 -_-; 심사위원도 부탁받아 하는거고, 심사 빨리 하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고, 길어지면 피곤한게 사람인지라 저런식의 눈에 튀려는 행동은 마이너스임이 분명한데 왜 저리 호들갑을 떨어댔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면접관들 앞에서 장구치고 상모돌리는 사람은 없었던거 같다.

 작가 소개 내용에서 졸라가 나왔는데 에밀 졸라가 아니라 그냥 졸라라길래 저게 그 졸라가 맞는지 확신이 안든 가운데 (게다가 여긴 프랑스가 아니라 북유럽이니까) 교수님이 드레퓌스 언급을 하길래 그 졸라가 그 졸라가 맞다는걸 알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졸라가 흔한 이름은 아니구나. 

 북유럽 국가의 여권신장은 오래되지 않은 이야기로 18세기 극에는 사회,가정,관습,종교가 강요하는 여성의 '바람직한 역할'에 저항하는 여성 이야기도 나왔다. 교수님 말씀이 스웨덴이 남녀평등사회라고 흔히 알려져있는데 아직도 불평등한 요소가 곳곳에 있다고 한다. 홉스봄이 집단적 정체성이 환상이라 했듯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북유럽의 모습도 상당히 환상과 거품이 섞여있는거 같다. 

 그날 밤엔 노트북이 고장났다는걸 알게 되었다. ICA에서 노트북 가방을 떨어뜨렸는데 메인보드의 배터리 담당 부분이 어떻게 되었는지 안켜졌다. 이리저리 분해해봐도 허사라서 한동안 절망했는데, 네덜란드에 lg서비스 대행업체가 있다고 한다. 아.. 니덜란데.. 그곳에 여행가면 약국에 꼭 들러야겠다.


 자기 전에 문득 든 생각이 다른 나라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잘 모르고 관심도 없듯이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다른 나라에 관심도 없고 잘 모르는건 아닌가 싶었다. 우리가 잘 안다고 자부하는 나라는 미국이나 동아시아 일부 국가정도고 그 외 국가들에 대해선 스트레오타입정도의 생각만 가지거나 아니면 아예 이름만 들어본 정도에 불과한건 아닐까.

 벨기에에서 온 애랑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둘 다 할 말이 별로 없었다. 왜냐면 나는 벨기에에 대해서 잘 모르고 걔는 한국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유럽에 jpop nerd는 많았고 kpop nerd는 거의 없으니 더더욱 더. 내가 벨기에에 대해서 아는건 뭐지? 브뤼셀? 예전에 네덜란드랑 하나였다가 분리되었다, 블리츠크릭? 또 뭐 있지. 벨기에 혁명? 나폴레옹 평전에 뭐 본거 같은데 뮈라? 네이? 네덜란드 독립전쟁? 딱히 없다. 아는거 없다고 내가 걔한테 "야 내가 게임을 하는데 니네 플랑드르 애들은 매날 반란을 일으켜. 같은 가톨릭국가인데도 말이야. 니들 16세기엔 피혁이랑 유리 세공품 팔아먹지 않았냐? 거기 지분 얻기 힘들더랑 'ㅅ' =3" 이럴순 없고. 시리아에서 이민 온 케밥가게 주인은 더 심했던게 내가 시리아에 대해서 아는 지식이 중세시대에 한정되어 있다는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미미한 역사 이야기 빼곤 문화적인 면은 하나도 몰랐다.그러고보면 남한과 북한을 구분하는 애들은 그나마 우리나라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편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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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은 어떤 나라일까.

 이번 쿼터엔 대학원 과목인 행동과학을위한통계학 수업, 스웨덴어 초급, 스칸디나비아 사회와 문화 수업을 듣는다. 세 수업에서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했을 때 느낀건 이전 포스트에도 썼지만, 한국은 안알려진 나라라는 것이다. 한국에 눈이 있냐는 질문을 두 번이나 받았는데 좀 당황스러웠다. 상식이 없는건가..라고 생각도 잠깐 했었지만 내가 경솔했다. 스웨덴어 수업 짝과 이야기하다보니 내가 퀘백이 캐나다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모르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캐나다 동부 어디쯤 있는 도시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퀘백은 '주'였고 수도가 퀘백시티였다. 생각보다 컸고 위치도 더 동쪽이었다.  독자적으로 불어를 쓰면서 살아갈 수 있는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북미 대륙 연안에 붙어있는 소국 느낌이랄까. 좀 우스운건 난 퀘백 독립운동에 대해서 알고 있다. 그런데 어디있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고 있었다. 마이너한건 알고 메이저한건 모르다니. 
 내가 퀘백에 대해서 모르고, 퀘백 관련 뉴스를 본 기억도 거의 없는것처럼 당연히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한국 사회에 대해서 잘 모를 수 밖에. 그러고보니 한국TV에서 스웨덴 소식을 본 적이 없다. 복지국가라는거 빼고는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는게 일반적이 아니던가.
 행동과학통계 시간에 내 노트북을 보고 중국글자냐고 질문한 사람이 있었는데 좀 극렬한 애국청년이었다면 분노를 숨기지 못하고 한글의 우수성과 과학성에 대해 열변을 토하면서 이순신 짱! 한국 최고! 하면서 뜨거운 눈물을 쏟지 않았을까. 집에 돌아와서 그 생각이 들어 혼자서 한참을 웃었다. 눈이 있냐는 질문에 분노하며 한국을 사계절이 뚜렷한 몇 안되는 국가라고! 하면서 멱살을 잡을 수도 있었겠지.. 아 바보같애. 난 왜 이런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는게 좋을까. 
 여러 책을 읽고 넓은 세상에 대해 알게되면서 조금 그런것에 냉소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 가감없이 사실대로 알리는 것이 좋은걸까 아니면 조금 과장해서라도 자부심을 가지게 하는게 좋을까? 대다수 사람들은 외국에서 살지 않으니까 자부심을 강조하는 것이 최선일까. 모르겠다. 


2. 까페

 같은 아파트 사는 친구와 집에 오면서 한국 젊은 여성들의 취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20대 여성들은 까페를 참 좋아한다. 커피가 좋은게 아니라 그 까페의 분위기가 좋은거겠지. 이쁜 조명 아래 펼쳐진 책과 커피, 케잌 한 조각. 이곳에서 한 달 가까이 살다보니 굳이 돈 들여 까페에 갈 이유가 없는거 같다. 그냥 조명을 바꾸면 된다. 내 집은 해가 지면 정말 까페같다. 한국가서도 조명 하나 사서 살아야겠다. 

3. 비행기?!
 


 날이 맑으면 하늘은 비행운으로 도배가 되다시피 한다. 비행기가 얼마나 많이 지나다니는지 모르겠다. 물론 고고도라서 비행기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지만 하늘에 비행운이 동시에 서너개씩 그려지고 있는 모습을 하루 종일 볼 수 있다.


 그런데.. 저건 뭘까? 사진에 비행운이 5개가 보이는데 중간에 가로질러 올라가고 있는 것이 있다. 각도가 너무 급상승중인거 같았다. 정상적인 비행기 항로도 아닌거 같고.


 물론 코펜하겐 공항에서 이륙한 항공기 중 하나겠지만 내 눈엔 너무나도 신기했다. 인공위성? 로켓? 미사일(그럴리가)? 여러 생각이 들었다. 정말 저 비행기의 정체는 뭐였을까.

4. 지금

 글을 쓰는 지금 비가 내리고 있다. 날씨가 따뜻(!)하다보니 눈이 아니라 비가 내린다. 일요일에는 날씨가 맑을거라는데.. 스톡홀름 가는날인만큼 해가 쨍쨍했으면 좋겠다.
 옆 아파트에 무슨일인지 경찰차 5~6대가 출동해있다. 무슨 일일까...






창문 밖 모습. 얼마전에 알게된건데 저곳이 항공기 경로라서 항공기가 비행운을 만들면서 지나가는걸 수도없이 볼 수 있다.

 지난주에는 덴마크에 갔다왔다. 구글맵으로 이동경로를 짠 다음에 도보로 다녔는데, 덴마크 코펜하게 관광에 쓴 돈이 왕복 기차비2만원*2 = 4만원, 그리고 버거킹 햄버거값 8천원해서 4만8천원 들었다. 돌아오는 기차에서 생각해보니 덴마크 관광에 5만원도 안들었다는 사실에 뭔가 돈벌었다는 느낌도 들면서 유럽 국가들은 확실히 접근성이 서로 좋구나.. 라는 생각도 했다. 

 첫 수업은 대학원 수업인 행동과학을 위한 통계학 입문수업이었다. 예상대로 대학원 수업답게 수강생이 10명도 안됐고 수강생들이 하나같이 학구적인 이미지였다. 서로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나와 네덜란드에서 온 여학생을 제외하고는 모두 박사과정이었다. 수업이 워낙 정적으로 진행되서 약간 따분한 감도 있었다. 그 다음날 도서관에서 같은 수업을 듣는 박사과정 여학생..이라기보다는 아줌마라고 부르고 싶다. -_-; 아무튼 그 사람이 있어서 아는척이나 할까했는데 워낙 비범한 기운을 풍기고 있어서 접근할 수 없었다. 

 목요일에는 스웨덴어 기초과정 강의를 들었는데 옆자리는 멕시코인,러시아인이 앉았다. 둘은 같은 기숙사인지 뭐 어떻게 만난건진 모르겠으나 이미 상당히 친한 상태였다. 둘의 대화는 fuck이나 shit으로 시작해서 끝도 그걸로 맺었다. 누구에게나 어떤 나라 사람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이 있기 마련인데 이번에 아니 뗀 굴뚝에 연기나는 일이 없다는걸 확실히 알게 됐다. 러시아인하면 스킨헤드이미지, 멕시코인 하면 불법이민,까불대는 성격 뭐 그런 이미지가 있는데 멕시코인은 텍사스에 사는 불법이민자 출신은 아니었지만 그 거만하고 요란스러운 성격을 보여줬고 러시아인은 분명히 같은 교실안에 독일인이 몇 명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jerry라는 말을 썼다. 오! 산채로 목따이기 전에 다음 수업부턴 피해야겠다.

 사람이 생긴대로 논다는건 어디나 똑같은거 같다. 돌아다니면서 과제를 수행하는 시간에 꽤 착하게(!) 생긴 캐나다인과 독일인을 만났는데 역시나 거친 말도 쓰지 않고(지난주 펍에서 만난 독일인과는 다르게)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이 주장의 정점을 찍은 것은 어제 밤이었다.

 어제는 마르티나의 파티에 가기 이전에 프리 파티가 샘의 기숙사에서 있었는데 과제가 산더미이고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10시 좀 넘어서 마르티나의 파티에 안가고 그냥 집으로 왔다. 저녁을 안먹었기 때문에 버거킹에 들러서 햄버거를 먹었는데 8 miles나 gran torino에 나올법한 덩치크고 머리민 갱처럼 보이는 중학생(아마도) 두 명이 들어왔다. 귀에는 귀걸이, 어설픈 패션, 거만한 걸음걸이. 이곳 어딘가에는 갱 스쿨이라도 있나? 아마 이런 애들이 그래피티 낙서를 하는거겠지. 혹여나 밖에 세워둔 내 자전거를 훔쳐 달아나지 않을까 긴장했는데 다행히 그러진 않았다. 사실 알고보니 건달같은 차림으로 밤 늦은 시간에 돌아다니는게 취미인 바른생활 어린이일지도.. (그럴리가.) 미국이었으면 잠바속에서 총 한자루씩 튀어나왔을거 같다.


    정말 저렇게 생겼다. 백인이라는 점 빼고.


  오랜만에 술을 마셔서인지 많이 피곤했다. 이 곳 파티 문화 중 이해가 안가는게 술만 마신다는 것이다. 맥주,샴페인,레드와인,화이트와인이 안주없이, 그것도 점심만 먹은 상태에서 몸으로 쭉쭉 들어가니 속이 부글부글거렸다. 오늘 저녁엔 같은 플랫 사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놀자는 쪽지가 문앞에 붙었던데, 술 말고 에피타이저 이야기도 있는거 보고 얘네는 안주가 있을거 같아 다행이다.

 중국인들은 한국에서나 여기서나 참 자기들끼리 다니는걸 좋아한다. 싱가폴에 사는 중국인들도 마찬가지고. 생각해보니 한국사람들도 마찬가진거 같다. 이건 아시아인들의 특징인가. 지난 학기 CA시간에 박교수님한테 제대로 찍혔던 첸위유와 중국인들이라던가, 1년전 네트워크 시간에 봤던 교환학생인 러인헝과 파블로 아빌라 메사가 생각났다. -_-; 네트워크하면 역시 저 두명에 이어서 딩주두 교수님도 ㅋㅋㅋ 공동체를 중시하는 문화, 뭐 그런거 탓이겠지.

 공통적으로 서양인은 우리나라에 대해 잘 모른다. 한국짱! 한국최고! 크흨! ㅠ 하며 눈물을 훔치는 국수주의자들에겐 컬쳐쇼크겠지만, 예전부터 듣던대로 한국의 위상이란건 학교나 미디어를 통해 교육받는것보다, 우리의 생각보다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여기서 한달도 안있었는데 한국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사람은 얼마 없고 퀘백 출신 캐나다인은 북한과 남한이 같은 나라냐는 질문도 했다. 호주 사람은 그래도 좀 많이 알고 있었는데 오세아니아가 아시아권이라서 그런가. 서양인의 눈에 동양인은 중국인, 일본인 두 부류인거 같다. 

 방글라데시에서 그랬지만 이곳에 와서도, 외국에 나가면 그 사람은 자신의 모국을 대표하는 일종의 민간외교관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는다. 대다수 러시아인은 스킨헤드가 아니지만, 수업시간의 인종차별적 언행을 보여준 러시아인을 보고 '역시 러시아놈들' 이라는 생각을 하는건 비단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내가 좀 어리석은 짓을 한다면 그걸 본 사람들은 한국인들은 어리석다라고 생각하겠지. 

 장보러 나가야되는데 음식을 뭘 만들어 먹어야될지 모르겠다. 도대체 파스타 소스는 왜 이리 비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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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션에 가입하기 위해서 외출을 했다. 날씨를 보니 맑음이란다. 밖을 보니 정말 말 그대로 맑은 날씨였다. 여기에 올 땐 온 세상이 눈으로 뒤덮혀 있었는데 어느새 거의 다 녹았다. 게다가 오늘은 해까지 떴다. 수많은 네이션 중 blekingska 네이션을 선택한 이유는 일단 규모가 작아서였고 홈페이지 들어가보니 거칠어보여서였다. -_-; 
 
 시내 중심부로 갔다가 기차역을 건너 서쪽으로 가는 루트를 택했는데 잘 가다가 반대편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던 아저씨가 나보고 뭐라뭐라 하고 지나간다. 제스쳐를 보니 인도위에서 자전거 타지 말라는거 같았다. 근데 여기 분명히 인도에 자전거 도로도 같이 있었는데. 다시 살펴보니까 인도 첫 부분에 표지판이 있었는데 자전거와 사람이 같이 표시되어있으면 자전거가 같이 다닐 수 있고 어른과 아이가 손잡고 걸어가는 것만 있으면 걸을 수만 있는 곳이었던 것이다. 

 기차역을 건너 서쪽으로 가야되는데 이상하게 건널목이 안나와서 계속 북쪽으로 가니 슬슬 사람이 없어지고 한참 공사를 하고 있는 지역이 나왔다. 다행이 건널목이 있어서 건넜는데 고가도로(?) 위로 건너게 되어 있었다. 위에서 잠시 멈춰서서 건설 현장을 봤는데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좀 신기했던게 공사장 겉에 붙여져있는 조감도 모습이 우리나라는 세련되고 현대적인 모습의 건축물이 그려져있는데 일반적인데 여긴 근대나 근대 이전의 건축물이 그려져 있었다. 처음에는 이 나라 사람들은 그냥 기존에 있던 건물들은 그대로 쓰고 새로 짓는건 좀 현대식으로 짓는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신축건물도 건축양식을 통일해서 짓는 것이었다. 


 도시 서쪽으로 오자 아파트가 거의 없고 전원주택들이 많이 있고 사람들도 거의 다니지 않았다. 앞에 자전거 타고 가는 여자를 쭉 따라가다보니 네이션 건물이 나왔다. 나의 추측(보다는 망상)으론 음산한 분위기에 블랙메탈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염소 피를 뿌리고 십자가를 불태우고 있을줄 알았는데 그냥 멀쩡했다. 1층에서 만난 로빈의 안내를 받아 2층에서 가입절차를 밟았다. 지하엔 댄스클럽이고 윗층은 락클럽인데 락클럽 크기가 홍대에서 공연하던 곳들이랑 크기가 비슷했다. 라이브 앤 라우드나 재머스정도? 스컹크헬보다는 좀 더 크고. 댄스클럽은 그것보다 크기가 더 작아서 30명정도 수용할 수 있을거 같았다. 역시 선택을 잘했어! 난 소규모가 좋다. 로빈은 혀에 피어싱을 하지도 않았고 이마에 적십자가를 박지도 않았다. 오오.. 블랙메탈은 어디로 갔는가. 여기서도 그건 마이너인가 보다. 뭐 내일 가서 무슨 장르의 노래를 하나 봐야겠지만. -_-; 포스터만 봐선 나같은 브릿게이들이 좋아하는 브릿팝을 할거같진 않고 뭔가 메탈쪽으로 할거 같다. 

 아! 지금 생각났는데 공대 도서관 앞에서 진짜 이상한놈을 봤다. 스피커 한 조(두개가 한 조를 이루던가 조가 스피커 하나를 지칭하는건가; 아무튼;; 스피커 한 쌍?) 를 가방끈을 만들어서 등에 매고 다니는 녀석이 있었다. 무게가 얼추 20kg는 되어보였다. 내가 한국에서 쓰던 스피커보다 더 컸으니가.. -_-; Deep purple의 Smoke on the water 리프가 흘러 나왔다. 역시 유럽놈들은 뭔가 다르군;; 80년대 미국 흑형들이 어깨에 라디오 짊어지고 다니는게 생각났다. 

 등록 다 마치고 집에 오는데 햇살이 내리쬐는데 정말 따뜻했다. 여기 사람들이 왜 일광욕같은거 좋아하는지 이해가 갔다. 근데 해가 분명히 정오인데 곧 노을로 바뀔만한 위치에 있는게 아닌가. 역시나 오후 3시쯤 되니 노을이 지더니 해가 바로 떨어져버렸다. 


 돌아와선 스파게티로 점심을 대충 먹고 영화 '하얀 리본'을 봤다. 별 긴장감없이 조용히 쭉 진행되길래 이거 뭔가 해석이 필요한 영화구나 싶었는데 후반부에 1차대전 발발 소식을 전해듣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곤 영화는 정말 별 갈등구조없이 끝났는데 이거 뭐 전체주의 그런거랑 관련있나? 뭐지? 싶어서 찾아보니 전체주의가 독일을 삼키기 시작할 때의 독일인들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란다. 어른은 전체주의를 하얀 리본을 단 아이는 순수를 상징한다고 한다. 아, 그냥 어물쩍 찍어서 짐작만 하고 제대로 그 속내를 파악하지 못했으니 아직 내공이 덜 쌓였나 보다. 

 

 복도가 이렇게 밝은 곳이었다니. 처음 알았다.


 아파트엔 눈도 다 녹았다. 시내 중심부나 도시 외곽의 집들을 보다가 여길 오니 아파트가 참 없어보인다.

 밤엔 보름달도 떴다. 심지어 별도 보인다. 서울에서는 별 본 기억이 거의 없었는데 여기선 달이 떴는데도 잘 보였다. 무슨 별자리가 보일까 싶어 멍하니 쳐다보니 오리온 자리였다. 한국에서나 여기서나 별자리 뜨는건 거의 엇비슷한거 같다. 다른 점은 좀 높게 떠 있어서 시리우스가 쉽게 보인다는 점? 

 건너편 동 집안은 정말 잘 보인다. tv보는 모습, 식사하는 모습. 이야기하는 모습. 그런데 오늘 아침엔 못 볼걸 봤다. 건너편 3층사는 남자가 샤워하곤 벗은 몸 그대로 창가에 있었다. -_-; 도대체 왜; 

 여긴 정말 은은하게 산다. 가정도,은행도,학교도 모두 노란빛의 은은한 조명을 쓴다. 우리나라에선 그런 조명을 쓰는 분위기 있는 카페가 인기를 끄는데 여긴 모든 집들이 다 그렇다. 그 중에서도 별모양 조명이 정말 이쁜데 날 잡아서 하나 사서 나도 창문에 걸어놔야겠다. 



 빨래 좀 하려했더니 첫 주에는 예약이 별로 없었는데 이제 나를 포함해서 사람들이 슬슬 적응을 했는지 세탁실 예약이 꽉 찼다. 결국 아침시간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세탁실은 두개가 있고 하나의 세탁실에는 세탁기가 세대, 건조기 한대, 손빨래 할 수 있는 공간, 다리미가 있는데 혼자서 세탁기 세 대를 쓰니 기분이 이상했다. 게다가 뜨거운물이 바로바로 나온다.. 내가 살던 원룸은 아무리 뜨거운물 틀어도 찬물세탁이었는데;; 세탁기 돌려놓고 방에 와서 딴 짓 좀 하다가 다시 내려가서 세탁기가 멈추기 까지 기다리는데 창문 밖을 보니 반대편 동 2층에 남자 하나가 이리저리 밖을 쳐다봤다. 그러다가 나랑 눈이 마주쳤는데 이상하게 왠지 내가 그 사람을 몰래 훔쳐보고 있는 상황이 된거 같아 뻘쭘했다. 


 몇일간 눈이 안오고 비가 잠깐 내린 덕택에 눈이 많이 녹아있었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눈 밭 위에 자전거가 올려져있었는데 지금 보니 나름의 구역 경계도 있었다. 소공 수업 개강이 오늘이라 일찍 길을 나섰다. 

 
 이젠 학교로 가는 최적의 루트를 알아내서 멍청하게 길을 잃거나 헤매지 않게 되었다. 게다가 직선루트만 뽑아서 그냥 무작정 페달을 밟기만 하면 된다. 눈도 녹아서 미끄러지지 않는다.

 내가 사는 클로스터가튼 바로 옆에는 핸드볼 경기장이 있는데 지금 한참 남자핸드볼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를 보니 한국 대표팀은 2연패 중이라고 한다. 룬드에선 어느 나라 경기가 열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아침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썰렁했다.


 경기장 뒤쪽을 가다가 왠지 전형적인 유럽의 숲이랄까.. 뭐 그런 느낌이 나서 찍었다. 영국이 그렇게 안개가 많이 낀다는데 안개는 여기도 그에 지지않을 것이다. 가는길은 이상하게 미약한 내리막이 계속되서 정말 신났다. 하지만 조금 더 가니까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서 정말 다리에 쥐나도록 밟았다. 학교엔 이미 많은 수의 학생들이 와있었는데 과도 -_-;에서 출입증 발급받고 강의실로 갔다. 아, 여기도 이공계는 첫날부터 풀 수업이구나. 블랙박스니 화이트박스니 하는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소공스런 단어들이 넘쳐나는 Software Testing 수업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소공에서 약간 더 심화된 수업인거 같기도 하고. 나중에 확신이 든게 내가 이 수업을 듣기위한 요건을 만족하지 못해서 수강을 할 수 없다는 메일을 코디네이터에게서 받았다. 아. -_-; 가뜩이나 수강신청이 꼬였는데.. 이러다가 한국가면 한학기 더 다녀야될지도.. 

 늦은 점심은 좀 비싸게 먹었다. 다른게 아니라 빵과 스테이크 유통기한이 다 되서 그랬다.  시간감각이 부족한건지 겉면을 항상 조금씩 태워먹는다. 처음에 이곳에 와서도 하루 식비를 만원정도로 제한했는데 그러려면 하루에 약 70 SEK정도로 살아야 한다. 여기 물가를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소리.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니까 사실 한국에서도 학식에서나 3천원이하의 가격에 한 끼를 먹을 수 있지 밖에서 사먹으면 기본이 5천원은 넘어갔다. 그래서 여기서 하루 만원은 좀 어불성설인 듯 했다. 조금은 관대하게 하루에 15000원으로 늘려봤는데 ICA가서 장을 보고 난뒤 영수증을 살펴보니 주식을 유통기한때문에 좀 빨리 먹게되는 빵 대신 파스타나 스파게티로 하면 충분히 절약하며 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곳엔 정말 별의별 소스를 다 판다. 양파맛 청어 소스도 있을 정도 -_-; 그런데 이건 좀 너무 짜고, 타이 칠리소스가 그나마 가장 무난한 듯 하다. 


 후식으로 먹은 블러드 오렌지. 속이 빨간 오렌지다. 이 오렌지의 존재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했는데 처음에 먹을 때 맛이 이상해서, 여긴 설익은걸 파나.. 싶었다. 왜냐면 사과도 네덜란드산 홍옥만 좀 멀쩡하고 나머지는 완전 조그마한 걸 팔고 있었기 때문에 과일의 질이 좀 떨어지는걸 먹는가 싶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블러드 오렌지란다. 무슨 고급 마트였던가 백화점 식품코너에서 판촉행사하는 기사도 나왔는데.. 음.. 이 블러드 오렌지의 맛은 첫맛은 시고 끝맛은 쓰다. 맛없는게 특징이다. 껍질도 일반 오렌지에 비해서 안까진다. 다시는 안사먹을거다. 

 돌아오는 길에 도서관에서 책 좀 빌려올껄.. 하고 후회를 했다. 아직 개강을 안하니 이렇다하게 할 게 없다. 일하던 것도 잠시 정체중이고. 온갖 파티 초대장이 날아드는데 주말에 락클럽 파티가 있어서 가볼까 고민중인데 여기 락클럽은 어떤 곳일까. 히트맨 -_-; 에서 나오는 곳처럼 생겼을까. 한국에서 내가 공연하거나 구경하러 가던 곳이랑은 다르겠지. 왠지 블랙메탈 밴드들이 나와서 십자가 때려부수고 그럴거 같다. 생각해보니 여기가 바로 음침한 블랙메탈의 고향 아니던가. 기타 가지고 올껄! 기타 치고 싶다. 여긴 왜 동아리가 이렇게 적지. 밴드는 아예 없는거 같고. 베를린이나 런던까지 비행기로 단독 5만원에 한시간이면 가는데 주말에 정말 할거 없으면 여행을 가야겠다. 집에 박혀있는거보단 낫겠지. 개강해서 사람들 좀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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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날 역시 안개가 잔뜩 끼고 흐렸다. 전 날 밤엔 또 눈이 내렸다. 전 날 EMS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우체국에 가서 직접 찾아와야 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길이 얼어있기 때문에 꽤 힘든 여정이었다. 우체국은 내가 사는 nordanvag와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어서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가는 길에 본 설원. 정말 눈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우체국은 굉장히 소규모였는데 고대 우체국 규모라고 하면 이해하려나? 짐을 찾는데 도저히옮길 방법이 없었다. 박스가 무려 두개. 옷과 이불박스였다. 그래서 그냥 다시 택배를 집으로내는걸 신청했는데 가격이 250 SEK. 직원이 내 집까지 택시타면 100 SEK도 안나오니까 택시를 타라고 조언했다. 택시를 이용해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하나 묻자 이 곳은 콜택시가 주류라고 한다. 번호를 받아 전화해봤는데 상담원에게 바로 연결되는 곳이 몇 군데 없었다. 겨우 택시를 불러서 힘들게 집까지 왔다. (직접 찾을 때 여권이 있어야한다.)

 이쯤되니 초기의 적응기간이 참 너무나도 싫어졌다. 바보가 된 기분이랄까. 그리고 이 곳 사람들은 모두 영어를 잘하지만 스웨덴어도 빨리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 단어와 철자가 비슷한 스웨덴어 단어는 대충 알 수 있지만 그 외의 것은 알아볼 수 없으니, 회화는 영어로 한다해도 글을 못읽으니 너무 답답했다. 

 내가 보낸 EMS 박스가 하나 더 있는데 다음주에 개강하고나면 또 우체국가서 찾아와야 될 걸 생각하니 한 숨이 나왔다. 그래도 크기가 상대적으론 작아서 뭐 어떻게든 해결될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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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전후의 폭설이 아직도 녹지 않은데다가, 심심하면 눈이 조금씩 더 내리는 바람에 아침의 풍경은 항상 이런 식이다. 짙은 안개때문에 시야가 그리 좋지 못하고 인도나 자전거 도로는 눈이 얼어서 빙판길이다. 이 날은 LTH OT와 코디네이터를 만나는 날이라서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가서 6번 버스로 갈아탔다. 


시내 중심가의 버스 정류장. 룬드 시내에는 거의 모든 노선의 버스들이 모인다. 서울로 치면 청량리 환승센터 정도 랄까? 


분명히 제대로 본거 같았는데 반대방향이었다. 어느새 종점까지 가버렸다. 어느덧 도착한 종점 St. lars. 종점답게 사람도 없고 아주 조용한 곳이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길을 잃다던가해서 이런 저런 문제를 겪고 있으니 참 답답하다. 내가 길치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는데 여기와서는 문득 혹시 내가 길치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비록 엄청난 로밍 요금이 나오긴 하지만 폰의 구글맵 gps가 있다는 것이다. 이거 없었으면 정말 이 조그만 도시에서 미아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반대방향으로 갔다. LTH는 어제 GENERAL MEETING 때 와 봤기 때문에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물론 반대방향 사건때문에 지각해버렸지만. 대충 이야기를 듣고 서류를 챙긴 후 코디네이터를 만나러 길을 나섰다.


우리나라는 큰 건물 위주로 길을 찾곤 한다. 가령 택배나 배달원이 집을 못찾을때면 "거기 ~~은행건물 보이시죠 거기 옆 골목이에요." 라는 식의 길찾기 말이다. 하지만 여긴 건물이 모두 근대 이전의 건축양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고 내부만 현대식으로 바꿨기 때문에 한국에서 처럼 길을 찾는건 거의 불가능하다. 도시 미관만 생각하면 건축양식이 통일된 유럽이 아름답긴 한데 실용성(?) 면에선 조금 불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뭐, 내가 한국사람이라 한국 문화에 익숙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길이 얼마나 미끄러운지 신발에 아이젠이라도 박고 싶은 심정이었다. 겨우겨우 목적지까지 도착했는데 점심시간이라 문을 안 열었다. 나도 배가 고파 뭔가 먹고 싶었는데 주위에 편의점이나 가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골목 골목마다 편의점이 있는 우리나라의 인프라가 참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건물 내부. 현대식으로 개조되어있다.


 몇 블록 떨어진 거리에 케밥 가게가 있어서 케밥을 하나 사먹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케밥은 참 좋아한다. 가격은 40 SEK로 우리나라 돈으로 6천5백원 정도? 여기 물가를 생각하면 그리 비싼 편이 아니다. 피자는 60 SEK정도인데 우리나라 돈으로 10000원 쯤 되니까, 우리나라랑 엇비슷하거나 오히려 싸다. 그런데 이 나라 외식 물가를 생각해보면 피자는 정말 싼 가격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조금 덧붙이자면 스웨덴에서는 외식을 하려면 큰 맘을 먹고 해야 된다. 현지인들에게도 부담이 되는지 모르겠으나 물가가 상대적으로 싼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상당히 부담되는 가격이다. 그래서 식사는 웬만하면 마트에서 재료를 사서 직접 해 먹는다. 

 처음에 케밥 가격이 부담되서 좀 그랬는데 나오는걸 보니 만족스러웠다. 가격만큼이나 정말 무지막지한 크기의 케밥이 나온다. 길이가 아마 40cm 쯤 되서 충분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1시가 되자마자 코디네이터를 만나러 2층으로 갔다. 나 말고도 다른 학생들도 있었는데 핀란드에서 온 여자애가 있어서 전날 들었던 핀란드 조크에 대해 물어봤다. 스웨덴 사람들이 핀란드 사람에 대한 선입견의 대표적인 것이 '핀란드 남자들은 나이프를 들고 싸우길 좋아한다.' 인데, 직접 물어보니 이 애도 정확히 왜 그런게 생겼는지는 잘 모른다고 했다. 다만, 핀란드에서는 밤에 길거리에서 술에 취한 사람들이 나이프로 사람을 찌른다던가 하는 일이 좀 빈번해서 사회적인 문제라고 한다. 하지만 핀란드는 충분히 안전한 나라라고 강조했다. ㅋㅋ

 코디네이터인 Marie와 이것저것 이야기를 했는데 아직도 수강신청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우리나라만큼 전산화가 잘 되어있는 곳이 없는거 같다. 이곳은 아직도 수강신청을 할 때 일일이 해당 과에 여석이 있는지 문의하고 보고받고 하는 식으로 업무를 처리하는데,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우리나라에선 수강신청사이트가 담당하고 있으니 얼마나 혁신적인지 모른다. 결국 아직도 수강신청,정정하는 학생들이 많아서 확정된게 거의 없다는 말만 듣고 나왔다.


아마도 철학과 건물.


시대 중심의 교회 옆모습. 교회의 종소리를 처음 들어봤는데 종소리에 수 십마리의 새들이 놀라서 후다닥 날아가는걸 보니 꽤 흥미로웠다.


중간에 SEB에 들러 계좌를 개설했다. 은행은 조용했다. 각종 서류를 가방에 넣고 다닌 덕택에 다시 왕복하는 일 없이 바로 계좌와 체크카드를 만들 수 있었다. 카드는 우편으로 보내준다고 한다.


 집으로 가는 길에 중고자전거를 드디어 구매했다. 중고자전거를 탐내는 또 다른 교환 학생과 가격 경쟁을 해서 700 SEK를 1000 SEK에 샀는데 조명이나 자물쇠 등이 다 준비되어있고 수리가 더 필요없는 괜찮은 상태의 자전거라서 만족스러웠다. 학기가 끝날 때 즈음에 다시 되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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